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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처음에는, 부엌에 카메라를 세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보다보니, 부엌에는 반짝반짝 거리는 재질의 물건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하다못해 싱크대의 수도꼭지조차도 각도에 따라서는 상이 비친다.

        

       게다가 반사방지 필름 등을 세팅하기 편했던 책상과 달리, 부엌의 스테인리스에 전부 반사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방송 한 번을 위해서 온 부엌에 그런 작업을 해두기도 어렵고, 해봐야 물이 묻으면서 개판이 날 게 뻔하니까.

        

       그러니, 또 비자발적 신체 공개를 하고 싶지 않은 이상- 방송은 얌전히 책상에서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본격 요리 방송은 포기.

        

       그래도 중간결과물을 계속 보여줄 테니 화면이 심심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 이렇게 반죽물이 완성됐어요.”

        

       음음.

        

       카메라에 그릇이 보이도록 위치를 옮기고, 나무숟가락으로 휘휘 젓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험은 없지만, 지튜브 영상에서 본 것과 얼추 비슷해보이니- 적절한 농도로 잘 만들어낸 느낌이었다.

        

       채팅창도 기뻐하고 있을 거야.

        

       “이제, 야채를 씻을 차례네요. 씻어 올게요.”

        

       부추전 레시피와 방송 채팅창을 띄워 둔 모니터를 흘긋 확인하며, 양파와 당근, 부추를 집어들어 흔들어주자,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왜 자꾸 가지고 가는 거야 무친련아 제발 여기서 좀 해】

        

       새로운 1점 리뷰가 도착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데.

       

       “책상에는 물이 안 나오잖아요.”

       

       『부엌에는 카메라가 없잖아요 미친년아』

       『나 진짜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뜨거워져』

       『쿡방이라며 쿡방이라며 쿡방이라며 쿡방이라며 쿡방이라며』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개돼지들아』

       『소통해준다고 했잖아…! 소통해준다고 했잖아…! 소통해준다고 했잖아…! 소통해준다고 했잖아…!』

        

       채팅창의 속도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확인해보니, 시청자가 벌써 1,200명.

        

       아크를 저격했던 방송을 제외하면 최대 시청자다.

        

       도적을 할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니…….

       

       약간, 심술이 날지도.

        

       “중간중간 자주자주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시청자들을 잘 달래 두고, 야채를 씻어낸 후 적절히 다듬고 있자니, 키워 둔 후원 소리가 들려왔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하다못해 칼질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해줘… 이건 물 필요 없잖아】

        

       아.

        

       제법 괜찮은 의견이다.

        

       『ㄹㅇ 제발 이거라도』

       『칼질 훈수 한 번만 할게』

       『쿡방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인데』

       『아 ㅋㅋ 칼 파지법부터 고봉밥 훈수 들어간다』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었고.

        

       다만, 매우 안타깝게도…….

        

       “자, 이렇게 야채를 모두 다듬어왔어요. 빠르죠?”

        

       이미 칼질이 필요한 작업은 다 끝났다.

        

       한 3분……정도만 빨리 도네이션을 보냈다면, 수용될 의견이었을텐데.

        

       『개 시 발』

       『나』

       『락』

       『야야 다 필요 없다 불이나 질러라 그냥』

       『🔥🔥🔥🔥🔥🔥🔥🔥』

       『나』

       『🔥🔥🔥🔥🔥🔥🔥🔥🔥🔥🔥🔥🔥🔥🔥🔥🔥🔥🔥🔥🔥🔥』

       『🔥🔥🔥🔥🔥🔥🔥🔥🔥🔥🔥🔥🔥🔥🔥🔥🔥🔥🔥』

       『정신 나갈 것 같네』

       『이딴게 쿡방?』

        

       물결치는 파도로 시작했던 채팅창이, 다듬어진 야채를 화면에 보여준 순간부터 쓰나미로 변해가고 있었다.

        

       ……예쁘게 잘 다듬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나 칼질이 보고 싶었던 걸까.

        

       “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진정하게 생겼냐, 나가 죽으십쇼, 나 이렇게는 못 살아……전혀 진정되지 않은 시청자들이 원초적인 감정을 채팅창에 한 가득 쏟아내는 광경은, 솔직히 제법 장관이었지만-

        

       이대로면 모처럼 시작한 소통방송이 진행될 리가 없다.

        

       “으음……그러면, 다들 원하시는 걸 한번 말씀해보시겠어요? 이미 썬 야채를 다시 붙일 순 없으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하다못해 방제에 토하는 얼굴이라도 좀 빼줘라,,,, 요리방송이잖아】

        

       “아.”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구나.

        

       “작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카메라 밑으로 두 손을 뻗어, 검지손가락을 교차해 X자를 그려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요리방송이 아니라, 부추전을 먹으며 소통하는 방송이에요. 여러분과 빨리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부추전이 완성되기도 전에 방송을 킨 탓에 오해가 생겼네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진짜 지랄하지 마십쇼 선생님】

        

       ……이거 안 통하네.

        

       아, 모르겠다.

        

       “그러면, 일단 막걸리나 한잔하면서 소통부터 하고 마저 할까요?”

        

       술이나 한잔 마시면서 생각하자.

        

       막걸리에 부추전 다음으로 좋은 건, 그냥 막걸리니까.

        

       * * * *

         

       다듬어진 야채와 희멀건 부침 반죽, 막걸리 1병, 그리고 막걸리로 반쯤 차 있는 국그릇이 놓인 책상.

        

       이예나의 소통 방송 화면이었다.

        

       《역시 막걸리는, 그냥 잔에 마시면 좀 맛이 안 살아요. 뭔가, 잔이 넓어야 하는 느낌.》

        

       요리방송을 기대했다가 배신당한 시청자들은, 이예나가 요리를 때려치우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 후에도 계속하여 열심히 채팅창을 불태우고 있었으나-

        

       방송을 계속해서 불태우는 것도, 스트리머가 불타는 방송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 장작을 던져줘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방송인이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채팅창을 보며 제 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요리방송을 이렇게 원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다음에 한 번 해볼게요.》

        

       채팅의 절반이 화염으로 뒤덮이거나 말거나, 태연하게 술을 마시며 소통을 이어나가는 이예나.

        

       《나이……20대입니다. 키는, 이제는 167? 정도네요. 원래는 175였는데, 좀 줄었어요.》

        

       불붙은 채팅창의 틈새에서 이따금씩 올라오는 간단한 질문들에 대답을 해주던 그녀는, 신상에 관한 질문에도 큰 거부감 없이 대응했다.

        

       대답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소통이었다.

       

       《부먹, 찍먹이요? 리버스 부먹 좋아해요. 탕수육을 한 웅큼씩 소스에 부으면, 소스 점성 때문에 절반만 가라앉거든요. 위는 바삭, 아래는 소스 듬뿍. 혼밥할 때 해보세요.》

       

       결코 주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소통.

       

       차츰차츰, 지금이 그나마 기회라는 걸 느끼고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을 바쁘게 던지는 시청자들이 다수가 되어갔고-

       

       채팅창에 났던 거대한 화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사그러들었다.

       

       .

       .

       .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문신 팔토시는 대체 왜 끼고 있는 건가요?】

        

       《진짜 문신입니다. 어렸을 때 잠시 방황을 했어요.》

        

       『문?신』

       『저번이랑 문신이 바뀐게 보이는데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첫날엔 왼팔이 용이고 오른팔이 잉어였는데요 선생님 】

        

       《좌우반전입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태연한 목소리로 의혹을 일축한 이예나는,

        

       카메라 렌즈를 잠시 가리고, 무언가 신축성 있는 소재를 잡아당겼다 놓는 탁-탁 소리를 내고는-

        

       《좌우반전 풀었어요.》

        

       다시 밝아진 화면 앞에서, 양 팔의 문신이 교체된 채 카메라 앞에서 양 손으로 브이를 그려보였다.

        

       『진짜 숨쉬듯이 야랄을 하는구나』

       『시발 왜 귀엽지 인지부조화오네』

       『그래서 팔토시는 결국 왜 끼고 있는 건데』

       『가슴이나 다시 보여줘』

       『선 넘는 놈들 밴 좀 하죠』

       『오늘 나오나 안 하나요?』

        

       그렇게, 어느새 화기애애해진 채팅창과 소통을 하는 사이- 가득 차 있던 막걸리 병이 어느새 비워지고, 새로운 병이 책상 위로 올라오길 두 차례.

        

       조금 더 힘이 빠진 이예나의 목소리에, 묘하게 비음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오나아……오늘은,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네요. 하고 싶긴 한데에…….》

        

       『와씨 목소리 미쳤다 진짜』

       『ASMR 해주세요』

       『하……이건 된다』

       『ㅗㅜㅑ』

       『성칭찬 마렵네』

        

       그런 그녀는, 약간씩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채팅들이 올라오고 있는데도 크게 괘념치 않는 듯했다.

        

       노골적으로 선을 넘는 채팅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자 스트리머의 방송 치고는 상당히 느슨한 채팅관리였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타고, 

       

       -ㅈ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 같은 좆트롤 캐릭으로 맨날 트롤하면 재밌나요?】

        

       -ㅈ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트롤 방송해도 제재 안 당하는 거 자랑하려고 방송키는 거죠?】

        

       -ㅈ따먹인중개쎄게때리고싶다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방송 컨셉이랍시고 좆쓰레기 캐릭만 해서 어그로 끌고는 가슴이나 보여주면서 듁수 양성ㅋ 좀 역겹네요 ㅋ】

        

       첫 방송부터 꾸준히 한 두번씩은 들어왔던 욕설 도네이션이 세 차례 연속으로 울려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청자들로부터 ‘도적이 트롤이긴 해~’ 따위의 호응을 받았을 도네이션.

       

        『나가』

        『도적이 싫으면 딴 방을 가세요~』

        『-찐-』

        『별 병신 다 붙네』

        『방장 마스터에서 승률 50 이상인데 트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러나 어느새 이예나는 물론이고, 도적에 대해서조차 우호적인 분위기로 변한 채팅창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도네이션을 한 사람을 두들겨 패고 있었고-

       

       이예나는, 작게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듁수: 듀라한(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스트리머에 대한 멸칭)과, 육수(여성 스트리머에 대해 유사 연애감정을 가진 시청자를 비하하는 멸칭)이 결합된 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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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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