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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금탑주님 아니십니까? 이거 참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궁 서고의 선임 사서가 고개를 숙이며 허허 웃었다. 그는 정리하던 책을 뒤로 한 채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교육에 대해 다룬 책이 있는가?”

       “교육이라……. 혹시 새로 들였다는 제자 때문이십니까? 그렇다면 7번 서고로 가시면 됩니다. 담당자에게 미리 언질해두겠습니다.”

       “고맙다.”

       

       7번 서고를 향해 걸어가는 멜리나를 보며, 사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사람이 바뀌었다더니…….”

       

       눈매가 아주 미세하게 부드러워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성격이 정형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였다.

       

       멜리나는 미로같은 서고를 막힘없이 걸어갔다. 드넓은 내부와는 다르게, 있는 사람이라곤 서고별로 자리한 사서들이 전부였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곳은 황궁 서고. 대륙의 모든 역사서와 마도서를 보관하는 장소인 만큼, 웬만한 자들은 접근할 권한조차 없었으니까.

       

       하루에 방문자가 한 명이면 많을 정도였다.

       

       [7번 서고 – 이용중]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놀랍게도 선객이 있었다.

       

       “안에 누가 있지?”

       “아리아 황녀님이 계십니다.”

       “……황녀님이?”

       

       멜리나의 관심은 딱 거기까지였다. 굳이 서고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사서들이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담긴 책들을 전부 분류해 서고 바깥으로 꺼낸 상태였으니까.

       

       멜리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책 중 맨 가장 위의 것을 집어들었다. 이제는 멸망한, 옛 왕국의 학자가 집필한 것이었다.

       

       [스승이란, 제자에게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이란 험난한 여정에서 빛이 되어야…….]

       

       멜리나는 책을 빠르게 넘겼다. 거의 10초에 한 장을 넘기는 꼴이었다. 그렇다고 대충 읽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외우고 있었다. 

       

       ‘새로운 지평이라…….’

       

       멜리나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했다.

       

       진리에 대한 두 번째 단서를 얻었을 때, 마음 속에 사무치던 감정이 있었다.

       

       그 감정의 정체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렇게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올리비아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사흘 동안 절 가르쳐준 답례에요.” 라고.

       

       하지만 멜리나는 안다. 

       

       자신은 올리비아에게 가르쳐준 것이 없었다. 수업도 대충 하는 시늉만 한게 전부였고, 그조차도 자습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바쁘기는 했다.

       

       따지고 보면 제국의 수호자가 바쁘지 않은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멜리나는 누군가를 제대로 가르쳐 본 경험도 없었다. 당연히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사실 다 비겁한 변명이다.

       

       진리 앞에서 그깟 허울뿐인 직책이 뭐가 중요하겠나. 당장 걷어차고 뛰쳐나와도 모자랄판에.

       

       하지만 멜리나는 그러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제시한 조건이 너무나 터무니 없었기에, 저도 모르게 미혹이 피어올랐던 탓이다.

       

       그런데도 올리비아는 별말없이 넘어갔다. 아무 대가 없이 진리의 편린을 넘겼다. 

       

       그것이 오히려 멜리나를 자극했다.

       

       진리는, 이딴 식으로 얻어져서는 안된다. 스스로 성취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깨달음을 얻는다면, 하등 쓸모가 없다.

       

       이젠 더 이상 단순히 압박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이제는 단순히 스승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진심으로, 올리비아의 스승이 되어야 했다. 

       

       분명 어렵고, 고되겠지만…….

       

       적어도 후일 얻을 진리의 가치를 퇴색되지는 않을것이다.

       

       멜리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진리를 당당히 마주하기 위해서.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

       

       멜리나가 마지막 책을 덮었다. 해가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하니, 장장 7시간 동안 이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것 좀 정리해다오.”

       “아, 알겠습니다!”

       

       밤을 새느라 꾸벅꾸벅 졸던 사서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멜리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탑으로 돌아가려는 그녀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다.

       

       [7번 서고 – 이용 중]

       

       아리아 황녀는 아직도 서고에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른 사서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한다는 것이다.

       

       멜리나가 7서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한 사서가 조심스레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황녀님은 때때로 서고에서 주무시기도 하시니까요.”

       “……그걸 황제 폐하께서 용인하셨는가?”

       “예. 일단 7서고 한정이기는 합니다만.”

       

       7서고의 문은 견고하게 닫혀 있었다. 견고한 마법 방벽은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멜리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툭.

       

       마력을 문 앞에 퍼트리자, 시야가 훤해지며 내부가 투과되어 보였다. 

       

       예상외로 아리아는 멀쩡히 깨어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두꺼운 고서가 들려있었다. 파르륵!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면, 아리아는 미련 없이 책을 도로 꽂아넣었다.

       

       그리고 다음 책을 꺼낸 다음,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10초.

       

       아리아가 한 권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

       

       멜리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머리속이 꽃밭이기로 유명한 황녀라지만, 고서로 장난칠 정도였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기가 막혔다.

       

       “……왜 하필 7서고지?”

       

       멜리나의 질문에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7서고에 보관된 고서에는 옛 학자들의 수만 경험과 그 철학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을 사서들이 모를리 없을 터.

       

       다른 곳도 있을텐데, 왜 하필 7서고여야만 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사서 중 하나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라고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1서고부터 열어드렸지요.”

       

       사서의 설명에 따르면, 아리아가 매달 자는 장소, 그러니까 서고를 한 칸씩 옮겼단다. 

       

       ‘……저 의미없는 장난질을 일곱 달째 하고 있다고?’

       

       그걸 허락해준 황제가 더 어이가 없었다.

       

       멜리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황제 놈은, 아무래도 어지간히 팔불출인 모양이었다.

       

       뭐, 멜리나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이제 곧 제자가 깨어날 시간이었으니.

       

       

       

       *****

       

       

       

       금탑주 멜리나가 새 제자를 임명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금탑의 마법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마탑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도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제 칭찬해주시면 됩니다.”

       

       4장로의 말에 멜리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정말 잘했다 올리비아. 날이 갈수록 느는구나.”

       “머리도 쓰다듬어주시면 더 좋습니다.”

       

       멜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순순히, 올리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석 마법사 하나가 간질 환자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그는 지난 한 달간 동부로 파견을 갔던지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전해듣지 못했다.

       

       탑주가 제자를 들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정말 말도 안되는군.’

       

       멜리나의 얼굴은 언뜻 무표정한 듯 보였지만, 잘 보면 눈꼬리가 희미하게 반달처럼 휘어 있었다. 

       

       그도 딸이 있는 아비였기에 안다.

       

       저건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얼굴이다.

       

       “빙결 마법과 뇌전을 섞는다는 발상은 좋았다. 하지만 일단은 얼음 속성부터 제대로 마무리하자꾸나. 뇌전 마법은 그 이후에 배워도 늦지 않으니.”

       “네, 스승님. 그렇게 할게요.”

       

       백 번 양보해서, 4장로가 멜리나에게 조언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4장로는 인품은 물론이고, 제자를 가르치는데 정통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얼음 속성은 다른 4대 원소들과는 다르게, 특정 환경에서만 나타난단다. 사막에서 물을 찾을 수는 있지만, 얼음을 찾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효율을 높여주려면, 이렇게 마력으로 주변환경을 조성해서…….”

       

       저 모습은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직접 예시까지 들어주며 설명해준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멜리나가!

       

       버러지같은 놈들이 마법사 행세를 한다느니, 그딴 식으로 할 생각이면 당장 금탑에서 꺼지라느니, 시도때도 없이 비난을 쏟아내던 멜리나는 온데간데 없었다.

       

       ‘도대체…….’

       

       이것이 전부, 저 올리비아라는 어린 마법사가 들어오고 생긴 변화인 듯 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다른 누구보다 멜리나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즐겁다.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데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소녀의 탈을 쓴 현자? 

       

       아니.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올리비아는 그녀의 제자였다.

       

       올리비아가 그렇게 행동했고, 멜리나가 그렇게 믿었다.

       

       물론 자기 만족이기는 했다. 진리의 가치를 퇴색시키지 않겠다는.

       

       비록 진리에 닿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전심을 다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건, 분명 어려운 과제였으니까.

       

       그러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진리의 가치가 그녀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었으므로.

       

       낮은 이에게 조언을 구하길 주저하지 않게 되었으며,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을 줄 알게 되었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법을 배웠고, 다정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배운대로 실행하는건 아직 어려웠지만, 아무튼 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승님, 다음에 가르쳐주실건 뭐에요?”

       

       꿈틀.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졌다.

       

       “다음으로 알려줄 마법은…….”

       

       이상했다. 

       

       분명 이런 낯선 감정을 접하면 화가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진리의 다음 편린을 접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 날이 오기까지 사흘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 탓일 것이다.

       

       멜리나는 이 낯선 감정을 애써 무시했다.

       

       

       

       ****

       

       

       

       올리비아가 기지개를 폈다. 그녀는 답지 않게 침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씨익 웃었다.

       

       [남은 시간 : 20분 00초]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분뇨조절장애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아아아!!!!!!!!!!!!
    마음 같아서는 닉네임에 맞춰 싸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점 양해드립니다아아아아악

    소리는 모자이크로 대체하겠습니다아아아!!!!

    ■■■■■■■!!!!!!!!!!!!

    ■■■■■■■■!!!!!!!!!!!+

    끼에에에에에엑!!!!!!

    P.S 단서 15단계 간접 체험 시켜드렸습니다. 벌써부터 매우 하드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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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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