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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7

    <477 – 넘버즈보물고>

     

    견학은 빠르게 끝났지만 대신 즈앙의 관심사는 보물고로 이동했다.

     

    “벨벳 선배가 제공한 보물고 열람권한. 이건 언제 어디서 쓸 수 있어?”

    “그냥은 못 쓰고 2학년이 되면 한 번씩 들어갈 수 있긴 해.”

    “2학년?”

    “넘버링 티켓으로 입학한 사람들은 자기 티켓 번호에 해당 되는 넘버링 아티펙트를 확인할 수 있거든. 장비빨 금지하려고 마갑 같은 것도 소지허가나 이용허가를 포인트 주고 사게 했으니 귀족들은 개인장비부터 먼저 해금하겠지만 그런 장비가 없는 뉴비들은 넘버즈 대여를 위해서 원기옥을 모으는 거야!”

    “그냥 가져가면 안 돼?”

    “넘버링 아티펙트는 교수님들도 노리는 아티펙트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야. 도둑질은 브론즈 교수님이나 가능할걸?”

     

    즈앙은 심드렁했다.

     

    “이미 오크노디네 파파가 선물해준 훈련의탑 보물도 있는데.”

     

    즈앙이 꺼내든 것은 하루가 지나면 저절로 암기가 보충되는 암기케이스(+7강)였다.

    암기를 많이 다루는 즈앙에게는 적절한 보물이다.

    다른 친구들이 불필요한 보물을 물물거래 하거나 포인트 주고 판매했음을 감안하면 운이 따른 편이다.

     

    “그래도 보물고 넘버즈 아티펙트가 더 좋아.”

    “왜?”

    “현존하는 아티펙트 중에서 공식순위 1위부터 999위 내에 해당하는 유용성을 지닌 아티펙트만을 엄선해놓은 보물이니까. 게다가 보물고의 넘버즈는…”

    “넘버즈는?”

    “전부 10강 이상인 유물급 이상이야!”

    “!”

     

    +5강의 보물보다 +10강의 유물이 더 좋은 것은 당연지사.

    즈앙이 암기케이스를 내려보았다.

     

    “이 암기케이스가 10강이 되면 어떤 효과가 더 생길까?”

    “암기에 무작위 독이 발라질 수 있겠지?”

    “독!”

    “인챈트가 걸려서 충돌 시에 폭발하거나 주변을 늪처럼 만들고, 적중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효과가 생길지도 모르고.”

    “인챈트!”

    “암기케이스가 강화효과로 마나가 휘몰아치며 엄청엄청 강하게 보일지도!”

    “그건 눈에 띄니까 곤란해.”

     

    여우가면을 쓰면서 말해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보물고에 대한 욕심은 생겼나보다.

     

    “기본적으로 상급반에 입학하면 다들 플래티넘티켓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 보물고 출입은 가능할 거야. 2학년이 되면은.”

    “오크노디는 몇 번 티켓을 가지고 있어?”

    “15번. 더블 넘버 중에 가치가 높은 숫자야!”

     

    말이야 당당하게 하고 있지만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다.

    티켓은 티켓. 보물은 보물.

    사실 무작위로 랜덤으로 받는 줄 알았다.

    그래도 미하엘의 티켓을 받으면 대체로 좋은 보물에 당첨된다, 라는 막연한 경험론적 지식만이 있었을 뿐.

    그걸 명쾌한 수치와 연결지으니 보물고의 아티펙트와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었다.

    <미하엘이 인정한 재목>.

    히든평판을 지닌 응시생은 입학시험 평가도 좋고 이후에도 다수의 긍정적인 보정을 받는다는 효과에 고가치 아티펙트의 열람권한도 포함된 셈이다.

     

    “즈앙은 몇 번 티켓 가지고 입학했어?”

    “더블넘버가 하나. 트리플넘버가 또 하나. 번호로는 39번과 143번.”

    “어? 그 번호는 지젤 아저씨껀데.”

     

    즈앙이 움찔했다.

     

    “지젤아저씨 티켓을 양도받았어?”

    “응.”

    “어째서?”

    “거래를 했어.”

    “으으음.”

    “싫어?”

    “아무래도 조금? 지젤아저씨는 입학시험을 줄곧 함께 한 동기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도 되어주셨는걸.”

    “그래도 그냥 돌려줄 수는 없어. 정당한 거래의 결과로서 받은 거야.”

     

    즈앙도 나름 편법을 쓰긴 했지만 행위 자체에 불법적인 폭력이 들어가지는 않았나보다.

     

    “그럼 나랑도 거래를 해!”

    “무슨 거래?”

    “보물고에 조기입장하려면 학생회의 허가와 교수님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해. 교수님의 허가도 받게 해줄 테니까 트리플 넘버 티켓의 소유권한은 지젤아저씨한테 돌려줘!”

     

    어차피 1학년이 모은 포인트로는 넘버즈 아티펙트의 교내대여비조차 내기 빠듯하다.

    즈앙이 입술을 삐죽였다.

     

    “오크노디는 지젤아저씨가 좋아, 내가 좋아?”

    “즈앙이 좋아!”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도록 눈감아주면 안 돼?”

    “지젤아저씨도 좋은걸.”

    “지젤아저씨를 좋아하면 내가 오크노디를 미워한다고 해도?”

     

    헉. 어떻게 그런 못된 생각을!

     

    “즈앙은 나쁜아이구나!”

    “킥킥. 맞아. 나 나쁜아이야. 그래도 지젤아저씨 몫을 지킬 거야?”

    “지킬 거야. 지젤아저씨는 유니크한 인재이니까!”

    “나는?”

    “즈앙은 지젤아저씨보단 덜 유니크해!”

     

    즈앙의 얼굴에 충격이 감돌았다.

     

    “내가 그 아저씨보다 별로야?”

    “출현빈도가 더 높긴 하지?”

    “수염도 난 아저씨한테 내가 진 거야?”

    “출현빈도는!”

    “…그 출현빈도라는 건 대체 뭐야?”

    “아카데미에 등장할 확률!”

     

    즈앙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조건이 있어.”

    “힝. 무슨 조건?”

    “방학에 같이 스승님을 만나러 가는 조건.”

     

    ━━━

    <겨울방학 이벤트>

    방학을 함께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의 징표!

    즈앙은 당신과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되고 싶어합니다.

    위험천만한 암살자 아가씨의 스승을 만나러 가는 길.

    당신은 우정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안전을 위해 우정을 멀리할까요?

    조심하십시오.

    우정에만 눈이 먼 사람은 다가오는 위험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

     

    즈앙의 스승님은 륭 노사.

    대륙십대도둑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다.

    대륙에서 열 번째로 유명한 도둑.

    암살관련 레어기능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분이시지.

     

    “그래, 만나러 가자!”

    “정말? 무섭거나 꺼려지지는 않아?”

    “우리 파파가 더 무서운걸!”

     

    과연.

    파파를 떠올린 즈앙의 표정이 긴장에 굳었다.

     

     

    * * *

     

     

    “허가하마.”

     

    브론즈 교수는 제 가슴팍에나 머리가 닿을 아이들에게 간단히 보물고 입장권한을 허가했다.

    허가를 받은 아이들이 보물을 훔치려 들거나 테러를 저지르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것은 본인이기에 1학년에게는 쉽게 허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매주 지하에서 당사자들은 일퀘, 혹은 요일던전이라고 부르는 특훈을 받는 오크노디와 즈앙의 성실함은 이미 브론즈에게는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 애들이 얻을 보물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브론즈 교수는 인솔자 권한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자진해서 보물고로 향했다.

    아카데미에서도 넘버즈보물고는 중요시설이니만큼 어차피 1학년들끼리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멋대로 들어가겠다고 찾아 헤매면 귀한 제자들이 실종될지도 몰랐다.

     

    <함정해제>

    <함정해제>

    <강제전송>

    <함정해제>

    <발동지연>

    <함정해제>

    <작동정지>

     

    걸어가면서 지팡이 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들기기만 해도 연달아 작동을 멈추거나 해제되는 함정들.

    성가신 것들은 작동조건을 변경하거나 차원저편으로 던져버리니 1년생들은 함정의 위험 없이 멀쩡히 따라올 수 있었다.

     

    “오크노디. 방금 대마법 해제급의 마나파장이 번지지 않았어?”

    “아마 맞을 거라고 생각해!”

    “여기, 우리끼리 왔으면 죽었겠지?”

    “운이 없으면? 머 그래도 괜찮아! 아는 패턴이 많으니까 0.01% 이단억까만 안 당하면 안 죽어!”

     

    99.99%로는 살아서 돌파할 자신이 있단 말인가.

    대마법이 해제되는 마나파장을 실시간으로 받으면서 하는 말이다.

    이건 허세라도 놀랍다.

     

    “재단의 조기교육은 언제나 생각하지만 놀라운 수준이군. 도저히 11살 아이가 받을 수 있는 훈련의 양이 아니야. 오크노디 1년생은 혹시 시간의 흐름이 뒤바뀐 특별한 차원계에서 훈련을 받다 온 것은 아닌가?”

     

    거침없이 씩씩하게 팔다리를 내저으며 뒤따라오던 오크노디의 보폭이 반 토막 났다.

     

    “몰?루겠어요.”

     

    100% 받았네.

    오크노디 1년생의 화법에 익숙해진 브론즈 교수는 그리 확신했다.

     

    “요즘 디스트로이어 교수와의 관계는 어떤가.”

    “가, 갑자기 왜요?”

    “잡지 않아도 되는 손을 잡는다던가, 밤에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던가, 좋은 장난감을 구경하지 않겠냐면서 꼬신 적은 없었나?”

    “저녁밥 먹었어요!”

    “확신범이군. 아, 신경 쓸 것 없다. 아무것도 아니야.”

     

    넘버즈보물고에 도착한 브론즈 교수는 보물고 입구의 마나패널을 가동시키고는 손을 옆으로 활짝 뻗었다.

    그녀의 동작을 따라 단숨에 떠오른 수십 개의 마나술식이 패널에 입력됐다.

     

    “오크노디 1년생. 즈앙 1년생. 온 김에 기억해두거라. 넘버즈보물고에 입장하려면 999개의 함정을 돌파하고 99개의 보안술식을 입력해야 한단다.”

    “함정과 보안술식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어요?”

    “보물고 담당교관에게 포인트를 주고 정보를 얻거나 물물교환으로 서로 알아낸 정보를 교환해야 하지.”

    “…포인트는 얼마나 들어가는데요?”

    “함정 1개당 1000포인트. 술식 1개당 10000포인트.”

    “……한번 들어가는데 1989000포인트?”

     

    브론즈 교수는 훗 웃으며 단단히 쫄아버린 즈앙 1년생을 위로해주었다.

     

    “물론 그 많은 포인트를 고스란히 지불하는 것은 열등생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

    “우등생은 교수님들이 정답을 알려주는 건가요?”

    “아니. 몸으로 함정을 들이받아도 살아남거나 술식을 제한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직접 풀 수 있지.”

    “……제한시간이 경과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요?”

     

    브론즈 교수의 시선이 물끄러미 천장으로 향했다.

    삐걱삐걱 경직된 고개를 들어 올린 즈앙이 천장의 피가 굳은 철판과 전송마법진을 발견했다.

     

    “늘어나는 무게를 견뎌내면서 버티거나, 전송마법진을 타고 감옥으로 도망치거나. 참고로 자격 없는 자가 보물을 눈에 담으려 한 죄는 3일 수감이란다.”

    “……”

    “물론 <안목키우기>와 <해체의 모든 것>을 배운 너희라면 함정 999개 중에 반절은 대응 가능할 거란다. 다른 1년생들보다는 훨씬 우위를 점한 셈이지. 고맙지 않니?”

    “정말로요? 반절이나요?”

    “걸려도 죽지 않을 함정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는 함정이 반이나 있잖니. 그 정도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

    “…………”

     

    즈앙의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컴퓨터가 무사히 수리되었습니다.
    이제 몸을 수리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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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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