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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7

       “후우, 후우, 후우.”

        

       제이든이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멍투성이였다. 심각할 정도로 다친 것은 아니지만, 그 상태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놀랄 만큼 다쳤다.

        

       그건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검’을 들지 않은 상태에서 급습당했기 때문일까? 검술과 격투술이 다른 방향이라 그런 것인지, 루카스가 묘하게 열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손수건을 꺼냈다.

        

       음……. 하나뿐인데.

        

       일단은 코에서 피가 살짝 흐르는 제이든에게 주기로 할까.

        

       “오, 고맙다, 동생!”

        

       제이든은 활짝 웃으면서 손수건을 받았다.

        

       “……너 가져, 그냥.”

        

       제이든이 코에 손수건을 대는 것을 보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루카스를 보았다.

        

       내가 제이든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기라도 했는지, 루카스는 이상하게 풀죽은 표정이었다.

        

       “내 동생을 건드리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임마.”

        

       너는 피까지 흘리는 녀석이 그런 말을 하냐. 뭐,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풀리긴 했다.

        

       나도…… 한때는 남자였다. 물론 피 터지게 싸우고 그랬던 적은 없지만, 친구랑 투덕거리며 싸워본 적은 있다.

        

       당장은 서로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한바탕 싸우고 나서 앉아 생각해보면 사실은 별것도 아닌 이야기인 경우가 많았다.

        

       그건 남동생과도 마찬가지였고. 친구건, 형제건, 결국 함부로 버릴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고 살아가다 보면 서로 마음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봤냐? 응? 실비아, 봤느냐? 이 오라버니가 널 괴롭힌 녀석을 혼쭐내주었다.”

        

       “하.”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웃어?”

        

       제이든이 다시 발끈하자, 루카스는 여전히 어이없다는 듯한 태도로 뒷머리를 거칠게 긁은 뒤 제이든을 노려보았다.

        

       “내가 저 녀석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네 그 솜 같은 주먹으로 해결하기 힘들 거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나는 루카스에게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죽음으로 빚을 갚겠다는 무사냐고. 죽어봐야 나한테는 돈 한 푼 안 들어오는데.”

        

       물론 돈이 필요 없는 위치이기도 했지만.

        

       나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테이블에 오래 방치되기라도 했는지, 엄청 눅눅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네 그 하찮은 목숨으로 감히 내 여동생을 학대했던 행위가 지워지리라 생각하냐?”

        

       “…….”

        

       자리에서 일어나는 제이든의 말에 루카스는 할 말을 잊었다.

        

       “내 주먹은 네 죄를 사하겠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냥 오라버니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제이든은 테이블로 다가오더니, 나처럼 한쪽 면을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가, 나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손님을 받을 거라면 좀 제대로 된 음식을 내놔라.”

        

       “그리폰을 타고 창문을 깨고 들어와 놓고 손님이라고?”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네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만, 용서라는 건 원래 용서해 주는 쪽의 의사에 완전히 달린 거다. 네가 아무리 납득하지 못해도 용서하는 이가 용서한다면 그걸로 끝이야. 그 마음을 가지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죗값을 하면 된다.”

        

       나는 경악한 표정으로 제이든 쪽을 보았다.

        

       이런 소리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훗.”

        

       하지만 내가 시선을 보내자마자 제이든은 그렇게 말하며 앞머리를 쳐올려서, 분위기를 와장창 깨버렸다.

        

       “이렇게 보여도 아래 아무도 없던 저 녀석과는 다르게 기사단장이었거든. 부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충성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지. 천치 같은 저 녀석은 모르겠지만.”

        

       “…….”

        

       루카스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는…….”

        

       “그렇게 살면 된다. 왜, 죄책감 같은 건 처음 느껴보나 보지?”

        

       제이든은 계속 말했다.

        

       “기사단을 운영하다 보면 죽는 사람이 나오는 법이다. 아무리 전쟁이 없는 시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작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남은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법을 배웠고.”

        

       그렇구나.

        

       제이든은 기사단장이었다.

        

       황제의 아이 중 ‘얼굴이 알려진’ 쪽.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비밀작전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공식적인 곳에서 황가의 유능한 인물로 얼굴을 보이는 쪽은 훨씬 더 많은 쪽이었다.

        

       내 앞에서는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굴어서 체감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쪽에서 최선을 다해 말했는데도 저쪽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반대로 저쪽에서 되었다고 하는데 이쪽에서 마음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최선이니까.”

        

       루카스는 제이든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도, 이렇게 갇혀 지내는 시간이 끝나면 이번 전투에서 피해를 본 이들의 가족을 찾아갈 생각이다. 다행히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거든. 이건 진 쪽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너는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잘 생각해보라고. 사과할 대상이 바로 근처에 있는 데다 별다른 말 안 해도 받아주겠다고 하니까.”

        

       “……그런 건가.”

        

       “그런 거야.”

        

       나는 제이든의 말에 편승하기로 했다.

        

       루카스는 한동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가, 하아, 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알았어.”

        

       이게 진짜로 효과가 있었네.

        

       솔직히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으로 저지른 짓인데.

        

       그렇다.

        

       그리폰을 이용한 막 나가는 작전은, 사실 반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짜낸 작전이었던 것이다.

        

       제이든한테는 평생 비밀로 할 생각이고.

        

       “언제 한 번.”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일이 다 끝나면, 다 같이 모여서 여행이라도 가자. 어디든 갈 수 있겠지. 황자와 황녀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동생. 오라버니라고 불릴 권리는 그때 써야겠군.”

        

       “…….”

        

       제이든의 말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루카스 쪽을 보니, 여전히 마음이 완전히 가벼워진 표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다시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가.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두 사람 다 기겁하겠지만, 형제 좋다는 게 이런 것인가 싶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는 쪽이, 상처를 보듬기 좋은 법이니까.

        

       *

        

       좋아.

        

       제이든과 루카스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고…… 남은 애들은 벨라와 데미안인가.

        

       사실 황제의 아이들은 우리뿐만이었던 건 아니다. 나는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그 이전에도 있었다.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이제 와서 만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황제는 그 아이들도 전투에 이용했으니까. 내가 만나지 못한 아이들은 굳이 황제가 찾지 않았거나, 아니면 죽은 애들 뿐이다.

        

       그런 아이들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

        

       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고마워할 것 같지도 않고.

        

       “……먼저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할까.”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한숨을 푹 쉬면서 중얼거렸다.

        

       ……그 전에, 나는 조금은 쉴 생각이었다.

        

       사실 관계 회복 같은 것은 무조건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가만히 두면 내가 찝찝해지니 그냥 두기 싫을 뿐이다.

        

       앞으로 평생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할 텐데.

        

       아직도 적기조례라는 말 같지도 않은 법률이 적용되어 거의 기어가듯이 차 뒷좌석에 앉아있다가, 나는 그냥 걸어가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앞뒤에서 함께 다니던 자동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굳이 이런 호위 없이 다녔을 거다. 시간을 돌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능력은 없는데 내 지위는 제국에서 가장 높은 곳 근처까지 올라가 버렸다.

        

       앞으로도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할지, 벌써 정신이 아득해진다.

        

       힘을 쓸 거면 우선 그 힘을 낼 만한 에너지원을 섭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카데미 근처에 있는, 우리가 자주 들리던 카페를 향했다.

        

       아직 아카데미를 졸업한 건 아니다. 아직 2년 남았다.

        

       3월이다. 4월에 개학하기 전까지 2주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은 방학이었다.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애매한 기간이라, 제도에 사는 학생들이 아니라면 거의 아카데미에 남아있었다.

        

       “실비아!”

        

       그리고, 그 남아있는 사람 중에서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샤를로트.”

        

       나는 웃으며 그쪽으로 향했다.

        

       카페 주인은 언제나처럼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나도 그게 좋았다. 내가 처음 가는 가게는 보통 너무 호들갑스럽게 맞아주니 부담스러웠다.

        

       “뭔가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가볍게 커피 한잔하고 있었던 듯, 샤를로트의 테이블에는 디저트도 없이 커피잔만 달랑 있었다.

        

       “지쳐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성과를 낸 것 같은 얼굴이에요. 가끔 아버지가 짓는 얼굴인데.”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샤를로트가 웃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좋은 일이야 있었지. 형제 두 명을…… 화해는 아니더라도 서로 대면시켜주고 오는 길이거든.”

        

       “그런가요.”

        

       샤를로트는 굳이 깊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다음 일을 하기 전에, 조금 쉬려고. 아마 이쪽은 훨씬 오래 걸릴 테니까.

        

       “고생이 많네요.”

        

       “정말이야.”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웨이터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일단은…… 음, 오랜만에 파르페라도 먹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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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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