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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꺄아아아악! 대박! 대박! 세상에! 꺄악!]

       

       

       머릿속에서 호들갑을 떠는 작가님의 목소리와 나의 몸을 껴안고 있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래.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유시우가 나를 껴안고 있었다.

       

       ···하하, 나도 참 멍청하지. 언젠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겠네, 하는 평범한 이야기였는데.

       

       그 한마디에 발작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별의별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다니.

       

       다행인 점은 유시우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까? 작가님도 데이트니, 뭐니 계속 시끄럽게 떠들다가 반쯤 흘려들은 모양이고.

       

       너무 흥분했다는 점은 반성해야겠다.

       

       놀이공원에 왔더니, 인형들이 잠깐 사람처럼 보여서 흔들린 모양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야.

       

       나도 가끔 감성적으로 변한다니까.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하고.

       

       

       “하하. 부끄럽네요. 이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는데.”

       

       “···아니. 괜찮아. 힘들 때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내가 그랬거든.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다시 한번 껴안아 주었다.

       

       남에게 포옹을 받으며 위로받다니, 어쩐지 부끄러웠지만, 그것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히, 히에에···. 너무 멋있다아. 주인공의 따스한 포옹과 위로, 너무 좋아···.]

       

       

       ···작가님의 호들갑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침드라마를 보고 호들갑을 떨어대는 아줌마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런 포옹은 나 말고 저기 아멜리아한테 해주라고. 왜 내가 이런 미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시우가 나를 풀어줄 것 같은 기미도 보이지 않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더니 어느새 관람차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저기, 슬슬 더운데요. 관람차도 끝나가는데, 이제 정말 괜찮으니 놓아주실 수 있나요?”

       

       “어, 그. 그래. 미안.”

       

       

       시우가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

       

       하아. 한여름 밤에 곰 인형을 껴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더워 죽는 줄 알았네.

       

       

       [언제까지 껴안고 있을 건가요?! 꺄악! 이건, 이건···! 우헤, 우헤헤.]

       

       

       닥치세요, 작가님.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작가님이 듣지는 못할 테니 의미 없는 투정이긴 하지만.

       

       한참을 껴안고 있던 탓일까? 유시우의 얼굴을 바라보자 잔뜩 붉어져 붉었다.

       

       아니, 자기도 더우면서 왜 그렇게 껴안고 있던 거야?

       

       주인공은 친구를 버리지 않아요, 뭐 그런 건가.

       

       

       “하하, 미안해요. 그래도 시우 군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낫네요. 고마워요.”

       

       “으, 응···. 다행이네.”

       

       

       그래도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했던 행동이었으니까 감사의 마음을 전하도록 할까.

       

       아까까지 보여준 그 남자답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주인공이 갑자기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도무지 말을 걸 상황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아직도 작가님이 호들갑을 떨고 있었으니까.

       

       

       [헤, 헤헤···! 에헤헤헤헤헤···! 조, 좋은 걸 봤어요. 너무, 너무 좋아···! 그냥 거기서 키스까지 해야 했는데. 찐득하게!]

       

       

       하, 젠장. 머리 아파.

       

       키스는 무슨. 미쳤어? 그런 걸 하게?

       

       그런 건 아멜리아한테 하라고 해야지.

       

       히로인도 아닌 나한테 그런 짓했다가 분양이라는 소리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 분양은 아닌가. 어차피 평생 독신으로 살 예정이니까.

       

       

       “···아. 슬슬 끝날 것 같네요.”

       

       

       아아, 너무 아쉬웠다. 바깥 풍경 진짜 예뻤는데.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을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그 기분이란.

       

       제일 높은 장소에서 갑자기 혼자 짜증을 내버려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다.

       

       내려오는 와중에는 껴안고 있어서 풍경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고.

       

       

       “어라, 아멜리아···어디 갔지?”

       

       “글쎄요. 화장실인가?”

       

       

       아직도 배가 아픈 걸까. ···뭐라도 잘못 먹었나?

       

       기다리는 시간이 10분, 20분이 지나갈 무렵.

       

       도무지 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아멜리아에게 시우가 전화를 걸려던 찰나,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그녀가 등장했다.

       

       뜬금없이 관람차에서 내린 사람이 아멜리아였으니까.

       

       

       “···생각보다 별로였네. 하아.”

       

       “아멜리아?! 너 왜 거기서 나와?”

       

       “너희 먼저 가라고 했잖아. 나는 따로 혼자서 탔지.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지는 않더라.”

       

       “···그,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었던가. 먼저 가라고.

       

       그냥 입밖에 내뱉은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혼자 타러 올라간 모양이었다. 대단하네.

       

       나는 이런 곳에 혼자 오면 부담스러워서 못 탈 것 같은데.

       

       

       “후,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뭐, 뭐?! 더 놀 셈이야?”

       

       “그럼 당연하지. 시간도 있으니까. 고작 몇 개 타고 끝날 생각이었어? 자, 가자! 시간이 가고 있어!”

       

       

       아멜리아, 신났구나.

       

       입으로는 별로였다, 재미가 없었다며 떠들고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

       

       평소보다 들떠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걸까?

       

       그녀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는 설정이었으니까, 우리를 진짜 친구로 여기고 있는 걸지도.

       

       ···다시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래, 여기는 결국 인형극.

       

       주인공과 그 주변 사람들은 설정 오류 탓에 쉽게 건드리지는 못한다 한들, 그들도 결국 인형이다.

       

       아멜리아도, 클레어 선생님도, 스피라도, 라이라도.

       

       아직 설정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이하율 수사관도 결국 실을 한번 건드리면···.

       

       고개를 한번 휘저었다. 이런 건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니까, 생각하지 말자.

       

       

       “···그래요. 갑시다.”

       

       

       그녀를 따라 나도 즐겨보기로 했다.

       

       기왕 온 거, 즐기지 않으면 손해니까.

       

       

       

       ***

       

       

       

       “하아. 힘들다.”

       

       

       시우는 방에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지듯이 드러누웠다.

       

       아멜리아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이후에도 한참을 데리고 다녀서일까?

       

       초인임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잔뜩 쌓인 기분이었다.

       

       

       “···오늘도 있네. 안 피곤한가?”

       

       

       혹시나 싶어 슬쩍 커튼을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그녀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알게 되었을 때는 무서워서 베개에 눈물을 적셨던가.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제는 무섭기는커녕 오늘도 있구나, 하는 감상밖에 들지 않았다.

       

       무서운 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같이 감시하고 있는 데다가 내게 해를 가하지 않으니 점점 무섭지 않아졌다.

       

       아니, 무섭기는커녕 어디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하며 틀린 그림 찾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오늘은 전봇대 뒤인가. 드무네.”

       

       

       평소에는 나무 뒤나 전선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그녀도 조금 피곤한 걸까? 평소보다 들키기 쉬운 위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해서 더 무서웠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요령이 생긴 걸까, 직감이 강해진 걸까?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기 쉬워졌다.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었구나.”

       

       

       사복, 예뻤는데.

       

       평범한 복장이었지만 그녀가 입으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티셔츠와 평범한 청바지였지만, 그녀의 몸매 때문일까.

       

       교복을 입었을 때보다 더욱 부각되는 신체적 특징 탓에 새로운 느낌이었다.

       

       맨날 나를 숨어서 지켜볼 때도 교복만 입고 다니길래 사복 같은 게 없는가보다, 했는데.

       

       그냥 입기 싫었던 걸까?

       

       

       “···아, 젠장. 또 생각나네.”

       

       

       황급히 커튼을 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녀를 생각하니 자꾸 오늘의 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불안정해보이던 아르테를 진정시킬 때, 그녀를 껴안았었지.

       

       신체적 접촉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카멜레온 빌런 사건 때도 그녀가 나를 껴안았으니까.

       

       한동안 그게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 안 좋은 기억이 유야무야 넘어갔었던가.

       

       ···그런데, 그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가 나를 뒤에서 안은 게 아니다. 내가 그녀를 안았다. 정면에서.

       

       위로할 때는 다급하게 우선 껴안았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아버렸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뭐가 위험한지는 자세히 생각하기 싫다. 사회적으로 죽을 뻔했으니까.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었던 건 틀림없었다.

       

       백허그 때 느꼈던 그 말랑한 감촉. 여성 탈의실에 잠입했을 때 느낀 그녀의 향기.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살짝 시원한 체온까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있었다.

       

       

       “위로해주는데 그걸 들켰다면···후우.”

       

       

       문득 생각난 소름 끼치는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운 좋게 들키지는 않았다지만, 만약 들켰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진정하자, 유시우. 다른 걸 생각하는 거야. 진정해, 진정···.”

       

       

       자꾸만 생각나는 그때의 감촉과 향기를 어떻게든 잊어버리기 위해 시우는 되뇌었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을수록 더욱 생각나게 된다고 하던가.

       

       되뇔수록 오히려 그때의 장면이 시우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되었다.

       

       

       “···하아.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네.”

       

       

       시우는 직감했다.

       

       오늘도 숙면은 불가능할 거라고.

       

       예전처럼 두려움에 잠을 못 자는 게 차라리 낫지.

       

       시우는 자신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에 잠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곧 그런 생각마저 다시 떠오른 그 장면에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리고, 시우는 제 생각대로 잠을 설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

    요즘 더우니까, 시우처럼 밤을 설치면 안되는 거 아시죠?

    찡긋.

    ***

    나니시 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실눈집착밧줄구속역강간순애는···순애다!

    파이어 노바 님, 1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그게, 저기. 구글에 검색해봤더니 조금 이상한 게 나오는데요. ···그런거 보시나요?

    딥판 님, 100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001? 여러번 확인해봤는데 제 눈이 이상한게 아니더군요. 1001코인이라니···. 감사합니다! 큼, 흠.

    응호옷♡ 천코인막이 빼앗겨버렸어요옷! 극태후원 기분죠아아앗♡

    작가님을 때리고 싶으시다면 곧 나올 예정인 이모티콘을 사용해주세요!

    작가님 꿀밤 콘이 예약되어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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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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