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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0

       소설 한 번 잘못 선택한 죄로 이 세계에 떨어진 백우진.

         

       그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가장 연식이 오래된 걸 꼽으라면 단연 호리병이었다.

         

       처음부터 흐름이 꼬여 만남이 예정되어 있던 검선(劍仙) 대신 만난 주선(酒仙).

         

       호리병은 그에게 이빨을 털어 얻어낸 물건이었다.

         

       선계(仙界)에 있는 그의 술 창고와 연결되어 있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진귀한 물건.

         

       그런 물건이 떨리고 있다.

         

       달그락 달그락

         

       그것도 아주 요란하게.

         

       “…….”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잘 때를 제외하면 늘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물건이다.

         

       이런 식으로 떨어댔다면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하면 어째서 지금 같은 때에 갑자기 호리병이 떨리기 시작한 것일까?

         

       “보패….”

         

       호리병은 보패다.

         

       선계의 신선들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물건.

         

       하나 같이 비범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어 실수라도 현세에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탐욕 어린 싸움으로 피바람이 불 정도.

         

       물론 이 호리병은 그럴 만한 능력은 없지만, 어쨌든 선계에서 만들어진 보패라는 것.

         

       “혹시?”

         

       무언가 생각이 든 백우진.

         

       그는 곧장 허리춤에 있는 호리병을 풀어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무렇게나 떨어대는 줄만 알았던 호리병이 실은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이정표인가.”

         

       선계와 가장 가깝다고 일컬어지는 곤륜산에서, 선계에서 만들어진 보패가 한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몸을 떨어대고 있다.

         

       이보다 확실한 이정표가 또 어디에 있겠나.

         

       물론 자신이 찾는 것과 보패가 가리키는 방향이 일치할지는 미지수.

         

       그러나 이대로 호리병을 무시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백우진은 자신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을 향해 지시했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그들에게 휴식을 명령한 뒤, 곧장 호리병이 이끄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현재 서 있는 곳은 곤륜산의 중턱.

         

       호리병은 끊임없이 위를 가리키고 있다.

         

       신법까지 운용해 가며 빠른 속도로 산을 가로지른다.

         

       이윽고 올라선 정상.

         

       세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땅덩어리 위에 도달했음에도, 호리병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 더 위로 올라갈 수가 있나?”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호리병은 단순히 자신이 찾는 제단이 아니라, 선계를 가리키고 있는 건 아닐까.

         

       손바닥 위에서 떨어대는 호리병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정확하게 위가 아닌, 대각선으로 솟구치고 있다.

         

       “흐음.”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이내 손바닥 위에 놓아두었던 호리병을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좁은 바닥에서 넓은 바닥에 풀려나온 호리병이 어디론가 향한다.

         

       털그럭

         

       출렁!

         

       병 안의 액체를 출렁이며 통통 튀어 당도한 곳은 벼랑 끝.

         

       한 치만 더 앞으로 나가면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상황.

         

       아슬아슬한 자리에서 몇 번인가 통통 튀던 녀석이 이내 힘차게 도약하여 나아간다.

         

       이에 당황하는 백우진.

         

       “어, 야…!”

         

       화들짝 놀라 달려가며 손을 뻗는다.

         

       제아무리 보패라고 그 내구도에는 한계가 있는 법.

         

       곤륜산 정상에서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졌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잡았…!”

         

       백우진의 손이 허공을 쥔다.

         

       “다…?”

         

       분명 잡을 수 있었다.

         

       난데없이 벌어진 돌발 상황이었지만, 빠르게 움직인 덕에 분명 호리병에 닿았다.

         

       그런데 호리병이 피했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잡히지 않겠다는 듯, 온몸을 비틀어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현경 고수의 손마저 피해내는 현묘한 움직임에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찰나.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호리병이 허공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

         

       이게 무슨 일이지.

         

       저 보패에 허공답보 기능도 들어 있었나?

         

       어안이 벙벙해져 바라보고 있는 사이, 허공에 떠 있는 호리병이 제자리에서 튀어오른다.

         

       통! 통!

         

       “…아!”

         

       그제야 깨달았다.

         

       호리병이 허공에 둥실 떠 있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 위에 올라가 있음을.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통통 튀는 움직임과 소리는 있을 수가 없는 일 아닌가.

         

       “뭐지, 도대체.”

         

       바닥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는 백우진.

         

       호리병은 허공에서 끊임없이 통통거리며 주둥이 부분을 제게 까딱거리고 있다.

         

       마치 빨리 뒤따르지 않고 뭐 하고 있느냐는 듯한 움직임.

         

       “…나보고 거길 오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이를 알아들은 듯 더욱 격렬하게 튀어 오르는 호리병.

         

       “…….”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공답보 상태를 유지한 채로 허공에 왼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곧장 불안은 종식되었다.

         

       “…밟히잖아.”

         

       허공답보 상태를 벗어난 왼발의 발바닥에 느껴져선 안 될 지면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 말인즉, 벼랑 끝에 이보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지면이 투명하게 가려져 있다는 뜻.

         

       오른발마저 마저 내디뎌 올라서자, 호리병이 다시 한번 뛰어오른다.

         

       “계단 형식이구나.”

         

       호리병이 튀어 오른 곳을 뒤따라 한 걸음, 한 걸음씩 위로 올라선다.

         

       이윽고 호리병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그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설 때마다 밑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더 작게 변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들어오는 산소의 양은 줄어들고, 지나가는 하얀 구름 속에 몸이 담겼다 빠져나오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전신에서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몸이 찌부러지고도 남았을 거센 압력.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며 호리병의 뒤를 따라 끊임없이 걸음을 옮긴다.

         

       조금 더 오르자 내쉬는 숨마다 하얀 연기가 새어 나온다.

         

       한서불침으로도 막아내기 힘든 추위에 내공을 추가로 몸에 두른 채 나아간다.

         

       그렇게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푸른 하늘이 붉게 물들고, 허공에 떠 있던 태양이 지고 달이 차오른다.

         

       묵묵히 걷던 백우진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앞서 나가는 호리병을 올려다봤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여기서 떨어지면 아무리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살지 못할 것 같은데.

         

       허공답보는 말 그대로 허공에 내기를 이용하여 작은 발판을 만들어 걷는 고절한 수법.

         

       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적잖은 양의 내공을 소모한다.

         

       그런데 만약 이 까마득한 높이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땅에 닿기 전에 내공이 바닥나서 죽고 말겠지.’

         

       통통!

         

       걸음을 멈추기가 무섭게 찾아오는 호리병의 재촉에 걸음을 옮기는 백우진.

         

       그러면서 생각한다.

         

       만약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는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에 새긴 습관이었다.

         

       이따금 맞이하는 극한의 상황.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통해 끊임없이 살아날 구멍을 찾고, 실제로 적지 않은 덕을 보았다.

         

       숱한 위기 속에서 십 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그의 좋은 습관 중 하나.

         

       ‘일단 허공답보는 턱도 없고, 호신강기를 아무리 세게 둘러도…, 죽음을 면치 못해.’

         

       그나마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

         

       ‘바닥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끊임없이 범위가 큰 공격을 쏟아내는 수밖에 없나.’

         

       아래로 공기의 저항을 거세게 받을 수 있는 공격들을 연거푸 쏟아낸다.

         

       이를 통해 추락하는 속도를 줄이고, 호신강기를 몸에 두른 채 바닥에 안착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떠오르는 수를 정리하며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내디딘 발에 무언가가 닿았다.

         

       “…응?”

         

       고개를 내려보니 발에 채인 호리병이 통통 거리며 제 정강이를 때리고 있다.

         

       …아픔을 느끼기라도 하는 걸까.

         

       호리병이 멈춘 것이 이상하여 고개를 들어 올리자, 어둠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보인다.

         

       “저게 뭐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물체라니.

         

       저것을 눈에 담자 멈춰 있던 호리병이 다시금 움직인다.

         

       정처 없이 걷는 자신에게 목적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

         

       다시금 호리병의 뒤를 따라 조금 더 오르자, 거대한 물체가 선명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물체는 다름 아닌 제단이었다.

         

       “…설마 저건가.”

         

       제수천류에서 언급되었던 신께 기도를 올렸다던 제단이 바로 저곳이 아닐까.

         

       조금 더 빠르게 계단을 올라 마침내 제단이 떠 있는 높이에 다다른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하늘에 떠 있는 게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일 뿐.

         

       조심스레 그곳에 올라서서 낡은 제단 앞에 선다.

         

       높은 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받아 조금만 강하게 때리면 단숨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형태의 제단.

         

       그 옆에는 거대한 바위가 서 있고, 거기에는 거친 필체의 글자가 적혀 있다.

         

       “수신황룡천단(受神黃龍天壇)….”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무언가를 신께 받았다는 뜻인 것 같은데…, 이 제단을 뜻하는지, 아니면 오행신주를 받아 그걸 기념하여 저리 만들었는지.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호리병이 통통 튀며 주둥이 부분으로 정강이를 때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다보니, 녀석이 제단 앞으로 다가가 통통 튀어 오르다 제단의 높은 턱 때문에 위로 올라서지 못하고 부딪히기를 반복한다.

         

       그리곤 제게 다가와 정강이를 툭툭 때린다.

         

       마치 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냐고 타박하는 듯한 움직임.

         

       “…저 제단으로 널 올려달라고?”

         

       통통!

         

       아무래도 정답인 듯하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호리병이 아니었다면 이 제단은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찾아내지 못했을 터.

         

       이번에도 어떤 의미가 있겠지, 추측하며 바닥에서 통통거리는 호리병을 들어 낡은 제단 위에 조심스레 올려둔다.

         

       그러자 마침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 서는 호리병.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제단 위 하늘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건?”

         

       검게 물든 하늘 위로 한 줄기 새하얀 빛이 내려온다.

         

       그것이 꼭 어릴 적 보육원에서 보았던 동화책의 한 장면 같았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한 남매를 구하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

         

       제단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는 새하얀 빛줄기가 그 동아줄을 연상시켰다.

         

       “…….”

         

       백우진이 멍하니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어느덧 제단에 도착한 빛줄기가 그 위에 놓인 호리병에 닿는다.

         

       그리곤 그대로 호리병과 함께 다시 위로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

         

       무언가 의아함을 느낀 백우진이 제단 앞에 다가가 빛줄기에 묶여 올라가는 호리병의 몸체를 손으로 쥐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실패했는데요?]

       [아니, 그러게 내가 그냥 한 방에 끌어올리자고 했잖아!]

       [에이…, 그러면 신선으로서 품위가 안 살잖아요.]

       [품위는 무슨 얼어 죽을 품위야! 저놈 때문에 내 술 창고가 거덜 나게 생겼는데!]

         

       “어, 음.”

         

       

       아무래도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최근 노트북으로 글을 쓰다 보니까 손목에 다시 무리가 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칭얼대다 보니까 주변에서 팜레스트는 쓰냐, 무접점 키보드는 쓰냐고 물어보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손목을 쓰려면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팜레스트도 사고, 무접점 키보드도 사서 쓰고 있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적응이 잘 안 되네요;;

    자꾸 쓰다 보면 팜레스트 위에 붙어 있어야 할 손목이 붕 떠 있고, 무접점 키보드는 키감이 좀 달라서 낯설고…

    그러다 보니 집중력도 좀 떨어지고 최근 글이 막바지로 치달아감에 따라 더 신경 쓴다는 게 이토록 늦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이번 연재 후 바로 또 자정에 연재를 해야겠습니다만, 솔직히 지금 시간으로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번 편 연재로 끝마친 뒤에 평일 중에 연참을 하여 벌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벽에 또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가까스로 바꿔둔 생활 패턴이 또 바뀌려 해서 내린 결정이오니,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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