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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8

       “그런데, 괜찮아?”

        

       “네?”

        

       내 질문에 정말로 뭘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샤를로트에게 내가 물었다.

        

       “황제와 그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잖아. 나야 뭐, 황제의 아이들이었다고 쳐도, 네가 보기에는 그냥 타인일 텐데.”

        

       그리고 타인이면서 동시에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상대.

        

       샤를로트의 눈으로 보기에는 별로 달가울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긴 하죠. 마냥 웃으며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대에요.”

        

       샤를로트는 스푼으로 젤라토를 살짝 떠서 입 안에 넣은 뒤 잠깐 시간을 들여 녹여 먹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친구의 상황을 몰라줄 생각도 없어요.”

        

       “…….”

        

       그 말에 나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겨우겨우 생각해서 할 수 있었던 말은,

        

       “고마워.”

        

       그런 짧은 말뿐이었다.

        

       “그거 알아요?”

        

       샤를로트는 웃으며 말했다.

        

       “무표정인 당신 얼굴을 읽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저라서 그런지, 아무런 연기도 하지 않는 당신의 목소리는 그 감정이 너무 쉽게 느껴지는 거?”

        

       “그래?”

        

       “네. 저는 당신을 굉장히 경계했었으니까요.”

        

       아, 그랬지.

        

       황제의 권력을 등에 업고는 나보다 수십 년은 더 살았을 왕의 얼굴에 대고 대놓고 깡패 같은 말을 했었다.

        

       “……미안.”

        

       “미안할 건 없어요.”

        

       샤를로트는 말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행동했을 테니까. 우리나라만 두고 다른 나라끼리 동맹을 맺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 경우에는 동맹을 맺어도 제국을 쉽게 이길 수 없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요.”

        

       “…….”

        

       “다음 황제께서 부디 평화를 생각하시는 분이길 바랄 수밖에요.”

        

       샤를로트는 농담하듯 말했다.

        

       “우리도 더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마 샤를로트와 친구들 뿐일 거다. 다른 사람들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황제의 최측근을 다시 모으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이렇게 진심이 통하는 상대가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내 앞의 파르페를 조금씩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맛.

        

       아마, 나는 아카데미를 졸업해도 여기에 계속 오게 될 거다.

        

       그때도 친구들과 함께 올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

        

       “……그래서 레시피를 알아 왔다고.”

        

       “걱정하지 마. 아이스크림부터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질질 끌고 들어왔다.

        

       안에는 그 카페에서 받아온 수제 아이스크림이 잔뜩 들어있었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얼린 얼음이 잔뜩 들어있었다.

        

       물론 현대의 아이스박스처럼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안에 얼음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르마로스까지 넣어서 온도를 유지했다.

        

       고작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그렇게까지 한 나를, 벨라는 아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과일도, 아이스크림도, 모두 받아왔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차례대로 쌓기만 하면 되는 거니 맛이 그렇게 이상할 수도 없겠지.”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벨라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니…… 하, 아니다.”

        

       벨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뭐, 마음대로 해봐.”

        

       “좋아.”

        

       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그리고 몇 분 뒤에 내가 만들어낸 것은—

        

       “자, 먹어 봐.”

        

       “생긴 게 완전히 이상한데.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파르페 중에서는 최악이야.”

        

       벨라는 이게 정말로 먹어도 되는 건가 싶은 표정으로 파르페를 바라보았다.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층층이 쌓는데 완벽하게 실패한 ‘파르페’가 거기 있었다. 심지어 과일도 껍질을 너무 많이 깎아내서 표면이 상당히 울퉁불퉁했다.

        

       “그래도 맛은 있을걸? 과일이랑 아이스크림, 생크림이잖아?”

        

       “생크림이고 아이스크림이고 할 거 없이 죄다 녹았는데?”

        

       내가 꺼내는 순서를 헷갈려서 아이스크림을 너무 일찍 꺼낸 탓이었다. 안 그래도 냉동고가 아닌 곳에 한참 있었던 아이스크림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던 모양이다.

        

       덕분에 멋진 유리컵 안에 들어있는 것은 파르페라기보다는 끈적한 우유죽에 과일 몇 개를 동동 띄워놓은 수프 같은 모양이 되었다.

        

       어원이 되는 ‘파르페’, 즉 완벽하다는 말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나도 먹을 테니까.”

        

       맛있는 걸 먹는 상대를 보고만 있고 싶지는 않아서 내 몫도 만들었지만, 당연히 내 몫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무슨 독약 검사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니, 나도 나름대로 요리에는 자신 있는데.

        

       자취하던 시절에는 요리를 자주 해 먹었으니까.

        

       물론 과일을 깎을 일은 많지 않았다. 내가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이면서 과일을 사 먹을 열의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취생이 사 먹기에는 이 나라의 생과일은 조금 비싸기도 했다.

        

       “…….”

        

       그래도 벨라는 내가 스푼을 드니까 자기도 스푼을 들었다.

        

       한 입 떠서 먹었는데, 그래도 맛은 괜찮았다. 샐러드인데 채소가 완전히 빠지고 대신 드레싱이 좀 많이 들어간 것 같은 맛이다.

        

       “그냥 걸쭉한 우유 맛이네.”

        

       그렇다. 그런 맛이었다.

        

       “그래도 달잖아.”

        

       내 말에 벨라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보았다.

        

       그래도 스푼을 멈추지는 않았다. 딱히 열의를 가지고 먹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모양도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이거, 먹으면 백 퍼센트 살찔 거야.”

        

       “…….”

        

       나는 뭘 먹으면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러고 보니 진짜 신기하네.

        

       내가 몸을 움직일 일이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이렇게까지 살이 안 쪄도 되는 걸까? 바니걸 복장을 하였을 때도 나는 괜찮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뭐야, 그 어리둥절한 표정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

        

       “따로 빼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니까.”

        

       벨라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너는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가?”

        

       “싸우자는 거?”

        

       벨라가 숟가락을 역수로 들었다. 숟가락 살인마냐고.

        

       “너는 어떤데?”

        

       “그야 다른 사람이랑 똑같지. 내가 관리하지 않으면 몸매가 바로 망가지니까.”

        

       하아, 하고 벨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네 체질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시간을 돌릴 수 있었으니 몸도 무슨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

        

       “지금은 못 돌려.”

        

       “알아. 돌릴 수 있었으면 이 앞에 이런 파르페가 있지는 않았겠지.”

        

       벨라는 숟가락으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떴다가, 다시 컵 안으로 흘려 넣었다. 하얀색의 점액질 액체에 과일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은 사실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는 거의 요구르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벨라가 말했다.

        

       “고작 파르페 하나 먹어 보겠다고 찾아온 거야?”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벨라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내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어보자, 벨라는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 백 수 앞을 내다보는 괴물.”

        

       “……그랬던 것 치고는 언제나 내 앞에서 여유로웠잖아?”

        

       “괴물 앞에서 그럼 어떻게 하는데? 괜히 겁먹어도 소용없잖아. 게다가 그 괴물은…… ‘우리 괴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랬었다. 황제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겠지.

        

       물론 배신할 기미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이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순수하지 못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어.”

        

       “나 안 순수한데.”

        

       “확실해?”

        

       타인이 저렇게 물어버리니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순수한가?

        

       “……뭐.”

        

       벨라는 조금 풀린 눈으로 말했다.

        

       “하긴, 네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더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긴 했지.”

        

       벨라는 숟가락으로 녹은 아이스크림을 휘휘 저었다. 이제는 정말로 ‘우유죽’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더는 파르페라고 불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앨리스나 네가, 가장 귀여운 애들이었으니까.”

        

       나름대로 귀여워해 줬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귀여워해 줬다’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다. 우리를 놀려먹는 방향이긴 했지만, 루카스처럼 살을 베어내는 장난을 치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이 차 많이 나는 누나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볼 시간이 너무나 짧긴 했지만.

        

       “…….”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은, 목적이 하나 있었어.”

        

       “그거 봐. 내 생각대로라니까. 네가 뭘 할 때 음모를 꾸미지 않을 리가 없지.”

        

       아니,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그냥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냥’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는 능력인가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잠깐 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입 밖으로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황제의 아이들을 다시 한곳에 모으는 게 목적이야.”

        

       “또 전쟁하려고?”

        

       “아니거든.”

        

       내 말에 벨라의 눈이 살짝 휘었다.

        

       일부러 놀린 거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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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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