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8

        시간을 조금 돌려, 유진이 던전 안에서 한창 팬미팅을 하고 있을 당시.

        게이트 밖은 아비규환 상태였다.

        

        

        “속보입니다! 한강 공원 일대에 게이트가 발생해, 각성자 서유진과 일반 시민 몇백 여명이….”

        “전례가 없는 게이트라 밝힌 협회는, 공략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여…….”

        “저희 아내가! 잠깐 산책하러 간다 했는데, 지금 만삭인데!!”

        

        

        대참사에 몰려든 기자들과, 울부짖는 가족들.

        

        당연한 반응이었다.

        말려든 사람들만 수백. 게다가, 요즘 차기 S급이다 말이 많은 유진까지 말려든 상황 아닌가.

        한국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피해 규모였다.

        

        심지어 게이트의 추정 위험도는 최소 A급.

        일각에선 혹시 S급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런 게이트에… 고작 각성자 둘.

        심지어 둘 다 아카데미 입학한 지 2주도 안 된 생도.

        

        

        “말려든 피해자들의 생사는….”

        “벌써 1시간이나 지났는데. 벌써 다 죽은 거 아냐?”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게이트는 전이 후 10분 내에 전투가 벌어지는 편.

        심한 경우 곧장 괴수 무리에 던져지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사람들이 괜히 1시간 만에 몰살을 입에 담는 게 아니었다.

        

        정작 휘말린 사람들은 척 봐도 평화로운 입구에서 유진 팬미팅이나 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당장 게이트 공략 안 하냐고.

        대한민국 클랜들은, 각성자 협회는.

        이 심각한 사태에 지금 뭘 하고 있냐고.

        

        

        “설하연이라도 달려와야… 어? 저, 저기.”

        

        -저벅저벅.

        

        “비켜주시죠.”

        “예, 옙!!”

        

        

        그 물음에 답하듯, S급 각성자 4위. 설하연이 등장했다.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멀찍이 비켜서는 사람들.

        모세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아비규환이던 현장에 그녀만을 위한 길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한국에서 얼마나 전설적인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작 설하연 본인은 관심조차 없었지만.

        

        

        “하연 선배, 현장 보고….”

        “오면서 들었다. 게이트에 결계가 쳐져 있어서 진입 불가능하다고?”

        “예. 처음 보는 타입이에요.”

        

        

        설하연의 눈이 게이트의 붉은 장벽을 살폈다.

        

        평소엔 그저 몸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사람을 전이시키는 게이트.

        하지만,

        

        

        -텁.

        

        “…4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로군.”

        

        

        이 게이트는 변종.

        사람을 게걸스레 잡아먹기는커녕, 단단한 껍질로 외부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물러나.”

        “예!”

        “흐읍…!!!”

        

        -투콰아아앙!!!!!

        

        

        조사 겸 해서 공격.

        썩어도 S급 4위의 강타에, 순간 충격파를 동반한 돌풍이 불었다.

        그럼에도 불구. 결계엔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선배조차….”

        

        

        주변에서 절망 어린 탄식이 터져 나왔다.

        S급 4위, 설하연조차 무리인 건가- 하는 탄식이었다.

        

        

        “아직 알아보는 중이니, 벌써 우는 소리 말도록.”

        “……예!!”

        

        

        그러나 설하연은 일말의 동요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쯤 되는 자가 당황하면 시민이 불안해할 게 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애초부터 안 될 걸 뻔히 알았으니까.

        그녀의 S급 고유 재능. 육감을 통해서.

        

        

        ‘쩝. 척 봐도 내 힘으로는 모자라겠다 싶었는데, 금 하나도 안 갈 줄은. 나도 다 늙었구먼.’

        

        -척.

        

        “잠시 전화 좀 하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남들 보라는 듯 여유롭게. 아예 결계에 등을 기대며.

        

        

        ‘유진 그 녀석이 어떻게든 해주고 있는 건지, 그리 위험하단 느낌은 안 드니. 꽁 녀석부터 불러볼까.’

        

        

        첫 번째로 연락한 사람은 S급 7위, 꽁.

        저번 방문 때 빚을 지우기도 했고, 애초에 유진의 친구를 자청하는 녀석이니.

        뭔가 그럴듯한 공략법이라도 말해주지 않을까 싶어 한 연락이었지만…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그 휴대폰 중독자가 연락을 안 받아? 전투라도 벌이고 있나?’

        

        

        이어지지 않는 국제전화.

        설하연의 미간에 주름이 하나 깊게 파였다.

        

        잘 때도 휴대폰을 끼고 자는 놈이 전화를 안 받아?

        쯧. 네크로맨서랑 싸우고 있나 보네. 하필이면 이 때.

        

        답답한 한숨과 함께, 내키지 않는 손가락이 두 번째로 움직였다.

        

        이번엔 통화가 이어졌다.

        

        

        [이사장님. 할까요?]

        “부탁하네. 유시아 생도.”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있었기에, 속전속결로 끝난 통화.

        

        이사장의 두 번째 통화 상대. 시아가 심호흡했다.

        그리고, 그녀는…

        

        ———전략핵 버튼을 눌렀다.

        

        

        -띵동.

        

        “니노미야 아이카 님.”

        [으음? 아, 제자의 친구로구나. 지금은 목욕 중이니, 용건이 있다면….]

        “유진이 게이트에 휘말렸습니다.”

        [……!!!!!!?]

        

        -우당탕탕. 벌컥!

        

        “당장 갈게!!! 어디인데!!?”

        “오, 옷은 입고 나와요!!!!”

        

        

        일본산 전략 병기, 기동.

        

        

        * * *

        

        

        그로부터 약 20분 후.

        한창 난리가 난 한강공원에, 로브를 푹 눌러 쓴 여성 한 명이 등장했다.

        S급 1위이자 유진의 스승. 아이카였다.

        

        

        “왜 와이파이가 먹통인가 했더니, 설하연 네 짓이었나.”

        “네가 흥분해서 멋대로 움직이면 곤란하니 말이다.”

        

        

        아이카도, 설하연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이카는 제 제자가 걱정됐기에.

        설하연은 만약 아이카가 매스컴에 노출되면 어찌 될지 걱정됐기에.

        

        때문에 둘의 대화는 지극히 간결했다.

        

        

        “오는 길에 들키진 않았겠지?”

        “제자의 친구가 경호 차량을 준비해 준 덕에, 아마.”

        “그래. 그럼… 여기가 결계의 약점이다. 동시에 공격한다.”

        “확인.”

        

        

        10초 정도만에 끝난 대화.

        속도감마저 느껴지는 문답이었다.

        

        주변이 술렁였다.

        

        

        -웅성웅성.

        

        “그 설하연 님과 동등하게? 누구야, 저 사람?”

        “은퇴한 각성자인가?”

        “그럼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지. 빌런 아냐?”

        “빌런이 퍽이나 그러겠… 잠깐.”

        

        

        그러나 그것도 잠시.

        웅성거림은 금방 잦아들었다.

        

        설하연과 아이카가, 동시에 자세를 취했으니까.

        

        

        “셋. 둘.”

        

        -꽈악.

        

        

        설하연은 허리를 비틀고,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각성자가 괴물 취급 당하던 40년 전.

        무기 대신 맨손 싸움을 선택한 자의 준비 자세였다.

        

        반면, 아이카는 성의 없이 주먹을 쥘 뿐이었다.

        허리춤에 걸린 카타나엔 손도 안 대고. 느릿한 동작으로.

        

        누가 봐도 설하연 쪽이 더 강해 보였다.

        

        

        “하나.”

        

        -고오오….

        

        

        그러나, 손에 마나가 피어오르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설하연의 팔뚝을 타고 흘러 주먹에 맺히는 붉은 기운.

        거기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그녀가 S급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지만…

        

        아이카의 마나는, 그 강대함만으로 그 주변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한여름. 강한 열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것처럼.

        

        적당히 힘을 뺐는데도 그 정도였다.

        S급 4위와 1위 사이에는 그만한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둘의 목적만큼은 같았기에.

        팔을 뻗는 데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

        “———제로.”

        “흐아아앗!!!!!”

        

        

        설하연이 기합을 잔뜩 넣어 내지른 텔레폰 펀치.

        아이카가 슥 내민 호빵 펀치.

        

        설하연조차 각성자 인생 처음 해보는 S급끼리의 2인 합동 공격이었다.

        효과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퉁.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뚫린 결계.

        깨부순 게 아니라, 주먹이 결계를 그냥 뚫고 들어간 걸로 보일 지경이었다.

        소리도 처음엔 영 매가리 없는 소리만 났고.

        

        후폭풍이 몰아친 건, 게이트에 접촉한 둘의 신형이 사라지기 시작한 후였다.

        

        

        ‘어라? 하연 선배, 아무 일도….’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웜메야!!?”

        

        

        깨지는 게 아니라, 크레모아라도 터진 것처럼 아예 산산이 비산하는 결계.

        심지어 그러고도 남은 충격량은 충격파가 되어 주변에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그 일대에 잠깐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일었다.

        가벼운 사람은 잠깐 발 끝이 뜰 정도로 강한 바람이.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각성자라 버텼지만, 민간인이 그 옆에 서있었다면 청력에 이상이 생겼을 정도로.

        

        그 외에도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아무리 설하연이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저 사람 대체 누구야!?’

        

        

        모두의 머릿속, 로브 차림 여성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했다는 것.

        

        

        * * *

        

        

        한편, 게이트를 통해 전이된 둘.

        주변을 둘러본 설하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 설하연이다!!”

        “공략대가 온 거예요!?”

        “……후우.”

        

        

        육감이 잠잠하길래 유진이 뭔가 한 건가 했는데, 그냥 입구가 안전한 타입이었나. 운 좋은 녀석.

        이런 안도에서 나온 한숨.

        

        그러나,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

        “미안하군. 출입 불가 결계가….”

        “서유진 님 벌써 던전 들어갔는데!!!”

        “……뭐?”

        

        

        차마 말리진 못했지만, 내심 유진을 걱정하고 있던 민간인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거 아닌가.

        상황은 급박하고, 구원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유진 생도가 직접 공략하러 갔다- 라고.

        

        

        ‘유진 녀석. 왜 만용을… 저건, 임산부?!’

        

        

        이유 역시 한 눈에 알아봤다.

        한쪽에 누워 이쪽을 보는 중인 임산부.

        양수에 하반신이 푹 젖어있었으니, 상황이 다급함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설하연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이 쓸데없이 건실한 놈 같으니라고!! 아무리 너라도 A급 게이트는 아직 한참 이르단 말이다!!’

        

        

        그 똘똘한 녀석이 위험한 줄 몰랐을 리는 없겠지.

        이유는 알겠고, 의기는 칭찬해 주고 싶다.

        

        하지만 A급 게이트다.

        지극히 위험한,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사지死地.

        심지어 동료라고 해봤자 앨리스 생도 한 명뿐.

        사실상 유진 혼자 공략해야 하는 셈일 텐데.

        아무리 그라도, 죽…

        

        

        -저벅.

        

        “……음?”

        

        

        기나긴 상념을 끊는 발소리.

        누군지 보자, 아이카가 홀로 어딘가 향하고 있었다.

        척 봐도 입구처럼 생긴 곳으로.

        

        그리고…

        

        

        “제자야아아!!!! 살아있느냐아아아!!!!”

        “……!!!!!!?”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웅성웅성.

        

        “잠깐, 제자?! 저 여자가 서유진 스승이야!?”

        “교관 중에 저런 사람….”

        “저 목소리, 어디서 들은 것 같지 않아?”

        

        

        곧바로 술렁이는 주변.

        그에 설하연의 눈 앞이 아찔해졌다.

        

        

        -후다닥. 소곤소곤.

        

        “미, 미친 게냐?! 네 정체는 비밀로 하라고 그리 말했.”

        “혹시 모르니, 금방 가마!!!!”

        

        

        하지만 아이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제 제자가 제일 중요한 그녀였다.

        

        

        -파앗!

        

        “잠깐만 기다리거라!!!!”

        “너야말로 잠깐 기다려라, 제발!!!”

        

        

        그렇게, 두 S급이 던전을 질주하고.

        

        

        “유진, 들었어요!? 저희 이제 안 싸우고 버티기만 해도…!”

        “앨리스, 마법 있는 대로 다 때려 박아! 빨리!!”

        “네?”

        “아무튼 빨리!! 제발!!!”

        

        

        오늘따라 안 건실한 청년이 보스전 타임 어택에 들어섰다.

        

        

        ‘지금 이 광경, 스승님한테 들키면 감당 안 된다고!!’

        

        

        다른 의미에서 생존을 건 보스 레이드.

        시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10코인, 헤엄치는새 님 3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호빵펀치(안아픔)를 뚜쉬뚜쉬

    + 조금 더 역동적인 일러를 뽑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네오
    2인일러로 전투씬 삽화는 에바였다…

    ++ 5/22 23:00 삽화 수정 (손가락 인삐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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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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