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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꺼림칙한 느낌은 깊숙히 묻어두고.

       

       영혼에 대한 분석도 어느정도 진행되었고. 어둠의 정령들도 모여들고 있는 듯하니.

       

       이제 남은 것은 사후세계가 만들어질 장소를 준비하는 것과 사후세계의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

       

       이 둘 중 먼저 해야할 것은 사후세계가 위치할 장소를 만드는게 먼저겠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이 세계의 어딘가에 사후세계를 만들도록 할까?

       

       그리스 신화에서는 땅 속의 세계에 명계가 존재하고, 죽은 영혼이 그곳에서 스틱스강을 건너간다고 되어 있었는데. 역시 땅 속이 좋으려나?

       

       아니, 아니지. 땅 속에는 불안요소가 있었다.

       

       에레보스라는 불안요소가.

       

       지상을 샅샅히 찾아보았는데도 조금의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던, 어둠 그 자체인 그 아이가 숨어있을만한 곳은 이제 저 땅 아래 뿐인데, 그곳에 사후세계를 만든다?

       

       거기에 그 아이의 자손들이 변한 어둠의 정령을 그곳에서 일하게 하면서?

       

       분명, 100퍼센트 문제가 터질게 뻔하잖아!

       

       음. 땅 속은 안된다. 땅 속은. 적어도 에레보스를 찾아서 혼쭐을 내기 전에는 한 무리다. 무리야.

       

       그렇다면 하늘 위는 어떨까?

       

       혼이 저절로 하늘에 떠오르니까, 혼을 모아 오는 것에는 상당히 수월해질지도 모르지만….

       

       아, 이것도 안된다. 어둠의 정령의 성질 탓에 하늘 위에는 불가능이다.

       

       어둠의 정령은 땅 속으로 스며들어 움직이거나, 빛이 적은 곳이거나, 빛이 있더라도 그늘이 있다면 그늘 안에 숨어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빛이 강한 곳이나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저 높은 하늘 위에는…. 어둠의 정령들이 스며들 땅 같은 것도 없고, 희미한 구름 외에는 그림자가 생길리 없고, 빛도 강하게 내려쬐는걸.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어둠의 정령이라면 그럭저럭 그늘이 없어도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숫자는 한정적이니까. 소수에 불과하니까.

       

       힘이 약한 어둠의 정령들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릴게 뻔하다.

       

       해가 진 밤의 하늘이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낮에 죽은 사람들을 사후세계로 이끌 수 없는걸.

       

       음. 어둠의 정령들을 부려먹으려면 하늘도 무리.

       

       역시, 이 세계의 어딘가에 사후세계를 만드는건 무리일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창조신이라는 작자에게 받은 첫번째 특전. 창조를 사용했다.

       

       눈 앞에 떠오르는 반투명한 창. 무엇을 만들 것인지 설정할 수 있는 창.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화면.

       

       그 능력을 사용해 나는 하나의 문을 만들었다.

       

       새까만 바위를 재료로 거칠게 깎아 만든 커다란 문.

       

       문을 고정하는 벽 같은 것도 없이, 그저 문만 우두커니 서있을 뿐인 기묘한 광경을 무시한 채, 나는 양쪽으로 펼쳐지는 문을 활짝 펼쳤다.

       

       마치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활짝 열린 거대한 문의 안쪽에 있는 것은, 새까만 바위의 벽이었다.

       

       그 무엇에도 붙어있지 않은 문이었지만, 그 안쪽에는 검은 바위가 가득 들어차 있는 기묘한 광경.

       

       마치 다른 세계로 이어진듯한 모습이었다.

       

       음. 혹시나 싶어서 저질러봤는데, 이거 진짜로 만들어지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창조하는 물건을 설정하는 곳에, 다른 세계로 이어진 문이라고 적은 후 만들었을 뿐인데…. 정말로 만들어질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게다가 바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세계로 통하는 문. 이라는 설정을 완벽하게 반영하다니. 정말이지…. 내가 만들었지만 뭐야 이거?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 창조의 능력. 어디까지 가능한거지…? 이러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냐? 이게 창조신과 다를게 뭔데?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어? 내가 가진 능력의 가능성이 더욱 더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응.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문을 닫은 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 생각보다 묵직한 문을 손에 쥐었다.

       

       이 문을 만든 것은 좋지만…. 이걸 어디에 두느냐도 걱정이구만. 음….

       

       일단 저승으로 이어지는 문이 될 셈이니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곳이 좋겠지?

       

       거기에 노동자들…. 어둠에 정령들이 접근하는데 문제가 없을 장소여야 하고.

       

       저승으로 이어지는 곳이니, 다른 생물들에게도 영향이 있을지 모르니, 가능한 다른 생물도 없는 장소….

       

       그런 조건들을 다 합치니, 참으로 까다로운 조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다행히,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나는 조건에 맞는 장소를 한 곳 알고 있었다.

       

       그저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면 몇군데 더 고를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한 곳 뿐이라서 말이지.

       

       나는 날개를 펼치고, 그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향하는 곳은 이 세계의 북쪽 끝에 있는 장소.

       

       얼음으로 뒤덮인 새하얀 땅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눈과 얼음으로 가득 찬 차가운 땅.

       

       차가운 냉기 탓에 다른 정령들도 쉽사리 찾아오지 못하는 삭막한 공간.

       

       올라오는 도중에는 드문드문 보이던 동물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북쪽의 끝에.

       

       칼날처럼 날카로운 얼음이 파도치는 바다에 둘러싸인 자그마한 섬이 있었다.

       

       차가운 얼음이 가득한 바다의 파도가 쉴새없이 몰아치고 있는 이 작은 섬의 가운데에, 나는 들고 온 문을 우뚝 세워두었다.

       

       다른 생명도 찾아볼 수 없고, 인간의 영역에서도 멀고, 지하도 아니고, 어둠의 정령들이 활동하는데 큰 문제는…. 음, 그 아이들이 바다 속을 다닐 수 있을까? 다닐 수 있겠지?

       

       아니, 괜찮을거다. 이 작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면 될테니까.

       

       그리고 그 다리의 재료는 문 안에 가득 차 있는 검은 바위들이 될테고.

       

       나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후 문을 활짝 열었다. 검은 바위가 가득가득 들어찬 문.

       

       좋아. 일단 문이 부숴지지 않도록 마법을 걸어두자. 물론, 안에 들어있는 검은 바위들은 예외 처리. 그것들은 죄다 박살이 날 바위들이니까 말이지!

       

       마법이 걸린 문을 가볍게 두드려서 부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꽉 막힌 벽을 보고서, 가볍게 주먹을 말아쥔 후 마력을 담아 힘껏 내질렀고.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검은 바위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문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단 한번의 주먹질. 마력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이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고 생각하기 힘든 파괴력.

       

       그 일격만으로 문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파여 있었다.

       

       음…. 좋아. 산산조각난 파편들을 마력을 움직여 모은 후, 섬과 대륙이 마주보는 바다에 쏟아낸다.

       

       물론, 이정도로는 섬과 바다를 이어붙일 수 없을테지.

       

       나는 다시금 주먹을 감아쥐었다. 채굴 개시!

       

       음. 묘하게 옛날에 한 게임이 생각나는구만. 네모네모한 블럭을 박살내며 광석을 캐는 게임이.

       

       지금은 곡괭이 같은 것 없이, 맨손으로 죄다 박살내며 파편들을 바다에 쏟아내고 있었지만 말이지!

       

       어디보자…. 일단 이 문 안쪽은 다른 세계니까 에레보스가 다른 곳으로 침입할 염려는 없겠지? 문을 통한다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문에는 나중에 마법을 걸어서 에레보스가 감지되면 즉각 포획하도록 해두면 될테고.

       

       나는 문 안쪽에 있는 검은 바위의 세계를 비스듬하게 깨부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파편은 모조리 바다에 쏟아버리면서 말이다.

       

       

       – – – – – – – – – – – – – – – – – – – –

       

       

       신의 피를 이어받은 영웅. 수많은 위업을 이룩한 라이클렌은 술에 취한 나머지 친구를 때려 죽였고,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며 저승으로 가서 죽은 친구의 영혼을 되찾아 오겠다는 결심을 한 후 모험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은 영웅 중의 영웅인 라이클렌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니.

       

       깊은 숲의 현자에게서 저승으로 향하는 방법을 들은 라이클렌은 저승의 입구가 있다는 세상의 북쪽 끝으로 향한다.

       

       세상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라이클렌. 때로는 거인의 도움을 받고, 때로는 맹수와 짐승의 습격을 받으면서, 저승의 입구가 있다는 북쪽의 끝으로 향한 라이클렌.

       

       칼날과 같은 얼음이 파도치는 바다에 놓여져 있는, 한번 건너면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검은 다리를 건넌 라이클렌이 다다른 곳은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지는 저승의 문이었다.

       

       「모든 희망을 버려라, 들어오는 그대들이여.」라는 무시무시한 글귀가 적혀있는 검은 저승의 문은 새까만 바위에 붙어 있었는데, 그 문을 보는 것만으로 영혼을 움켜쥐는 고통이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물건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고, 어지간한 영웅이라도 이 문을 보는 것만으로 도망칠 물건이었으나, 영웅 중의 영웅인 라이클렌은 물러서지 않았고, 말 없이 팔소매를 걷어 붙인 후 두 문을 밀기 시작했다.

       

       산을 움직인다는 괴력으로도 한참을 밀어야 간신히 움직일 정도로 무거운 저승의 문. 고작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를 여는데에 한나절이 걸린 라이클렌은 간신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 저승을 향해 나아갔다.

       

       

       그 후 라이클렌이 겪은 일들은…. 라이클렌이 지금까지 해온 모험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었으니.

       

       땅 속으로 향하는 검은 동굴로 내려간 라이클렌은 한걸음 한걸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산을 움직이는 괴력으로도, 어떤 칼날로도 다치지 않는다는 강철과 같은 피부로도, 저승의 공포로부터 그를 지킬 순 없었으니까.

       

       

       ………

       

       

       수많은 영혼이 괴로워하는 지옥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위기를 겪고 두려움을 견디며 나아간 라이클렌이 마주한 것은 저승을 다스리는 세 관리였으니.

       

       

       죽은 자의 영혼을 찾아 모아오는, 어둠 속의 사신들을 지휘하는 지휘관.

       

       죽은 자의 영혼을 명부에서 찾아, 올바른 죽음을 맞이했는지 보는 조사관.

       

       죽은 자의 영혼을 저울에 매달아, 죄의 무게를 재어 판결을 내리는 심판관.

       

       

       저승의 세 관리는 아무리 영웅이라 할지라도, 살아있는 몸으로는 결코 대적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에는 영웅 중의 영웅으로 이름을 올린 라이클렌을,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죽은 자로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이었으니까.

       

        – 영웅 라이클렌의 모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는 혼란에 빠져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공격했다!)

    (작가는 기절했다.)

    (작가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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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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