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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한시우가 오기를 기다렸다.

         

       쿵.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그는 약속 시간이 얼마 나지 않은 시점에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웃으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오는 그의 옆에는….

         

       “…얘들아.”

         

       병원에 갔던 이혜정도 함께였다.

         

       “언니-!”

         

       “혜정 언니-!!”

         

       그녀를 보자마자 모든 팀원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어떻게 이제 몸은 괜찮아요?”

         

       “얼굴색 안 좋은 것 봐. 흐윽….”

         

       지잉-.

         

       그녀 주위로 뱅 둘러 싸서 그녀를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하지만 카메라가 있다고 우리의 행동이 가식은 아니었다.

         

       우리 팀의 맏언니인 그녀를 우리 모두 좋아하고 걱정했으니까.

         

       “난 이제 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그리고 나 때문에 괜히 연습 시간 뺏긴 것도 미안해.”

         

       “아니에요!”

         

       “언니 그런 소리 말아요!”

         

       이혜정이 고개를 숙이며 약한 소리를 하자 다른 팀원들이 괜찮다며 그녀를 다그쳤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다행….”

         

       물론 중간에 분위기 파악 못한 서유진이 산통을 한 번 깰 뻔하긴 했지만….

         

       “…이 아니라 거, 건강하게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언니…!”

         

       그녀는 중간에 무언가를 보곤 흠칫하고 말을 바꾸었다.

         

       ‘…뭘 본거지?’

         

       그녀가 흠칫한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지만 그곳에는 배시시 웃는 박유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기분 탓이었나.’

         

       아무튼 금쪽이 서유진마저 이혜정을 반겨 주니 분위기는 금방 훈훈해졌다.

         

       하지만 서유진도 깨지 않은 이 분위기에 초를 치는 이가 있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만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바로 한시우였다.

         

       “제가 오늘 중간평가 다시 한번 보겠다고 하신 거 기억하시겠지요? 이혜정 참가자는 몸이 안 좋으니 오늘까지만 쉬고 나머지 분들 하루 동안 연습한 거 한 번 보겠습니다.”

         

       “…….”

         

       “설마 어제랑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겠죠?”

         

       그리 말하는 한시우는 퍽 차갑고 잔인하게 보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으니까.

         

       보통 같은 경우였으면 하루 안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터.

         

       한시우는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타협은 없다는 듯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네, 준비됐습니다.”

         

       “……!”

         

       우리는 냉정한 한시우의 모습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분명 우리는 어제와 달라졌으니까.

         

       우리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리 말하니 한시우가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음…, 혹시 센터를 바꾸셨나요?”

         

       “아뇨, 이전과 똑같이 예린 언니 고정이에요.”

         

       “그렇다면 어제와 비교하여 무엇이 달라진 거죠?”

         

       한시우의 질문에 이번에는 내가 대답했다.

         

       “무대 컨셉과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컨셉은…, 너드(Nerd)입니다.”

         

       “너드(Nerd)요? …하하.”

         

       너드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대가 된다는 듯 한시우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것참 기대되네요. 네, 그러면 한 번 보시죠. 이혜정 참가자는 제 옆에 앉으시죠. 팀원들이 뭘 준비했는지 같이 봅시다.”

         

       한시우의 손짓에 이혜정이 우리…, 그중에서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얘들아, 너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잠시 컨셉을 바꿨어요. 언니는 똑같이 메인 보컬이니까 내일 저희가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일단은 한 번 봐보세요.”

         

       “아마 조금 달라져서 놀랄 거예요. 헤헤.”

         

       우리는 이혜정을 안심시키고 곧바로 오늘 아침부터 연습한 대로 진형을 짰다.

         

       그리고 무대를 시작하기 전 내가 대표하여 한시우에게 말했다.

         

       “중간평가이긴 하지만 2절 댄스 브레이크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조금 미흡한 점에 대해 양해하고 봐주세요.”

         

       “원래 중간평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기는 힘들죠. 알아서 감안 할 테니 너무 걱정 마시죠.”

         

       “그러면….”

         

       슥-.

         

       ♪♬♩-!

         

       내가 제작진에게 손짓하자 <Where is my first love!>의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에 맞춰 우리는 무대를 시작했다.

         

       “…호오.”

         

       어제와 조금 다른 분위기의 무대가 이어지자 한시우가 작게 감탄했다.

         

       하지만 아직 감탄하기에는 일렀다.

         

       나는 지금….

         

       천마신공(天魔神功) 1차 스킬 천마환혹(天魔幻惑)을 써 볼 생각이었으니까.

         

       천마환혹(天魔幻惑)의 쿨타임이 하루당 한 번이라 나는 아까 연습 때 이를 써 보지 못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스킬이란 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또 이 스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인지 나는 한시우를 통해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마침내 스킬을 써야 할 2절 댄스 브레이크의 타이밍이 오고.

         

       화아아아-.

         

       ‘됐다.’

         

       나는 곧바로 스킬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다.

         

       혹여 입으로 스킬 명을 외쳐야 발동되는 건가 했는데 그냥 내가 의지를 갖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만으로도 써지나보다.

         

       파아아-.

         

       ‘아…, 이건가.’

         

       나는 천마환혹(天魔幻惑)의 첫 번째 효과인 내 감정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극대화하고자 했던 감정은 행복감이었는데 내 가슴속 작은 행복감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왜 다음은 안 되지?’

         

       천마환혹(天魔幻惑)의 두 번째 효과.

         

       바로 이 극대화된 감정을 통하여 상대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우리 무대를 보고 있는 한시우와 이혜정은….

         

       “…….”

         

       “…….”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나? 설마 발동이 되지 않은 거야?’

         

       그렇게 예상외의 반응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간평가 무대는 끝이 났다.

         

       스윽-.

         

       나는 고개를 돌려 제작진들의 표정도 살펴보았다.

         

       “…….”

         

       그들 역시 한시우, 이혜정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통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멍한 표정.

         

       저들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는 한시우가 한참 후 어렵게 입을 연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예린 양.”

         

       “…넵.”

         

       “그런 표정…. 지을 수 있었던 겁니까…?”

         

       …그런 표정?

         

       ‘아…,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 반응을 보느라고 방금 천마환혹(天魔幻惑)을 시전한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제 표정이 어땠길래….”

         

       “…….”

         

       한시우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무대에 대한 짧은 감상평으로 대신했다.

         

       “…사랑에 빠질 뻔한 무대였습니다.”

         

       “…….”

         

       “…이 팀은 이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완벽합니다. 과연 마지막 날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립니다. …그 정도입니다, 예린 양.”

         

       그리 말하는 한시우의 눈동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빛이 바래 있었다.

         

       아무래도 스킬은 제대로 먹힌 듯싶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이번 경연을 기대해 봐도 좋다는 걸 뜻하기도 했다.

         

         

         

         

       **

         

         

         

         

       중간평가가 끝나고 우리의 일과는 아주 단조로웠다.

         

       연습 그리고 또 연습.

         

       물론 중간에 경연 순서를 걸고 윷놀이를 한 번 하긴 했다.

         

       거기서 리더인 서유진이 5연속 도를 던지는 기함을 토하는 바람에 우리는 첫 번째로 경연을 하게 되었다.

         

       ‘죄, 죄송합….’

         

       첫 번째라는 경연 순서에 아쉬워할 시간도 없었다. 우리는 순서 선정 윷놀이가 끝나자마자 다시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경연 전날인 6일째인 오늘.

         

       웅성웅성.

         

       밤 10시.

         

       평소였으면 야간 연습에 열중할 시간이었음에도 모든 참가자들이 세트장에 일제히 모였다.

         

       “이제 10시인데?”

         

       “곧 시작하겠지.”

         

       바로 오늘 방영하는 나아아 2화를 다 같이 보고 실시간 반응을 찍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각 팀 별로 모여 앉아 가운데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서 나아아 2화가 시작하는 걸 긴장된 눈으로 보았다.

         

       확실히 형제기획 식구들과 볼 때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에서는 커뮤니티 반응도 볼 수 없고.

         

       게다가….

         

       지잉-.

         

       “하하하.”

         

       “와~ 기대된다.”

         

       카메라가 우리 표정을 모두 찍고 있었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오, 시작한다.”

         

       “유 설 언니다.”

         

       나아아 2화의 시작은 1화 엔딩에 이어서 유 설의 <24시간이 부족해>로 그 서막을 알렸다.

         

       [과연 유 설 참가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물론 그냥 보여주기는 싫었는지 여러 명의 리액션과 광고 등등 제작진은 10분 정도 시간을 끈 후에 유 설의 무대를 보여 주었다.

         

         

       -부족해, 시간이

         

       -너와 함께 있을래.

         

         

       정말 다시 봐도 유 설의 무대는 완벽했다.

         

       방송에도 유 설이 심사위원들에게 극찬받는 모습과 함께 나 다음으로 A 등급을 받은 사실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하예린(형제기획) : …다음에는 저도 더 좋은 모습 보일 거에요.]

         

       [유 설(JJ) : 네, 저희 잘해 봐요. (웃으며)]

         

       …나와 유 설의 라이벌 구도를 집중적으로 비추었다.

         

       그 장면이 나오자마자 주변 참가자들이 나와 유 설을 힐끔댔다.

         

       부러움과 질투가 가득 섞인 시선이었다.

         

       나와 유 설의 라이벌 구도가 공식적으로 자리 잡았으니 우리의 분량이 앞으로도 더 많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다음 장면에 집중했다.

         

       다음은 바로 등급별 맞춤 클래스.

         

       [제작진 : 여러분, 새로운 A등급 연습생이 탄생했습니다.]

         

       [이혜정(키드쉽) : 아, 안녕하세요! 키드쉽 이혜정입니다! 오늘부로 A 클래스에서 수업 받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혜정은 최초로 B에서 A로 승격한 것 때문에 오랜만에 분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혼나는 장면 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나도 마찬가지.

         

       [김예솔(보컬 트레이너) : 예린아…! 정신 안 차릴래?]

         

       방송은 계속해서 A 클래스 그 중에서도 내가 혼나는 장면을 중점적으로 비추며 부정적인 느낌을 계속해서 주었다.

         

       [김예솔(보컬 트레이너) : 내일…, 네가 얼마나 보컬 부분에서 더 성장했는지 볼 거야. 그리고 진전이 없으면…, 네가 A 등급에 남을 수 있을지 장담은 못 하겠다.]

         

       그리고 이가 극에 달해 혹여 내가 B 등급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여지를 줌과 함께 코너는 최종 등급 평가로 넘어갔다.

         

       나는 최종 등급 평가에서 낮은 등급의 참가자들이 혹평으로 썰려 나가는걸 감흥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내가 지금 제일 궁금한 것은…, 원래 A 등급 유지였던 이혜정을 제작진이 어떻게 억지로 B 등급에 내렸냐였기 때문이었다.

         

       스윽-.

         

       “…….”

         

       고개를 돌리니 이혜정이 자신의 처참한 최후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파란 안색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꽉.

         

       나는 그런 이혜정의 손을 잡아 주었다.

         

       “……!”

         

       갑작스런 손길에 이혜정은 당황하다가도….

         

       “…….”

         

       꽈악.

         

       손을 잡아 준 게 나라는 걸 보고는 오히려 깍지를 껴 내 손을 단단히 결속했다.

         

       그렇게 우리 둘이 손을 잡은 것과 동시에 서유진과 나한나가 최종 등급 평가에서 A 등급으로 승격한 것이 나오고….

         

       [한시우 : 최종 등급 평가…, 자, 다음은 A 등급입니다.]

         

        …마침내 나, 이혜정, 유 설이 포함된 A 등급의 차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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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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