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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48. 아빠 없는 집에 (4)

       

       

       언제쯤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까.

       나는 바닥에 누워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모르겠다.

       아침을 알리는 태양은 떨어질 생각이 없고, 저녁을 알리는 달은 떠오를 생각이 없다.

       이 차원에는 오직 태양만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해서 시험에 참여한 인원들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정신과 시간의 방도 아니고. 진짜 미치겠네.”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하루종일 주먹을 날렸던 검은 구체 앞에 섰다.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건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야? 흠집이 하나도 안 나 있잖아.”

       

       애초에 부술 수 있는 거야?

       나는 시험관 한지수를 불러 물어봤다.

       

       “선배, 시간도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이게 뭔지 알려줄 수는 있지 않아? 우리가 뭘 부수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한지수는 내 질문에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건 금기 사항이야. 저 검은 물체가 뭔지 알고 싶다면, 네 손으로 직접 부수도록 해.”

       “알려주는 게 하나도 없네.”

       

       치사하다 생각하고 싶지만.

       한지수도 저게 일이니깐 별수 없겠지.

       그렇게 한지수와 잠깐 대화하고 있던 사이, 내 옆에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청년이 소리쳤다.

       

       “아오, 그냥 때려쳐! 이거 절대 안 깨지잖아! 이딴 걸 시험이라고! 시험 안 치고 말지!”

       

       척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남자는 화를 내며 차원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차원문에 몸을 넣어 차원을 떠났다.

       그 모습에 다른 시험 감독관은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또 기권하고 싶은 지원자는 없나?”

       “…”

       “…”

       “저 있습니다.”

       

       슬쩍-

       내 뒤에서 검은 물체를 향해 마력을 담아 총을 쏘던 여자가 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한숨을 푹- 꺼져라 내쉬며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쯧쯧, 요즘 애들은 인내심이 없다니까. 금방 포기하기나 하고.”

       

       나도 지금 포기하면 애들을 보러 갈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겨우 참고 있긴 하다.

       

       ‘사고 치지 않았을까? 사고 쳤을 것 같은데. 이거 분명 사고 쳤는데.’

       

       걱정되어 죽을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나는 겨우 마음을 다스리고 검은 구체 앞에 섰다.

       

       “후우,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어제부터 계속 주먹질을 했기 때문일까.

       이미 내 주먹은 상처가 가득하고,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검은 구체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쾅-!

       

       ‘말 듣고 무기나 살 걸.’

       

       쾅-!

       

       ‘개 아파 죽겠네.’

       

       쾅-!

       

       ‘왜 나만 주먹이야. 억울하게.’

       

       주먹 한 번에 투덜 한 번.

       나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하염없이 검은 구체를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던 걸까.

       

       “어?!”

       

       슬슬.

       검은 구체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기세를 이어서 열심히 주먹을 부딪쳤다.

       화련이의 드래곤 펀치가 아닌.

       

       “아빠 펀치!”

       

       아빠의 주먹은 드래곤의 주먹보다 강한 법.

       점점 주먹의 상처가 벌어지고, 저릿한 고통이 몰려와도.

       나는 그럴수록 주먹을 더 빠르게 중앙을 향해 뻗었다.

       

       ‘내가 곧 간다. 얘들아.’

       

       최대한 녀석들을 빨리 만나기 위해서.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녀석들이 걱정되어 참을 수 없었다.

       

       

       ***

       

       

       아침밥을 먹고.

       아이들은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나 심심한데!”

       

       뭘 하면 재미있을까.

       아빠가 없는 시간을 뭘 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

       화련이는 그런 고민 끝에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나를 대장이라 부르는 녀석들이나 보러 갈까.”

       

       잠깐 놀이터에 다녀와도 괜찮지 않을까.

       화련이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수련!은 귀찮긴 해도 나를 막을 수 없어. 이초련!은 무시해도 상관없어. 결정했다!”

       

       벌떡-!

       화련이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 있게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쾅-!

       

       화련이는 문을 대차게 열고는 아이들을 향해 선언했다.

       

       “이 바보들아! 난 아빠가 올 때까지 가만히 못 있겠어! 나 나갔다 온다!”

       

       안녕-

       화련이는 잘 있으라며 수련이와 초련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수련이와 초련이는 그런 화련이를 향해 같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잘 다녀와.”

       “네, 언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

       

       쟤네들이 왜 나를 안 막지?

       화련이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렇기에, 곧바로 문을 닫고 수련이와 초련이를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너희들 왜 나 안 막아! 나 밖에 나간다니까!”

       “내가 언니를 막아야 해?”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으니까 막으면 안 돼!”

       “그래서 잘 다녀오라 했잖아. 언니는 막을 수 없으니까.”

       “그건…! 그건 맞는데…!”

       

       쿨하게 보내주면 기분이 나쁘고.

       막으면 막는 대로 기분이 나쁘고.

       화련이는 그 오묘한 감정을 수련이를 향해 솔직하게 내뱉었다.

       

       “그냥 기분이 나빠! 다음부턴 나를 막으란 말이야! 알겠어!?”

       “내가 왜 그래야 하는-”

       “언니 말 들어! TV에서 이곳은 유교 문화라고 했어! 너희는 유교 드래곤이야! 알겠냐구!”

       “…”

       

       화련이는 막무가내로 몰아붙였다.

       그 모습에 수련이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조금 더 빠르게 알에서 나왔을 뿐이면서.”

       “너 방금 언니한테 뭐라고 했어!”

       “…알았어. 언니 말 따를게.”

       “흥, 당연히 그래야지! 사회가 아주 옳게 돌아가고 있어!”

       

       으쓱-

       화련이는 언니의 권위를 보여줬기 때문일까.

       잔뜩 기세가 등등한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초련이는 옆에서 박수치기 바빴다.

       

       짝짝짝-

       

       “맞는 말이에요! 이곳은 존댓말이 있어야 해요! 필수에요!”

       

       유교 드래곤 1호.

       환경 운동가 이초련이 맏언니의 의견에 동의했다.

       

       “유교 드래곤! 저도 화련 언니 말에 동의해요!”

       “그래, 이초련. 언니 말을 잘 따르는 아주 동생다운 모습이야!”

       “와아아-!”

       

       짝짝짝-

       화련이와 초련이는 신이 나 서로 손뼉을 마주쳤다.

       그럴수록 수련이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어이가 없네.”

       

       드래곤이 왜 유교 문화를 따라야 하는 거야.

       우리는 드래곤인데.

       

       ‘완벽한 드래곤이 왜 인간의 문화를 따라야 하지? 드래곤이 세우는 것이 곧 문화인데.’

       

       이 바보 드래곤 녀석들.

       레드 드래곤이나, 그린 드래곤은 깊은 생각을 할 줄 몰라.

       그래서 나만 혼자 깊게 고민하고 있잖아.

       

       “…언니나 동생이나 둘 다 바보야.”

       “우리가 왜 바보인데!”

       “맞아요, 수련 언니!”

       

       하아-

       수련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 인간의 수명이 얼마인지 알고 있어?”

       “수명?”

       

       화련이는 그 질문에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알려줄게. 인간은 최대 100년을 산다고 해. 드래곤과 달리 인간은 끝이 정해져 있다는 소리야.”

       “그건 그렇긴 하지!”

       “아빠도 인간이야. 화련 언니.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멈칫-

       자신이 가득했던 화련이의 얼굴이 굳었다.

       

       “역시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구나.”

       

       나만 생각하고 있던 거였어.

       수련이는 우월감을 느끼는 한편, 불안감도 느꼈다.

       인간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빠는 나이가 들면 죽을 거야.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신체 능력도 약해질 거야.”

       “그럼, 그때 봤던 얼굴이 징그러운 할매라는 괴물은-”

       “나이가 들었던 거야. 80세. 인간은 꼭 100세까지 산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어. 자기 입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고.”

       “…”

       

       드물게.

       화련이는 수련이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들이 머리에 들어왔고, 그 내용들로 인해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죽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인간의 죽음’이란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 개념은 자연스레 불안이란 감정을 가져온다.

       언젠가 끝이 존재할 테니까.

       아빠는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그건… 엄청 싫은 소리네요…”

       

       초련이는 살짝 울먹이며 읊조렸다.

       

       “아빠가 항상 저희와 함께하지 않고, 저희를 떠난다는 소리인가요, 언니…?’

       “그래, 이번에는 아빠가 돌아온다고 말했지만. 다음에는 아빠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건 너무 슬플 것 같은데요…”

       

       초련이의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화련이는 그에 소리치며 말했다.

       

       “그럼 지금 아빠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아빠가 죽어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아빠 약하니까!”

       “…”

       “…”

       

       그 가능성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아빠가 집을 떠났을 때, 죽어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닐까.

       지금도 아빠는 죽었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닐까.

       세상을 잘 모르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불안한 생각을 가득하게 만들었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저, 저는 엄청 슬퍼요오…”

       

       또롱또롱-

       초련이는 바닥에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에 아이들의 눈망울도 자연스레 촉촉해졌다.

       

       “아빠… 돌아오겠지…?”

       “그건 모르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훌쩍-

       순식간에 코맹맹이가 되어버린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젖어있을 때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기 때문일까.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훌쩍, 밥이 왔나 보네.”

       

       수련이는 재빨리 세수하고는 할매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인식 저해 마법을 걸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곳에는 할매가 아닌, 아이들이 애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야, 이수련. 눈이 왜 그리 부었어? 너희 싸우기라도 한 거야?”

       “아빠…?”

       

       꿈뻑-

       수련이는 깜짝 놀라 말을 잃은 채,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뭐야, 아빠 왔어?”

       “어, 아빠 왔어. 너희들 나 보고 싶었지? 얌전히 잘 있었고?”

       “…들어오면 되는데. 노크는 왜 한 거야?”

       “그냥 너희 놀리고 싶어서?”

       “…아빠 미워.”

       

       툭-

       수련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이하준의 허벅지에 주먹을 올렸다.

       이하준은 그런 수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보고 싶었어, 얘들아.”

       

       그 말을 시작으로 화련이와 초련이가 달려와 이하준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시전하며 소리쳤다.

       

       “아빠,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구나!!”

       “아, 아버지 죽지 마세요! 죽으면 안 돼요!”

       “ㅁ, 뭐야 얘들이 왜 이래?! 내가 왜 죽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이하준에게 안기는 화련이와 초련이.

       시험을 통과하고 돌아온 이하준의 눈에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얘네들이 대체 왜 이래?! 할매가 뭐 잘못 먹였어? 수련아 얘네 무슨 일이야?!”

       “…저도 몰라요.”

       

       훽-

       수련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아빠가 돌아와서 내심 기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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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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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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