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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8

    <478 – 뜻 모를 제안>

     

    “그럼 보물을 보러 들어가자.”

     

    브론즈 교수가 보물고의 문을 열었다.

    인외마경에 발을 디디는 죄수처럼 힝잉잉스러운 표정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던 즈앙도 보물고에 몸을 들이자마자 화들짝 놀랐다.

     

    “마나파장?”

     

    파장이 느껴졌다.

    보물고 곳곳에서.

    진열된 수많은 보물들이 진열대 너머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파장을 발산하며 서로 충돌한 파장이 마구잡이로 튕겨다닌다.

     

    “윽. 머리 아파.”

    “보물고초심자는 원래 다 그래!”

    “…너도 초심자거든?”

     

    얄미울 정도로 태연한 오크노디 때문에 오기로라도 아프지 않은 척 허리를 꼿꼿이 펴는 즈앙!

    브론즈 교수는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오라는 것처럼 느긋한 걸음으로 보물고 내부견학을 시작했다.

     

    “이곳은 넘버즈보물고 내 트리플관 900번대 전시코너. 넘버즈보물고에서도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유물들이 있단다. 이조차도 1년생은커녕 4년생들도 군침을 흘릴 정도로 대단한 유물들이지. 이것을 보렴.”

     

    ━━━

    <증식하는 고기(유물+14강), 넘버즈999>

    등급 – 유니크 3급

    설명 – 미친 강화사에 의해 한 나라에 대기근이 찾아올 정도로 강화하고 또 강화한 고기. 강화사는 영원히 풍요롭게 자라나는 고기를 꿈꾸었지만 증식하는 고기의 생산량은 그의 기대에 닿지 못했다. 또한 이 유물은 심각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효과1 – 고기가 케이스 안에서 증식한다.

    효과2 – 고기가 케이스 안에서 신선하게 보관된다.

    효과3 – 고기에 특별한 섭식효과가 부여된다.

    효과4 – 고기에 포만도 강화효과가 부여된다.

    효과5 – 세포증식에 의해 0.1% 확률로 몬스터가 탄생한다.

    효과6 – 세포증식에 의해 0.01% 확률로 돌연변이가 탄생한다.

    효과7 – ???

    효과8 – ???

    감정가 – 금화 35만매, 3500만 포인트

    ━━━

     

    4학년 진급시험에 떨어지고 포인트빨로 진급하는 데 필요한 포인트가 1000만 포인트.

    그 엄청난 액수를 감안하면 3500만 포인트는 엄청난 거금이다.

    동시에 넘버즈라고 떠받들기엔 미묘하게 부족해보이는 수치이기도 했다.

     

    “증식하는 고기에는 가능성이 있단다. 고기를 감싼 케이스를 더 크게 제작하면 더 많은 고기가 자라나지. 하지만 동시에 고기에서 탄생한 몬스터와 돌연변이와 싸워야 하는 위험이 존재하지. 만일 너무 큰 케이스를 지었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가 출현하는 건가요?”

    “목숨도둑의 수제자는 어떠니? 거대케이스에서 나올 거대종 몬스터의 목숨을 거두고 싶은 생각이 있니?”

    “전혀요.”

     

    안 해도 될 싸움을 굳이 찾아가서 할 이유는 없다.

    거대종과의 싸움이라면 더더욱.

    암살자는 애초에 괴물과 싸우라고 나온 클래스가 아니다.

    주 밥벌이는 인간암살의뢰.

    강적과 싸우더라도 대체로 노리는 건 인간이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익숙하고, 약점도 쉽게 간파할 수 있으니까.

     

    “아쉽게 됐구나. 그럼 999번 티켓의 소지자와 티켓배틀을 벌일 필요는 없겠어.”

    “티켓배틀이요?”

    “1에 가까운 수의 티켓을 지닌 학생이 999에 가까운 수를 지닌 학생의 티켓권한을 빼앗기 위해 벌이는 전투이지. 전투의 승자는 하위번호를 빼앗을 수 있단다.”

    “그럼 1번 티켓을 지닌 사람이 모든 티켓을 독식하잖아요.”

    “넘버즈 아티펙트의 감정가는 위로 갈수록 더욱 상승한단다. 모든 아티펙트를 임대할 정도로 포인트가 많은 사람은 없지. 싱글넘버 아티펙트 티켓을 얻더라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아티펙트에 접근하는 접근성의 유리함이 있을 뿐.”

    “그럼 하위넘버가 높은 넘버를 역으로 노리는 경우는요?”

    “자신보다 50번 높은 순위까지는 도전할 수 있지. 소지자가 없는 공백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그때는 교장이 만든 각 넘버에 대응하는 넘버즈가디언과 대결하게 될 테니.”

    “…그거 무진장 강하겠죠?”

    “못해도 3학년 상급반은 되어야 이기더구나. 포인트의 힘으로 진급에 성공한 4학년들도 넘버즈가디언에게는 대차게 깨지곤 하지.”

     

    즈앙은 피식 웃었다.

    적어도 자신의 유리함을 하나는 깨달았다.

     

    “39번은 엄청 높은 숫자였네요. 1번부터 999번까지 모든 번호를 다 노릴 수 있으니까.”

    “51번까지는 모두 그런 평가를 받지. 그렇기에 역으로 위험하기도 하단다.”

    “…혹시 선배들도 이 번호를 노려서?”

    “넘버즈가디언보다는 만만한 후배들과 싸우려는 한심한 것들도 있겠지.”

     

    즈앙은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절망했다.

     

    “2학년이 되면 매일 넘버를 빼앗으려는 고학년의 습격을 당하나요?”

    “아카데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정규강의시간을 빼앗으면서까지 쟁탈전을 벌이면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겠구나.”

    “휴. 습격이 언제나 이루어지지는 않는군요.”

    “매일 오후 10시 이후부터 오전 4시 사이라고 제대로 쟁탈전 시간은 정해놓았단다. 그러니 야간강의를 듣거나 휴식을 취할 때에는 조심해야지.”

    “…”

    “<어디서나 잘자기> 강의를 들었다면 이럴 때 유리하긴 하겠구나.”

     

    안데르센 대공자님이 유리한 이유가 바로 저것이다.

    험한 강의에는 뜻밖의 이점이 뒤따르기 마련!

     

    “교수님! 즈앙을 너무 겁주지 말아요. 고위넘버 소지사실을 감추면 그런 무차별습격에 당할 걱정은 없잖아요!”

    “오크노디 1년생. 가끔은 네가 즈앙 1년생과 동기가 아니라 까마득한 선배처럼 느껴지는구나. 다가올 미래에 겁을 먹는 귀여운 맛이 없어.”

    “제가 쫌 대견하긴 해요. 아버님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요! 후후후.”

    “…?”

     

    브론즈 교수가 손을 뻗었다.

     

    “디스펠.”

    “?”

    “정신복원.”

    “머하세요?”

    “평소와 다른 언동에 정신공격을 당하고 왔나 싶었지. 가짜도 아니고 제정신도 맞구나.”

     

    너무해.

    교수님은 대체 평소의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람?

     

    “그럼 견학을 이어서 하지. 고위넘버 소지자는 하위넘버의 구경이 가능하지. 넘버즈의 마나파장을 견딜 수 있다는 전제하에. 넘어올 수 있겠나?”

     

    900번대 진열장 출구를 앞둔 교수님의 물음.

    즈앙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이잉.

     

    파장을 차단하는 장막을 넘어서기 무섭게 800번대 진열장의 넘버즈아티펙트가 발산하는 마나파장이 우리들의 몸을 관통했다.

     

    “우으읏.”

     

    즈앙의 걸음이 휘청거렸다.

    무너지려던 몸이 거짓말처럼 단숨에 균형을 되찾고 기립했지만 내 눈에는 꽤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즈앙. 지금 고통차단 썼지!”

    “분하지만 맨몸으로는 버틸 수 없었어.”

     

    강력한 마도구에는 강력한 반대급부가 동반된다.

    티토소가의 조명대처럼 순수한 마나소모량이 엄청난 경우도 있는가 하면, 마도구의 성능을 약화하지 않기 위해서 단점을 상쇄하는 옵션 대신 오히려 강화시켜 그조차도 무기로 삼기도 한다.

    그런 대단한 마도구들이 100개나 파장을 뿜어내고 있으니 어지간한 몸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1년만 더 있으면 훨씬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즈앙은 연공법의 수행의 깊이가 부족했다.

    소지마나량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녀가 따라올 수 있는 건 800번대가 한계였다.

     

    “여기까지구나. 즈앙 1년생은 900번대로 돌아가서 기다리렴.”

    “…분해.”

     

    즈앙을 보내자 교수님의 걸음이 빨라졌다.

     

    “어디까지 가요?”

    “500번대.”

     

    700번대에 들어서자 내가 펼친 역장의 모양이 구겨졌다.

    600번대에 들어서자 역장이 마구 안으로 접혔다.

    500번대에 들어서자마자 역장이 산산조각 났다.

     

    챙강!

     

    브론즈 교수님이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나를 구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허공을 멤돌았다.

     

    <영역전개>

     

    양질의 마나는 자신만의 영역을 전개할 수 있다.

    보통은 4학년은 되어야 가능한 재주지만 뭐 어때, 교수님 앞인데!

    유독 순도가 높은 암흑마나 덕분에 역장과는 차원이 다른 방어력으로 거뜬하게 버텨낼 수 있었다.

     

    “재주도 좋구나.”

    “아버님의 자랑스러운 딸이니까요! 후후후.”

    “헛소리는 그쯤하고 이거나 보거라.”

     

    브론즈 교수님은 진열대에 보관된 넘버즈마도구 중 하나를 가리켰다.

     

    ━━━

    <황금의 모노클(유물+14강)>, 넘버즈 550

    등급 – 유니크 2급

    설명 – 세상만물의 가치를 한눈에 간파하고 싶었던 한 거상은 자본의 힘으로 부족한 감별의 재능을 대신하고자 했다. 거상은 파산했지만, 그의 집념 덕분에 세기의 역작 황금의 모노클이 탄생했다.

    효과1 – 모든 사물의 효과를 간파한다.

    효과2 – 모든 사물의 비밀효과를 간파한다.

    효과3 – 모든 사물의 감정가를 간파한다.

    효과4 – ???

    효과5 – ???

    효과6 – ???

    효과7 – ???가 착용자를 간파한다.

    감정가 – 금화 180만매, 1억 8000만 포인트

    ━━━

     

    반짝반짝 빛이 나는 모노클.

    한쪽 눈이라도 착용하면 안경 위로 역광이 드리우는 간지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간지템이었다.

     

    “이 마도구는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감별할 수 있단다. 일정 수준 이하의 재단장학생은 모두 즉시 간파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지.”

    “와 정말요?”

    “재단 입장에서는 장학생들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손에 넣고 파손시키고 싶은 1순위 넘버즈이기도 하단다.”

    “그렇구나!”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란다. 지금 이 마도구는 학생의 손에 있지 않으니까.”

    “교장님의 가디언이 지키고 있나요?”

    “아니. 그 가디언을 무찌른 사람이 지키고 있지.”

    “그게 누군데요?”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

    “바로 네 앞에 있는 교수님이란다.”

     

    브론즈 교수님이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가지고 싶으니?”

    “아버님의 딸로서는 얻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모르겠어요!”

    “욕심이 생기면 말하거라.”

    “주시게요?”

    “언젠가는. 거래조건에 따라서는.”

     

    교수님은 무얼 바라는 걸까?

     

    “견학은 여기까지. 더블넘버는 아직 네게는 견학하기엔 이르다. 인솔자 권한으로 정한다. 오늘 견학은 여기까지로 하지.”

     

    뜻모를 제안을 마지막으로 보물고 견학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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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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