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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9

    -쿠구구…….

    “또 흔들림이야……!”

    시루드는 이번에도 걱정이 되어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괜찮은 거겠지?’

    충격파로 잔해가 울릴 때마다 자신이 드래곤을 맡을 동안 어서 도망치라던 루크의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꾸만 발걸음이 멈춘다.

    그러면 그때마다 양쪽에서 동시에 호통이 들려온다.

    “오빠, 얼른 안 가면 큰일 나!”

    -또 멈췄네, 빨리 움직여요! 여기서 개죽음당할 생각인가요?

    그것은 도망치는 도중에 만난 루크의 여동생 파이리스와, 루크가 자신에게 건네 준 브로치에 들어있는 인공지능 ‘레니에’의 목소리였다.

    “아, 아니! 알았어, 미안!”

    -정말이지…. 그분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라고요! 아니, 아니지… 정말 희생은 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브로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감정의 낙폭이 꽤나 심한 것 같았다.

    많이 혼란스러운 거겠지.

    ‘…지금은 나도 그런 상태니까.’

    반 친구를 위험 속에 내버려두고 도망쳐 나오는 건데 어떻게 마음이 편할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머리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겠지.

    -…알겠어요? 지금은 어서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라고요! 저희가 있으면 루크님이 제대로 싸울 수 없으니까!

    “응,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그러자 파이리스가 끼어들며 말했다.

    “걱정 마, 오빠. 언니는 아직 살아있어. 내가 알 수 있는 걸.”

    루크의 동생인 파이리스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정령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 드는 내용이었지만, 루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이 애한테 얽힌 정확한 사정은 여전히 잘 모른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파이리스가 정령으로 변하는 능력이나 정령의 힘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는 것.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정령이 할 수 있다고 알려진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름을 보고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일을 말이다.

    -들었죠? 정령이 죽지 않았다고 하니까, 어서 가요!

    “으, 응. 알겠어.”

    그래, 죽지 않을거다.

    루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할 일은 루크가 이길 거라고, 그렇게 믿는 것 뿐.

    그렇게 시루드는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 루크가 만들었다는 인공지능…….

    10살이면서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 정말 보면 볼수록 말이 안 되는 여자애다.

    그것이 탈출에 도움이 될 거라던 루크의 말은 정말로 사실이어서, 실제로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길 안내와 경고, 재촉까지 한번에 쏟아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신의 서클을 빌려 루크가 보여주었던 순식간에 잔해를 치우고 길을 뚫는 마법을 직접 구현해내기까지 했으니까.

    자신으로선 그 원리의 일부조차 떠올리기 어렵다.

    대체 무슨 책을 봐야 이걸 만들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인공지능이라면서 너무 인간적인 느낌이 든다.

    누가 보면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정교하다.

    루크는 대체 이걸로 뭘 하려고 했던 걸까?

    거기에 이름까지 자기가 ‘이상형’이라던 캐릭터 이름을 붙여가지고…

    …음, 설마?

    “그런데, 레니에?”

    -네? 뭔가요?

    “너, 정말로 인공지능 맞아? 여기 사람 들어있는 거 아니지?”

    시루드의 질문에 레니에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난 또 뭐라고. 네, 맞아요. 그런 쓸데 없는 건 왜 묻는 건가요?

    “그냥, 혹시 무슨 애칭같은 건가 해서.”

    -애칭이라니요? 무슨 뜻이죠?

    “그냥, 루크가 평소에 이상형이 ‘레니에’라고 하던 앤데, 하필 인공지능에다 그런 이름을 붙였길래 혹시 사람이면 여자친구인가 싶어서 물어본 거야. 그런데 인공지능이 맞다면 뭐…….”

    -…….

    그러자 레니에는 잠시 침묵했다.

    ‘어라, 이거 내가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잖아.

    -흐, 흐흠…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었단 말이죠…? 훗, 후후후…….

    “어? 지금 뭐라고 했어?”

    -아뇨, 아무것도. 뭐해요? 어서 이동하죠.

    “어…, 응! 알겠어.”

    시루드는 그녀가 웃는 이유를 제대로 묻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에대고 또 무어라 말을 이었다가는 또 잔뜩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입을 다물었다.

    ——

    그 무렵, 루크는 칸타시스의 공격을 직시하고 있었다.

    -후웅…

    칸타시스가 주먹을 들어올리며 몸을 뒤로 빼자, 좁은 공간에 가둬진 공기의 흐름이 칸타시스가 몸을 움직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루크의 머릿결과 옷자락도 그에 따라 앞으로 빨려들어가듯 강하게 나부꼈다.

    그러나, 중심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콰곽!

    정면의 공간을 모조리 조각내며 다가오는 주먹이었지만, 너무나 정직한 궤도였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쿠구궁!

    충격이 광풍이되어 루크의 몸을 때렸지만, 그것이 누적되는 피해는 아니었다.

    직격만 피해낸다면 이정도 충격이야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툭, 투툭…!

    잔해가 떨어져 지하의 우박이 돌의 소리를 연주했다.

    칸타시스는 그 연주에 맞춰 낮게 목을 울리며 루크를 응시했다.

    -그르르르…….

    루크는 칸타시스의 그 낮은 포효를 받아넘기며 그것을 마주보았다.

    ‘역시, 녀석은 반쪽짜리야.’

    용이 뭇 종족들의 두려움과 경의를 한몸에 받는 가장 큰 원인에는 그 압도적인 힘도 있지만, 실상은 지능을 지닌 장생종이 필연적으로 지니게되는 압도적인 수준의 지식과 경험이다.

    천년을 살며 지식을 취하고 경험을 겪은 노련한 고룡에게는, ‘기습’이나 ‘교란’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봉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건다면 간파하고, 함정을 쓴다면 해체당하며, 암습을 한다면 역습당한다.

    이처럼 수많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하여 언제나 빠르게 최적해를 찾아내는 그 능력은, 누구라도 드래곤에게 맞선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의 칸타시스에게는 지식과 경험이 없었다.

    녀석은 압도적인 힘과 마력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힘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그저 그 힘에 마구잡이로 휘둘리고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일으킬 결과를 모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명령받은 충동적인 행위를 눈앞의 대상에게 무계획적으로 쏟아내기만 할 뿐.

    이는 마치 갓 태어난 드래곤의 정신이 성숙한 고룡의 몸에 들어있는 셈이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라면, 칸타시스는 그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힘만으로도 너무나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비늘의 마법저항력과 물리적인 경도가 엄청나서 자신의 공격이 닿지 않고, 별달리 고차원적인 마법을 펼칠 필요도 없이 휘두른 완력만으로도 자신은 생사를 건 회피기동을 취해야한다.

    그렇기에 지금은 객관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버티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녀석에게 결정적으로 ‘간파하는 힘’이 없는 한, 상황은 언제나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되어있었다.

    ‘녀석에게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건, 칸타시스로서의 자아도 현저히 부족하다는 거겠지.’

    그렇다는 건, 언제든지 강한 의지에 휘둘리고 만다는 것.

    제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었다해도, 그 속살이 연약하다면 의미가 없다.

    기사로서 정신까지 단단하게 무장하지 않으면, 배신자에게 스스로 갑옷을 벗어 건네주고 마는 것이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나.’

    루크는 칸타시스의 주변을 훑어보며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칸타시스, 혹시 기억하는가?”

    -…….

    칸타시스는 갑작스런 루크의 목소리에 반응을 보였다.

    그것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 건지,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었기에, 루크는 말을 이었다.

    “간단한 질문이야. 물체에서 마력을 제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네. 그대는 그 중에서 몇가지나 기억하고 있나?”

    -……..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내려칠 준비를 하고 있을 뿐.

    “뭐, 나도 그대에게 대답을 바라고 질문하지는 않았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루크는 주워서 등 뒤로 숨겨두었던 돌멩이 하나를 자신의 발치에 툭 떨구고는 눈을 감았다.

    -툭.

    칸타시스, 너무나 단단한 외피덕분에 실드조차 필요로 하지 않던 지룡.

    과거 대지와 같이 굳건하여 과묵한 성격이었던 그는 원래도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이쪽이 먼저 입을 열어 대답을 종용하지 않으면 녀석이 제대로 듣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단 말이야.

    다만 이 모습을 보면, 이번에는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이 확실하다.

    안심이 되는군.

    피하려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체념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한층 거세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하, 지금 눈을 뜨게 된다면 아무리 나라고해도 펼쳐질 광경에 동요하지 않을 자신이 없군.’

    하지만 이미 마법은 완성이 되어 있었다.

    감은 눈꺼풀 너머로 푸른 빛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모여드는 것이 보인다.

    루크는 그것이 점차 완전한 원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준비는 끝났나.’

    루크는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돌가루 섞인 바람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텔레포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야가오 루크쟝

    그나저나, 용가리 그리기 짱힘드네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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