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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0

        

        

        

        

        

        

       “어후, 화약 냄새. 사격할 때는 몰랐는데 옷에서 나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후딱 씻어야겠다.”

        

       “우리 막내는 이따 발코니 수영장으로 오시길. 디브리핑이나 좀 하죠. 따로 끼고 싶은 뉴-막내들이 있는지?”

        

       “에…갈게요. 궁금하기도 하고.”

        

       “저도.”

        

       “그럼 다들 씻고 오시길.” 

        

        

        

        태평양 한가운데의 작은 섬에 어둠이 내렸지만, 하와이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비록 성수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선할 때는 선선하고, 더울 때는 30도 가량까지 올라가는 하와이의 한복판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 그런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차량이 이카루스 레지던스의 주차장에 무사히 안착했고, 최상층 스위트룸으로 4명이 복귀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상쾌한 냄새, 그리고 옷에서부터 나는 짙은 화약 냄새의 대비. 그럴 만했다. 오늘만 하더라도 4명이서 최소 1500발 이상을 사격했으니까. 더군다나 탄환 구경도 점차 커졌기도 하고…진득하게 씻어내야 할 것이었다.

        

        드론캠은 재정비 후 다시 켜겠다는 말을 남긴 채 꺼버린 지 오래였으니, 다들 샤워를 끝마친 다음에나 다시 켤 수 있겠지.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말.

        

        

        

       “이번에 빌린 방은 샤워실이 아주 넘쳐나는군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만 할지.”

        

       “옛날처럼 동반 입실이라도 하자구요?”

        

       “후후, 그런 걸 원하는 건가요?”

        

       “절대 아니거든요.”

        

        

        

        으엑.

        

        물론 진짜로 2인 1샤워실을 하더라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 양반과 로건을 포함해 같이 샤워한 횟수만 아마 수백 번이 넘어갈텐데 이제 와서 일일이 호들갑을 떨 이유도 없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샤워실 숫자가 사람 수대로 있는 마당에 같이 씻을 이유도 없지.

        

        아무튼 나 역시도 화약 냄새가 거슬렸으므로 방에 들어가 탈의를 시작했다. 개인 세탁바구니에 옷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그러던 와중 거울에 비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도 많이 본 몸이라 그런지 이제 몸매나 그런 건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음.”

        

        

        

        예전이랑 다른 건 하나도 없구만.

        

        좀 살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운동을 좀 빡세게 하면 금방금방 에너지원으로 사라져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감상평은 그 정도.

        

        몸에 대형 수건을 건 채로 슬그머니 샤워실에 입실하는 와중 뜬금없이 하모니와 다이스 이름으로 된 보이스챗이 걸려왔길래, 욕조에 물을 받으며 수락 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유진 씨.”

        

       “무슨 일인가요?”

        

       “에, 큰 일은 아니고…이따 발코니 수영장에서 디브리핑할 때 방송 켜실 건가요?”

        

       “물론이죠. 두 분만 안 나오고 저랑 로렌티나만 나오게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는 말고. 그것도 정 그렇다 싶으면 그냥 보이스만 송출하죠, 뭐어.”

        

       “그럴 필요까진 없긴 한데….”

        

        

        

        웅장한 소리와 함께 욕조에 받아지는 물.

        

        그 와중 벽면의 버튼을 누르자 천장과 벽면에서부터 물이 쏘아진다.

        

        아무튼 그렇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무언가 기묘한…감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묘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질문은 다이스가 했지만 내 대답에 대한 반응은 하모니의 것이었다.

        

        

        

       “…두 분은 신체 노출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시나봐요?”

        

       “끈에 천쪼가리 몇 개 연결된 걸 입고 방송에 나갈 것도 아니고, 래쉬가드 같은 걸 입으면 그닥 문제도 안 되니까요. 그것도 그렇고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그닥 볼 만한 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네?”

        

       “선생님, 그거 기만이에요….”

        

       “헉.”

        

        

        

        나의 불찰이었다.

        

        여태까지 했던 신체접촉이 대부분 로건이랑 로렌티나에서 비롯된 거기도 했고, 그 웅장한 북극곰-미드와 상어-미드가 간간이 머리를 짓누르던 기억밖에 없다보니 내 뇌내 보정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흘러가버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어 오늘 수영장-스트리밍은 로렌티나와 나만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물론 하모니와 다이스가 옆에서 같이 떠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모니와 다이스는 오른쪽 미니풀을 쓰고 나와 로렌티나는 왼쪽 미니풀에 입성, 드론캠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왼쪽 미니풀만 보여줄 것이었다.

        

        혹시나의 사태를 대비해 두 명이 캠에 비칠 시 자동으로 하드 블러 처리가 되도록 설정을 만지작거린 뒤, 로렌티나의 출연까지 OK 사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샤워를 시작했다. 

        

        

        

        

       “하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

        

        과거 뉴욕에서 킬박스 혹은 프랙티컬 슈팅, 또는 실전을 치루고 왔을 때, 상황이 종료됨과 동시에 핏발까지 선 눈에서 긴장이 빠져나가고, 몸이 탁 풀리는 듯한 감각과 함께 샤워실에 입실했을 때,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과 함께 몸에서 피어오르던 화약 냄새가 씻겨내려가는 그 느낌.

        

        정신을 실시간으로 갉아먹는 듯한 피로감은 없었지만, 평소의 루틴이었던 샤워에 몇 가지 새로운 퍼즐이 끼워지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머리에, 그리고 몸에 묻은 두툼한 거품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짐에 따라 하루의 피로라는 이름의 잔여물들이 배수구로 빨려들어가 사라진다.

        

        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받아놓은 물에 얼마쯤 몸을 담갔다가 물기를 전부 털어낸 뒤, 밖으로 나가 물기를 털어내고 래쉬가드로 환복. 거실로 나오자마자 드물게도 구름 한 점 없는 하와이의 밤하늘이 보였다.

        

        비록 광공해 때문에 별이 그닥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리 상관은 없었다. 바깥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어느새 슬그머니 따라온 로렌티나, 그리고 드론캠이란 이름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었다.

        

        살짝 따뜻하게 데워진 발코니의 수영장. 거기에 몸을 담근 채 와이키키 해변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모니와 다이스가 옆의 미니풀에 조심스럽게 발을 담갔고, 그리하여 방송이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여기는 하와이입니다. 별 건 아니고, 오늘 사격과 관련해서 간단하게 썰을 풀려고 이렇게 뒤늦게나마 방송을 켰습니다. 현재 한국은 오전 1시 가량인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주시다니 꽤 놀랍네요.”

        

       “반가워요. 제가 누군지는 이미 알 거고…우리 뉴 막내들은 프라이버시로 인해 목소리만 출연할 예정이니 이해해주길 바라요.”

        

       “딱히 시청자 분들의 이해를 바랄 필요는 없는 부분이긴 한데….”

        

        

        

       -어??????????????어????????

       -와 택티컬주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만 냅두면 내가 뭔말할지 모르니 일단 키보드에서 손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와…와…빵….

       -겁대가리 상실한 애들이 많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방송을 보고 있지 않으니 방송에서 뭐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모르겠네.

        

        아무튼 시청자들이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 걸 보니 적당히 잘 보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가 넘는 친구들은 매니저 봇이 저절로 밴을 시킬 거니 그닥 상관은 없었고…아무튼 아까 말한 것처럼 간단하게 썰이라는 이름의 피드백 폭탄을 던질 예정이었다.

        

        어둠이 내린 와이키키 해변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두 명이 실제 오퍼레이터가 아닌 이상 감안은 하겠지만, 역시 체력적으로 조금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사격을 위해서 체력을 키우라고는 말하지 않을 거긴 해도 평소에 유산소 운동은 조금씩 하세요. 안 그러면 출국할 때 말랑한 뱃살이 잡힐 거예요.”

        

       “우아앙….”

        

       “우리 그린캣은 트레드밀에 올려놔야겠어요. 와이키키 해변의 끝에서 끝까지 한 번 왕복하면 대략 3km 가량 정도 될 텐데, 내일 아침 한 번 같이 뛰는 건 어떤지?”

        

       “끼엑, 시러-!”

        

        

        

        당연하겠지만 둘 다 아주 경기를 해댔다.

        

        그래도 그 정도 반응이면 양호한 편이었다. 체지방 관리만 하면 될 테니까. 어차피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도 하고…나중에 살이 이만큼 찌게 된다면 그럴 때나 좀 봐주기로 하자.

        

        가장 간단하고도 무난한 피드백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손봐줘야만 하는 부분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은, 사실 이 둘의 문제는 머리와 근육기억에 쌓아놓은 이론과 테크닉을 뒷받침할 체력이 모자라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 둘이야 가상현실에서 총만 잘 쏘면 되는 거고.

        

        

        그러던 와중 이어지는 질문.

        

        

        

       “그러고 보니, 내일도 다시 사격장으로 가나요?”

        

       “그렇죠. 모의전을 한 다음, 어제 사격하지 못했던 기관총과 대구경 저격총, 미니건 등등을 좀 건드려볼 예정이에요. 마일즈 훈련에 사용하는 장비를 모방한 물건을 가지고 간단하게 할 예정이니 그닥 부담 가지지 마시길.”

        

       “마일즈…지난 주에 호떡이 예비군 훈련 받으면서 했다고 들었는데, 그걸 직접 해보게 될 줄이야.”

        

       “거기서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좋을 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하와이 예비군)

       -??? : 마일즈? 니 마일즈하는데 상대팀에 비얌 있어본적 있어????

       -호떡 입도 뻥긋 못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비군도 안가는 사람이 하와이 놀러간줄 알았더니 고생은 몇배로 하고온wwwwww

        

        

        

        뭐어, 고생이라면 고생이지.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반쯤 잊혀져있던 호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도네이션 하나가 날아들었다.

        

        

        

       <호떡(Streamer)님이 10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니야 내가 말했지??? 니랑 비얌쌤이랑 같이 하와이 여행가는 걸 우리가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가 다 있다니까??????

        

       “아, 호떡 씨. 후원 고마워요. 오랜만에 보는데, 지금이라도 비행기 티켓 하나 보내드릴 테니 하와이에서 좀 놀다 가시겠어요? 자리는 많고, 총알은 또 사면 되는데.”

        

        

        

       -<호떡> : 헉 마음만 받겠습니다 ㄷㄷㄷㄷㄷㄷㄷ

       -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호떡총쏘러드가자~

       -뭘 마음만 받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납치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떡> : 어~ 나만안갈거야~ 리밋이랑 스톤도 끌고갈거야~

       -ㅁㅊ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사람아냐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이 사람들이 진짜로 올려나 모르겠긴 하지만, 진짜로 온다고 하면 옆 방을 빌려주면 되려나.

        

        그렇게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조차 모르는 이야기로 대략적으로 몇 시간 가량을 보냈다. 당연히 하모니와 다이스는 몸이 탱탱 불기 싫다면서 선베드를 가져와 그 위에 누웠고, 나와 로렌티나는 무려 3시간 가량 미니풀에서 둥둥 떠다니며 이런저런 말을 해댔다.

        

        그 중에는 이 발코니를 힘차게 박차면 와이키키 바다에 무사히 풍덩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덧 오후 10시 즈음이 되었을까.

        

        잠시 눈치를 보던 내가 드론캠의 음소거 기능을 작동시켰다.

        

        갑자기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자 시청자들이 채팅창 위에 물음표를 실컷 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내 입을 통해 나올 내용은 조금…외부에 밝혀지면 안 되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대강 눈치를 챘는지 선베드에 뉘였던 몸을 일으키고 나를 쳐다보았다.

        

        

        

       “조금 갑작스럽긴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전달할 소식이 있습니다.”

        

       “또 뭔가 심상찮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시네요. 저희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죠?”

        

       “물론이죠.”

        

        

        

        그리고 입이 열렸다.

        

        

        

       “아마도 6개월에서 1년 안에 진과 레인을 현실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순간.

        

        그 자리의 세 명이 하늘에 떠있는 달보다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럴 것 같았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도대체 저쪽 세상에는 어떤 괴물들이 있는 겁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뉴욕 북부, 로체스터. 이카루스 다이나믹스 연구 시설.

        

        본래도 각자의 일로 바빠야만 하는 연구시설에서 끔찍한 곡소리가 울려퍼진 지 며칠이 지났다. 유진이 폭탄을 던지고 하와이에서 호화스러운 바캉스를 즐기고 있을 즈음이었다.

        

        안 그래도 불이 꺼질 틈이 없었던 연구소의 무수한 불빛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시뮬레이팅 컴퓨터는 이전보다도 몇 배 이상으로 증대된 데이터 입력값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섬세해진 그래픽을 구현하며  시끄러운 소음을 토해내기 일쑤였다.

        

        현 시대의 소프트웨어로는 진과 레인의 제작은커녕 같이 딸려온 수많은 부품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집어넣었을 때 제대로 맞물리는지, 혹은 뭔가 의미있는 결과값을 토해내는지조차 검산하기 어려웠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최소 20년 가량 이상의 기술적 격차가 존재하는 데이터가 가져다주는 파급력의 편린만으로도 그 정도였다.

        

        

        

       “이미…이건 세대를 몇 번씩이나 건너뛴 수준입니다. 특화와 만능을 넘어 전자생명체의 초입에 다다른 정도로군요. 정보보안에 신경쓰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는데….”

        

       “그거야 정보보안부 친구들이 알아서 할 거고…그래도 이걸 그대로 재현하라는 말은 아니지. 아마 보내진 카탈로그 스펙의 1%만 구현하더라도 그 둘이 현실을 걸어다니는 건 그닥 큰 문제가 아닐 테니.”

        

       “그거야 그렇겠지요.”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의 비공식적인 예측이 그 자리에 있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휴머노이드, 혹은 원격조정기체 – 프로토타입.

        

        제한적인 용도 혹은 형태로서 사회에 존재하고, 아직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하기에는 상당히 갈 길이 많이 남은 시기.

        

        휴머노이드, 혹은 원격조정기체 – 페이즈 1.

        

        인간이 하기에는 위험한 지역에서의 작업이나 전장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 투입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지닌 기체가 나타나는 시점. 안전사고 혹은 사상자라는 개념이 기체의 파괴로 서서히 대체되는 시기.

        

        휴머노이드, 혹은 원격조정기체 – 페이즈 2.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서조차 인간을 대체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기 시작함. 수명과 조종 범위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며, 특정 목표의 달성을 위한 제한적인 지성을 보유한 휴머노이드가 출현하는 시기.

        

        휴머노이드, 혹은 원격조정기체 – 페이즈 3.

        

        인간과 구별할 수 없거나, 인간과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지성을 가진 전자생명체의 출현. 특수한 에너지원에 의해 반영구적으로 기동이 가능한 기체가 나타나는 시기.

        

        

        

       ‘…이 세상은 이제 고작 페이즈 1의 초입에 돌입한 시점이지만, 진과 레인은 이 세상에 있는 그 누가 보더라도 페이즈 3의 한복판에 있는 존재들이니….’

        

        

        

        사실상 단계 3 이상부터는 구별과 분류가 무의미할 지경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그러고 보니, 본사가 요구했던 스펙은 어느 정도입니까?”

        

       “생각보다 그리 높지는 않아. 하지만 유저들이 생각하는 메카 유진의 매끈한 바디 안에 그 모든 것들을 욱여넣으면서도 인간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은 기본적으로 있어야만 할 거고, 거기에 다운그레이드까지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골치아프게 되겠지.”

        

       “하, 부품의 재질을 어떤 합금으로 바꿔야 하는지는 감도 안 잡히는군요. 거기에 동력원까지.”

        

       “아무런 단서도 뭣도 없이 맨땅에 꼬라박으면서 배우는 것보단 낫지.”

        

        

        

        오전 3시 42분.

        

        유진 일행이 저녁 9시 42분의 하와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둠이 짙게 내렸음에도 연구소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사실, 이제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지훈련 멤버들 추가 예정

    담주부턴 다시 주5일 연재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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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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