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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어, 어, 흐, 하지만, 속옷은 내 거밖에 없는데…….”

        

       뇌 정지가 온 내가 꺼낸 첫 번째 말은 그것이었다. 듣고 있던 경호원도 경악할 정도로 어이없는 말이라, 그 직후에 그대로 땅을 파고 저 아래로 들어가 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 왔어.”

        

       신소희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에는 검은 팬티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 사진이 당당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그거 때문에 들린 거였냐!

        

       덩치 큰 경호원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누가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저 팬티는 편의점에서 산 물건이고, 당연히 편의점에 가 본 사람이라면 저런 속옷 상자 같은 걸 보고 당황할 일은 없겠지만…… 쟤는 지금 ‘나 오늘 이걸로 갈아입을 거임’하는 의도로 들고 있는 거니까. 자칫 잘못 엮이면 엄청나게 곤혹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얘는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이었다는 거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결론에 이른 건지 모르겠다.

        

       “칫솔도 내 거밖에 없는데…….”

        

       “이런 저택에 칫솔이 고작 니 거 하나밖에 없을까? 뭐, 그래도 일단 사 오긴 했지만.”

        

       신소희는 옆으로 맨 가방을 손으로 두드려 보이며 말했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준비성이 철저한 아이였던 모양이다.

        

       “옷은…….”

        

       “그냥 너 걸로 하나 빌려 입지 뭐.”

        

       사이즈가 전혀 안 맞을 것 같은데요.

        

       아니, 파자마 같은 건 원래 사이즈가 조금 넉넉한 편이니까 맞을지도 모르지만.

        

       아니,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아……부모님은 아셔?”

        

       아버지는 알고 계시냐고 물어볼 뻔하다가 황급히 말을 틀었다. 나는 게임의 설정을 알기에 신소희의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신소희 본인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여기서는 모르는 것을 전제로 말해야 한다.

        

       다행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 머리가 돌아갈 여유는 있구나.

        

       “원래 친구 집에서 놀다가 그대로 자고 가거나 했으니까. 그냥 연락해서 말하면 그만이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평일에?

        

       내일도 학교는 가야 하잖아?

        

       물론 신소희에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지만.

        

       ……원작에서도 마음먹고 하늘이 데리고 놀러 가기 전까지는 꽤 열심히 학교에 다니는 편 아니었던가?

        

       ……아, 생각해보면 학교 빠지고 놀러 가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할 정도로 실행력이 대단한 성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본인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해버리는 캐릭터이긴 하니까.

        

       “그래서, 안 돼?”

        

       신소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보았다. 이번에도 별다른 표정이 보이지 않는, 아까 카페에서 봤던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만, 아까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아까는 조금 화가 나거나 짜증 났다는 분위기라면, 지금은 불안을 감추기 위한 것 같은 분위기.

        

       ……내가 특별히 사람 말에 공감을 잘한다거나 표정을 잘 읽어서가 아니라, 신소희는 아까부터 한쪽 다리를 떨고 있었다. 마치 조바심이라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어…… 아니, 안될 건…… 없지?”

        

       내가 띄엄띄엄 그렇게 대답하자, 그제야 신소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뭐, 원래도 빛이 뿜어져 나오는 얼굴이었지만.

        

       그런데 이거, 내가 말한 그 계획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그냥 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건데?

        

       “됐네, 그럼.”

        

       신소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경호원을 한번 찌릿, 노려보고는, 그 옆을 슥 지나서 내 옆으로 달려왔다.

        

       경호원은 뭔가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표정이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딱 다물었다. 대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나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자, 그럼 그렇게 됐으니까.”

        

       내 옆으로 온 신소희는 당연하다는 듯 내 오른팔을 끌어안았다. 아까까지 하늘이가 붙잡고 있던 자리였다. 굉장히 육중하고 커다랗고 말랑한 무언가가 내 팔에 닿아 찌부러졌다. 분명 셔츠 아래 브래지어를 차고 있을 텐데도 그 모양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 어쩌면 이수아보다 더 클지도……?

        

       “아앗!”

        

       그리고 그때까지 나와 신소희가 대화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늘이, 그제야 그렇게 소리쳤다.

        

       “나도!”

        

       하늘이가 마치 선생님께 발표를 조르는 초등학생처럼 한 손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나도 자고 갈래!”

        

       “너, 갈아입을 속옷은 있고?”

        

       신소희가 어째서인지 엄청나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라 거 빌려 입으면 돼!”

        

       “……엥?”

        

       “……엉?”

        

       나와 신소희의 입에서 동시에 그런 소리가 나왔다.

        

       ……뭐지? 여자애들끼리는 같이 속옷 빌려 입고 그러는 경우가 있는 건가? 그러니까, 그 뭐냐, 군대에서 자기 속옷 없다고 남의 속옷 훔쳐 입는 놈들 있는 거랑 비슷한 마인드인가? 그래도 별다른 감정이 안 느껴지는 건가?

        

       아니, 설령 그렇다고 쳐도. 지금의 나로서는 엄청나게 거부감이 느껴지는 행위였다. 내 속옷을 여자애한테 빌려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자애가 입었던 속옷을 내가 입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 뭐냐. 아무리 그래도 내용물은 성인 남성이라고. 신체접촉이야 동성 친구라서 어쩔 수 없다 쳐도 여고생 속옷을 입는 남자라니, 인간으로서의 뭔가를 포기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내가 경악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하늘이의 팔이 힘없이 흐느적거리며 내려갔다. 그대로 손으로 뒷짐을 진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나를 올려다보면서, 한쪽 발로 땅을 톡톡 찬다. 바로 조금 전까지의 에너지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 명의 처량한 소녀 하나만이 그곳에 서 있었다.

        

       비 맞은 고양이 같네.

        

       본인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를 그런 평가를 속으로 삼키고,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여기서 신소희 혼자만 데리고 들어가면 그림이 이상해 보이긴 해.

        

       ……어쩌면 이 근처에서 잠복 중인 기자가 또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은가?

        

       주말에 내 사진을 찍은 기자가 과연 우연히 나를 포착했을까? 그보다는 애초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 쪽이 더 논리적이리라. 물론 그렇다고 쳐도 언제 나올지 모르는 나를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인내력이긴 하다만.

        

       사실 파파라치라도 그냥 연예인들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쪽이 밥벌이에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그래, 그래도 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늘이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리고 바로 내 쪽으로 뛰어오려다가,

        

       그때까지도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는 이수아를, 신경 쓰인다는 듯 돌아보았다.

        

       과연, 주인공답다.

        

       신소희나 하늘이의 경우에는 그냥 집에 연락만 해도 허락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평일이라는 것이 좀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충분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집안이라면 허락해줄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지만, 이수아는 아니다.

        

       이수아는 잘사는 집안의 아가씨였으니까.

        

       함부로 다른 곳에서 자고 와서는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상대는 무려 그 악명높은 예사라다. 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회장이 그 앞길을 꽉꽉 틀어막고 있는 상대. 이수아도 예사라가 중학생이었던 시절에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말을 걸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아마도 회장이 하고 있을 그 협박은 이수아에게도 아직 적용되고 있을 거라는 말이다.

        

       그런 상대방의 집에서 자고 가는 것을, 이수아의 부모님께서 허락해 주실까?

        

       “……혹시—”

        

       하지만 그래도.

        

       이제 겨우 사귄 친구 중 하나를 혼자 돌려보내는 것도 엄청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잖아. 나는 예사라가 무시당하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하는 와중이다. 그런데 나도 똑같이, 여러 가지 이유를 가져다 대면서 이 그룹 내의 누군가를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본인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돌아가더라도, 나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수아가 예사라에게 처음 말을 걸던 순간, 얼마나 많은 용기를 끌어다 썼을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일단 권유라도 해볼 생각으로 입을 열었지만,

        

       “나도.”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이수아는 이미 입을 열고 있었다.

        

       양 주먹을 꽉 쥐고, 어깨를 살짝 떨면서도, 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의지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나도, 같이 있어도 될까?”

        

       이수아는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괜찮겠어?”

        

       내가 진심으로 걱정되어 그렇게 묻자, 이수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모습을 본 하늘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이수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신소희도, 조금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아까 카페에서 내 입으로 설명한 나의 처지를 들은 참이다. 이수아도 어떤 식으로건 얽혀있을 거라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었겠지.

        

       “그럼, 좋아. 환영할게. 여기는 ‘내 집’이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경호원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내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경호원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래, 몸은 약해도 표독스러운 표정에는 확실하게 특화된 예사라의 얼굴이었다. 게다가 이 저택에 대한 권한도 다 가지고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러니까 내가 대놓고 회장과 싸울 마음을 먹을 정도로 마음만 먹는다면, 해고도 가능하다.

        

       물론 그랬다가는 회장과 피 터지게 싸우게 될 거고, 내 입장도 엄청나게 곤란해지기야 하겠지만, 솔직히 이런 고용인으로서는 그런 것보다는 자신이 잘릴 수도 있다는 쪽에 훨씬 더 공포감을 느낄 테니까.

        

       게다가 이 직장은 하는 일에 비해서 돈을 엄청나게 많이 받기도 하고. 양혜인만 해도 무려 5억이나 받으니까. 최대한 오래 일하고 싶을 거다.

        

       역시 이런 쪽으로는 돈이 최고라니까.

        

       내 대답에, 이수아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발자국씩,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입구 바로 앞에서 잠깐 망설인, 이수아는, 그대로 폴짝 뛰듯 저택 부지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거대한 벽을 넘기라도 했다는 듯, 이수아의 굳어있던 표정이 사르륵 풀렸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활짝 웃어 보이고—

        

       도도도도, 달려와서 내 왼쪽 팔을 확 낚아챘다.

        

       “아앗!”

        

       그리고 그때까지 그 장면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그리고 조금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하늘이는 그제야 그렇게 외쳤다.

        

       어째서인지 발끈한 표정을 지어 보인 하늘이는, 그대로 내 쪽으로 전속력으로 뛰어오더니 그대로 내 품에 뛰어들었다.

        

       “힛,”

        

       하늘이의 손이 내 옆구리와 팔 사이를 파고드는 감촉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

        

       신소희와 이수아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느낌표가 떠올랐다.

        

       아, 아니, 얘들이 왜 이런데.

        

       사방에서 조여오는 미소녀들의 신체접촉에 긴장하여 딱딱하게 굳어있으려니,

        

       “히히.”

        

       장난스럽게 웃으며, 하늘이는 그대로 내 어깨 위에 자기 턱을 턱 하니 올려놓았다.

        

       “……아.”

        

       그리고 순간 그런 소리를 내더니, 황급하게 내 몸에서 자기 몸을 떨어뜨렸다.

        

       “…….”

        

       왜?

        

       나에게서 떨어진 하늘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

        

       대체 뒤에서 뭘 봤길래?

        

       신소희와 이수아도 마찬가지로 궁금했던 모양이다. 우리 셋은 뒤를 돌아보기 위해 방향을 조금 틀었다.

        

       ……아마도, 하늘이가 내 어깨에 턱을 올려놓고 보았을 정면에는, 언제 왔는지 양혜인이 와서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다소 사무적인 태도로.

        

       “…….”

        

       언제부터 저기 서 있었던 거지.

        

       순간 급격하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뭐랄까, 앞에 경호원을 두고 이런 행동을 했던 우리가 할 말은 아니지만, 뭔가 무표정하게 서 있는 양혜인을 봤더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래, 나름대로 회심의 개그를 날렸는데 상대방이 웃어주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만약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최소한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과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

        

       “…….”

        

       그때까지 내 양쪽에 매달려있던 신소희와 이수아도, 어색한 표정으로 옆으로 떨어졌다.

        

       “다녀오셨습니까, 아가씨.”

        

       양혜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아, 네…….”

        

       얼굴이 화끈거린다.

        

       “식사는 4인분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네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렇게 대답했다.

        

       양혜인은 말없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걷기 시작하자, 그런 내 뒤를 세 사람이 황급히 쫓아왔다.

        

       ……왠지 이번 식사 시간도 지난번과 똑같이 엄청나게 조용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이유는 완전히 다르겠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HAYANOLY님 후원 감사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글 쓰는 입장에서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바로 읽어주시는 분들의 칭찬입니다. 글을 쓰는 것에 정해진 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이 읽어야 하는 글을 쓸 때에는 대략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입장에서 그 길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른 소설을 읽어도, 마음에 드는 소설과 들지 않는 소설이 전부 있고, 취향이 맞지 않아 읽고 싶지 않은 소설도 많으니까요.

    다른 소설들의 성향이나 소재나 전개의 유행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결국 그 안에서 독자 여러분께서 원하는 전개를 찾아 써내려가야 하는 것은 그 글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하얀 지면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어떻게 써야 독자 여러분께서 좋아해주실지, 계속 읽어주실지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칭찬을 받게 되면 엄청나게 마음이 놓입니다.

    이 소설을 처음 쓸 때만 하더라도 여러모로 많이 불안했었는데, 읽어주시는 분들의 응원과 칭찬에 힘입어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소설을 읽어주신다면 더할나위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합니다! 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언제나 즐거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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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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