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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9

       처음 아라가 마법소녀게임을 하겠다고 자청을 했을 때 엔리는 그걸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갑자기 이러시는 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법소녀 매지컬☆리리컬은 아라의 취향과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게임이었으니까.

       

       그녀가 싫어하는 치렁치렁한 옷.

       

       과장되고 아양 가득한 말과 행동.

       

       거기에 더해 아라가 서툴러 하기로 유명한 마법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마매리는 어디를 보더라도 아라가 싫어할만한 게임이었던 것이다.

       

       후에 바루와 만나 아라가 마법의 기본을 배우기 위해 그 게임을 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납득을 한 엔리였지만 여전히 그녀는 아라가 마매리를 잘 할 수 있을 지를 의문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아라가 마매리를 방송하고 있는 지금.

       

       ‘자☆ 받아랏!☆’

       

       엔리는 자신의 걱정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화면 속에서 별가루를 흩뿌리며 괴수를 상대하는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마법 소녀처럼 보였으니까.

       

       아라 씨가 철판을 잘 깐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큼발랄한 목소리랑 통통 튀는 동작으로 휘리릭거리면서 마법을 사용하다니!

       

       나도 마매리를 처음 할 때는 얼굴이 벌개져서 도저히 못 하겠다 그랬었는데 아라 씨는 진짜 대단하시네.

       

       하도 연기를 철판을 잘 까시다 보니 평소에 예쁘다는 말보다 멋있다는 말이 먼저 나오던 아라 씨가 이젠 귀여워 보일 지경이야.

       

       물론 그 귀여움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귀여움이랑은 약간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아무리 아라 씨가 연기를 잘한다 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니까.

       

       아라는 기본적으로 모델처럼 생겼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길쭉한 팔다리와 군살하나 없는 몸. 차갑고 무심한 얼굴과 여자치고 커다란 키까지.

       

       평소의 어투나 행동 이전에 도저히 귀엽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이 귀여운 행동을 한다 해서 정말 귀여워 보이기는 어렵다. 연기를 하는 것에도 물리적인 한계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엔리의 머릿속에 귀엽다는 말이 생겨나는 것은 평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 사이에서 생겨나는 괴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 악당!☆ 멈춰!☆’

       

       – 엌ㅋㅋㅋ

       – 전문연기자도 이렇게는 못 하겠다.

       – 천마님… 안쓰럽씁니다…

       – 이거시 갭모에인가.

       

       – 킹리적갓심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천마님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하잖아. 사실 자기도 귀여워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벌칙인 척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거지.]

       

       “이것은 좀 솔깃한 이야기구나. 아라는 귀여운 것을 상당히 좋아하니까 말이야.”

       

       아라의 방에 늘어서 있는 인형 중 하나를 품에 안은 채로 화면을 보던 바루는 누군가의 후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아라 씨가 귀여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쓰긴 하죠.”

       

       동물들이라던가. 인형이라던가.

       

       혹시 진짜 이건가?

       

       마법소녀 영상을 보고 혹해서 그걸 하기로 마음먹으신 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엔리가 바루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 아라가 정색을 하고 후원을 보낸 사람을 다그쳤다.

       

       – 찔림?

       – 진짜였구나.

       – 이딴 게… 천마?…

       – 갠차나. 그럴 수 있어.

       

       ‘뭐가 괜찮으냐! 본인은 말이다. 귀여운 것을 품에 안고 싶은 것이지 귀여운 것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지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단 말이다!’

       

       – ??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게 그거 아님?]

       

       ‘하! 웃기고 있군! 동물이 좋다고 동물이 되고 싶으냐? 멋진 그림이 좋다고 그림이 되고 싶으냐?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되고 싶더냐?! 그럴 리가 있나! 본인은 귀여운 걸 좋아하지만 귀여운 게 되고 싶진 않다!’

       

       – 팩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못 되는 거 아냐?]

       

       ‘내 말을 뭣으로. 하. 됐다. 넌 특별히 한 시간 동안 입을 다물고 있게 해주마.’

       

       아라는 그 이상 따져 묻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정작 그녀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어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런 거 보여주면서 아니라고 이야길 해도 말이지.]

       

       – 설득력 없는 설명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누가 보더라도 즐김 백퍼인데.

       – 어허. 천마님이 아니라잖아! 그런 줄 알아!

       – 맞아! 천마법소녀님이 아니라잖아!

       

       그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 이야기하던 아라가 다시금 괴수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즐기는 자의 것이었으니까.

       

       아니. 아라 씨. 지금 웃고 계시잖아요. 마법 쓰면서 즐거워하는 게 훤히 보이는 데 아니라 그러셔도 설득력이 없는데요.

       

       ‘지금 난 마법을 쓴단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마법소녀란 것에 흥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 언제부터 마법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 생각해보면 화령이 이 악물고 마법 쓰는 게 오히려 반증인 거 아님?

       –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천마 펀치 날려버렸을 텐데.

       – 마법소녀를 좋아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냐!

       

       ‘안 좋아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느냐!’

       

       “…내가 저런 거한테 졌단 말이지.”

       

       멀찍이서 아라의 화면을 바라보던 뭉치의 회한 어린 목소리에 바루와 엔리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회한이 잔뜩 담긴 그의 한 마디에는 너무도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으니까.

       

       *

       

       하아. 빌어먹을 놈팽이들 같으니. 네 녀석들의 기대에 맞추어서 노력을 해주어도 왜 난리인지 모르겠구나.

       

       어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것과 귀여운 것이 되고 싶단 마음이 동일시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동경과 선호는 전혀 다른 감정이거늘 이를 이해하지를 못하다니!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자들이란 말이냐!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이 통하질 않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본인이 네 마음대로 생각하라 내버려 두고 제 할 일을 하게 되었을까.

       

       뭐어. 그것과는 별개로 이 마법소녀 매지컬☆리리컬이라는 게임은 꽤 훌륭한 교보재였다.

       

       여러 동작과 말을 조합하여 마법을 만들어내는 이 방식은 본인에게 마법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물론 그 안으로 파고 들면 좌표의 지정이니 무엇이니 하는 것들이 튀어 나와 본인을 괴롭히긴 한다마는 최소한 마법이란 게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기엔 충분했지.

       

       덕분에 중간부터는 약간 신이 나기까지 했었다.

       

       본인의 머릿속에서 떠올린 것을 즉석에서 시도해 보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시청자들과 다투고, 새로운 것을 익히고, 괴수라는 작자를 내 생각의 실험대로 사용하기를 반복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최종장이 막을 드리웠다.

       

       “저건 도대체 뭐냐뿅…”

       

       곰돌이의 절망이 담긴 어투를 따라 붉은 색으로 물든 하늘과 그 아래에 서 있는 징그러운 것을 살핀다.

       

       그 무엇도 담지 못한 검은 색의 눈을.

       

       닿는 모든 것을 부패시키는 검붉은 색의 피부를.

       

       허리 아래로 이어진 나무 뿌리와 같은 촉수를.

       

       그리고 점차 세상을 잠식해가 그 뿌리들을.

       

       “크하하하! 마법소녀들이여! 이걸로 끝이냐?!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냐!”

       

       다른 마법소녀가 이야기하길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

       

       마법소녀의 근원이 되는 자가 이야기하길 모든 악의 근원이 된다던 존재.

       

       이 게임에서 상대해야 하는 마지막이 되는 존재는 자신의 호칭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님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증명했다.

       

       “이대로 가면 패할 수밖에 없겠군.”

       

       저 징그러운 것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느낀 것이다만 이는 아무리 봐도 게임이 패배를 강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임에서 만난 동료들은 징그러운 것을 상대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본인이 배우고 사용해 온 모든 것들은 부패의 기운 앞에 무력했으니.

       

       현 상황에서 패배 이외의 선택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지금까지 오면서 본인이 무언가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패배의 후에 다른 무언가가 주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딱히 알고 싶지도 않다.

       

       여태까지 게임을 해오며 본인이 바라던 것은 충분히 배웠거든.

       

       이 이상 게임을 진행한다한들 방송을 보는 아해들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나 더 듣게 될 터인데 무얼 하러 패배를 받아들일까.

       

       어딘가에 처박혀 기절해 있는 여자아이들.

       

       일어나려 필사적인 이들.

       

       비명을 지르며 도주하는 이들.

       

       대지를 잠식하는 뿌리를 타고 퍼져나가는 웃음소리.

       

       재수 없는 웃는 얼굴.

       

       “아직까지 서 있는 녀석이 있었나!”

       “큰일이다뿅! 여기를 눈치챘다뿅! 도망쳐야한다뿅!”

       “괜찮다.”

       

       게임을 해오며 애용해온 둔기를 곰돌이에게 던져 주자 내게 걸쳐져 있던 치렁거리는 옷이 사라진다.

       

       으음. 역시 평소에 입는 무복이 제일 좋구나.

       

       마음이 안정되니 말이야.

       

       “뿅!? 갑자기 뭘 하는 거냐 뿅!”

       “무어냐! 변신을 풀고 목숨을 구걸하려는 것이냐! 하하하! 그런다고 네 녀석에게 자비를 베풀 듯 싶으냐!”

       “빨리 다시 변신해야 한다뿅! 그래서 도망을 쳐야!…”

       “괜찮대도.”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거만한 자의 목소리와 내 옆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주변에서 적당한 철근을 하나 거머쥐었다.

       

       이것은 검이라기보다는 둔기에 가깝긴하다만.

       

       뭐 어떠냐.

       

       이 세상의 규율은 내가 바라는 바에 따라 정해지는 바.

       

       본인이 이를 검이라 그러면 이것은 검이 될 터.

       

       철근으로 만들어진 검을 두 손으로 쥐고서 위로 치켜들며 저 먼 곳을 바라본다.

       

       “네 년에게 영원한 휴식을 선사해주마!”

       

       저 징그러운 것의 끝에 매화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모습과 향긋한 향취는 저 녀석에게 과분해.

       

       저 놈에게 주어질 것은 차가운 철의 감촉이면 족하다.

       

       심호흡을 하고.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위에서부터 검을 내리친다.

       

       그러자 본인을 향해 쏘아지던 무언가가 반으로 조각나 흩어졌고.

       

       본인을 노려보던 두 눈이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으며.

       

       하늘을 뒤덮던 붉은 색이 갈라지며 본래의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쿵!

       

       “선물 잘 받았다. 덕분에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됐으니 말이야.”

       

       거대한 것이 떨어지며 흙먼지를 만들어내는 걸 본 난 철근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고갤 돌렸다. 그러자 곰돌이 녀석이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더 할 일이 남아 있느냐?”

       “…아뇨. 없습니다.”

       “평소의 뿅이라는 어미는 어디에 버린 것이야.”

       “…뿅.”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이 리미트인 마법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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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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