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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거미들과 당소영은 게코 도마뱀이었던 것과 그린 바실리스크의 일부를 챙겼다.

         

        뭔가 되게 비윤리적인 상황 같은데, 그걸 지적하면 나도 어느샌가 고모도였던 것이 돼버릴 거 같은 기분이었다.

         

        허물은 몰라도 꼬리는 이미 상한 거 아냐?

         

        그런 거 먹다가 탈 난다.

         

        [신도들의 신앙심이 오릅니다.]

         

        응?

         

        대체 왜?

         

        설마 쟤들한테는 저 허물이 성물이라도 되는 걸까?

         

        조금 부담스러운데.

         

        저거 어찌 보면 때와 마찬가지잖아.

         

        각질이라고, 각질.

         

        그런 걸 귀하게 여기지 마!

         

        “겍겍!”

         

        어휴.

         

        괜히 시간만 버린 셈이었지만, 신도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신수의 의무겠지.

         

        네필라야. 그런데 진짜 이게 끝이야?

         

        왜, 나한테 먹인 내단 같은 거 있잖아.

         

        네필라 쥐라시카를 쓱 쳐다봤다.

         

        꼬리를 어떻게 나눌지 토론하는 듯한 거미들.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저건 허물이고 난 진짜 고모돈데.

         

        조금 섭섭하다.

         

        “키에엑!”

        “그러니까 이건….”

         

        넌 왜 거미들이랑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꼬리로 당소영의 허벅지를 살짝 감았다.

         

        “꺄악!”

         

        당소영은 쫄래쫄래 내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거미들처럼 행동하지 말고 여기 숨겨져 있는 보물이나 찾으렴.

         

        “겍겍.”

         

        당소영의 손을 찰싹 때렸다.

         

        왜 때렸냐고 하면, 약간 맛이 간 눈으로 내 꼬리를 살살 문지르고 있어서.

         

        “꺅! 저도 모르게….”

         

        고모도의 이빨 구조가 궁금하면 계속 해 봐.

         

        거미들의 영향인가, 당소영은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심한 당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소심하지 않았다.

         

        이상한 것에 눈을 뜬 거 같다.

         

        왜 내 옆엔 정상인이 없을까.

         

        거미들에겐 자유 시간을 주고, 당소영과 함께 동굴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나 네필라 쥐라시카가 까먹은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고 대협. 여기 야명주가 있네요? 완전 동글동글한 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 거 같고….”

         

        당소영이 뭐 하나는 찾아낸 모양이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녹색 빛이 내는 원형의 돌이 있었다.

         

        저게 야명주구나.

         

        어쩐지 어두운 곳에도 잘 돌아다니더니 빛을 내는 게 안에 있었네.

         

        가만, 야명주?

         

        저 모양은 은룡굴에서도 본 거잖아.

         

        여기도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장소인가?

         

        은룡굴2 정도?

         

        “고 대협! 여기 좀 봐요! 엄청나게 큰 벽화가….”

         

        그래.

         

        이것도 있어야지.

         

        당소영이 소리친 곳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우와. 별게 다 있네요!”

         

        은룡굴에서 봤던 커다란 바위.

         

        곳곳에 긁힌 흔적과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 바위였다.

         

        살짝 훑어본 결과, 그때 봤던 바위와 내용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가 무의 길과는 거리가 멀긴 한데, 그래도 이 벽화의 가치는 알아볼 수 있어요.”

         

        이 벽화? 꽤 좋지.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용조수를 쓸 수 있게 됐다고.

         

        하급 내단의 가치 정도는 지닐 거 같다.

         

        “각 문파의 비전서를 벽화로 만든 수준이에요. 물론 설명이 부족하고 초식의 동작만 기록되어 있어서 비전서와 다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물건이에요. …무림에 이 돌에 대한 정보가 풀린다면 정말 피바람이 불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정도야?

         

        이게 그 정도였어?

         

        냉장고 앞에 붙어 있는 교육용 책자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설 속에나 나올 거 같은 비전서 급이었다고?

         

        내 손톱을 조금씩 움직였다.

         

        벽화에 그려진 무공, 용조수.

         

        백연영은 이 무공을 나에게 가르쳐줬다.

         

        자주 쓰진 않는다 그랬지만, 완벽하게 익히고 있었다.

         

        백연영같이 강한 사람이 익힌 무공이니, 용조수가 평범한 무공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애초에 소림의 것이라고도 했고.

         

        이곳에 그려진 벽화들도 전부 용조수 정도는 된다는 건가.

         

        “…화산의 매화검법이랑 남궁가의 검법도 적혀 있네요. 전 본다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고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이 벽화를 찾을 거예요.”

         

        화산파와 남궁가.

         

        무협을 별로 읽지 않는 나도 아는 이름들이었다.

         

        전에 봤던 벽화에도 이런 무공들이 많이 있었겠지.

         

        아쉽지만 검법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딜로포사우루스와 싸울 때 검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게 주력기가 될 순 없었다.

         

        의외성을 노린다면 활용 못 할 것도 없는데, 이제 웬만한 검보단 내 용조수가 모든 방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글자가 지워져 있긴 한데…. 이건 고룡각? 세상에. 실전되었다고 전해지는 무공이 그려져 있을 줄이야!”

         

        고룡각?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구미가 당긴다.

         

        일단 각법이잖아.

         

        현재 내 전투법은 전적으로 손에 의지한다.

         

        독공도 자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딜로포사우루스처럼 독이 안 통하는 상대가 나온다면, 오로지 보법과 용조수만으로 놈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 내 전투 방식에 각법이 추가된다면 정말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이름에 용이 들어간다.

         

        소룡등천보, 용조수, 용린.

         

        그리고 고룡각.

         

        렛츠고다.

         

        물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무공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적어도 여기서 생활하면서 매일 같이 동작을 따라 해야 겨우 배울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조만간 네필라 쥐라시카를 데리고 사천으로 가야 하는 상황.

         

        원래라면 거기서 쭉 눌어붙을까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벽화가 두 개가 있는데, 세 개가 없을까?

         

        아니.

         

        분명 더 있을 거다.

         

        네필라 쥐라시카를 사천까지 데려간다.

         

        그녀의 치료를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거미들을 데리고 십만대산으로 복귀.

         

        물론 사천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면 당소영의 손에 맡기긴 할 건데, 이 거미들은 내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겠지.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가야 한다.

         

        “겍겍!”

         

        물론 사천과 십만대산의 거리가 좀 된다는 건 알지만, 끽 해봐야 일주일이면 될 거다.

         

        …아닌가?

         

        그래도 이 십만대산에 더 있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네필라만 치료한다면 곧바로 십만대산으로 돌아올 거다.

         

        일단 이 벽화에 새겨진 무공을 완벽히 배운 후, 또 다른 벽화를 찾아다녀야지.

         

        그렇게 힘을 계속 기른다면 또 다른 진화를 할 수 있을 거다.

         

        네필라 쥐라시카처럼.

         

        그게 아니더라도, 더 강한 존재가 된다면 사양할 이유가 없다.

         

        일단 그런 존재가 되기 전에, 이 고룡각의 동작부터 외워보자.

         

        네필라를 데리고 사천까지 가는 동안 틈틈이 연습해야지.

         

        이것도 동작이 참 많네.

         

        하지만 따라 하지 못할 동작은 없는 거 같다.

         

        꼬리를 중간에 섞는다면 더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거다.

         

        당소영은 관자놀이를 누른 채 다른 무공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나처럼 외우려고 하는 모양인데, 눈이 자꾸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면 실패할 거 같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하나만 집중해서 봐야지.

         

        “으…. 이걸 외워서 돌아가면 제 입지가 탄탄해질 텐데….”

         

        하긴, 다른 문파나 가문의 무공을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당가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그녀를 환영할 거다.

         

        물론 당소영이 저걸 완벽히 외운다는 가정하에.

         

        “저희 여기서 한 달. 아니 일주일만 더 머무…. 아니, 무슨 소리람. 거미 소저가 있는데….”

         

        잘 알고 있네.

         

        빨리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네필라가 안전해지는 거다.

         

        이것만 보고 곧바로 출발해야지.

         

        “…어라, 이건 뭘까요?”

         

        당소영은 고개를 쳐들고 위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래.

         

        저게 있었지.

         

        지난 벽화에서도 봤던 흔적이었다.

         

        검흔이라고 해야 하나?

         

        짐승의 발톱 자국처럼 생긴 흔적이었다.

         

        “아까 봤던 그 짐승이 새긴 거라기엔 너무 높은데요?”

         

        흔적은 5~6m는 돼 보이는 높이에 새겨져 있었다.

         

        유타랍토르의 두 배가 훨씬 넘는 높이라, 그 녀석이 새겼을 가능성은 적다.

         

        “엄청 높은 곳에 새겨져 있는데…. 그 크기는 작아요. 이상한 일이네요. 저 정도 까지 닿을 짐승이라면 덩치가 엄청나게 클 텐데 발톱만 작을 수가 있나?”

         

        짐승의 흔적은 아니라는 걸까.

         

        자세히 보면 뭔가 무공의 초식을 나타내는 거 같기도 하다.

         

        직선과 곡선이 마구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어렵다.

         

        다른 곳에 있는 벽화를 더 확인한다면 저 흔적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

         

        더더욱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가 늘어났다.

         

        궁금한 건 못 참지.

         

        그렇게 벽화 구경을 거의 끝내고, 아직도 토론 중인 거미들과 조금만 더 보겠다는 당소영을 강제로 끌고 가려는 때였다.

         

        쿵.

         

        쿵.

         

        무언가가 동굴 안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발걸음 소리는 익숙하다.

         

        아까 봤던 유타랍토르.

         

        내 영약 도둑이 다시 돌아오는 소리다.

         

        마침 잘 걸렸어.

         

        쿵!

         

        【유타랍토르 lv27】

        【상태】

        「기겁」「지침」

         

        유타랍토르가 빠른 속도로 내게 달려왔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받아주마.

         

        …그런데 상태가 영 이상하다?

         

        설마.

         

        쿵!

         

        쿵!

         

        유타랍토르는 이번에도 날 지나친 후, 동굴 깊은 곳으로 도망갔다.

         

        뭐야, 저 녀석.

         

        “죄송해요. 제 만천화우가 두려워서 도망친 거 같네요.”

         

        헛소리하는 당소영을 가뿐히 무시하고 머리를 굴렸다.

         

        일단 저 유타랍토르는 엄청난 겁쟁이다.

         

        나한테 분명 겁을 먹고 밖으로 도망간 상태였다.

         

        그런데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내가 아직 남아 있음에도.

         

        내 얼굴을 봤음에도, 무작정 안으로 도망쳤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간단했다.

         

        놈이 나보다 더 무서워하는 존재를 만났다는 거.

         

        쿵!

         

        그리고 그 녀석이 유타랍토르를 쫓아 여기까지 도착했다는 거.

         

        쿠웅!

         

        “저, 저건!”

         

        당소영이 비명을 질렀다.

         

        “여, 영물이에요!”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갑차가 떠오르는 엄청난 크기의 갑주.

         

        꼬리에 달린 무지막지한 돌기.

         

        콰아아아앙!

         

        네발로 땅을 짚으며 꼬리로 눈에 거슬리는 모든 걸 부수고 있었다.

         

        “아, 안길로(鞍趌涝)!”

         

        그래. 저 흉악한 녀석의 이름은 안킬로사우루스일 수밖에 없었다.

       

       

       【아노돈토사우루스 lv32】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노돈토사우루스】

         

        몸길이는 4~5m 정도이며 몸무게는 최대 2t까지 나가는 중형 크기의 곡룡류입니다.

        안킬로사우루스와 가장 가까운 종이며 등에 달린 골편과 꼬리에 달린 거대한 망치 모양의 뼈가 특징입니다.

        초식 공룡이지만 성격이 온순한 편이 아니라 포식자들도 상대하기 꺼리는 공룡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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