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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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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전(前) 용사라고요?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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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열심히 호흡을 골랐다. 크게 후읍 마시고, 짧게 훅훅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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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후우…. 그래요. 그럴 수,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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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전 용사, 아빠는 용사 파티의 동료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외할아버지가 팔라딘이라는 것도 의외로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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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벌써 저만치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행여나 놓칠까 이안이 서둘러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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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막 성도에 도착했으니까, 배도 고플 테고 제법 피곤할 텐데. 우선 밥부터 먹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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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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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그제야 벌써 점심 때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 무렵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사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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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자각한 허기가 끈질기게 기어 올라왔다. 이안은 주린 배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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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으.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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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이 눈썹을 구겼다. 지금 보니 이안의 몸은 너무나 앙상했다. 이건 뼈 위에 가죽만 걸쳐둔 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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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도대체, 제대로 먹고 다니고 있기는 한 거냐? 삐쩍 말랐군. 한스 녀석은 애한테 밥을 제대로 먹이고 있는 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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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데모닉의 눈에만 그렇게 보인 것이고, 이안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썩 부족하지 않은 체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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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저희 아버지 덕분에 먹고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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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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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의 처참한 요리 실력을 알고 있는 데모닉이 침묵을 지켰다. 데모닉은 케니스의 수제 요리에 가장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희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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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를 헤친 데모닉과 이안은 작은 골목길에 들어섰다.

        세월의 흐름이 물씬 묻어나는 골목길은 소박하고, 아담한 시간을 한 줌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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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랑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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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가장 낡고 깨끗한 문을 열고 들어간 데모닉.

        그 모양새가 제법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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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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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반갑습니다.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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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 데모닉을 반겼다. 데모닉은 슬쩍 인사하고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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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앉거라. 우선 좀 먹고 이야기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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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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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여기저기 둘러보며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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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딘은 만신전의 제일검. 이런 낡고 소박한 식당에서 식사할 줄은 몰랐다.

        분명 으리으리한 식당이나, 엄청 비싼 고기를 먹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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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라고 생각하는 눈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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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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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직의 길을 걷는 자들이 허투루 사치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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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은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달그락거리며 요리를 시작했다.

        달콤하고 구수한, 소위 말하는 집 요리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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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이 조금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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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리아, 그러니까 너희 외할머니랑 자주 오던 가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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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외할머니…. 어머니한테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태어날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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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사고라….

        단순히 사고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불행했고, 또 너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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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사고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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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구태여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안이 몰라도 될 것이다. 몰라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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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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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은 따뜻한 토마토 스튜 두 접시와 잘 구운 염소 고기를 테이블로 가져왔다. 빨간 토마토가 통째로 들어간, 식욕을 물씬 풍기는 달콤한 스튜 내음이 침샘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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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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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이 뭐라 권유하기도 전에, 이안은 이미 스튜를 흡입하고 있었다.

        이안에게 음식다운 음식은 매우 귀중한 종류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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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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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물자를 보충하고 몬테그로스에 간다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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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둘째 어머니…, 어, 그러니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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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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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아요. 외할아버지가 둘째 어머니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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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는 내 제자였거든. 지금은 하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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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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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머릿속으로 관계도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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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한스는 외할아버지 데모닉의 딸과 결혼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의 제자와도 중혼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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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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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해야 용사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이안은 현직 팔라딘의 딸과 제자를 동시에 취한 아버지의 배포에 새삼 감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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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는 제 일 때문에 바빠서 허투루 사람을 부를 녀석이 아닌데. 별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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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일이다. 데모닉의 기억 속에 있는 데이지는 무뚝뚝하지만 사려 깊고, 차가운 가면 아래 뜨거운 불꽃을 감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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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성정에 이끌려 자연스레 많은 이들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으니.

        분명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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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지. 그러니까 이안을 부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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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자신의 옆에서 걷는 이안을 힐끔 바라봤다.

        얼굴을 멀끔한 것이 한스를 닮았고, 선한 눈동자는 케니스를 닮았다.

       

       손에는 굳은 살이 제법 탄탄히 박혀있다. 단련을 거르지 않은 자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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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이 제법 멀고 위험할 텐데. 검은 배운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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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기초만 조금 배웠습니다. 그리고 길동무로 유니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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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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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과 함께라면 안심이다.

        성정은 조금 추한 녀석이지만, 실력이나 격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녀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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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식량이나 잡다한 물건이 필요하겠구나. 따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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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과 이안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잡다한 물건을 구매했다. 팔라딘으로 지낸 세월만 수십 년, 장거리 여행 물자 구비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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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역시 외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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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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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외손주의 감탄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으쓱거리고 마는 것이다.

       

       – “그러니까 알겠죠?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먹을 거 사준다고 따라가지 말고, 도시에서 소매치기라도 당하면 큰일이니까 꼭 조심하고ㅡ”

       

       그날 밤, 이안은 꿈에서 붉은 머리의 여인이 이것저것 참견하는 꿈을 꾸었다.

       

       어쩐지 조금 그리운 느낌이 드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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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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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디 몸 조심하거라. 항상 방심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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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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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를 떠나는 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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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아버지 데모닉은 그동안 이안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한꺼번에 해주겠다는 기세로 성도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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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먹을 것, 볼 것을 이안의 주둥이에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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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건 너희 엄마가 자주 먹던 용사님 정식 세트란다. 제법 싸고 맛있어서 나도 자주 먹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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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으어어…. 하, 할아버지. 잠깐만요. 저, 저 진짜 배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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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것도 먹어보거라. 엘프들이 만든 꼬치인데, 다른 곳에서는 구경도 못 하는 진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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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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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오크들의 건조 육포인데 아주 고소하지. 아! 이건 드워프들의 화주구나. 이것도 아주 별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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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살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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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먹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안은 데모닉 앞에서 배고프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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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느낌의 하루하루를 반복하면 어느새 일주일.

        아쉽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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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몬테그로스에 도착한다면, 이스칼이라는 녀석을 찾아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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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떠나는 이안의 손에 편지 한 통을 쥐여줬다.

        어쩐지 편지와 연이 많은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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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칼이라면, 철벽의 수호자 이스칼 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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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네가 케니스와 한스의 아들이라는 걸 밝히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거다. 꼭 이 편지를 전해다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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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음.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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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절실하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부탁했다.

        이안은 그 이유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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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딘은 총 세 명이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의 첫 번째 팔라딘.

        이제는 전 팔라딘이 되어버린 한스와 현 팔라딘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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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닉은 한스와 이스칼에게 모든 것을 인수인계하고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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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은퇴했을 데모닉은 아직도 현직 팔라딘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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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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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드득…. 꼭 좀 부탁한다. 씹어먹을 이스칼에게 꼭 이 편지를 전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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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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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이 아니라, 한스가 팔라딘을 그만두고 홀로 업무에 시달리던 이스칼이 돌연 몬테그로스로 탈주해버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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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유유자적 은퇴 생활을 즐기던 데모닉은 팔자에도 없는 복직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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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기필코 이스칼의 뼈와 가죽을 도려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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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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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이스칼은 외할아버지가 잃어버린 정년 퇴직의 한이 담긴 편지와 함께 다시 북쪽을 향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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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르릉. 계약자여, 그동안 살이 좀 찐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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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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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온 이안은 유니콘과 열심히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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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으로, 또 북쪽으로.

        물자가 떨어지면 근처 도시나 마을에 들려 보급하기를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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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와 한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이안에게 뭐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케니스와 한스의 덕을 보지 않은 마을이 없을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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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새삼 부모님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덕분에 제법 풍족한 야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

        어느새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다.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힌다. 북쪽으로 제법 많이 올라왔다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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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염없이 걷다 보면 별 희한한 것들을 마주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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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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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여라! 죽여어어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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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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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들려오는 고함과 날붙이 소리.

        멍하니 걷던 이안이 곧장 검 자루를 붙잡았다.

        ​

        《그리 걱정할 것 없네. 으레 있는 연례행사 같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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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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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이 시큰둥하게 대꾸하니, 머쓱해진 이안은 검 자루를 멋쩍게 쓰다듬었다.

        ​

        《푸르릉. 구경이나 하고 갈 텐가?》

        ​

        유니콘의 태도로 봐서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안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

        안전만 확보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구경은 불 구경과 싸움 구경 아니겠나.

        ​

        이안과 유니콘은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갔다. 곧장 아래로 펼쳐진 울창한 숲 사이로 수십 명의 사람이 뒤엉켜 난전을 벌이는 것이 보였다.

        ​

        “어우….”

        ​

        살벌하게도 싸운다.

        서로 부모의 원수를 바라보듯 눈을 부릅뜨고서는, 몽둥이나 돌도끼로 상대를 가차 없이 후려치는데.

        ​

        뻐억, 퍼억, 우지끈ㅡ 사람의 몸에서 나면 안 되는 소리가 살벌하게 퍼졌다.

        ​

        《흠. 벌써 신부싸움이 벌어지는 곳까지 오다니. 이히힝. 북쪽으로 제법 많이 올라 온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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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은 제법 익숙한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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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싸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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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릉. 오크들이 강한 여인을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싸우는 거지. 자세히 보게. 서로 싸우는 이들이 어떠한지.》

        ​

        유니콘의 말을 듣고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숲속에서 싸워대는 이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대조적이었다.

        ​

        “정말로 오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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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락부락한 오크들이 돌도끼나 큼직한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몽둥이가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곳은ㅡ

        ​

        “여자?!”

        ​

        오크의 배꼽에나 간신히 머리가 닿는 여자였다.

        ​

        인제 보니 여자들과 오크들이 패거리를 이뤄 서로 싸우고 있던 것이다!

        ​

        부우우웅!

        ​

        “크워어어어! 얌전히 이 몸의 신부가 되어라!”

        ​

        몽둥이가 여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든다.

        ​

        이안은 여자의 머리통이 산산이 조각나리라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허나.

        ​

        “느리다!”

        ​

        쿠웅ㅡ.

        ​

        여자가 일각을 내디딘다. 손에 붉은 아우라가 퍼졌다. 섬섬옥수 같은 두 손이 몽둥이를 부드럽게 감싼다.

        ​

        일직선을 그리던 몽둥이는 기묘하게 휘어졌고, 오크는 어느새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

        “쿠에에에엑!”

        ​

        오크가 돼지 멱 따는 비명을 내질렀다.

        뜻밖의 전개에 이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

        《히히히힝! 역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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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인지 유니콘이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

        그 후로 싸움의 흐름은 점차 여자들을 향해 기울어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여자들이 근육 덩어리인 오크들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

        《푸르릉. 저 처녀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닐세. 고도로 단련된 전사들이지.》

        ​

        “평범하지 않은 것 같기는 하네.”

        ​

        《거기에 모두 처녀들이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네. 푸르릉. 모두 처녀야.》

        ​

        이안은 애써 유니콘의 말을 못 들은 체 했다.

        ​

        우리가 이겼다!

        ​

        나를 신부로 맞이하려면 오십 년은 이르다, 이 멍청이들아ㅡ!

        ​

        어느새 오크들이 모두 쓰러졌다.

        ​

        승리를 자축하는 여자들의 허벅지에는 붉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어지럽게 춤추며 타오르는 불꽃을 형상화한 문신이다.

        ​

        쓰러진 오크들의 허벅지에도 동일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

        “……어라?”

        ​

        이안은 여자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한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갈색의 머리카락에 어쩐지 탁한 눈빛. 묘한 존재감을 발하는 여인이다.

        ​

        괜히 찔린 이안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

        《푸히힝. 마침 잘됐군.》

        ​

        “…또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지?”

        ​

        유니콘이 잔뜩 흥분하여 투레질했다.

        이안은 벌써 걱정에 휩싸였다.

        ​

        그간 여정에서 처녀를 발견한 유니콘을 말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진지하게 유니콘을 버리고 갈까 고민했던 것이 수십 번이다.

        ​

        길잡이 겸 맹수 퇴치기 역할을 대체할 수 없어서 버리지 못했을 뿐이지.

        ​

        《어허. 처녀의 수호자인 이 몸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지. 그대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라네!》

        ​

        “…….”

        ​

        《상당히 실례되는 시선이군!》

        ​

        “아니, 뭐.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고.”

        ​

        이안은 할 말을 꾹 참았다.

        시선을 돌려 숲을 향했다.

        ​

        “어?”

        ​

        방금까지 눈을 마주치던 여인이 사라졌다. 그사이에 떠나버린 걸까.

        ​

        이안은 어쩐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조금 가녀린 분위기에 신비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었다.

        ​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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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하아악!”

        ​

        인기척 없이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안은 기겁하며 펄쩍 뛰어 물러났다.

        ​

        덜덜 떨리는 손으로 롱소드를 겨눴다. 반쯤 본능적으로 행한 동작이다.

        ​

        “누,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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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방금까지 저기 언덕 아래에 있던 여인이, 존재감 하나도 없는 채로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

        등 뒤에서, 바람처럼 나타났다.

        여인이 마음만 먹었다면 이안은 영문도 모른 채 쓰러졌으리라.

        ​

        그 사실에 등골이 섬찟 저렸다.

        ​

        강하다, 여인은 이안이 감히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강자였다.

        ​

        “…….”

        ​

        “누, 누구냐 너는!”

        ​

        “…….”

        ​

        “유니콘, 유니콘! 뭐 하는 거야!”

        ​

        《이히힝. 순결한 처녀에게 이 몸은 개입할 수 없다네.》

        ​

        유니콘이 킬킬거렸다.

        이안은 속에서 천불이 솟아올랐다.

        ​

        “씨ㅡ. 쓸모없는 조랑말 진짜!”

        ​

        “…….”

        ​

        나부끼는 바람에 여인의 머리카락이 길게 흩날렸다. 여인은 깊고 조금 탁한 눈동자로 한참이나 이안을 바라봤다.

        ​

        “………!”

        ​

        그러다가 롱소드를, 정확히는 거기에 새겨진 룬 문자를 바라봤다.

        ​

        …꾸벅.

        ​

        돌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 아닌가.

        ​

        “……??”

        ​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이안은 어찌할 줄 몰랐다.

        ​

        “어, 으음? 뭐, 뭐야 도대체.”

        ​

        “……ㅡ가 인사드립니다.”

        ​

        여인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

        “뭐라고?”

        ​

        “……데이지와 한스 님의 딸, 아리아가 오라버니께 인사드립니다.”

        ​

        “……????? 자, 자, 잠깐만. 뭔, 아니. 야, 그러니까 네가….”

        ​

        여동생.

        그것도 배다른 이복 여동생이다.

        ​

        “………아???”

        ​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어머님의 명령으로… 오라버니를 마중 나왔습니다.”

        ​

        이안은 뭐라 대꾸하지도 못한 채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여동생?? 나한테 여동생이 있다고??

        ​

        ‘이런 중요한 사실을 왜 아무도 안 알려준 거야…?’

        ​

        《푸헤헬헬헬헬헬!》

        ​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유니콘은 바닥을 뒹굴며 웃음을 터뜨렸다.

        ​

        이안은 있는 힘껏 롱소드를 던졌다.

        ​

        《쿠엑!》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데모닉의 옐로 카드는 세 장이다…! 딸 도둑 1스택, 제자 도둑 2스택, 거기에 중혼??! 3스택!!!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외손주는 좋아하는 데모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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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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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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