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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준비해온 횃불로 불을 밝힌 뒤 동굴에 들어섰다. 동굴 자체는 열 몇 걸음 들어가기도 전에 끝났다.

         

       “흐음. 비동이라…여기가 입구인가요?”

         

       “그래. 알고 보니까 좀 수상하게 보이지?”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전신거울 정도 크기의 평평한 석면이 있으면 아무래도 수상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흑묘 역시 호기심 어린 몸짓으로 석면을 이리 저리 더듬어 보고 있었다.

         

       “으음. 두들겨 봐도 반응이 없고…이거 제가 풀어봐도 괜찮겠어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굳이 이 비동을 골라 흑묘를 데리고 온 이유. 그건 이 비동이야말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아주 적절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흑묘와 기연 사냥을 나가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 넣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흑묘는 더듬거리면서 기관장치를 찾거나. 혹은 벽을 쿵쿵 두드려 보거나 한참이나 내공을 주입해 보거나 했지만 결국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러났다.

         

       “으음. 모르겠네요.”

         

       “뭐, 간단해.”

         

       흑묘가 문을 못 연것도 이해는 한다. 거울처럼 평평한 직사각형의 석면. 그리고 그 끝은 둥글게 처리가 되어 있다. 현대인이라면 하루도 없으면 못 버틸 그 물건을 연상케 하는 형태.

         

       흑묘는 현대인이 아니니까 이 형태를 봐도 그 물건이 연상이 안 되겠지.

         

       나는 벽면을 스윽 짚은 다음 손을 옆으로 뻗었다.

         

       쿠르르르릉.

         

       비동의 출입구를 여는 방법.

         

       그것은 [밀어서 잠금해제]다.

         

       *** ***

         

       “호, 선배 호 선배는 이 비동에 대해서 아는 눈치인 모양이네요?”

         

       “나도 와 본건 아냐. 그냥 이 비동에 대해 남겨진 걸 보았을 뿐.”

         

       흑묘의 의문에 답변해 주면서도 나는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이 [현천자의 비동]은 게임 시절에는 정말로 셀 수도 없이 돌았던 단골 손님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처음. 당연히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맞았다.

         

       “후.”

         

       다행히 익숙한 석판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연자여! 본인은 현천자라고 하는 늙은이다! 본인은 어린 시절부터 물건을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었던 바. 기관과 진식을 만드는 재주를 팔아 번 돈으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고는 했으나 물건을 만들기만 했을 뿐 물건의 주인을 찾지는 못했으니 그대의 능력을 시험하여 물건을 내리고자 한다.]

         

       [그대의 무공과 지혜를 시험하고자 하니 의기가 있는 연자는 일 관부터 삼 관까지의 시험을 통과하여 연자에 걸맞는 물건을 얻게 될 것이다!]

         

       [허나 이 현천자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자는 다시 이 비동에 발을 딛지 못할 것이다.]

         

       “오, 마지막 문구는 조금 무섭네요. 살인멸구라도 한다는 뜻일까요?”

         

       사실은 그냥 내쫓기고 끝이다. 다신 비동 문을 열게 되지 못할 뿐. 억지로 비동 문을 부수려고 하면 자연동굴의 입구가 무너지고 동굴 안에 독연이 풀리며 사망.

         

       흑묘의 목소리가 조금 고양된 것이 현천자가 남겨 놓은 문구에 조금 흥분한 모양이다.

         

       “선배, 현천자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세요?”

         

       “이 비동에 대해서 알게 되며 들어본 정도?”

         

       이 현전자의 비동은 비동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비동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운 유형의 기연이다. 이런 저런 흔적을 더듬고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기까지 도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현천자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언급된다.

         

       “현천자는 신화나 설화로 내려오는 사람이에요. 황궁의 기관을 만들었다고도 전해지며 신선조차도 그가 펼친 진법 속에서 고생했다고 전해지니 그의 재주는 그야말로 하늘에 닿았다고 해야겠죠. 선계에서 그에게 진귀한 재료를 내려 여러 기진이보를 만들게 했다는 설도 있어요.”

         

       “그래?”

         

       “이 사람이 진짜 현천자일지 아니면 그냥 현천자를 사칭하는 사람일지 궁금하네요.”

         

       드르륵 쾅!

         

       일 관에 들어가자마 문이 굳게 잠겼다. 알고 있던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고 흑묘 역시 흠칫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횃불을 들어올리면 석비를 찾았다.

         

       “여기에도 석비가 있군요.”

         

       [연자여 각 관문의 도전 기회는 3회뿐이다.]

         

       [발판 위에 서서 아수라 석상의 공격 속에서 공격을 허용치 않으며 석상의 표시된 지점을 십 회 가격하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아수라의 무기를 정면에서 받아칠 경우 빈틈이 드러나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연자는 이를 명심하라.]

         

       [또한 가격 당했음에도 발판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석상의 공격은 매우 강맹해지니 고집부리지 말지어다.]

         

       “흐음.”

         

       흑묘가 아수라 석상에 다가가자 석상의 여섯 팔이 한 차례 움직임을 보였다.

         

       쉬쉬쉬식!

         

       내 눈에는 희끗하게 보일 정도의 속도.

         

       흑묘는 그 속도를 기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묘가 발판을 밟자마자 바로 아수라의 팔이 움직였다.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공격을 흑묘는 한 번 흘렸다.

         

       다른 팔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멈칫거리는 것도 잠시. 흑묘는 곧바로 석상에 일장을 내뻗었다.

         

       아수라의 열 개의 눈 중에서 하나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곧바로 떨어지는 이격과 삼격.

         

       탁, 탁!

         

       흑묘는 이격은 막아내고 삼격은 받아쳤다. 그러자 부자연스럽게 젖혀진 두 번째 팔은 천천히 제 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식이구나!”

         

       퍼억!

         

       사격, 오격을 받아낸 흑묘가 그대로 아수라 석상에 일장을 내질렀다. 아수라 석상에 달린 열 개의 눈 중에 두 개에 불이 들어왔다.

         

       석상의 눈에 일곱 개의 불이 들어 왔을 때는 여섯 개의 팔이 일사불란하게 흑묘의 전신을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다닥!

         

       “합!”

         

       여섯 개부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지 막아내기만 하고 있던 흑묘가 드디어 치고 나갔다. 석상의 박자를 읽은 것인지 흑묘는 거침없이 손을 뻗어 여섯 개의 무기를 모두 쳐 냈다.

         

       8개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한층 더 빨라진 속도에 흑묘의 몸이 휘청였다.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흑묘의 손에서 장영이 나타났다. 장영이 손들의 공격을 한 두 개 막아주자 아수라의 팔이 하나 둘 젖혀지기 시작했다. 팔의 회복속도 역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애초에 팔을 모두 젖힐 필요도 없었다.

         

       팔이 세 개쯤 젖혀지자 흑묘는 장영을 피워 나머지 두 손의 공격을 막아내고 남은 한 손으로는 아수라를 때렸다.

         

       촤라라락!

         

       그리고 그 순간 젖혀져 있던 아수라의 팔들이 모두 모였다.

         

       “아니, 치사하게!”

         

       흑묘의 당황스러운 음성과 별개로 타격 지점을 가리고 있는 여섯 개의 팔. 여섯 개의 팔이 번갈아가며 타격 지점을 지키고 나머지 다섯 개 팔들이 기존과 같은 속도로 공격해 들어갔다.

         

       “흑묘야! 다음으로 가릴 차례의 팔을 젖혀야 빈틈이 나와!”

         

       쉬쉬시식!

         

       타다다닥!

         

       한 개의 팔이 방어로 봉인되었음에도 흑묘의 손은 조금도 여유로워지지 않았는데 이젠 정확히 타격을 가해봐야 젖혀진 팔이 잠깐의 틈만 남기고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합!”

         

       흑묘가 승부수를 띄웠다.

         

       장영으로 두 손의 공격을 막고 쌍장으로 두 손의 공격을 쳐냈다. 다섯 번째 손이 타점을 가리기 위해 내려가고 네 번째 손이 타점에서 벗어나며 그대로 공격해 들어간다.

         

       흑묘가 처음으로 몸을 비틀어 네 번째 손의 공격을 피해냄과 동시에.

         

       발이 뻗었다.

         

       급소를 가리기 위해 이동하던 다섯 번째 손을 쳐 낸 것은 흑묘의 무릎이었다. 다섯 번째 손이 튕겨나갔으나 이미 장영으로 막아냈던 두 손의 공격이 들어오는 상황!

         

       석상을 공격하기 전에 석상의 팔이 먼저 닿을 것은 뻔한 상황이었다.

         

       간신히 마련한 기회인데 이대로 놓쳐야 하나.

         

       그런 생각과 안타까움이 머리를 스치고 있을 때.

         

       흑묘의 무릎이 펴졌다.

         

       퍽!

         

       흑묘의 마지막 한 수는 발차기였다. 무릎에서 이어지는 발차기의 연계 공격.

         

       미친 듯이 이어지던 아수라 석상의 공격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었다.

         

       “후우…”

         

       “이야…잘했다.”

         

       나는 흑묘를 향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흑묘가 각법을 쓰는 모습은 한번도 못 봐서 마지막에 나간 무릎 차기도 그냥 임기응변인 줄 알았고 그 자세에서 그대로 발차기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몰입했다.

         

       급할 때에도 강기를 쓰지 않은 모습을 보아서는 초절정은 확실히 아닌 모양이고.

         

       “쉽지 않은 상대였네요.”

         

       흑묘가 석상의 팔을 툭툭 두드렸지만 아까와는 달리 미동도 하지 않은 아수라의 팔.

         

       쿠구구구구!

         

       아까만큼이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 관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과연, 현천자라고 자칭할만한 기관인형이기는 했어요. 다음 관문에도 이런 것들이 있겠죠? 후후 제법 기대되는군요.”

         

       그래 현천자의 비동에 재미있는게 많기는 하지.

         

       [연자여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한다.]

         

       [첫 번째 관문이 연자의 무공을 시험했다면 두 번째 관문은 연자의 두뇌를 시험할 것이다.]

         

       [연자여 바닥에 박힌 나무판들이 보이는가? 그 안에는 스무 개의 폭탄이 들어 있다. 단 한 개의 폭탄도 터트리지 않고 스무 개의 폭탄의 위치를 모두 확정지으면 통과다.]

         

       [아수라 석상의 무기가 땅에 닿기 전까지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함을 명심해라.]

         

       [나무판을 열면 숫자가 적혀 있는 판이 있을 터. 그것은 팔방에 위치한 폭탄의 개수를 의미한다.]

         

       [연자는 나무판을 연 숫자들의 연계를 통해서 폭탄의 위치를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니 궁리하라!]

         

       “으음…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그러니까…”

         

       지뢰찾기 하라는 소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처음으로 짜파구리라는 것을 먹어보았습니다.

    출시야 옜날에 했지만 사서 먹을 생각 없이 살다가 어쩌다 접하게 되었지요.

    아무 생각 없이 물에 후레이크를 털어넣었는데.

    커여운 너구리 후레이크들이 동동 떠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야채 미역 후레이크들은 가라앉고 육개장 골뱅이 같은 재질의 너구리들만 떠오르더군요. 하얀 바탕에 살색으로 그려진 녀석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물이 끓으며 불어나는 너구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라면 제조에 들어갔습니다.

    국믈을 버리고 스프를 넣고 조미유를 풀고…먹으려고 한 젓가락 집는 순간..!

    저는 보고야 만 것입니닷..!

    내 흰둥흰둥한 너구리들이 갈색 짜장 소스에 범벅이 되어 더렵혀진 모습이이잇..!

    저는…대체..무슨 참혹한 짓을 저질러 버리고 만 것일까요…?

    물론 짜파구리는 맛있게 다 먹어치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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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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