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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6

    <476 – 학생회의 존재의의>

     

    골렘정비소에 이어서 제시카는 골렘부품제조공장, 골렘격납고, 골렘결투장을 견학시켜주었다.

     

    “이게 집행국이야 골렘소굴이야?”

     

    즈앙의 견학소감에 인간형골렘 제시카가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골렘은 집행국의 사무원으로 1285개체의 집행국 전력 중 1278개체가 속한 집단입니다. 골렘의 생산 및 유지보수, 개발을 위한 시설은 집행국의 유지를 위해 필수 불가결합니다.”

    “골렘결투장은 왜 필요한데?”

    “기본장비만이 지급된 인간형골렘은 개체의 향상성을 충족시킬만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파츠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포인트를 통해 강화한 파츠나 습득한 소프트웨어를 건 결투는 인간형골렘의 주요관심사입니다.”

    “강해지기 위해 빼앗는다. 의외로 인간들이랑 다를 바 없네.”

     

    암살자다운 냉소적인 견해.

    제시카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즈앙, 그렇게 부러워할 것 없어! 소프트웨어는 스킬북에 대응되는 개념이고 파츠교체는 상위장비습득이랑 다를 바 없거든.”

    “스킬북은 엄청 희소한 거잖아.”

     

    읽기만 해도 자동으로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책!

    당연히 스킬북을 제작하려면 엄청나게 높은 기능수치가 필수적이다.

     

    “익히고 싶은 기능이라도 있어?”

    “이것저것. 아카데미에 머무르면서 본 기술들이 많았으니까.”

    “예를 들면 어떤 기술?”

     

    즈앙이 내 뒤의 배낭배낭을 가리켰다.

     

    “강화.”

    “강화는 안 돼!”

    “제국의 금기라서?”

    “초보자가 강화경험치 쌓다간 집안 재산 다 거덜 나! 믿을 수 있는 강화사한테 일을 맡기는 게 나을걸?”

    “그럼 섬광.”

    “티토소가의 조명대처럼?”

    “응.”

    “그건 마나량이 많고 빛속성 친화력이 높아서 그래. 마도구조명대 이전에 티토소가한테는 램프나 횃불만 줘도 묘하게 빛이 많이 나오잖아?”

    “그랬었네.”

    “다른 건 없어?”

     

    즈앙이 심사숙고하더니 두 눈 가득 호기심을 피워올렸다.

     

    “자동.”

    “응?”

    “오크노디의 스스로 접히는 종이비행기. 그 <자동화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동기능을 얻고 싶어.”

     

    아하. 쉽지 않은 레어기능이다보니 관심이 생겼나보다.

    레어기능 중 하나인 평정심을 얻으려면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중간고사를 겪어야한다는 것만 봐도 레어기능 습득난이도를 알 수 있다.

    그나마도 바깥세상에서보다 월등히 성장이 쉬운 기프트 아카데미였기에 이 정도에 그친 것이지, 아카데미 밖에서는 지옥 같은 전장을 몇 번은 겪고 살아남아야 습득할만한 아주 고약한 기능이다.

    당연히 자동도 습득하기 아주 어려운 기능이지.

    그런데 마침 우리가 온 곳이 자동에 아주 특화된 곳이다.

    골렘부품제조공장.

    공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자동제작>, <자동화 설비>다.

    생산학부 지망생이라면 졸업 전에 꼭 얻고 나가야하는 필수기능이기도 하다.

     

    “좋은 생각이 있어.”

    “뭘 하면 돼?”

    “자동사냥을 하자!”

     

    기능이란 해당 행위에 관련된 행위를 함으로써 경험이 쌓이고 숙련된다.

    숨기를 원하면 숨바꼭질을.

    검술을 원하면 검술훈련을.

    자동을 원하면 자동사냥이 딱이지.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암살대상을 일자로 세우고 가족이 살해당하기 싫으면 제 발로 구덩이에 뛰어들어서 죽으라고 하면 돼?”

    “음, 그렇게 하면 협박 기능이 더 오를 거야! 자동사냥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모든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져야지.”

    “어렵네.”

    “대신 사무원을 빌리면 의외로 금방 해결될지도 몰라!”

    “집행요원의 허락을 받아야겠네.”

     

    제시카 역시 동의했다.

     

    “사무원에게 부여된 권한 밖의 일입니다.”

     

    누구를 설득해야할지 고민하는데 근처 스피커에서 벨벳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행국 국장권한으로 허가할게. 필요하면 사무원 10개체를 데려가도 좋아.

    “와! 감사합니다!”

     

    벨벳선배는 사람이 참 좋아.

    제시카의 뒤로 우르르 인간형골렘들이 모이는 와중에도 즈앙만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선배는 우리 대화를 어떻게 알고 있었지?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강자는 원래 영역이 넓잖아! 자기 영역 안에서 하는 대화니까 전부 엿듣고 있지 않았을까? 아마 심장박동까진 들었을 듯!”

    “…여기서 빨리 나가자.”

     

    즈앙의 재촉에 집행국을 잠시 벗어났다.

    인간형골렘 사무원들을 대표해서 제시카가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마나회로와 수레바퀴, 물과 개미들을 구해주세요!”

     

    자동기능을 습득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

    개미집 자동사냥장치를 만든다!

     

     

    * * *

     

     

    벨벳은 사무원의 보고를 받았다.

     

    “견학생 오크노디는 수차에 자동회전, 물생성 마법을 새기고 버튼을 누르면 개미집을 수몰시키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때? 정말로 자동을 얻은 것 같아?”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일정시간 경과 후에 개미집이 수몰되는 속도와 효율이 향상되었음이 확인됐습니다.”

    “여우가면 암살자아가씨는?”

    “버튼을 누른 뒤, 견학생 즈앙에게도 동일한 성능개선이 확인되었습니다.”

    “참 신기해. 어디서 그런 별난 지식을 얻은 걸까?”

     

    벨벳은 알고 있다.

    자동기능의 정확한 습득조건을.

    자신의 심중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성과를 얻는 것.

    때문에 이 기능은 귀족들이 주로 얻는다.

    말하지 않아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심복을 부리면서.

    혹은 목숨을 걸고 개처럼 구르는 죄수나 노예들을 통해서.

     

    어떤 귀족은 이 기능을 얻기 위해 죄수 수백 명을 처형했다.

    처형당하지 않기 위해 절박해진 죄수가 스스로 귀족이 원하는 결과를 행할 때까지.

    어떤 귀족은 심복을 수도 없이 갈아치웠다.

    제 심중을 헤아리며 말하지 않아도 행할 줄 아는 영리한 심복을 찾아낼 때까지.

     

    부리는 이의 영리함에 따라 빠르게 얻을 수도, 인복과 권력이 부족하다면 평생이 걸려도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기능!

    그런 기능을 오크노디는 사람이 아닌 미물을 몰살시키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얻었다.

    심지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백이면 백, 모든 귀족이 탐을 낼 고등지식이었다.

    세상의 개미집이란 개미집은 모조리 수몰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 지식을 오크노디는 사무원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견학은 자신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건가?’

     

    당돌한 아이였다.

    집행국의 권력을 보여줄 작정이었건만 재단의 감히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역량만 보았다.

    저 아이와 재단에는 저런 지식이 얼마나 더 있을지 누구도 가늠하지 못하겠지.

     

    “그래서 참 거슬려.”

    “분부사항이 있으십니까?”

    “기다려봐.”

     

    벨벳은 사무원을 대기시켰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자동기능은 얻는다고 끝이 아니다.

    영지소출량을 ‘자동’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능.

    경험이 쌓이면 효율이 늘어나기에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어떤 귀족이라도 더 쌓으려고 안달이 나있다.

    귀족들이 스스로 해결하면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랫사람에게 위임하고 알아서 자동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당장 서귀연의 안데르센을 비롯한 1학년들을 방학 동안 마나석 채굴광산에 집어넣으려는 의도 또한 <자동>의 연마를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자동의 연마를 재단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령. 재단의 장학생들이 받는 상부의 지시. 그것이 만일 재단의 주인의 직접적인 지시가 아니었다면?’

     

    그의 심중을 헤아린 심복이 스스로 내린 지시였다면.

    수많은 장학생들이 만들어낸 성과를 누리는 재단이사장.

    그는 대체 얼마나 높은 <자동>기능을 지니고 있을까.

    그 효율은 어느 정도로 대단할 것인가.

    그 높은 효율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부여받으며 효율상승에 동반되는 한시적 능력강화를 누리는 장학생들은, 그 능력강화가 보여주는 ‘보다 나은 작업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토대로 재단장학생들이 얻는 성장효과는 또 얼마나 대단할까.

    짐작할 수 없었다.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피부에 이는 오싹한 감각을 느끼며 벨벳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견학시키길 잘했어.’

     

    오크노디는 결국 집행국이 품을 수 없는 거물이었지만 그 아이와 재단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사무원 제시카007에게 전해. 보물고 입장허가를 내려주라고.”

    “알겠습니다.”

     

    인간형골렘.

    제시카와 같은 얼굴에 같은 몸을 지닌 사무원이 대답했다.

    벨벳 자신과 귀족.

    역사와 전통의 대단함은 알고 있었다.

    오크노디와 재단.

    그들의 대단함을 새로이 알았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을까?

    아카데미는 역사와 전통을 분석하고 삼대거악의 악마적인 지혜마저도 자체적으로 구현할 지식을 쌓아올렸음을.

    ‘자동적’으로 제작되고 ‘자동적’으로 집행국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간형골렘.

    집행국의 사무원들인 <제시카 시리즈>가 존재하고 그들이 지시하지 않은 임무도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한, 집행국장은 매 순간 자동 경험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후후. 내년이 기대되네.”

     

    수많은 레어경험치의 보고.

    학생회 임원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될 후배들.

    만델라 카스테라와 오크노디.

    더 많이, 더 높이 올라서는 학년은 어느 쪽일까.

    어쩌면 내년에는 2학년이 3학년보다 학생회의 요직을 더 많이 차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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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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