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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6

    “그래, 이쪽이라고?”

    “응, 언니. 이쪽엔 사람들이 없어. 위험한 것도 없구.”

    확신한다는 듯이 파이의 말에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정말 탈출만이 남은 상황.

    “알겠네, 내 한번 길을 뚫어보지.”

    루크는 가볍게 몸을 일으키며 옷의 먼지를 털었다.

    탐지는 역탐지가 걸릴 위험성이 있으니 사용할 수 없었던 거지만, 걸어갈 길을 내는 것 정도라면 안 될 것도 없으니까.

    시루드의 서클을 이용해 자신의 서클을 복구시킨 지금은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루크는 곧장 몇가지 마법을 사용해 이곳에서 벗어날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디그, 월, 윈드.’

    그것으로 루크는 한순간에 잔해를 파내고, 무너지지 않도록 토대를 세우며, 바람을 불어 먼지를 내보내고 공기를 순환시켰다.

    몇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마법은 서로를 유기적으로 보조하면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었다.

    그것은 마치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와….”

    그렇게 가벼운 손짓 한번에 순식간에 깔끔한 탈출로가 완성되는 장면을 본 시루드는 감탄성과 경악성을 동시에 내뱉었다.

    기껏해야 자기 주변의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수준의 시루드에겐 너무나도 까마득한 경지였다.

    그마저도 루크는 손짓만으로 이렇게나 간단히 해내다니.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말이 안 나오네.’

    정말 이런게 혼자서 가능하다면, 공사장 인부는 왜 필요하고, 중장비는 또 왜 필요한걸까?

    이걸 보면 그냥 세계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그리고, 시루드의 그 생각에는 사실 레니에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 내가 이래서 서클마법을 억제시키기로 한 거야.’

    서클은 완전한 개인의 힘.

    자신이 원하던 공동체의 화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클마법사가 특이점을 넘기게 되면 혼자서 뭐든지 다 하려고 하니까.

    그 옛날, 루크도 그랬고 말이다.

    자신에겐 상의도 없이 혼자서 여신을 유폐시키고 세상을 뒤집어 놨었지.

    대체 어떤 미친놈이 여신을 혼자서 그렇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할 수 있는 건 둘째치고,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자체가 문제다.

    하지 말라고 말해도 도대체 들어먹지를 않았지.

    그 때 자신이 얼마나 갑갑했는지, 아마 루크는 전혀 모를 것이다.

    -하아.

    뭐,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넘길 수 있지만.

    그러나 그런 생각을 알 길이 없는 루크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니에? 혹시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나?”

    -아뇨, 딱히요.

    “그래?”

    —–

    그렇게 만들어진 잔해 속 작은 갱도를 걷고 있을 무렵.

    사실 루크에게는 이 탈출로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 상황이 훨씬 더 버티기 어려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시루드가 의식을 차리고 말았으니, 필연적으로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루드는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단추가 망가져 배를 훤히 드러내는 셔츠 위에 루크가 건넨 후드 케이프를 걸쳐입은 채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말을 걸었다.

    “정말 루크구나!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그새 또 조금 자란 것 같아. 뿔도 엄청 커졌던 것 같고. 근데 그 뿔, 평소에는 그렇게 가리고 다녔던 거야?”

    “음, 그렇지. 너무 크고 특이해서 눈에 띄니까….”

    “그런가? 조금 특이하긴 해도 멋진데!”

    “으음, 칭찬 고맙구나.”

    “근데, 루크. 대체 날 어떻게 찾아온 거야? 난 네가 직업 전시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잡다한 이야기에 적당히 대꾸하던 루크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대답을 짜냈다.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근처에 있게 되었더구나.”

    사실 실제로는 조금 더 많은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어쩌다보니 ‘근처에 있게 된 것’ 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애매하게 대답하면 딱히 거짓말은 아니겠지.

    “와, 그러면 너도 전시장에 있었던 거구나!”

    “으응, 그렇지…….”

    전시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건 그냥 긍정하면 된다.

    “왜 연락 안 받았어, 그럼 만나서 놀 수도 있었을 텐데!”

    “음, 그냥 뭐…. 그 때는 혼자 다니고 싶었으니까….”

    그 상황에서는 시루드와 함께 다니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또한 긍정하면 된다.

    “그렇구나. 음, 뭐. 그럴 수 있지. 넌 혼자 산책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그럼 너도 하필 운 안좋게 이 사태에 휘말린거네. 그럼.”

    “…뭐, 그렇게 된 셈이지.”

    당초 예상과 달리 결과가 안 좋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도 그냥 긍정하면 된다.

    적당적당하게 대꾸하던 루크는 이내 딴청을 피우며 입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옛날부터 루크가 깊이 생각할 것이 있거나 곤란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 애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극한의 상황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보았기 때문일까?

    시루드는 지나치게 들떠 있었다.

    자신이 알기론 원래 시루드가 이 정도로 질문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물론 필요한 질문까지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전부 물어보는 건 아니었다는 거다.

    다른 때라면 그런 게 나쁜 건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 찔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달갑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시루드가 아직 나이가 어려 미숙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법을 몰라서인지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날카로운 질문을 건네오는 것은 아니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이렇게 계속 질문을 하다 보면 하나쯤 날카롭게 찔러올 수가 있다.

    큰 상자에 고양이를 가둔 채 마구잡이로 칼을 찔러넣다보면, 고양이가 아무리 민첩하다고해도 어쩌다 한번 쯤은 얻어걸리게 마련이니까.

    그에 루크는 일단 시루드가 질문을 그만두게 하기로 했다.

    대충 이 정도로 질문을 받아줬으면, 질문을 그만 하게 하더라도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겠지.

    “시루드, 일단 그런 질문은 밖에 나가서 하면 안될까? 숨이 찰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응, 알겠어. 근데,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거든. 나, 그것만 물어봐도 돼?”

    “…알겠다. 뭐지?”

    그에 시루드는 잠깐 케이프의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질문을 시작했다.

    “이 케이프, 뭔가 낯이 익은 것 같아서. 이거 어디서 났어?” 

    -멈칫.

    루크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식은 땀 한줄기가 등을 타고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루크는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되물었다.

    “낯이 익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케이프는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법한 흔한 디자인 아닌가?”

    사실 저것과 비슷하거나 똑같이 생긴 케이프가 길거리에 널리고 널렸다.

    후드케이프라는 건, 가성비와 내구성을 중시하는 공사장 쪽 인력들은 다들 애용하는 제품이었으니까.

    그러니 조금 촌스러울 지언정 보편적으로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그 의상은 잔해 속에 처박혀 있던 것이라고 해도 이상한 옷은 전혀-

    “응. 근데 이거, 그 테러범이 갖고 있던거랑 완전히 똑같은 것 같아서. 마력인챈트도 되어있고…, 심지어 내 마법으로 그을린 흔적까지 있어. 이거,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아.”

    루크는 말문이 막혔다.

    ‘아뿔사!’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시루드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관찰력이 좋았다.

    고작 몇분, 그것도 가면으로 이런저런 인지방해까지 들어간 상황에서 그 디테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루크는 시루드를 곁눈질하며 살피기 시작했다.

    ‘이미 내가 반쯤은 의심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싶다가도, 시루드의 굳은 표정을 보면 뭔가 심상치않다.

    마치 정말로, ‘너 설마 아니지?’ 라며 직접 눈치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모습에 루크는 가슴이 철렁했다.

    ‘보통이라면 내가 입은 옷의 색상조차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거늘!’

    만약에 거기서 더 나아가 옷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신체적 특징같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주 곤란해진다.

    “…아, 음. 그게 말이지.”

    이건 잘못 말하면 그대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시루드에게 ‘테러범’이 자신이었다는 걸 들키게 되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시루드로서는 비밀을 엄수하기 상당히 곤란해지고만다.

    그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시루드는 서클의 제약이 없더라도 원래 거짓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 당연하지. 

    아직 경험이 적은 어린 아이였으니까.

    그러니 당연히 거짓말을 하면 다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절대 자신이 테러를 일으켰다고 말하면 안되는 것인데-.

    “…….”

    “루크? 갑자기 왜 그래? 너, 설마-.”

    하지만 침묵이 길어진 탓일까?

    그러고 있으니 시루드의 의심이 점차 구체화되어가는 것 같았다.

    ‘어쩌지? 내가 대체 뭐라 대답해야한단 말이냐?’

    하필이면 딱 절묘한 타이밍에 파이리스가 등장하여 당황하는 바람에 다시 기절시킬 타이밍을 놓쳐버리기도 했고, 기억을 지우는 것도 아이에겐 상당히 위험한 마법이라 일단은 그냥 둬 보기로 한 건데, 지금이라도…….

    “너 설마, 그 사람 죽인거야?!”

    “어?”

    …잠깐, 설마 의심은 그쪽이었나?

    순간 번뜩이는 변명거리가 떠오른 루크는 시루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건 말이지.”

    —–

    루크는 사실 자신이 그 테러범의 범죄행각을 막아냈다고 대답하였다.

    “우와 대단하다! 그 테러범을 혼자서 막아냈다고?”

    “음, 그렇지.”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그 테러범이 바로 자신이니, 행동하지 않음은 곧 나 자신을 막은 셈이 되니까.

    “그런데 그럼 그 테러범은 어디에 있는거야? 경찰 같은 데에 넘겨야 하는 것 아냐?”

    타당한 주장이었다.

    자신이 막아내었다면 응당 그에 따른 결과물이 존재해야 하는 법.

    그러나 자신에게는 제대로 제압하였다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그의 신병이 없었다.

    그야 그렇지, 자신을 구속하여 경찰에 넘길 수는 없으니까.

    그에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구속을 할 상황까지는 되지 못했어. 네가 다쳐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말이야.”

    결국 구속하지 못하여 놓쳐버렸기에 결과가 남지 않았다.

    실제로 연관성은 낮지만, 시루드가 다쳐서 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듣는 이가 의도를 가지고 이해하게되면 그 문장은 매끄럽게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루크의 의도는 시루드에게 정확히 전해졌다.

    “그렇구나… 미안, 나 때문에 잡지 못하고 놓쳐버렸다니, 너 정도 되는 마법사에게 도망쳤다면 정말 무서운 실력자인 것 같은데. 하아, 다음엔 잡을 수 있을까….”

    “아냐, 전혀 미안해 할 것 없다.”

    시루드의 우려섞인 목소리에 루크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다음에 만나면 내가 아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녀석은 내게서 도망치는 게 불가능해.”

    실제로, 나 자신을 스스로 제압하는 것은 아주 쉽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에도 거짓말은 전혀 없다.

    그러자 시루드는 금세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뭔가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보네. 그러면 안심이야.”

    “그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산소를 아끼도록 하자꾸나. 일단 나가면 다 방법이 있으니까….”

    “응! 그럼, 나가면 그 사람 제압한 마법도 자세히 말해주는 거야! 오늘 이 길을 만들었던 마법이랑 같이!”

    “음, 그건 일단 상황을 봐서….”

    “꼭이야! 꼭!”

    그렇게 대화가 끝나자, 어떻게든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루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거, 당분간은 시루드를 피해다녀야겠군.’

    시루드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기 싫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없는 마법을 가르쳐달라는 건 곤란하다.

    궁금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 까지 안 만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린애들은 원래 약속이든 뭐든 금세 잊어버리니까.

    …잊어버리겠지?

    ‘저러다 내 집까지 따라오는 건 아닌가 몰라.’

    그러자 레니에가 참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아하하핫! 완전 어릴 때 루크님이랑 똑같아요! 그 스승에 그 제자네요! 루크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그에 루크는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모르겠군. 내가 그랬나?’

    -기억 안 나세요? 예전에 그 마고니인지 뭔지 하는 마법사한테 꽂혀서 한동안 저렇게 따라다녔잖아요!

    ‘아.’

    기억났다.

    마고니 엘이란 당시 이론만 무성하던 ‘월석을 이용한 공간장악계 마법’을 유일하게 성공시켜, 그 원리로 공간술식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모두에게 보여준 대마법사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어릴 적 한동안 졸졸 따라다녔던 적이 있는데, 자신을 잘 만나주려고 하지않았었지.

    왜냐하면 그는 당시에 이미 육신이 끝에 다다른 말년이었던데다가, 새로이 학파까지 설립하여 일정이 바쁘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어린 날의 자신은 그런 배려보다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사람에 대한 갈망이 더 컸기에, 종국에는 예의 없이 그의 거처까지 찾아가 원망을 쏟아내기까지 했었다.

    그 때 마고니의 입장에서 자신을 봤다면 아마 시루드의 지금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상황에선 자신이 더 악질이지.

    시루드는 아직 자신에게 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신은 이미 누군가에게 했던 일이니까.

    루크는 입가를 매만지며 딴청을 피우듯 중얼거렸다.

    ‘그, 그냥 잠깐 잊어버렸을 뿐이야.’

    -어머, 잊어버렸다고요? 당신이? 지금 입으로 내뱉는 거 아니라고 막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그야! 타인의 시점으로 나를 바라본 적은 거의 없으니까. 왜, 다들 그렇잖은가?’

    -루크님도 참 귀여우시네요.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린애같아요.

    ‘…사실, 마법사는 실제로 하늘을 가릴 수 있어.’

    -아하하하! 그래요? 마법사는 가릴 수가 있어요?

    마치 어린아이가 어른 앞에서 허풍을 떠는 것을 본다는 듯한 레니에의 반응에 루크는 순간적으로 하늘을 가리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 이런 생각은 의미가 없으니까.

    그 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파이의 한발짝 늦은 질문에 루크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언니, 지금 하늘 가리고 싶어? 내가 구름들 불러올까?

    “……아니!”

    이젠 정말 혼자서도 무슨 말을 못 하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스승에 그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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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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