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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6

       그녀는 안다.

         

       아직 제 실력만으로는 백우진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몸을 끊임없이 개조한 덕분에 어떻게든 화경의 끝자락까지는 오를 수 있었으나, 높디높은 현경의 벽을 허물지는 못한 까닭이었다.

         

       이에 그녀는 천마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반드시 놈을 죽이고 싶은데, 힘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대체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천마는 백우진을 십만대산에 구류해두었던 적이 있다.

         

       본디 십만대산에 발을 들인 외부인은 철저하게 죽이는 것이 규율.

         

       그런데도 그는 살았다.

         

       십만대산, 마교의 총본산을 제집처럼 뛰어놀다가 당당히 빠져나갔다.

         

       천마신교 내에서 규율을 어길 수 있는 이는 천마 단 한 사람뿐.

         

       그의 막무가내식 행동은 전부 천마의 묵인하에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하여 그녀는 늘 의문이었다.

         

       ‘대체 교주님의 진의(眞義)는 무엇일까.’

         

       이따금 그를 죽이고 돌아오겠다며 당당하게 나선 이들은 모두 고혼(孤魂)이 되어 돌아왔다.

         

       본교의 앞길을 가로막는 최대의 난적은 살아남았고, 그녀의 충직한 신하는 죽었다.

         

       그런데도 천마는 그다지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결과가 당연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때로는 보고를 듣는 천마가 웃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혹 교주님께선 놈이 죽지 않기를 바라시는 건가?’

         

       신에게 의문을 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지워내지 못했다.

         

       이번 명령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곤륜산으로 향하는 백우진을 막으라고 했지, 죽이라곤 하지 않았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는 했으나…,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차라리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셨어도 되었을 텐데, 어찌하여?’

         

       비슷한 말이라도 풍기는 분위기라는 게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녀가 내린 명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되, 기왕이면 살려두는 선에서 막으라는 것처럼 들리지 않나.

         

       하여 그녀는 머리를 조아려 간청했더랬다.

         

       놈을 죽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이로써 판가름이 날 터였다.

         

       백우진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면 제 청을 매몰차게 거절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것이기에.

         

       그리고 천마에게서 들은 대답으로 그녀는 마음에 들어차 있던 미혹을 벗어 던졌다.

         

       “내 믿음이 모자랐구나….”

         

       그녀는 제 손아귀에 쥐어진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새빨간 불길이 하염없이 일렁이는 구슬.

         

       천마가 친히 나서 혈교주의 심장을 꿰뚫고 빼앗아 온 화행신주(火行神珠).

         

       힘을 바라는 그녀에게 천마는 친히 그것을 내어주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의심을 거뒀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베풀 수 있는 최고의 힘이란 것을 알기에.

         

       본디 주인으로 인정받은 자가 아니면 힘을 다룰 수 없는 오행신주지만, 그녀에게는 이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고독을 심으면 돼.’

         

       수행신주에 집어넣었던 고독과 같은 것을 넣어 내부를 장악한 뒤, 그 힘을 끌어내면 된다.

         

       하지만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다.

         

       수행신주에 심은 고독은 몇 년을 공들여 만든 제 자식과도 같은 아이.

         

       화행신주에 심는 고독은 이를 흉내 내어 만든 열화판에 불과했기에.

         

       그만큼 출력에 제한이 걸리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당도해야만 하는 곳은 곤륜산.

         

       불에 활활 타오르는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그녀는 곧장 기존의 마물들을 미끼로 삼아 던져두고 곤륜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불을 질렀다.

         

       곤륜파 및 백우진 일행에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선사하기 위해.

         

       그런데 그 계획이 처음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화행신주의 기운으로 만든 불꽃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꺼트릴 수 없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이 불을 제압하는 데에는 애 먹을 줄 알았건만.

         

       “설마 수행신주를 다룰 줄이야….”

         

       백우진과 함께 북해빙궁에서 나온 용설란이 일을 망쳤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상태가 위태로워 보이는 수행신주가 들려 있었다.

         

       물의 힘이 담긴 수행신주는 화행신주의 천적.

         

       그녀가 솟아오르게 한 물결이 불을 뒤덮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 작전은 안 돼.”

         

       작은 불을 여럿 놓는 것 정도로는 불가능하다.

         

       그래봤자 용설란의 수행신주에 의해 빠르게 진압되어 힘만 낭비하는 꼴만 될 테니까.

         

       그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백우진.

         

       그가 힘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면 그 무엇도 의미 없는 행위에 불과했다.

         

       “…….”

         

       제법 긴 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깨달았다.

         

       그를 죽일 방법은 단 하나뿐임을.

         

       “흣…!”

         

       그녀의 의지가 화행신주에 심어둔 고독에게로 전달된다.

         

       ‘날뛰어라.’

         

       그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신주 안에서 마구 날뛰기 시작하는 고독.

         

       그와 동시에 불안정해진 화행신주의 불길이 구슬 안팎을 넘나들었다.

         

       “으극…!”

         

       그녀는 그것을 강제로 몸에 받아들였다.

         

       화르륵!

         

       이루 말할 수 없는 강렬한 불길이 몸속의 혈도를 타고 내달린다.

         

       “끄윽, 끄아아아악…!”

         

       그럴 때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산비탈을 마구 굴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혈도를 타고 내달린 불길이 무려 반나절 만에 대주천을 완성했을 때.

         

       “크으으…!”

         

       그녀는 입 밖으로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제 손을 가슴에 박아 넣었다.

         

       푸욱-!

         

       살갗과 근육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손톱.

         

       이윽고 심장에 구멍을 낸 뒤, 그곳에 구슬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밀려오는 격통!

         

       “끄아아아아악-!”

         

       듣는 이의 오장육부마저 녹아내릴 것만 같은 비명이 곤륜산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죽고 싶다.

         

       차라리 이대로 온몸이 녹아 없어졌으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녀의 의지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이는 천마였다.

         

       미혹에 휩싸여 힘을 청하는 제게 화행신주라는 보물마저 안겨준 나의 신.

         

       고통 속에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는다.

         

       ‘난…, 죽는다.’

         

       그녀는 죽는다.

         

       인정받지 못한 몸으로 화행신주의 불길을 흡수하여 돌린 뒤, 심장에 박아 넣는 것으로 그녀의 죽음은 완성되었다.

         

       그 대가로 힘을 얻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곤륜산, 아니, 청해성 전체를 화마 속에 휩싸이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미증유의 힘을.

         

       “하아아….”

         

       고통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진미연.

         

       불길의 힘을 버티지 못한 그녀의 가슴에는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균열이 생겼다.

         

       심장이 뛸 때마다 붉은빛을 뿜어내는 죽음.

         

       쩌적!

         

       가슴에서 비롯된 균열이 한 마디 더 길어졌다.

         

       그녀는 제 결말을 어렵지 않게 떠올렸다.

         

       이 균열이 온몸에 퍼지는 순간 제 육신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리라.

         

       “후흐흐흐….”

         

       그래도 상관없다.

         

       저승길에 결코 혼자 오르지 않을 것이기에.

         

       “자아…, 축제를 벌이자.”

         

       두근!

         

       그녀의 손끝에서 쏟아져 나온 새빨간 불길이 뒤따르는 마물들의 육신을 집어삼킨다.

         

       “크르르아아!”

       “크워어어!”

         

       불길은 그들의 육신을 서서히 불태움과 동시에 힘을 안겨주었다.

         

       광란의 불길에 휩싸인 마물들을 향해 그녀가 명령을 내렸다.

         

       “자아, 가라! 어디든 가서 너희의 삶을 불살라 이곳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안겨주거라!”

         

       동, 서, 남, 북.

         

       마물들의 발걸음이 흩어진다.

         

       그들의 걸음마다 불꽃이 피어오르고, 길을 가로막는 나무는 산산이 부서져 비산한다.

         

       순식간에 펼쳐지는 지옥도.

         

       그 황홀한 모습에 그녀는 웃으며 체내에 잠들어 있는 기운을 순식간에 터뜨렸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불길이 주변을 전부 불태우며 점차 그 영역을 넓혀 나간다.

         

       그 가운데에서 그녀는 광소했다.

         

       “꺄하하하하하!”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감각은 느꼈다.

         

       두 개의 기척이 이곳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음을.

         

         

       * * *

         

         

       그들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시작된 방화는 두 번, 세 번 이어진다고 해서 이상할 게 없었기에.

         

       그것은 야심한 밤의 한 자락에도 마찬가지였다.

         

       “부, 불길이 치솟는다!”

       “어, 어어…, 저게 대체 몇 곳이야!”

         

       곤륜산 곳곳에 피어오르는 불기둥.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제자들이 황급히 달려가 곤륜파의 모두에게 이를 알렸다.

         

       가장 먼저 밖으로 나선 백우진은 곳곳에서 불길이 터져 나오는 곤륜산을 보며 분노했다.

         

       “미친년…!”

         

       불길에 휩싸인 마물들이 곳곳에서 날뛰고 있다.

         

       산 전체에 혼란을 주기 위해 진미연이 내린 명령일 터.

         

       그렇다면 진미연은 어디에 있는가.

         

       그가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을 즈음.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불길이 사방팔방 뻗어나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보았다.

         

       “…….”

         

       이는 하나의 신호였다.

         

       자신은 여기 있으니 어서 찾아오라는, 제게 보내는 신호.

         

       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문 그가 그녀에게 향하려 할 때였다.

         

       “이보게.”

         

       뒤따라 나온 명현이 분노에 휩싸인 백우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멈춰 세웠다.

         

       “마음을 가라앉히게.”

       “…….”

         

       참으로 묘했다.

         

       곤륜산과는 별다른 연이 없는 자신조차도 화가 나는데, 곤륜파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어찌하여 저리도 평온할 수 있는지.

         

       “나 역시도 화가 끓어오르고 있네.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않겠나.”

         

       분노하기는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백우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평생을 아껴온 곳이다.

         

       그런 곳이 까맣게 그을리고 있는데 어찌 평온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럼에도 평온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자네, 노부와 약속했지?”

       “약속이라면….”

       “그 악녀를 내게 넘긴다는 약속 말일세.”

       “…….”

         

       분명 그리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르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달라지다 못해 급변했다.

         

       사방으로 불길이 퍼진 곳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다.

         

       분명 기운의 주인은 진미연일 터.

         

       대체 어떻게 이만한 기운을 얻었는지는 모르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지금의 그녀는 자신조차도 쉬이 승부를 장담키 어려운 상대라는 것.

         

       그렇기에 백우진은 명현을 설득하려 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네.”

         

       그의 시선이 거대한 불길이 일렁이는 곳으로 향한다.

         

       “노부가 그녀에게 패했다는 사실도, 이를 갚아주기 위해 연명했다는 사실도.”

         

       다시금 고개를 돌린 그가 허허로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도 변하지 않았네.”

       “어르신….”

         

       무인이란 것들은 어째서 다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무모한 줄 알면서도 나아간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걸음을 돌리지 않는다.

         

       한 번쯤은 되돌아가도, 우회할 법도 하건만.

         

       어찌 이리도 답답한 족속들인지.

         

       통탄하며 그는 쓰게 웃었다.

         

       자신 또한 그 무인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의 마음을 구구절절 이해하고 있으며 차마 막을 수 없다는 것도.

         

       하여 백우진은 마지막 조건을 내걸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으음…, 혹 생사결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의 의심 섞인 물음에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또다시 패배해 돌아가시면 복수 정도는 해드려야지요.”

       “허허…, 이 고얀 친구 같으니.”

         

       매콤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으나, 그 속뜻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알기에 명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세.”

         

       극적인 합의를 이룬 두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쏘아졌다.

         

       

       거대한 불구덩이 속으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눈작입니다.

    이틀 동안 잠시 정신을 다잡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내내 연재를 하다 보니까 조금 다급해진 부분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하루씩 정기적인 휴재일을 가져볼까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휴재 요일이 정해지는 대로 공지를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완결까지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늘 함께해주시는 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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