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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머리를 꿰뚫은 검으로 전해지는 감촉.

     

    불쾌했다. 고통은 극히 감소되어 느끼기는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불쾌한 감촉은 손잡이를 타고 여실히 전해졌다.

     

    ‘하나.’

     

    로레인의 신형이 빛무리가 되어 흩어졌다.

     

    그를 의식할 새도 없이 즉각 검을 휘둘렀다.

     

    깡! 거친 반발감과 함께 몸이 뒤로 밀렸다.

     

    “칫!”

     

    혀를 차며 창을 앞세워 달려드는 레이븐과, 참격의 여파를 추스르고 접근하는 김현.

     

    잔챙이는 치웠지만, 아직 진짜인 둘이 남았다.

     

    호흡을 다잡았다. 찌르고 베어 오는 창과 검에 마주 검을 그었다.

     

    – 짜자자자작!

     

    공터는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참격과 강기를 담은 무기가 휘둘러지며 바닥에 기다란 자상이 생기고, 이곳저곳 터져나갔다.

     

    주변의 나무도 썩둑 잘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 정도 소란이면 오래 지나지 않아 다른 생도들도 모여들 것이다.

     

    빠르게 끝내야 한다.

     

    김현은 도저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터무니없다. 그런 생각을 했다.

     

    레이븐 에스트. 아카데미는 달랐지만 자주 엮인 친구였다. 가문 간 사이가 좋아 자주 대련을 치렀고, 던전 내부의 몬스터도 함께 토벌하며 합공을 연습했다.

     

    이하율은 그렇게 가해지는 합공을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피슉! 검날에 스친 어깨로 붉은 입자가 터졌다. 전신에도 그런 상처가 수두룩하다.

     

    그의 움직임은 훌륭했지만,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그는 각성하기 이전부터 맹인이었다고 한다.

     

    김현은 그를 ‘맹인’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 여겼다. 제아무리 감지능력으로 시각을 대체한다고 해도, 변화무쌍한 세상을 담아내는 눈만은 못할 것이다.

     

    단 한 달. 이 정도 수준에 이른 것에 경탄했다.

     

    서걱! 어깨에 붉은 입자가 터졌다.

     

    “큭!”

     

    김현의 어깨였다. 성장의 탑에서 고통은 극히 반감되어 느껴진다. 하지만 김현은 그 이상으로 심적인 충격을 받았다.

     

    레이븐도 마찬가지로 인상을 구기며 몸을 물렸다. 그의 한쪽 팔에는 선명한 자상이 그어져 있었다.

     

    반대로, 이하율이 성큼 앞으로 나왔다. 상처투성이 몸이다. 온갖 곳에 자상이 새겨졌고, 찔린 상처로 핏빛 입자가 흐르는 곳도 있었다.

     

    합공의 초반에는 버티기에 급급했다. 정면에서 대응하되 방어에 구멍이 연신 뚫리며 상처가 늘었다.

     

    지금은…

     

    ‘밀린다.’

     

    레이븐이 찔러오는 창에, 김현이 휘둘러오는 검에… 점차 대응한다. 이쪽의 공격은 연이어 막히고, 성공하는 공격은 줄어든다.

     

    지금 이 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기량이 늘어나고 있다. 어색한 동작이 숙련되고 있다.

     

    이 짧은 순간에.

     

    – 꽈아아앙!

     

    높게 치켜든 다리가 땅을 내리찍었다. 이전과 비교해도 곱절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땅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새겨졌다.

     

    우르르르- 땅이 거칠게 떨리며 두꺼운 흙과 돌의 가시가 솟구쳐 찔러왔다. 

     

    김현을 강기를 머금은 검을 휘둘렀다. 곧은 궤적에 따라 솟구치던 가시가 중간에 썩둑 잘려나갔다.

     

    파편이 허공을 비산하는 와중, 김현의 시야 한쪽에서 한줄기 빛이 번쩍였다.

     

    ‘이런…!’

     

    잘려나가지 않은 가시의 밑동을 피하며 날아드는 푸른 전격(電擊)에 눈을 크게 떴다.

     

    – 찌지지직!

     

    “끕…!”

     

    발목에 적중한 전격이 다리를 타고 전신에 퍼졌다. 김현이 이를 꽉 깨물었다.

     

    피해는 크지 않았다. 강기를 둘렀고, 애당초 위력이 약한 마법이었다.

     

    레이븐은 급히 가시를 걷어내며 김현에게 뛰어들었다. 어찌 됐든 그에게 틈이 생겼고, 그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예상이 틀렸다.

     

    이하율은 감전당한 김현이 아닌 레이븐에게 달려들었다.

     

    예상 못 한 움직임. 하지만 레이븐의 몸은 자연스레 창을 내질렀다. 지금껏 몸에 녹아든 경험에서 발휘된 찌르기였다.

     

    이하율도 검을 마주 찔렀다. 검날과 창이 스치고, 검이 허공을 날았다. 그의 신형이 순간 사라졌다.

     

    꽈악! 어느새 아래로 파고든 이하율이 창대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아.’

     

    좇됐─

     

    생각이 이어지기 전, 반사적으로 복부를 휘감은 강기가 대차게 터져나갔다. 허리가 직각으로 꺾였다. 

     

    “꺼윽…!”

     

    폐에서 강제로 산소가 끄집어내졌다. 내어준 간격. 레이븐은 포기하지 않고 강기를 휘감은 손을 뻗었다.

     

    창술사가 상대에게 간격을 내어줬을 때의 대처법. 질리도록 배웠다.

     

    – 꽝!

     

    “…!”

     

    하지만 그것보다 이하율의 행동이 빨랐을 뿐이다.

     

    강기가 터졌다. 손이 채 뻗기도 전에, 땅을 강하게 내디딘 이하율의 주먹이 레이븐의 복부를 재차 강타했다.

     

    이번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살덩이가 뭉개지고 터지는 섬뜩한 소리가 몸속에서 들렸다.

     

    이 지경이 와서도 이하율의 팔은 멈추지 않았다.

     

    강기를 머금은 주먹이 복부, 명치, 인중을 연달아 후려갈겼다. 가뜩이나 멀어지는 의식에 박차가 가해졌다.

     

    ‘염병하네.’

     

    레이븐은 울컥 뱉어진 핏빛 빛무리의 덩어리를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뱉었다. 시발, 점수 좀 벌어보자고 합류했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마지막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주먹이 보였다.

     

    – 꽝!

     

    뼈를 부수고 살덩이를 뭉개는 불쾌한 감촉이 주먹을 타고 전해졌다. 안면이 함몰된 레이븐의 몸이 축 늘어졌다.

    ‘둘.’

    뒤에서 들리는 빠른 발소리. 이하율은 창대를 놓고, 허물어지는 레이븐의 손목을 잡아 휘둘렀다.

     

    “…!”

     

    김현이 두 눈을 부릅떴다.

     

    서걱- 빛무리로 채 흩어지지 않은 레이븐의 몸을 검이 반쯤 베어 갈랐다.

     

    딱 잡기 좋게 내밀어져 있다. 잽싸게 강기를 머금은 손을 뻗어 검을 움켜잡았다.

     

    콰드득. 손에 감긴 강기가 갈려나갔다. 제아무리 이하율의 강기가 단단하다 해도, 이대로 계속 잡고 있다면 손이 잘릴 것이다.

     

    그전에 이하율이 비어있는 손을 내밀었다. 손아귀에 머금어진 마력이 신속하게 내달리며 술식을 구성했다.

     

    마력참격. 간단하기 짝이 없는 술식의 구성.

     

    그것에 기존의 술식을 조금 수정하고 추가한다. 본래의 술식과 추가된 술식이 나름 맞물리도록 한다.

     

    애당초 토대가 간단한 마법인지라, 나 같은 초보도 수정을 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하급마법

    「마력참격:다발」

     

    손아귀에 담긴 술식이 터졌다. 참격의 다발이 빛무리로 변하는 시체를 찢고서 코앞에 서있는 김현에게로 쇄도했다.

     

    ‘못 피한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검을 버리고 몸을 날려도 마찬가지다.

     

    김현의 판단은 빨랐다. 있는 마력을 모조리 끌어와 전신을 강기로 덮었다. 그 위로 검을 당겨 막아섰다.

     

    ‘허어…’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못 막는다고.

     

    그런 직감에도 불구하고 움직였지만, 불길한 직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느려졌다. 김현은 그렇게 느꼈지만, 아쉽게도 몸은 사고를 따라 빨라지지 못했다.

     

    방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임했지만, 그것조차 오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잣대에서 이하율의 수준을 멋대로 판단했다.

     

    그 대가가 쇄도하고 있다.

     

    ‘확실히.’

     

    김현은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넓으니, 그 넓은 세상에 인재가 모인 시요람에서 천재들을 보고 오라고.

     

    ‘세상은 넓군.’

     

    넓어진 사고와는 반대로, 시야가 참격에 뒤덮여 좁아졌다.

     

     

    * * *

     

     

    마력참격.

     

    마법의 위계 중 가장 아래 단계에 위치한 간단하기 짝이 없는 마법.

     

    그것을 조금 수정했다.

     

    그냥 하나 나갈 것을 네다섯씩 나가도록 바꾸는 손쉬운 작업.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술식 간 불협화음. 조금만 잡고 말았다. 솔직히 위력만 보장되면 나머지는 알아서 조율해 쓰면 됐다.

     

    – 콰가가가각!

     

    다수의 참격이 서로를 밀어내며 공터 일대를 갈아버렸다. 깔끔하기는커녕 마치 전기톱을 마구잡이로 긁어버린 것처럼 공터 바닥이 찢겨나갔다.

     

    김현의 기척이 삽시에 사라졌다. 흐트러진 마법의 잔혼 너머로 흩어지는 마력이 느껴졌다. 아까 로레인과 레이븐을 탈락시키며 발생한 빛무리로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흐트러진 마력이 가라앉았다.

     

    불어오는 소리와 촉각으로 엉망이 된 공터를 느꼈다. 나는 그 위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 띠링!

     

    왼쪽 손목에 걸린 시험용워치가 문득 알림을 토했다.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은 없었다. 홀로그램도 없다. 생도를 잡아 몇 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이겼네?’

     

    이겼다. 내가. 3대1로? 그것도 둘은 전투 전공에서 흔히 꽤 치는 부류로 보였는데?

     

    멍하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공간지각을 놓아주고, 감각을 열었을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마력친화에 집중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다.

     

    그냥 할 것도 없겠다.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도해 봤다.

     

    추격당할 때. 솔직히 다 끝났다는 생각, 그래도 뭐라도 얻고 가야겠다며 들이박아보겠다는 생각.

     

    가능한 이길 각오로 싸웠지만, 진짜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 이겼지.’

     

    고민에 잠겼다. 싸우는 동안 상처가 꽤 컸다. 서투른 회복마법을 깔짝이며 고심에 잠겼다.

     

    내가 이긴 것. 이상한 일이다.

     

    처음 이 세계에 와서 성장에 대해 고민할 때, 원작… 게임과 같은 성장세는 처음부터 포기했다.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 상상과 실제의 구분이 불가한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임에서는 죽지 않는다. hp가 0이 되면 캐릭터가 사라지고, 그냥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서 다시 하면 된다.

     

    여기서는 죽으면 끝. 다음 따위는 없다. 아니, 그냥 원래 세상은 죽으면 끝이다.

     

    게임에서는 겁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냥 되든 안되는 들이박고, 안되겠다 싶으면 다시 만들면 되는 일.

     

    현실에서는 그게 안된다. 원작에서처럼 히든피스를 맘껏 퍼먹을 수도 없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 수도 없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엽기적인 성장도 포기했다.

     

    첫 입탑 이벤트. 1회차에는 별 반항도 못하고 광탈. 이후 8회차 전까지는 적당히 활약했지만, 운이 안 좋아 광탈당한 적도 있었다.

     

    선행(善行)을 집어치운 9회차부터는 제법 성과가 있었다. 특히 11회차는 엽기적인 성적을 냈다.

     

    지금의 성과는, 좀 많이 빨라 보였다.

     

    에이든과의 대련. 내 실력 이전에 방심을 찔러 얻어낸 승리였다. 납득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상처를 많이 입고 마력도 대량으로 소비했지만, 방심없이 나를 정말 조질려고 달려든 생도 셋을 공간지각이 봉인된 상태로 혼자서 때려눕혔다.

     

    ‘왜지?’

     

    히든피스는 아무것도 못 먹었다. 게임 지식을 통한 여러 가지 이득은 아직 아무것도 못 챙겼다.

     

    하지만 납득할 부분은 있다.

     

    홍연화에게 값을 책정하기 어려운 소중한 영약도 받아먹었다.

     

    고유능력도 셋이나 있다. 그에 딸린 저주가 셋이나 있고, 이번 전투에서 공간지각은 병신이었지만, 어쨌든 있었다.

     

    그것 말고. 신체능력이 좀 이상하다. 영약 하나 먹은 것치고는 너무 좋았다.

     

    ‘…성장의 가호.’

     

    시요람 생도에게 걸리는 기본적인 성장의 가호. 그리고 특례입학생에게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성장의 가호.

     

    이제 막 들어왔지만, 감각의 활성화와 마력친화의 성장을 도와준 탑 내부에서 적용되는 성장의 가호.

     

    더 있다. 직감적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방금의 세 가지 말고도, 분명 성장을 촉진 시키는 무언가가 더 있다.

     

    ‘분명…’

     

    다른 무언가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상념을 꿰뚫는 감각에 급히 고개를 틀었다.

     

    – 쐐애액!

     

    가까스로 볼을 스치는 화살 형태의 마력 덩어리가 건너편 두꺼운 나무를 관통했다. 머리에 제대로 적중했으면 거의 즉사였을 공격.

     

    ‘기습.’

     

    몸을 강체로 활성화시키며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마력이 날아온 저 너머. 펼쳐진 감각으로 몇몇 기척이 빠르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그래.’

     

    예상 못 한 승리에 얻은 당혹스러움이 씻겨나갔다. 그 자리를 이전의 차분함이 다시 자리 잡았다.

     

    ‘아직 안 끝났지.’

     

    3대1로 이겼다. 그래봤자 아직 생도는 넘쳐나도록 많았다.

     

    김현처럼 호기심을 담은 이도, 레이븐이나 로레인처럼 점수를 노리는 이도.

     

    오백은 족히 넘도록 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땅을 박찼다. 타다닥! 본래 서있던 자리로 마력의 화살이 우수수 박혀들었다.

     

    추격의 반대편으로 내달리자 추격자들의 속도도 함께 빨라졌다.

     

    잠깐 달렸을 뿐인데, 나를 쫓은 기척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방금의 소란으로 위치가 제대로 노출 된 듯하다.

     

    닷새 중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곱게 탈락할 생각은 없었다.

     

     

    * * *

     

     

    불씨가 타올랐다. 작디작은 불씨였다. 미약한 돌풍에도 덧없이 흩어질 작은 불씨.

     

    – 화르륵!

     

    그것이 돌연 타오른다. 거칠게 터지듯 확산한 불씨는 겁화가 되어 사방을 집어삼켰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염의 파도가 사방 모든 것을 휩쓸었다. 그칠 줄 모르고 몰아치던 화염은 이내 시간을 되감듯 한 곳으로 집중되어, 다시 작은 불씨가 되었다.

     

    “후우…”

     

    불씨는 검이 되었다. 검을 움켜쥔 홍연화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장의 탑의 내부. 증폭되는 성장의 가호.

     

    단순 점수를 노리기보다는, 이곳에서 머무르며 성장을 도모하는 이들도 있다.

     

    홍연화도 굳이 따지자면 그런 목적이었다.

     

    그것 말고도 목적이 하나 더 있긴 하다.

     

    “하율이는, 어딨는 건데…”

     

    홍연화가 어깨를 늘어트렸다.

     

    입탑 2일차.

     

    그녀는 아직도 찾고자 하는 이의 옷자락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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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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