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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7

    그렇게 조용히 길을 걷던 순간이었다.

    -루크님, 아까부터 이상한 게 있는데요.

    ‘뭐지?’

    -니드호그 말이죠.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모르는가? 아. 하긴, 너에겐 이런 정보가 필요 없었겠지.’

    몇천년을 살아온 그녀가 본드래곤의 기본적인 특성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은 어쩌면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본 드래곤의 약점인 신성력을 거의 무한정 쏟아낼 수 있는 레니에의 입장에서는 본 드래곤이 정면에서 들이닥친다해도 의미가 없다.

    불사자의 특성으로 생명조차 흑마법의 코스트로 지불되지 않으니 더욱 완벽한 상성이었지.

    그러니 딱히 본 드래곤의 약점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 자신 또한 굳이 귀찮게 설명을 하려고 한 적도 없었고.

    게다가 알아보려고해도 본 드래곤에 대한 정보는 모든 나라에서 극비로 부쳐져 통제되고 있으니 네트워크를 통해 그 원리를 알아볼 수도 없었겠지.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마, 휴식기 상태인 거겠지.’

    본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나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현대 마법의 기술로도 아직까지 드래곤을 능가하는 마력효율을 낼 수 없고, 그것은 드래곤하트를 동원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고칠 수 없는 태생적인 문제점이라고 해야하나.

    이는 기본적인 마력 저항법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마력을 움직이는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저항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모든 일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생명체는 어떤 행동을 하고 나면 그 사이에 마력이나 구조체를 정비해야하는 간격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마력의 운용이나 의지를 담아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처럼 너무나 당연한 사례 뿐 아니라,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까지 저항을 발생시키니까.

    생물이 어떠한 활동으로 피로를 겪고, 지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거기에 드래곤은 원체 몸집이 커다랗고 품은 마력이 압도적인 만큼 더욱 거대한 저항이 발생한다.

    드래곤의 거대한 몸집과 마나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저항을 발생시켜서, 마력 공급체와 몸체 모두에 아주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너무 과도하게 운용한다면, 드래곤의 몸에 마력을 들이붓는 마력코어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거나, 드래곤의 뼈 자체가 형체를 잃고 무너져버릴 수 있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긴 수면기를 거치는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큰 저항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니까.

    하물며, 죽은 드래곤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겠는가?

    죽은 것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더욱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하다.

    또한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기에, 약물을 통한 효과도 받을 수 없다.

    거기에 생명이 없으니, 마력의 생산도 불가능하다.

    그들이 마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외부의 공급이 유일.

    따라서 과거의 사례처럼 세계수의 권한을 빼앗아 저항의 법칙 자체를 박살내는 상황이 아닌 한, 본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약점이 명확하다.

    사실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약점이지만, 본 드래곤의 경우에는 더욱 도드라지는 경우라고 할까?

    그렇기에 지금은 안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그 한번의 활동만으로도 본 드래곤은 너무나 압도적인 결과를 내기에 대부분 간과하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만약 한번 휴식을 하게되면 중간에 끊지 못하고 최소한 10분은 쉬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부하로 제 힘을 내지 못해. 최악의 경우는 완전히 자멸하게 될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일을 저질렀다면…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겠군.’

    아까까지는 그 ‘한번의 활동’의 범위를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활동이 없다면 일단은 휴식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굳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니 우리는 당분간 안심할 수 있는 거지. 시루드도 막 정신을 차린 지 오래 되지 않았고.’

    니드호그가 움직임을 멈춘 게 약 8에서 9분 쯤 되었으니, 휴식을 최대로 계산해도 아직 10분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직은 시간이 있는 셈이다.

    굳이 방금 겨우 정신을 차린 시루드를 데리고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

    -그렇군요. 그런 약점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뭐, 그건 네가 관심이 없는 분야였으니까.’

    레니에로서는 관심도 없고, 쓸모도 없고, 알아볼 수도 없는 지식이었으니 당연히 무지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리고 잠시 후, 레니에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정확히 10분이라니. 그걸 믿기에는 이제 너무 옛날 이야기 아니에요? 새로운 기술같은게 나와서 그런 약점이 없어졌을 수도 있잖아요?

    레니에의 우려는 타당했다.

    루크가 아는 본 드래곤에 대한 대처법은 무려 5000년 전의 이야기.

    아무리 실전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더라도, 그게 5000년 전의 이야기면 말이 너무 다르지 않은가?

    5000년이면 충분히 세상이 격변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러니까, 충분히 자신들이 모르는 기술이 나와서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래도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부분은 법칙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해. 10분은 모든 고려사항을 따지고 봤을 때, 본 드래곤으로 이론상 가능한 최소치거든.’

    루크도 자신의 상식이 5000년 전의 것이라는 것은 안다.

    그 당시의 기술과 지금의 기술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10분의 벽은 깨트릴 수 없다.

    여기서 루크가 말한 10분은 이론상 어떠한 방해요소가 없고, 모든 조건을 최상으로 만족할 때의 결과니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기본적인 세계의 법칙은 어쩔 수가 없는 거다.

    그건 마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기본적인 규칙이었으니까.

    현대 마법에서는 마법으로 그 영향을 바꿀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을 제 2법칙, 오히려 마법이 법칙의 영향을 받는 기본적인 규칙을 제 1법칙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저항의 법칙, 그건 제 1법칙의 분류에 속하는 것이다.

    마법의 영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규칙.

    물론,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크는 그것이 가능한 딱 한가지 경우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자잘한 법칙따위는 어찌 되든 주물러버릴 수 있는 최상위 존재, 10서클이 되는 것.

    자신을 방해하는 법칙이 있으면, 그 막대한 권한으로 잠시 치워버리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 쯤 되면 대비라는 게 의미가 없으니 생각할 필요가 없지. 그 경우는 그냥 배제해야한다.’

    그리고 그런 힘이 있으면 굳이 이렇게 뒤가 구린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

    결국 목적이 무엇이든 그가 원하면 대부분 이뤄지게 될 테니 말이다.

    10서클이란 물질계에 도래한 필멸의 신, 그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이다.

    -음, 그게 그렇게 막강한 권한이 필요한 건지 몰랐네요. 루크님은 뭐든 마법으로 다 가능하다고만 했으니까 그냥 막연히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레니에도 적당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레니에. 내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데.’

    -네, 뭔가요?

    ‘내 다음대 10서클 유저는 누구였지?’

    그것은 루크가 그동안 혼자서 많이 궁금해했던 주제였으나, 알아볼 길이 없어 포기했던 질문중 하나였다.

    자신이 죽은 후 흐른 세월이 무려 5000년이나 되는데, 그 중간에 10서클 유저가 단 한명이라도 생겼을 것이 아닌가?

    루크는 과연 그는 그 막대한 힘을 가지고 어떤 길을 걸었을지 궁금했다.

    분명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을 테지.

    그의 사명은 무엇이었을까? 

    그렇다면 그 동기는 무엇이고? 

    악인이 되었나? 아니면, 선인으로 남았나?

    솔직히 알아봤자 큰 쓸모는 없지만, 궁금해지는 이야기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레니에의 답은 깔끔했다.

    -몰라요, 그런 사람 없었거든요.

    그 오랜 시간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도, 10서클의 문을 밟은 건 루크 이루시가 유일했으니까.

    애초에 사례가 하나뿐이니 비교가 될 리 없다.

    그에 루크는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찬하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 뒤로도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나? 나도 나름대로 내 모든 것을 다 후세에 전수하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내 가이드에 오류가 있었나?’

    -저는 서클은 잘 모르겠지만, 가이드에 오류는 없었다는 것 같아요. 그 후로 고서클 마법사들의 생존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니까. 9서클 유저도 간간히 보였고요. 하지만 그래도 없었어요, 마지막 10서클에 도달한 사람은. 

    ‘흐음…..’

    루크의 미심쩍다는 반응에 레니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해는 마세요, 제가 숙청한 거 아니니까. 뭐, 솔직히 마법사들 죄다 말 안 듣고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은 났지만요. 클래스가 주류가 되면서 평소 행실로 대중의 공분을 사서 형장으로 밀려난 사람은 있었어도, 제가 일부러 그런 건 맹세코 단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그대가 클래스를 창안하기 전에 한두명 정도는 도달할 수 있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하지만, 정말 없었다고? 단 한명도?

    아카데미도 그렇게 열심히 운영했고, 마법서도 그렇게 많이 펴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자신은 분명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대체 자신이 가이드에서 놓친 게 뭐였을까?

    아니면, 5000년은 새로운 인재가 나타나기엔 부족했나?

    아니면 10서클에는 지식이나 깨달음 외에 다른 요인이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런 고민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쿠르릉…!

    발 밑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건물 전체를 지하로 처박아버린 진동에 비하면 비교적 약한 건 사실이지만, 임시로 터놓은 길이 무너지는 불길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기 시작할 정도로 강한 진동이었다.

    그 소음에 시루드가 불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갑자기 뭐지? 지진인가?”

    ‘아니야, 이건….’

    지진일리가.

    이건 명백하게 인위적으로 발생한 진동이었다.

    ‘설마, 니드호그인가?’

    아니, 아직 휴식기를 끊을 수는 없을 텐데?

    이렇게 급하게 운용을 시작하면 분명 마력의 저항으로 인한 과부하로 자멸하는 꼴이 될 것이 뻔한데, 아무래도 적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멍청한 짓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루크가 의아하는 사이, 파이가 급히 보고를 해왔다.

    -언니, 이쪽으로 뭔가 오는 것 같아! 정확히 이쪽이야!

    그에 루크는 크게 당황했다.

    정확히 이쪽을 노려온다는 건, 명백한 의도가 담긴 활동이라는 뜻이니까.

    “뭐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어떤 흑마법의 전조도 느끼지 못했는데?

    ‘말도안돼, 어떻게 제 1 법칙을 어기고 이 타이밍에? 설마, 정말로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저쪽에 있기라도 한다는 이야기인가?’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 방법이 어떻게 되었든 니드호그가 자신에게 도달하게 되면 아직 길을 빠져나가지 못한 이쪽이 너무나 불리하다.

    “시루드, 어서 도망쳐야 해!”

    “어, 아, 알았어!”

    루크는 시루드의 손을 붙잡고 출구를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탈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잔해 밖으로 빠져나가면 니드호그라도 별 수 없으리라.

    한 낮에 사령술로 탄생한 본 드래곤이 대로에 나타나면 더이상 ‘은폐’라는 것이 불가능해지니까.

    그동안의 행보로 보건대, 그쪽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겠지.

    -탁탁탁-.

    외부의 빛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곧 밖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그 순간.

    -콰릉!

    천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빛이 사라졌다.

    그에 루크는 곧바로 시루드를 감싸안으며 충격에 대비해 방어를 펼쳤다.

    “으악!!”

    돌연 일행의 앞을 막아선 무언가, 

    그것은, 거대한 ‘용의 머리’였다.

    그리고 루크는 이해했다.

    어떻게 ‘니드호그’가 제 1법칙을 무시하고 더 빠른 타이밍에 휴식을 마치고 활동에 접어들 수 있었는지.

    어떻게 흑마법의 향을 지우고 이토록이나 가깝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내 전제가 틀렸군.’

    ‘니드호그’는 그냥 ‘본 드래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살아있는 상태였으니까.

    -…….

    용의 눈이 조용히 루크를 향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Bone 드래곤이 아니라 born 드래곤이었던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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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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