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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나는 가이드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괜찮으냐?”

       

        “네, 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탄 리무진이라는 자동차가 폭발에 휘말린 순간.

        나는 리무진이라는 자동차를 이루고 있는 금속을 일부 뜯어내 가이드와 운전기사를 보호했다.

        어차피 부서질 자동차였으니, 내가 미리 금속을 조금 뜯어다 써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다.

       

        끼이익!

       

        끼익!

       

        주변 경계해!

       

        움직여!

       

        내가 탔던 리무진의 앞뒤의 자동차들이 멈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인간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며, 일부는 이쪽으로 다가와 보호막을 치고, 일부는 사방을 경계한다.

       

        보호해 준 가이드와 운전기사를 내려 준 후, 나는 나에게 다가온 인간들에게 한쪽을 가리켰다.

       

        “저 아이가 폭발의 원인으로 보이는구나.”

       

        “네?”

       

        내 말에 당황스러운 얼굴로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는 인간들.

        그곳에는 온몸에서 불길을 내뿜고 있는 어린 인간의 아이가 있었다.

       

        “엄마~! 움마아아~!”

       

        “정우야!”

       

        화르르륵!!

       

        제어되지 않는 불길을 온몸에서 뿜어대는 인간의 아이.

        자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이 무서운지, 아이는 공포에 떨며 엉엉 울 뿐이다.

        그 옆에서는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인간 여성이 아이를 향해 소리치지만, 아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에 의해 차마 다가가지 못한 채 울부짖을 뿐이다.

       

        “맙소사!”

       

        “능력 각성인가?!”

       

        그 모든 것들을 확인한 인간들이 소리쳤다.

        능력 각성이라?

       

        ‘대충 짐작은 되는구나.’

       

        물론 ‘능력 각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수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능력 각성’을 관찰했지만, 이 세계의 ‘능력 각성’이라는 것은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겪었던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다.

       

        “저 아이가 지금, 이 순간, 초상 능력을 발현한 것이냐?”

       

        “네? 네, 네…. 그, 그렇습니다.”

       

        옆에 서 있던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조금 얼떨떨한 대답이 들려왔다.

        죽을 뻔했으니 정신이 없을 만도 하지.

        이해한다.

       

        아무튼.

        가이드의 말 대로 지금, 이 사고는 한 인간의 아이가 자기 능력을 발현하며 일어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세계의 헌터들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고유의 ‘초상 능력’을 발현하는 데 성공한 헌터.

        ‘마나 능력’을 각성 후 마법이나 오러를 따로 배운 헌터.

        이렇게 말이다.

       

        내가 이 세계에 온 후 대충 조사한 내용 중 하나이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보통 마나를 다루는 방법은 각 차원에 따라 다르다.

        몸 안에 마나를 다루고 저장할 수 있는 특정한 신체 기관이 존재하는 인류가 존재하는 차원도 있고.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에 의해 힘을 빌려 쓰는 인류가 존재하는 차원도 존재한다.

        또는 특수한 호흡법을 통해, 특수하게 가공한 마나를 몸 어딘가에 저장하는 방식을 찾아낸 차원도 있다.

       

        그리고 내 고향의 차원은, 다른 차원에서 흘러들어온 마나에 의해 신체가 특수한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마나 능력을 각성하는 케이스였다.

        내가 인간들을 직접 관찰하면서 알아낸 사실이니, 확실하다.

       

        문제는 이 인간의 변이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인간들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특정 시기에 일괄적으로 변이가 일어난다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계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시기에 상관없이, 장소에 상관없이…….

        어떠한 조건이 맞는 순간 각성이 일어나 버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혹은 대비가 되어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모른다거나, 혹은 미숙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젠장!”

       

        “대상. 화염계 능력 각성자로 추정!”

       

        “능력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시민들부터 대피시켜!”

       

        “협회에 지원 요청해!”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에 잠시 안도하던 경호원들이, 이번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통 초상 능력자는 자기 능력에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 저 아이는, 딱 봐도 자기 능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에 겁을 먹고 울고만 있는 상황.

       

        ‘이대로 있다가는…….’

       

        저 아이 스스로 계속 타오르다…… 그대로 뻥 터져 버리겠지.

        운이 좋아서 터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 아이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아이의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마나의 흐름을 바라보다,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가이드에게 물었다.

       

        “아이야.”

       

        “……네?”

       

        자신을 부른 것을 몰랐는지, 뒤늦게 반응하는 가이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어찌하면 되느냐?”

       

        “아.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식사 시간이…….”

       

        “그런 것 정도는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리 종족이 다르다고 한들, 이런 상황에서까지 내 권리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나에게 그 어떠한 무례도 일으키지 않았고, 지금 상황은 그저 사고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록 종족은 다르나 한 아이의 생명이 걸린 상황이다.

       

        “어린아이는 종족을 불문하고 소중한 법이지.”

       

        이래 봬도 흉포한 드래곤으로 살아오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새끼를 건드린 적은 없다.

        오히려 부모를 잃은 새끼를 보호해 주기까지 했다.

        아무리 인간인 시절의 윤리와 가치관, 사고방식을 모두 버렸다고 하더라도…… 차마 새끼를 건드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용케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어리석었던 덕분에 완전히 야성에 젖지 않을 수 있었기도 하다.

       

        아무튼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나는 말을 이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기다려도 되는지. 그것을 묻고 싶었단다.”

       

        “?!”

       

        “저 아이의 능력을 억누르는 것 정도는 나에게 간단한 일이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너희 인간들 사이의 일이니까. 외부인인 내가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솔직히 어린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것은, 나에겐 썩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가 아직도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은, 이것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인간들의 안내를 받아, 인간들의 도시에 들어와 있다.

        즉. 지금의 나는 인간들의 ‘손님’인 셈이다.

        그런데 ‘손님’에 불과한 내가 ‘집주인’의 ‘집안일’에 함부로 손을 뻗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만약에 저 아이의 일에 그 어떤 인간도 나서지 않았다면 내가 나섰겠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수많은 인간들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함부로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들의 권리를 침범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묻는 것이다.

       

        인간들이 원한다면, 이 일에 내가 끼어들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건…….”

       

        내 말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가이드.

        이 일들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그로서는, 나의 제안이 반가우면서도 난감하겠지.

        입술을 깨물며 그가 나에게 입을 열려던 그 순간이었다.

       

        “정우 좀! 선생님! 저희 정우 좀 제발……!”

       

        “어머님! 위험합니다!”

       

        “저희 아이가 저기 있어요! 아이가…… 아? 아아아!”

       

        내 경호원으로 따라왔으나, 현재는 주위의 인간들을 피신시키는 일에 투입된 경호원에 의해 끌려 나오던 아이의 어머니가 나를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누가 말리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와 내 앞에 넙죽 엎드렸다.

       

        “선생님! 제발! 저희 아이를! 제발……!”

       

        “어, 어머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내 옆에 붙어 있던 가이드와 경호원이 황급히 여인을 떼어내려 했으나, 아이의 어머니는 내 다리를 강하게 붙잡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가이드도, 경호원도, 둘 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헌터들이다.

        반면에 눈앞의 여인은 평범한 인간이다.

        상식적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 둘이, 아무런 능력이 없는 인간 여성 하나를 어찌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여인은 두 헌터의 힘을 버텨 내며, 내 다리를 붙잡고 소리쳤다.

       

        “제발! 헌터님! 제발 저의 아이를 살려주세요!!”

       

        “…….”

       

        내 정체를 알아챈 것은 아니다.

        아마도 나의 금빛이 반짝거리는 은발과, 세로로 갈라진 호박색의 눈동자를 보고 특수한 능력을 갖춘 헌터로 오해한 듯하다.

        특정한 초상 능력을 각성한 인간 중, 외형이 특수하게 변형되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내 다리에 매달린 채 오열하는 여인을 차분히 내려다보다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어찌할 테냐.”

       

        “잠시…….”

       

        내 말에 심각한 표정이 된 가이드가 어딘가로 연락을 취한다.

        상부라고 불리는 곳과 연락을 취하던 가이드는, 마침내 대답을 얻었는지 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부탁하겠습니다.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그래.”

       

        집주인의 허락도 얻었겠다.

        나는 몸을 굽혀 내 다리를 붙잡은 여인의 손을 잡았다.

       

        “아아…….”

       

        “진정하거라 아이야.”

       

        약간의 강제력이 깃든 용언을 섞어, 여인의 감정을 강제로 진정시킨다.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내 다리를 붙잡은 여인의 손에서 힘이 빠진다.

        여인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떼어내고, 그 손을 붙잡은 채로 여인을 일으킨다.

       

        “아, 아이…… 제 아이를…….”

       

        “걱정 말거라.”

       

        자기 아이를 위해, 초인적인 힘을 낸 어머니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준다.

        그 후 천천히 불길을 내뿜는 아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위, 위험…….”

       

        반사적으로 내 옆에 붙어 있던 경호원이 나를 막아 세우려 했으나, 그런 그를 가이드가 막아 세웠다.

        그러는 사이 나는 아이가 내뿜는 불길이 닿는 범위로 들어섰다.

       

        화르륵!

       

        모든 것들을 불태우려는 강렬한 불길이 나를 덮친다.

        그대로 나 역시 태우려 했으나…….

       

        “흠. 생각보다는 온도가 높구나.”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 아바타는 용금으로 만들어 낸 육체다.

        지금은 일반적인 생물을 이루는 탄소 기반의 유기물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그 근본은 금속이다.

        즉, 이런 불길 정도로는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렇게 불 속을 걸어 들어가니, 불 한가운데에서 주저앉은 채 울고 있는 인간의 아이가 보였다.

       

        “으아아아아아앙!!! 움마아아아!!!”

       

        외형만 보자면 4~5세 정도려나?

        차원마다 인간의 평균 신장이 차이가 나다 보니, 이런 것은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어쨌든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아이는 맞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야. 무엇이 그렇게 서러운 것이냐?”

       

        “흐윽! 흡! 엄뫄?”

       

        “나는 네 엄마가 아니란다.”

       

        천천히 내 아바타를 이루는 용금에서부터 새로운 금속을 뽑아낸다.

        에너지원은 충분하다.

        지금 아이가 내뿜고 있는, 높은 열에너지가 주변에 가득하니까.

       

        가장 먼저 뽑아내는 것은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금속.

        이 차원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법칙을 담은 금속이 내 몸에서부터 흘러나오며 주변의 열을 급격하게 식히기 시작한다.

       

        아이가 뿜어내는 불꽃은 아이의 몸을 해치지 않지만, 그 불길에 의해 뜨겁게 달구어진 공기와 대지는 다르다.

        게다가 인간은 나와는 달리 호흡하기 위한 산소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우선은 주변 공기의 온도를 낮추고, 아이가 호흡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먼저 확보한다.

       

        그 다음에는 아이의 능력을 정지시켜야 하는데…… 다행히 그 부분은 문제가 없었다.

        용금으로 만들어진 내 육체로, 아이가 내뿜는 모든 불꽃을 흡수하면 되는 문제였으니까.

       

        “흑! 흐윽! 움뫄아아아아아!!”

       

        화르륵!

       

        아이의 감정이 요동치며, 동시에 불꽃이 더욱 강해진다.

        이보다 더 강한 불꽃을 피워올려도 문제는 없으나, 너무 급격하게 마나를 소모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선 아이를 진정시킨다.

       

        “아이야. 진정하렴.”

       

        우웅!

       

        이번에도 약간의 ‘강제 용언’을 섞어, 아이의 감정을 강제로 진정시킨다.

        순식간에 울음을 그친 아이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아이의 불꽃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며, 나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을 이었다.

       

        “아이야. 네 엄마에게 데려다주마.”

       

        “흑! 흐끅! 저, 정말요?”

       

        “그래.”

       

        몸을 돌려, 저 멀리서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어머니를 보여 준다.

        제 어머니를 확인하곤, 내 품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리는 아이를 꽉 잡았다.

        어딜!

       

        “허나, 내가 되었다고 할 때까지는 내 품에 안겨 있어야 한단다.”

       

        “으에엥?”

       

        내 말에 아이가 사기당했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참고로 사기는 아니다.

        나는 ‘데려다주겠다’고 했지, ‘내 품에서 벗어나도 된다’라고는 안 했으니까.

        적어도 아이의 몸에 들어 있는 마나가 전부 소진되기 전까지는 계속 내가 안고 있어야 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테러리스트의 습격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쟌넨!

    흔한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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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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