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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 * *

       

       

       독일의 혁명은 생각보다도 컸다.

       

       동프로이센으로 갔던 빌헬름 2세는 제국군과 함께 베를린을 다시 탈환하려 했으나-

       

       그동안 군부에서 언론을 꾹 누르면서 밝혀지지 않은 패전 사실. 독일제국이 모든 식민지를 잃어 버리고 게르만의 자존심 따위는 내다 버리고 영국의 앞잡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공산당에 의해 퍼졌다.

       특히 일단은 ‘배상금 지급하는 척’을 위해 돈을 찍어내는 것 역시 걸려 버렸고. 순식간에 황실과 군부에 대한 민심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이저는 퇴위하라! 우우우!”

       “융커들이 한 것이 뭐가 있냐!”

       “이런 거 보면 공산당이 나을 것 같다!”

       

       

       심지어 프랑스를 죽창으로 푹 찌르기 전에 벌어진 혁명에 터져 버린 진실들이라 황실과 군부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뒤늦게 프랑스를 푹 찌를 생각이었다고 선전하고 다녔지만.

       

       그게 먹힐 리 없었다.

       

       

       “또 전쟁이냐!”

       “이놈들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어!”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의 혁명은 실제 역사와 많이 바뀌었다.

       

       실제 역사보다 독일제국은 조금은 더 유지되었으나,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소련이 말아먹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고, 급하고 과격한 방식의 러시아 혁명과 달리 내부로부터 천천히 민심작하면서 정규군을 포섭했다.

       

       공산주의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처형한 러시아 혁명과 다르게 독일 공산당은 카이저와 융커들, 군부가 저지른 실책을 낱낱이 열거하면서 공산당이 들고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였다.

       

       여기에 남독일 쪽에서 공산당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공산당이 퍼트린 진실에 격분한 사람들은 융커들을 테러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독일인들 스스로가 일어나도록 독일 공산당은 슬그머니 유도했고. 실제 역사에서는 우익세력인 자유군단에 의해 진압되는 베를린의 혁명은 진압되지 못했다.

       

       

       “혁명이 진압되지 않는다고?”

       “폐하 이쪽으로 오시지요!”

       

       

       친척인 니콜라이가 끔찍하게 처형당한 사실을 다시금 상기한 빌헬름 2세는 그제야 빠른 회피 기동을 보였다.

       

       독일 공산당은 애초에 레닌이 철저히 실패하는 것을 보았기에 황가를 처형할 생각은 없었다.

       

       민심이 공산당을 따르고, 이 상황에서 적당히 황가에게 망명을 제안 해서 무난히 독일 혁명을 완수할 생각이었지만.

       

       마치 16세기에 속도를 지배하며 완벽한 축지법으로 적군의 혀를 내두르게 한 동양의 한 임금처럼 순식간에 다시 동프로이센으로 달아났다.

       

       

       “카이저가 동프로이센으로 달아났소.”

       “젠장 끝까지 해 보겠다는 건가!”

       

       

       여기에 실망해 또 공산당 쪽에 많은 이들이 붙기 시작하고. 독일 공산당도 독일인민군을 편제하여 동프로이센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했지만.

       

       

       “거기까지!”

       “또 영국이야?”

       

       

       혁명을 예의 주시하던 영국이 폴란드를 움직였고. 단치히를 점령하게 하면서 독일 인민군은 동프로이센으로 갈 수 없었다.

       

       영국은 독일의 혁명정부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단치히를 폴란드에 넘기고 동프로이센 왕국도 인정하라는 조건으로 휴전을 중재했다.

       

       여기에 슬그머니 프랑스는 독일을 믿을 수 없다며 라인란트를 따로 중립국으로 독립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고. 독일공산당은 라인란트 독립조차 카이저와 융커탓으로 돌리며 혁명의 권력을 굳혀갔다.

       

       물론 동프로이센으로 도망간 카이저 일가도 그리 멀쩡하지는 못했다.

       

       

       “안 되겠소. 쏩시다!”

       

       

       러시아 혁명가들에게서 배운 거라도 있는지 동프로이센까지 따라간 독일 공산당원은 황족들이 탄 마차를 폭탄으로 터트렸고. 빌헬름 2세의 자식은 빅토리아 루이제를 제외하고 모두 죽어 버렸다.

       

       그러나 독일 공산당이 독일을 장악했다 하나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카이저를 따르거나, 카이저는 싫어도 공산당도 싫은 우익 성향의 자유군단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이들은 공산당 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로자 룩셈부르크. 그 망할 년도 유대인이라지?”

       “유대-볼셰비즘은 과학이다!”

       

       

       전국적으로 자유군단에 의한 유대인과 독일 공산당에 대한 테러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유대인이 피해를 입게 되자, 독일의 유대인들은 테러를 피하고자 다른 나라에 망명하는 것으로 눈을 돌렸다.

       유대인-빨갱이 연계를 경계한 주변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로는 갈 수 없었고, 대다수는 최근 내전으로 유대인과 기술자들에 대한 혜택을 내건 러시아 합중국으로 넘어갔다.

       

       그중 아인슈타인도 있었고, 프리츠 하버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대러시아 합중국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친유대인 정책을 펼치면서 유대인을  품에 안는 그 유명한 러시아의 성녀는 그들을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 * *

       

       

       과연 일본이 내 말을 믿을까?

       

       믿는다고 해도 대응도 못할 테지만, 아마 그놈들에게 내 말은 개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물론 믿을 리가 없겠지.

       

       대뜸 너희 나라 땅 어디에서 재앙 일어남 이러면 퍽이나 믿겠다.

       

       그냥 뭐 립서비스로 하는 말이었다.

       

       그래. 그건 그런데 문제는 일본 따위가 아니다.

       

       

       “신이시여 차르를 보우하소서!”

       “위대한 로마의 후예여! 콘스탄티노플에서 다시 일어나라!”

       “아나스타샤 차리나 우라! 대러시아 합중국이여 영원하라!”

       

       

       나 대관식 치르고 있다.

       

       로마의 왕관을 머리에 얹고,

       

       러시아 백군과 황족, 귀족들 사이에서 당당히 동로마의 황제이자 러시아의 차르의 자리에 올랐다.

       

       기존의 차르 대관식과는 다르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붉은 바탕에 황금 쌍두독수리와 노란색 바탕에 러시아식 쌍두독수리 깃발이 휘황찬란하게 펄럭이며 그사이에서 나는 당당히 니콜라이 2세 이후로 아주 잠깐 내전의 공백으로 끊겼던 차르-차리나의 제위에 올랐다.

       

       러시아 정교회 역시 소련 탓에 끊길 뻔했던 정교회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내 대관식을 도왔다.

       

       니콜라이 2세 때와는 달리 강력한 백군 군부의 지지를 받는 전쟁 여제의 모습으로. 동로마의 정통성도 잇는다.

       

       그리고.

       

       대관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제국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줄줄 흘러내리는 드레스. 진짜 귀찮다.

       

       

       “흠, 여제께서는 군복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드레스는 좀 뭔가 불편합니다.”

       

       

       나를 놀리는 검은 남작에게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당장 독일 루이제 황녀의 군복도 아래는 러시아 제국 군복 바지로 개조해서 입고 다녔다.

       

       그런 내게 주렁주렁 흘러내리는 드레스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콘스탄티노플에 온 것도 귀찮은 걸.

       

       이제는 차리그라드로도 불리는 이 도시는 튀르크물이 확 빠지고. 그리스, 러시아식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각국의 대사들 역시 표면적으로는 축복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대사는 ‘붉은 여제.’를 언급하며 나를 기분 나쁘게 했지만. 러시아 사정을 모르는 해적 새끼들이라고 치부하고 흘려 넘겼다.

       

       프랑스는 내심 독일 공산당을 토벌해달라 주문했으나, 드넓은 러시아를 관리하려면 개구리 놈들을 도울 수 없다.

       

       그리스 관료들은 이를 갈더라.

       

       이제 동로마 황제의 정통을 잇는다고 해도, 이곳을 수도로 삼기에는 너무 아래에 있으니 이곳에 머물다가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러시아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참 전생에도 해 보지 못한 전국여행을 수십 번은 하는 기분이다.

       

       진짜 철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대관식을 치르신 차리나께 한 가지 알려 드릴게 있습니다.”

       

       

       이제는 내무부에서 오흐라나도 맡은 보리스 사빈코프가 내 눈치를 보면서 뭔가 입을 우물거렸다.

       

       

       “무엇입니까?‘

       ”안 좋은 소식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일에서 일어난 내전이 이제 완전히 혁명파로 승기가 기운 거 같습니다.“

       

       

       결국 독일 내전에서 카이저 파가 밀리면서 혁명이 성공했다.

       

       이러면 나치독일은 어떻게 되는 거냐.

       

       아돌프 히틀러 상병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돌프 열사가 히틀러를 죽이는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냐.

       

       내가 아돌프 열사를 위해 독일 장교들 통해서 훈장까지 줬는데 말이야.

       

       독일의 침략을 대비해 열심히 방어를 준비하다가 열심히 독일군 막고 한 타 싸움에서 시원하게 독일을 무찌르는 그림-을 바랬는데.

       

       역시 현실은 다른가.

       

       뭐 그렇다 해도 지금의 러시아는 혁명의 적이라 볼 수 있지 않던가.

       

       비록 독일 공산당이 레닌과 선을 두고 있었다고 해도.

       

       지금 사회주의 물을 살짝 담은 듯 보이는 대개혁을 벌이고 있으니까.

       

       이 개혁이 성공하면 공산당은 있어야 할 의미가 없는 족속이 되어 버리고 공산 혁명 자체가 틀어 막히게 되니까.

       

       공산 독일은 이념적인 승리를 위해서라도 전쟁을 준비할 거다.

       

       그 독일 놈들 때문에 대관식도 잠깐 미루고 급하게 회의할 것이 또 생겼다.

       

       그냥 두마끼리 알아서 하면 되지 않냐 하는데.

       

       나 위에서 결제만 하면서 놀고 싶다.

       

       서명이나 하는 서명의 달인이 되는 것이 내 꿈이라고.

       

       안톤 데니킨도 아직 콘스탄티노플을 치장한다고 열심히고.

       

       그 덕에 프리츠 하버나 아인슈타인 등. 유명한 사람들이 러시아에 오게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인슈타인은 대박이지.

       

       개혁 좀 하고 적당한 시점에서 남모르게 시베리아 쪽에서 핵 연구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유대인과 기술자를 우대한다고 넘어온 거니 열심히 해주겠지.

       

       핵만 만들면 전쟁 밀린다고 해도 제공권만 잡아서 베를린이든 파리든 핵 날려버리면 된다.

       

       

       “독일 혁명이 순식간이었다고 합니다.”

       

       

       뭐 그렇겠지.

       

       내 생존으로 스노우볼이 한참 구른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설마하니 로자 룩셈부르크의 공산 혁명이 성공할 줄이야.

       

       하기야. 독일제국이 이어지고 레닌이 말아 먹는 것을 봤으니 준비는 열심히 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바이마르 공화국도 아니고. 독일 자유사회주의 공화국이라니.

       

       

       “독일 공산당은 레닌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오랫동안 준비했겠죠. 게다가 백군이 들고 일어나 내전이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땅이 넓은 우리와 달리 독일은 다르니까요.”

       

       

       역시 빨갱이들은 어느 출신이든 대단하긴 해.

       

       근본이 바퀴벌레 습성이거든.

       

       

       “동프로이센의 카이저가 본토를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표트르 브란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카이저가 과연 본토를 찾을 능력이 있을까.

       

       그럼 내전이 장기화한다는 말인데, 너덜너덜해진 독일이 과연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국력이 있을까?

       

       대공황 해결이 완전히 어렵다면 전쟁이 답이긴 하다.

       

       당장 미국만 해도 뉴딜로 버티다가 2차 세계 대전으로 해결하지 않았나.

       

       로자 룩셈부르크가 어떤 여자인지 그냥 듣기만 해서 잘 모르는데. 존버하다가 이번에 독일을 먹어 치운 것만 봐도 좀 대단한 거 같고.

       

       일단 유대인이라고 하더라.

       

       서기장은 되지 못하겠지. 아마 카를 어쩌구가 될 가능성이 높을 거다.

       

       우리의 아돌프 상병이 극혐하겠군.

       

       카이저에게 무기를 지원도 아니고 팔아 치우는 건-아무리 그래도 도움 받은 처지에서 너무 혐성질이라 볼 수 있나.

       

       일단 카이저가 능력이 되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지가 문제겠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독일 패전의 비밀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독일 군부도 반으로 갈라졌다고 합니다. 당장 내전 속에서 피해를 입은 인간들이 주변국으로 도망치기도하고 우리 러시아 쪽으로 도망 온 인물들도 꽤 됩니다.”

       

       

       흠. 그러려나. 빌헬름이 너무 심하게 말아 먹었는데.

       

       프랑스가 자기네 치려 한 빌헬름을 도울 거 같지도 않고.

       

       

       “융커들도 많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그것과 별개로 카이저가 아국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만.”

       

       

       얼마나 급하면 내전이 끝난 국가에 지원을 요청할까.

       

       그런데 어림도 없다.

       

       혁명파들에게 무기를 안 넘기고 그래도 왕당파. 카이저 군대에는 안톤데니킨의 군대가 무장했던 독일제 무기를 보내기도 했다.

       

       최소한 이쪽은 구색을 갖췄으니 문제없지.

       

       불만 있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꼬우면 내전 이겼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컴이 맛 간 채라 비축분으로 연재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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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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