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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7

       내 뭉치 녀석을 데리고 오기로 마음을 먹은 까닭은 녀석이 살아남기 위해 되는대로 지껄이는 소리 중에서 본인의 귓가를 솔깃하게 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차원을 돌아다닌 뭉치의 지식은 본인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고 결국 녀석을 현대로 데려오는 데까지 이르렀지.

       

       그 중에서 본인의 귓가를 솔깃하게 만들었던 것은 먼 세계의 기운을 느끼고 자신의 기운이 다른 세계로 퍼져나가지 않게 하는 방책이었다.

       

       ‘그런 게 가능한가?’

       ‘당연히 되지. 그게 아니라면 나는 지금도 온갖 잡것들을 상대하고 있었을 걸.’

       

       뭉치가 지니고 있는 기운은 다른 세계에 있는 자들도 쉬이 관측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그런 녀석이 조용히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지를 다른 세계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단 증빙일지어니.

       

       만일 녀석의 방식으로 본인의 경지를 유출하지 않는 게 가능해진다면 본인도 복슬복슬 천국에서 영원히 거주할 수 있다는 소리일 터!

       

       한 번 천국을 경험해 보았으며 또한 회사에서 다른 천국을 느껴보았던 본인은 하루 빨리 그를 익히고 싶어 몸이 달아 있었다.

       

       “자. 이러면 된다. 쉽지?”

       “…뭐?”

       

       허나 본인이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뭉치는 답잖게 고상한 녀석이다.

       

       본인처럼 세상을 짓눌러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규율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즐겨 쓰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녀석은 본인에게 가르침을 주면서도 그 고상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위상이 어쩌고. 우주의 규칙이 저쩌고. 빛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절로 머리가 어지러워지더군.

       

       “하아 .다시 한 번 말을 해주마. 이 기운을 보면 알겠지만…”

       “오오. 이 흐름을 그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인가. 신기하군.”

       

       정작 배움이 필요한 본인이 아니라 바루에게 도움이 되는 설명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좀 쉽게 설명할 수 없나?”

       “지금도 충분히 쉽게 설명하고 있는 거다! 차원을 넘을 줄 아는 너라면 이 정도는 알아들어야지!”

       “이것과 차원을 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너 대체 어떻게 차원을 넘어 다니는 거냐?”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뭉치의 말에 차원에 균열을 내는 것을 보여 주었더니 녀석이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딴 게 가능하다고?”

       “왜. 그대도 제멋대로 규율을 바꾸어대지 않나. 비슷한 것이다만.”

       “환경을 바꾸는 거랑 세상이 자기 말을 따르게 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거든?! 젠장!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는 녀석한테 내가 패했다니!”

       “그대의 약함을 되새기는 것은 좋다만.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본인에게 적당한 방법이나 말해봐라.”

       

       지금 본인이 인내심을 가진 까닭은 어디까지나 그대가 햄스터의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보드랍고 빵빵한 볼이 아니었더라면 진즉에 손이 나갔을 터인 바.

       

       빠르게 본인을 수긍할 수 있게 하지 않는다면 본인은 그대를 향해 험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마음대로 규칙을 바꿀 수 있으면 그냥 네 멋대로 하면 되잖아! 왜 나한테 난리인데!”

       “그게 됐으면 네 녀석에게 이런 걸 묻지도 않았겠지.”

       

       지금 본인이 지닌 힘이 뭉치를 한참 뛰어넘었단 걸 생각해보면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을 듯 하긴 하다만서도.

       

       문제는 본인이 차원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무공이라면 무엇이든 일정경지 이상으로 펼쳐 보일 수 있는 본인도 아예 알지 못하는 무공은 선보일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을 굴복시켜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본인이라도 아예 이해하지 못한 것은 세상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뭉치 녀석이 설명하는 것을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마는 이 놈이 자기만 알아듣는 언어로 주절거리니 어찌 본인이 저를 받아들일까.

       

       “헛소리 하지 말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재빨리 내놓도록 하라. 본인의 인내심이 무한할 것이라는 추측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님을 기억하고.”

       “…일단은 어디부터 모르는 지를 알아보자. 설명을 하건 말건 할 수 있을 테니.”

       

       그 후로 뭉치는 본인에게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다.

       

       그 안에 담긴 단어는 시간이 지날 때마다 종류를 달리했지만 그에 대한 본인의 답은 언제나 한결 같았지.

       

       “모른다.”

       

       평생을 무를 수련해온 본인에게 바루조차도 머리를 끙끙 싸매며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들 어찌 알아들으란 말이냐.

       

       이래서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는 것들이 안 되는 것이야.

       

       자신의 시선에서 밖에 다른 이들을 볼 줄 모르니 이 꼴이 나는 것 아닌가.

       

       “어떤 놈들은 자기 영혼을 팔아가면서까지 들으려하는 지식을 알려주고 있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

       “꼬우면 강했어야지.”

       “…흐아악! 흐아아악!”

       

       뭉치가 지랄발광하는 모습을 느긋이 지켜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끙끙거리던 바루가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아라야. 내 짧은 식견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저것을 이해하려면 마법 쪽의 지식이 필요할 듯 하다만.”

       “…마법?”

       “그래. 마법.”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아피스에 접속해서는 그 곳에서 자신의 도술을 시험하던 바루는 온갖 세상의 존재들을 상대해 보았다.

       

       서로 다르나 비슷한 무림의 출생을 지닌 이들부터 시작하여 무림에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이계의 생명체까지.

       

       그 모든 것을 상대해 보았던 바루는 마법이라는 것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다.

       

       “세상의 규칙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뭉치의 방식에는 마법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당하겠지.”

       “그런가?”

       “물론. 당장 본인도 흥미를 가지고 그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야.”

       

       허어. 뭉치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마법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여태까지 마법을 외면해 왔거늘 이렇게 배움의 필요성이 생겨나다니.

       

       “아라 그대가 지닌 권능을 생각해본다면 마법의 개념만 이해해도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야.”

       “…설명해주겠나?”

       “으음.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다만 본인도 마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서 그러지 못하겠군.”

       

       개념을 설명해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 생각을 하지만 바루는 스스로의 앎이 부족하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으으음. 바루가 안 된다면 본인의 주변 사람 중에선 도움을 줄 이가 마땅찮군.

       

       회사 측의 마법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나?

       

       아. 그러고 보면 본인의 방송 게시판에 마법의 배움과 관련된 것이 많이 올라왔었지.

       

       문득 생각이 나서 방송 게시판에 들어가 본 나는 추천 순으로 정렬을 해서 괜찮은 게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맨 위에 있는 것은 본인이 규율을 제멋대로 바꿨을 때의 일이고. 그것을 넘기고 나면.

       

       그래. 이거면 괜찮겠군.

       

       [마법 기초 배울 때 제일 좋은 게임.]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자기 키만한 지팡이를 들고 위를 노려보는 사진.>

       

       그건 바로 ‘마법소녀 매지컬☆리리컬’이야!

       

       씹덕들이나 좋아할 미소녀 똥겜 같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지?

       

       물론 네가 생각하는 게 대부분 맞겠지만 한 가지는 아냐!

       

       이 게임은 갓겜이거든!

       

       아피스를 만든 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인데 어떻게 똥겜일 수가 있겠어!

       

       생동감 넘치고. 전투 시스템 괜찮고. 난이도 준수하고. 엔드 컨텐츠까지 있다고!

       

       거기에 더해 행동과 대사, 마력의 움직임으로 마법을 구현하는 방식이 마법을 익히기에 적합해서 마법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는 게임이기도 해!

       

       마법에 서투른 당신!

       

       편견을 버리고 한 번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

       

       – 그 쪽 회사에서 만든 거였어? 첨 알았네.

       └ 그래서 쓸데없이 퀄리티 개 쩜 ㅋㅋ

       └ 이런데 투자할 시간에 아피스 업뎃이나 해주지.

       

       – 와! 마매리 아시는구나! 이거 진짜 갓겜입니다!

       

       – 겜한분 있음? 설명 다 팩트임?

       └ 놀랍게도 팩트입니다.

       └ 벌칙방송하는 스트리머들 하나 같이 왜 이리 퀄리티 좋냐 그럼.

       

       – 설명 하나도 안 읽었지만 어쨌든 화령이 해주면 좋겠다.

       └ ㄹㅇ

       └ 근데 화령은 잘 할 것 같은데?

       └ 너무 진짜일 것 같아서 기대됨.

       └ 화령. 연기 잘하니까.

       

       – 그래서 님. 최애캐가?

       └ 나 이 게임 안 해!

       └ ㅋㅋㅋ

       └ 걍 화령 시킬라고 글 적은 거였냨ㅋㅋㅋ

       └ 리얼 겜안분이었네.

       

       평소의 나였다면 이 글을 보고서 대충 넘겨버렸을 것이다.

       

       본인은 이런 것을 유쾌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마법의 개념을 익혀야 한다는 필요성.

       

       거기에 더해 엔리가 시키는 벌칙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상태라 이 선택지가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엔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라 씨. 무슨 일이에요?”

       “이번에 엔리 씨가 저한테 벌칙 시키기로 했잖아요.”

       “메이드 복 입고 대접해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건 그런데요. 지난 번에 메이드 복 입고 잔뜩 돌아다녔으니까. 또 같은 거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요?”

       “마법소녀 게임으로 벌칙을 대신해도 괜찮을까요?”

       

       어차피 수행해야 할 벌칙. 마법의 개념을 익히는 김에 겸사겸사 처리할 수 있다면 이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부디 엔리가 이를 허락해 주어야 할 터인데.

       

       만일 거절하면 어떤 식으로 엔리를 설득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이지만 이런 고민은 순식간에 무의미해졌다.

       

       “당연히 괜찮죠! 마법 소녀 아라라니! 완전 재밌을 것 같아요!”

       

       엔리의 수락을 들은 나는 마이튜브에 들어가 마법 소녀에 대한 것을 검색해 보았다.

       

       그 게임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가면을 쓰게 될 터인데 기왕이면 그 가면의 완성도가 높으면 좋지 않겠느냐.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반드시 쓰러트리겠어!’

       “…허. 이 짓거리를 할 생각을 하니 닭살이 절로 돋는 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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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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