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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8

       *** ***

         

       함정의 발동과 함께 전장 전체에는 강한 지진이 휘몰아쳤다.

         

       혼잡한 난전 속에서 영물을 상대하는 천마신교의 진법대들. 그 중 하나인 무극칠정대의 단주는 갑작스러운 재앙에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진형을 정비하라! 거리를 좁혀라!”

         

       무극칠정대의 단주가 악을 써 보았지만 안 그래도 민첩한 오소리 영물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진형이 비틀린 상황에서 가해진 땅울림은 단번에 무극칠정대의 진형을 크게 흔들었다.

         

       캬아악!

         

       “크으윽!”

         

       “아악!”

         

       그 틈을 파고드는 영물의 공격에 기어이 진형의 일각이 붕괴했다. 진의 기운이 무너졌음을 눈치챈 영물이 눈을 번뜩이며 사방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진의 기운을 느낀 단주와 조장들이 어떻게든 남은 기운을 그러 모아 영물의 공격을 받아냈지만 남은 기운으로는 공격을 몇 번 받아치는 것만으로 한계에 달했다.

         

       끝인가.

         

       그런 생각이 무극칠정대원들의 머리에 떠오를 때였다.

         

       두두두두!!

         

       퍼어엉!!

         

       어느새 가까워진 말발굽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쏘아졌다. 단번에 퍼지는 가루에서 느껴지는 자극적인 냄새에 무극칠정대원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기침을 토해냈지만 영물은 그런 무극칠정대원들보다 열 배는 격한 반응을 토해냈다.

         

       캬아악!!

         

       공격하는 것조차 잊고 펄쩍펄쩍 뛰는 영물.

         

       “지금이 기회다! 정비! 재정비해라!”

         

       기침을 토하던 무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모여들었고 그 사이에 비천마차는 오소리 영물의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지금!”

         

       촤르르르르!!

         

       당소열의 구령에 당도연이 쇠사슬을 던졌다. 쇠사슬이 정신없이 펄쩍 뛰고 있는 영물의 몸통을 한 바퀴 휘감았다는 걸 확인한 당소열은 비천마차의 몸체에 쇠사슬을 체결했다.

         

       덜컥!!

         

       영물의 체중이 비천마차에 걸리며 마차 전체가 요동치고 단번에 속도가 줄었다.

         

       그러나 당도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차를 몰았다.

         

       푸히히히힝!!

         

       말들의 힘찬 외침과 함께 질주가 재개되었다. 쇠사슬에 매달려 끌려다니는 처지가 된 오소리 영물이 지면에 발톱을 박아 넣으며 발악해 보았지만 속절없이 끌려갈 뿐이었다.

         

       끼긱 끼기긱!

         

       당소열은 영물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며 조금씩 손상되고 있는 마차의 차체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마차를 새로 만드는 편이 빠르겠다고.

         

       허나 지금은 훗날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지진으로 인해 모든 진법대가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무극칠정대가 진법을 수습하기에 충분한 거리가 벌어졌다 판단한 당소열은 연결된 쇠사슬을 풀었다.

         

       캬아아악!!

         

       수십 장을 끌려다닌 오소리 영물이 분노에 찬 울음을 토했지만 이미 비천마차는 빠른 속도로 멀어진 뒤였다.

         

       그 뒤로도 비천마차는 종횡무진 전장을 누볐다.

         

       “커억!”

         

       전장에 파고들어 진법대에 공격을 가하는 혈교 측 무인들에게 암기 다발을 선사하고 지진으로 인해 흔들리거나 수세에 몰린 진법대들을 돕기 위해 그물과 쇠사슬, 독탄을 던지며 활약했다.

         

       전장을 누비며 급한 불을 끈 당소열의 시선이 전장의 중앙으로 돌아갔다.

         

       단순히 구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구멍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광경을 본 당소열은 혀를 찼다.

         

       “쯧.”

         

       저런 구덩이 속으로 빨려들어간 호천안 일행이 걱정되었지만 그렇다고 비천마차를 몰고 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찍찍.

         

       당소열이 구덩이를 보며 혀를 차고 있을 때.

         

       서공 역시 구덩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서공은 과거를 떠올렸다.

         

       서공은 어느 순간 자신이 동족들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단순히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한 수준의 변화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뒤 서공은 영초를 찾고 섭취하며 힘을 길렀다.

         

       그렇게 서공은 점차 다른 존재가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서공은 분명 동족이 있었되 이제는 그런 동족과는 어울릴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그 뒤로 셀 수조차 없는 많은 봄과 겨울을 맞이하며 서공은 홀로 영초를 캐고 보금자리를 지키고 다른 영물들을 만나 싸우거나 도망치며 삶을 이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홀연 한 인간이 앞에 나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공은 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인간은 많고 많았고 그런 인간들과 마주하는 일은 늘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인간 치고는 강하고 코를 찌르는 피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었으니 서공은 또 어디론가 보금자리를 옮길 궁리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간을 함부로 죽여봐야 다른 인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만 할 뿐이니 위협이나 가해서 쫓아내야지.

         

       그렇게 생각한 서공이 꼬리를 휘둘러 지형지물을 파괴하며 힘을 과시하고 있을 때.

         

       돌연 그리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동족의 피 냄새.

         

       눈앞에 인간에게서 동족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널리고 널린 과거의 동족의 냄새가 아니었다. 몸도, 그리고 정신도 바뀌어버린 지금의 자신과 동류의 피 냄새가 났다.

         

       서공은 무심코 생각했다.

         

       혹시 이 인간은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동족이 아닐까.

         

       모순된 생각이었지만 서공은 그리 생각했다.

         

       인간은 서공에게 다가왔고 서공은 그 손을 받아들였다. 머릿속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서공은 그 생각을 무시했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계절의 변화를 홀로 맞이했던 서공.

         

       서공은 동족의 존재를 느낀 순간 외로움을 자각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동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 서공은 벗어날 수 없었다.

         

       사내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몸을 파고들었고 서공은 더욱더 강한 확신을 가졌다. 봐 이렇게 피가 섞이고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나와 저 사내, 아니 인간 형상의 ‘동족’ 은 같은 존재인 거야.

         

       긴 것인지 짧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피의 교류를 통해 서공은 사내가 인간의 형상이되 자신과 동족이라는 확신을 가졌고, 동족과 의사를 나눌 소리를 익혔다.

         

       인간의 말로는 혈어라 부르는 것이었지만 서공이 그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그 뒤로 동족을 따라 보금자리를 떠난 서공은 어느 동굴에서 동족의 수하들과 함께 생활했다. 동족은 바쁜 것인지 도통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지만 서공은 애써 섭섭함을 억눌렀다. 수하가 이렇게 많으니 시간이 없겠지.

         

       피를 뽑아내도 참았다.

         

       서공은 동족이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를 뽑는 일을 거부하면 동족과 함께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필요한 일이라고 했으니까.

         

       힘이 조금씩 새어나갔지만 이 정도는 동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독한 외로움 속에 던져지는 것은 그만큼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공은 동족의 수하와 함께 먼 길을 떠났다.

         

       동족을 만날 수도 없고 그저 동족의 수하 한 명과 함께 살아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저 주기적으로 피만 뽑히며 조금씩 쇠약해질 뿐.

         

       그럼에도 서공은 반항할 수 없었다.

         

       이미 서공은 외로움을 알아버렸으니까.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그렇게 서공은 버티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공의 앞에 동족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자가 나타났다. 동족의 일족인가?

         

       동족과 피가 이어진 것은 확실한데…

         

       서공이 그런 생각을 하며 호천안을 응시하고 있을 때.

         

       동족의 수하가 잔뜩 흥분해 살해 명령을 내렸지만 서공은 그 명령을 거부했다.

         

       동족의 일족일 지도 모를 인간을 죽일 수는 없었으니까.

         

       그 사이 다툼이 일어났고 호천안이 동족의 수하를 죽였을 때 서공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동족의 수하는 많았고 동족의 일족으로 추정되는 인간은 하나였으니까.

         

       뭐만 하면 거칠게 명령을 내리고 피를 뽑았던 동족의 수하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탓도 있었다.

         

       어린 동족은 언어를 익히지 못했는지 무슨 말을 해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동족의 수하들이 보이던 몸짓을 통해 간신히 의사나 전달될 뿐이었다.

         

       정말 이런 미숙한 자를 따라가도 될까 싶었지만 서공은 이쪽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어린 동족에게 불안감을 품고 기다리고 있자니 동족이 인간들을 데리고 왔다.

         

       또 피가 뽑히는 것일까.

         

       제발 좀 그만 좀 해.

         

       이제 그만 동족을 만나고 싶어.

         

       성을 내려던 서공은 놀란 기색의 호천안을 보고는 그냥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미욱한 동족이 무슨 잘못일까. 그저 무작정 희망을 건 내가 잘못이지.

         

       그리 포기하고 있었거늘 인간들이 먹이를 가져왔다.

         

       아주, 아주 영양가 넘치는 먹이었다.

         

       서공은 순식간에 먹이를 먹어치우며 희망을 가졌다. 영초가 인간에게도 동족에게도 영물들에게도 귀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서공은 어린 동족과 인간들이 베푼 호의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혹시 이 어린 동족은 동족과 달리 나에게 호감을 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공은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호천안에게 희망을 품었다.

       

       그렇기에 조그마한 인간이 귀찮게 매달려도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았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호천안은 떠나려는 조짐을 보였다. 몸짓으로는 함께 하자는 듯 했지만 말로 한 것이 아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서공은 고민했다.

         

       동족은 이곳에 머무르라 했었고 동족의 새끼는 함께 떠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비록 미욱하다지만 동족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말도 못하는 동족이 아닌가.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보호자가 있어야 할 터였다.

         

       그래 동족의 보호자가 되자! 그럼 동족도 이해해 주겠지!

         

       서공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몸을 줄이고 호천안을 향해 달려갔다.

         

       두두두두!

         

       덜컹!

         

       금간 대지를 달리며 생긴 비천마차의 흔들림에 서공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저 밑에서 동족과 어린 동족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동족과 뱀이 어린 동족과 인간들을 해치게 둘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결단을 내린 서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이익!

         

       자루를 찢고, 하늘의 주인이었던 용의 기운을 품은 무서운 인간이 주었던 영초들을 모조리 입에 쑤셔넣었다.

         

       그래도 부족했다.

         

       콰직!

         

       서공은 호천안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 사냥했던 영물들의 내단이 들어있는 목함을 깨물어 내용물을 입안에 쑤셔넣었다.

         

       영초가 아닌 기운을 흡수했으니 나중에 탈이 나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서공은 무거워진 몸을 뒤뚱거리며 천장의 문을 열고 비천마차의 지붕으로 올라갔다.

         

       “뭐냐?”

         

       찍찍!

         

       서공은 꼬리로 구덩이를 가리켰다. 황당한 얼굴의 당소열을 무시하고 작살 위에 자리잡은 서공.

         

       “…하.”

         

       당소열은 안 쏘고 뭐햐나는 시선으로 돌아보는 서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서공이 전력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까.

         

       당소열은 서공은 애완 쥐가 아니라 영물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했다.

         

       “가라. 녀석들을 도와줘라.”

         

       찍찍!

         

       퍼어어엉!!

         

       사선으로 쏘아진 작살과 함께 서공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때마침 모산파의 도사들이 일으킨 바람이 흙먼지를 걷어내며 구덩이 속의 정경을 보여 주었다.

         

       하늘 높이 떠오른 서공은 구덩이 속에서 보이는 혈존을 목격하고는 생각했다.

         

       동족.

         

       아니 동족이라 착각했던 인간이 있다고.

         

       서공은 혈존이 모종의 수법을 통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것은 언제쯤일까.

         

       혈교의 혈인들이 영물을 다루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했을 때? 혈존이 혈사와 함께 등장한 것을 비천마차 안에 숨어서 보았을 때? 아니면 지금 이 전장에서 수많은 영물을 마주했을 때?

         

       서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었다.

         

       혈술이 깨어진 것은 더이상 동족을 그리워하지 않았을 때였다.

         

       혈술이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서공이었지만 혈술이 깨어졌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이상 혈존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활강하는 서공은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역시 어린 동족이 아님을 안다. 혈어를 가르쳐 주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성장을 응원해주어야 할 어린 개체도 아니며 영물이 부리는 하수들로부터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수많은 호칭으로 부르는 그는 죽음보다 더 두려웠던 외로움을 떨치게 해 주었다.

         

       영초를 주며 금속 막대기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인간.

         

       더러운 것이 붙어 있는 꼴을 보지 못하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작은 인간.

         

       휴식에 방해될 정도로, 틈만 나면 자신을 건드리던 인간들.

         

       호천안을 따라 비천마차를 타고 여행하며 어느 순간 서공은 깨달았다.

         

       이들은 자신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저 발치에 웅크리고만 있어도 자신을 건드리며 ‘내가 여기에 있다’며 알려올 것이라는 걸.

         

       그들은 분명 동족은 아니었지만.

         

       수백 년 동안 서공의 마음속 한구석에 쌓여온 지독한 외로움을 씻어 준 자들이었다.

         

       귀찮다는 감정이 들 정도로 애정과 관심을 아낌없이 준 이들이었다.

         

       그러니 서공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샤아아아악!!

         

       천적인 뱀 영물이 날뛰는 모습에 서공은 본능이 주는 공포에 움츠러들었지만.

         

       꿀꺽.

         

       그럼에도 서공은 호천안을 구하기 위해서 영초와 내단을 삼켰다.

         

       서공은 모든 영초와 내단의 힘을 거침없이 불태웠다. 못해도 수십 년치 식량이었지만 그럼에도 미련은 남지 않았다.

         

       그 힘을 양분 삼아 구덩이를 향해 낙하하는 서공의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몸이 묵직해지고 구덩이가 작아보이는 어느 순간.

         

       서공은 본능적을 깨달았다.

         

       더이상 흑사가 두렵지 않다!

         

       동물의 세계에서 강약을 가르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날카로운 발톱?

         

       상대를 부수는 치악력?

         

       튼튼한 다리?

         

       유용한 꼬리?

         

       아니다.

         

       체급이다.

         

       보다 정확히는 체중이다.

         

       무거운 동물은 덩치가 크고 효율적인 공격수단이 없을지언정 그 질량을 유지하기 위한 근육과 무게만으로도 작은 상대는 압살시킨다.

         

       서공은 수많은 영초와 불량식품 영단을 삼킨 대가로 천적관계인 뱀조차 상대할 수 있는 거대함을 얻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용맹한 울음소리를 토했다.

         

       찌이이이익!

         

       용맹한 음성과 거대한 덩치를 목격한 혈존과 흑사가 당황하여 주춤하는 모습을 본 서공은 자신감에 가득 차 몸을 회전시켰다.

         

       쿠우우우우웅!!

         

       흑사의 꼬리보다도 더 굵어진 서공의 꼬리가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흑사의 몸뚱아리가 서공의 꼬리에 맞고 지면에 처박히며 대지가 요동쳤다.

         

       흑사가 초거대 서공의 꼬리치기를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서공 역시 높은 곳에서 떨어진 충격을 흡수하고자 몸을 굴리며 몸을 떨었다.

         

       샤아아아!!

         

       서공의 정체를 확인한 흑사가 위협성을 내뱉으며 분노했다.

         

       감히 피식자 주제에 이빨, 아니 꼬리를 드러내다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구덩이 안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던 서공의 꼬리치기 때문에 호천안의 존재를 놓쳐 버린 혈존이 어떻게든 호천안을 마무리하고자 혈어를 내뱉어 흑사를 제어하려 했지만 이미 흑사는 서공에게 달려든 뒤였다.

         

       서공이 꼬리를 휘둘러 응수했다.

         

       쩌억!!

         

       꼬리 공격이 흑사의 몸이 휘청였지만 분노에 가득찬 흑사는 그대로 달려들어 서공의 몸을 휘감았다.

         

       꽈아아악!!

         

       찌익!

         

       흑사가 몸을 휘감고 조이자 서공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튀어나왔다. 흑사가 머리를 치켜올리며 서공을 물어뜯으려 할 때 서공의 반격이 이어졌다.

         

       와드드득!!

         

       그대로 벽면에 달려들어 벽면에 흑사의 몸을 갈아버린 것이다.

         

       보통 뱀이 조이기에 들어가면 사냥감은 떨쳐낼 방법이 없어 버둥거리다가 힘이 빠져 잡아먹히기 마련이었지만 지금 이 구덩이는 사방이 벽면으로 막혀 있는 장소였다.

         

       “멈춰라! 이 배은망덕한 놈!”

         

       혈존이 서공을 향해 다급하게 혈어를 내뱉었지만 혈존을 따르던 외로움이라는 갈망을 충족한 서공은 더 이상 혈존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혈존은 자신을 응시하는 서공의 사나운 시선을 보며 일이 악화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이이익!

         

       “크윽!”

         

       혈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서공의 꼬리를 보며 황급히 흑사의 머리를 박차고 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단련했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 사냥기관이 아닌 꼬리는 회전력을 더하지 않는 이상 영물에게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었지만, 인간인 혈존에게는 위협적인 공격수단이었으니까.

         

       낭패를 보며 착지한 혈존이 이를 갈며 혈탄을 준비했다. 서공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할지라도 눈과 같은 약점을 공격하면 흑사에게 분명 기회가 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혈존은 서공에게 혈탄을 날릴 수 없었다.

         

       두 자루 비도가 자신을 노리고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비도를 받아친 혈존이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딜 한눈 파는 거냐!”

         

       “질긴 녀석들…”

         

       어느새 호천안과 일행들이 모두 모여 육성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내상과 부상 때문인지 호천안의 안색은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 한들 홀로 화경 고수 둘과 초절정 고수 넷을 상대한다는 것은 혈존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갑시다! 서공을 구해야지요!”

         

       혁기린의 말에 호천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픈 다리에 힘을 주며 혈존에게 달려들었다.

         

       서공은 흑사와 정신없이 치고받는 와중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보호자로서의 위엄을 제대로 보이려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도움을 주는 것까지라고.

         

       서공은 그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 정도 활약만으로도 일행들이 기쁨에 겨워 마구 쓰다듬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서공은 자신의 뱃속에 부글거리는 기운을 더욱더 활성화시켰다.

         

       서공의 덩치가 더 자라났다. 영초와 내단의 기운이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이미 과도한 능력 발현으로 몸이 비명을 질렀지만 무시했다.

         

       덩치가 커지며 흑사의 조이기가 가해지는 압력도 증대하며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조차 무시했다.

         

       그저 흑사의 반응만을 살폈다.

         

       반면 흑사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몸을 휘감은 것은 그냥 아무 곳이나 휘감는 게 아니다. 몸을 함부로 휘감았다가는 이빨이나 발톱에 몸통이 갈기갈기 찢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서공의 몸이 커지며 안전한 조이기가 어그러지고 있었다.

         

       콰악!

         

       그렇기에 흑사는 조이기를 풀며 서공의 옆구리를 물었다. 도무지 집어삼킬 수 없는 크기가 되었으니 차라리 여러 번 물어뜯으며 피해를 입히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승패를 갈랐다.

         

       서공은 자신의 눈앞에 드리워진 뱀의 몸통을 보며 생각했다.

         

       한번 우위를 잡았다고 또 우위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포식자의 자만인가.

         

       벽에 온몸이 갈려가며 간신히 유지했던 조이기가 아니었던가. 그 우위를 좀 위험해졌다고 손쉽게 내던지다니.

         

       아니 어쩌면 그런 흑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영초를 불태워 동력을 얻었음에도 흑사를 처치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흑사 입장에서는 서공이 얼마나 약하게 보일까.

         

       그러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었다.

         

       서공은 자신의 눈앞에 드리워진 몸통을 힘껏 깨물었다. 온갖 단단한 것들조차도 손쉽게 깨부수는 이빨이 흑사의 질긴 가죽을 뚫고 몸에 단단히 박혀들었다.

         

       쉬이이익!!

         

       동시에 육성진을 이룬 호천안 일행과 수를 주고 받던 혈존에게 서공의 꼬리가 떨어져 내렸다. 혈존은 황급하게 몸을 뺐고 서공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혈존과 육성진의 사이를 몸으로 막은 형국.

         

       호천안 일행과, 거대화된 서공의 시선이 마주쳤다.

         

       갑자기 혈존을 등지고 눈앞에 선 서공의 행동에 당황한 호천안 일행이었지만 이내 호천안 일행은 서공이 자신의 몸을 희생에 기회를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흑사의 머리는 옆구리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 몸통의 중간은 서공이 단단히 깨물고 있으니 흑사는 절대 뇌성을 피할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뿐일까.

         

       거대한 덩치를 벽으로 활용하며 혈존의 공격을 차단하기까지 했으니 안심하고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육성진의 진법이 뇌성의 형으로 변했다. 혈존 역시 지금의 구도를 눈치채고 서공의 몸에 공격을 퍼부었지만 혈존 혼자서 거대화된 서공을 쓰러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콰르르르르릉!!

         

       서공은 자신의 눈앞에 드리운 거대한 뇌광이 흑사의 몸을 양단하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역시 싸움이건 일상이건.

         

       함께하는 편이 좋은 것이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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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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