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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카페터 공작의 경험을 담아낸 모험기를 쓰기 위해, 나는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우선은 앞으로의 ‘모험기’를 도맡아줄 두 작가부터 불렀다.

       

       

       “호메로스 작가님! 결과가 나왔습니까?!”

       “하하! 당연히 제가 이겼겠지요?”

       

       

       모험물로 승부를 보기로 한 요한과 한스 말이다. 두 사람의 모험물은 ‘기획 출판’이라는 마케팅에 힘 입어 ’15소년 표류기’, ‘해저 2만리’와 함께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두 고전만큼의 반응은 없었지만, 결과 자체는 충분히 선방하고있다고 말할만했다.

       

       

       “예. 우선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요한 씨.”

       “예!”

       

       “축하드립니다. 평균 점수 3.8점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으셨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으윽─. 저, 정말입니까? 제 점수는 몇 점입니까?”

       “한스 자네 참 추하군! 뭐, 결국 정해져있는 일이었지만 말일세!”

       

       “한스 씨의 평균 점수는 3.1점입니다.”

       “그럴 수가….”

       

       

       사실, 이건 한스에게 불리한 승부였다. 함께 출판된 ’15소년 표류기’와 ‘해저 2만리’가 압도적인 대중성을 가진 작품이었던 탓이다.

       

       대중성으로 승부하기 위해 ‘복수물’의 플롯을 이용한 한스였으나, 오히려 그게 독이 되었다.

       

       물론 복수물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잘 팔리는 장르였으나─, 잠수정을 배경으로 한 이 세계 최초의 ‘SF’ 모험기만큼이나 흥미로울 수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독자층이 탄탄한 역사물로 방향을 잡은 요한의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였고, 두 사람 다 이 방식에 동의했으니 결국 결과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두 분이 승부를 통해 가려내려고 했던 주제가 뭐라고 하셨죠?”

       “그야 당연히─, 아.”

       

       “허어, 요한 자네 왜 당당하게 말을 못하나? 남자답지 못하게 말이야.”

       “…그, 그게.”

       

       

       이번에는 요한이 식은 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고, 한스가 기세등등해졌다.

       

       한스는 호메로스 작가의 ‘브라운 신부’가 더 낫다고 주장했고, 요한은 헤로도토스 작가의 ‘셜록 홈즈’가 더 낫다고 주장했던 탓이다.

       

       

       “요한 씨는 헤로도토스 작가님이 저보다 추리소설 작가로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아, 그, 그게─ 어디까지나 ‘셜록 홈즈’에 한해서, 그, 추리 소설이라는 이야기의 문법이라든지, 그런 영향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허어, 요한 자네 저번에는 헤로도토스 작가는 추리소설의 신이라느니, 그리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한스 자네는 졌으면 좀 빠져있게!”

       

       

       또다시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사실, 그 승부가 전제부터 잘못되어있었다면 어떨까요?”

       “예?”

       

       

       미리 준비해둔 약을 꺼내서 단숨에 삼켰다.

       

       연금술사에게서 받은 하이드 약의 해독제였다. 공녀의 경우에는 해독제를 마셔도 ‘상태를 고정시키는 약’을 통해 ‘여자인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라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히는 상태를 결정짓는 약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해독제를 마신 나는 ‘호메로스’의 모습에서 본래 나의 모습─.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한 씨. 한스 씨.”

       “헤로도토스 작가님…?” 

       

       

       헤로도토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귀신에라도 홀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음. 설명이 너무 부족했나?

       

       

       “제가 호메로스이면서, 헤로도토스입니다. 그러니까 그 논쟁은 처음부터 전제가 잘못되어있었던 것이죠.”

       

       

       사실은 ‘코난 도일’과 ‘체스터튼’의 소설이지만….

       

       어차피 그것은 나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이니 논외다.

       

       

       “그러니 이번에는 무승부인 것으로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둘 다 좋아하거든.

       

       .

       .

       .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후였다.

       

       

       “설마 호메로스 작가님께서 헤로도토스 작가님이셨을 줄이야….”

       “알려지면 소란이 일 테니 비밀로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한스 자네! 평소처럼 술집에서 함부로 입 놀리다가 호메로스 작가님을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게!”

       “허? 요한 자네야말로 조심하게! 평소처럼 사교회에서 젠체하다가 할 말 못할 말 다 해버리지 말고!”

       

       “이 자식이?! 지금 말 다 했나?!”

       “더 못할 것 같나?!”

       

       

       왜 이렇게 서로 싸우는지는 잘 모르겠다.

       

       친해서 그런 거겠지. 아마.

       

       취미도 독서로 같고, 두 사람 다 집필에 재능도 있고,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은 꽤 귀한 법이니 말이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몇 명 있었다.

       

       시온이 그러했고, 킨더슬리 사장님이 그러했으며, 이스 공녀님이 그러했다. 그리고… 음. 어렸을 때 함께 책 얘기를 하던 친구가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구더라?

       

       아무튼, 두 사람 또한 워낙 친한 탓에 저렇게 싸우는 것일 테다.

       

       

       “두분 다 진정하세요. 제가 이렇게 두분께 제 정체를 밝힌 것은, 한 ‘모험기’의 집필을 부탁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모험기…말씀이십니까?”

       

       “예. 두분 모두 굉장히 탁월한 작가시니까요.”

       “감사합니다만… 저희들은 호메로스 작가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아뇨.”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건… 이 세계의 문화를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발전시키기 위한 ‘세계관의 확장’이다. 그리고 그건 이 세계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야한다.

       

       나는 단순히 표절 작가일뿐이기도 하고. 사실 이 부분이 좀 더 크다.

       

       

       “두분만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사소한 디테일과 배경의 분위기를 살리는 일에 능한 요한과, 주인공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가 있는 한스.

       

       두 사람이 함께 모험기를 만든다면 분명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터였다.

       

       .

       .

       .

       

       두 사람의 원활한 집필 활동을 위해, 나는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일종의 취재 지원이다.

       

       헤로도토스의 이름으로 회색 마탑의 수석 마법사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가경자의 권한으로 사제들 외에는 접근이 금지된 ‘금지’ 또한 취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카페터 공작의 증언을 기록한 수기였다.

       

       

       “이런… 세계수라는 게 정말로 있는 거였습니까?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 터무니없이 거대하지 않습니까. 마탑의 수석 마법사님 또한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으셨고요.”

       “글쎄요. 카페터 공작님께서 거짓말을 하셨을 수도 있겠죠.”

       

       “으음, 이 극점에 있는 공동이라는 개념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나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네?”

       

       

       그렇게 여러 노력 끝에 조금씩 모험기가 완성되어갔다.

       

       

       “호메로스 작가님. 소설의 제목은 뭐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두분께서 정하셔야죠. 두 분이 쓰신 소설이니까요.”

       

       “아, 그, 그게─. 음, 한스 자네, 어떤 제목이 좋을 것 같나?”

       “당연히 세계견문록 아니겠나?”

       

       “재미없을 것 같은 제목이로군…. 내가 보기에, 역시 자네는 센스가 없어.”

       “뭐?”

       

       “그러니까 함께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음, 직관적으로 카페터 공작의 모험은 어떤가?”

       “공작가에서 책 제목에 영지의 이름을 박아넣는 걸 잘도 허락하겠군.”

       

       “으윽─. 뭐, 그렇기는 하지.”

       

       

       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몇 번이나 부딪치며 다투기를 반복하다가.

       

       이제 서로 조금씩 의견을 양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의 의견 교환 끝에 책의 제목이 결정되었다.

       

       

       “호메로스 작가님! 여기 완성된 원고입니다!”

       “네. 킨더슬리 출판사에서 출판할까 생각하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허풍선이 공작의 모험]

       [저자 : 상단 요하네스(요한, 한스)]

       

       

       허풍선이 공작의 모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그 모험기가 제국에 출판되었다.

       

       .

       .

       .

       

       요하네스 합작, ‘허풍선이 공작의 모험’은 처음에는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다.

       

       ‘모험물 기획 출판’ 때 두 사람의 전작을 읽은 몇몇 독자들이 책을 구매하기는 했다.

       

       

       “하하, 세상에 30,000km나 되는 나무라니, 이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요한 이 작가 전작에서는 꽤 실제 역사에 충실한 작품을 썼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은 너무 황당하군.”

       

       “제목에서부터 허풍선이라고 하고있으니, 돈키호테같은 시도를 노린 것 아니겠나?”

       “그럴 지도 모르겠어. 으음, 그래도 재미는 있구만. 이왕 집은 김에 오늘은 이 책을 읽어야겠어.”

       

       

       하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였다.

       

       기껏해야 돈키호테의 아류작 정도로 평가받았을뿐이었다.

       

       

       [해당 모험기는 ‘카페터 공작’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지역, 문화, 종족 등은 전부 실제와 같습니다.]

       [위 사실을 ‘호메로스’와 ‘헤로도토스’가 보증합니다.]

       

       “뭣?”

       

       

       이 이야기가 전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작가가 실화를 주장한다고 그게 정말로 실화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모험기의 경우 대부분 허풍과 과장이 심하게 섞이는 일이 다반사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증하는 것이 ‘호메로스’와 ‘헤로도토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게… 진짜라고?”

       “이것은 사실이 아니야아아아─!”

       

       

       의심. 의문. 불신. 외면.

       

       믿지 않으려던 사람들조차, 킨더슬리 출판사에 문의하고 나서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배를 만들어라! 세계의 중심까지 갈 수 있는 거대한 배를! 회색 마탑과 청색 마탑에 도움을 요청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원양 항해에 능한 상인과 뱃사람들을 불러라! 우리는 외해로 간다!”

       

       

       모험이 시작되었다.

       

       더 넓은 세계를 향한 모험이 말이다.

       

       

       “아버지… 뭔 짓을 하고 다니시는 겁니까….”

       

       

       그리고 카페터 영지에서 열심히 일하고있는 카페터 공작 대리─ 앤디의 아들 앤서니는 책을 읽고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차라리 유행에 편승해서 모험이나 떠나고 싶었다. 그러면 머리는 덜 아플 테니까….

       

       

       “영주 대리님! 오늘 확인하셔야하는 서류들입니다! 서명만 하시면 되는 것들은 제가 따로 분류해놨지만, 혹시 모르니 이것들도 직접 확인 후 서명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건 각각 오헤니, 프로쉘, 프로비아, 카헨, 르퓌에에서 보내온 문서들입니다!”

       “저 그냥 영주 대리 때려치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번 편의 댓글에서 세계수의 무게와 중력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 세계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작중에 담는 건 너무 TMI인 것 같아 이렇게 작가의 말에 써보려고 합니다.

    세계수는 적도에서 정지궤도까지 뻗어나가는 지름 1km, 높이 36,000km의 나무로, 그 무게는 대략 300,000,000,000톤(3000억 메트릭 톤) 정도입니다. 이는 행성 질량의 1/20,000,000,000(20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나, 우려해주신 것처럼 자전이나 공전 궤도에 불규칙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그냥 높고 뾰족한 산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세계수의 가지는 지름 20km 정도의 절단면을 가지는 반구(우산) 형태로 뻗어있으며, 이는 행성으로 향하는 태양 에너지의 약 1/20,000,000(2000만 분의 1)을 차단합니다. 이때 ‘검은 비’라고 불리는 나뭇잎을 통해 방사선과 가시광선 등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 영역의 빛을 통해 광합성을 합니다.

    이 ‘검은 나뭇잎’은 세계수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특수한 마법적 생명체인 ‘요정’을 통해 대류권까지 운반되며, 그곳에서 대류를 타고 지상에 흩어지며 숲을 구성하는 영양분이 됩니다.

    검은 나뭇잎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주변에 울창한 숲 군락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숲 군락의 뿌리는 ‘세계수’의 뿌리와 뒤엉키며 대부분의 나무들은 세계수의 일부가 됩니다. 이러한 뿌리의 접붙임 작업은 현 시점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며 점차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수의 일부가 된 나무들은 여러 병충채와 유전병에 강한 면역을 가지게 되나, 그 생장은 조금 느려집니다. 농사나 과수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설정들이 있는데… 전부 적기에는 역시 작가의 말이라고한들 TMI일 테고, 어디까지나 배경 설정일뿐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부분도 아니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생명공학SF 좋아하는 작가의 판타지 설정놀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앤디 위어 작가님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정말 명작이니 꼭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션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소설입니다!)

    관심 가지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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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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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st in Another World

Surviving as a Plagiarizing Author in This World 이세계에서 표절 작가로 살아남기
Score 4.6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was atrocious.

So, I plagiarized.

Don Quixote, Anna Karenina,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The Metamorphosis… I thought that unraveling the literature of the original world would advance the literature of this other world.

“Those who dream and those who do not, who really is the mad one?”

“To live or to die, that is the question.”

“No matter how fatal the mistake, it is different from a sin.”

But then, people began to immerse themselves too deeply in the novels I plagiarized.

Can’t a novel just be seen as a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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