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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금방 도착한다는 백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녀석이 그 말을 꺼내고 나서 채 1분이 지나기 전에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짐승의 모습을 한 채 하늘에서 내달리는 백호의 모습에 옆에 있던 백화령이 당혹을 표했다.

       

       “…백아라. 저것은 도대체.”

       “백호다. 어느 세계의 신수였고 지금은. 음. 내 시종이라 부르면 적당하겠군.”

       “…시종? 신수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백화령이 고갤 갸웃거리는 동안 우리 위 쪽에 도착한 백호는 땅의 힘을 따라 낙하하더니 대지 근처에 이르렀을 즈음에 자연스레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아라니이임! 이번에는 또 무슨 사고를 치려 그러시는 겁니까아아!”

       “사고라니. 그냥 이 녀석을 파이스가 있는 곳에 데려가려 했을 뿐인데.”

       “그게 사고지 뭐가 사고입니까!”

       

       바루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곤란한데 이 이상 다른 세상을 아는 이들이 늘어나면 곤란하다면서 백호가 난리를 쳤지만 난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어차피 신선놈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한 둘 정도 더 늘어난다하여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천마는 신선들과 달리 직접적으로 외부인을 마주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안 된다?”

       “예! 절대로 안 됩니다!”

       “그래?”

       “예!”

       “알겠다. 그럼 어디 한 번 막아보거라.”

       “…예?”

       “왜. 내게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면 당연히 힘으로 막아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그 자보다 강인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는 본인이 언제나 누누이 말해왔던 것이니만큼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야.

       

       “평소 본인이 네 녀석들의 의향을 따라주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안들이 굳이 강행할 만큼 간절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녀석들에게 진 빚이 있기도 하고. 굳이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할만한 것들이 아니었기에 본인은 한 수를 물러주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본인은 이 일을 강행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내 의사를 막기 위해서는 본인을 힘으로 짓눌러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 마음대로 해 보거라.”

       

       어찌할 것이냐. 백호 네 놈 혼자 덤빌 것이야? 그게 아니라면 회사의 인원을 불러올 게냐?

       

       바라는 대로 해라. 본인은 도전을 거부하지 않을 테니까.

       

       일부러 가려두었던 경지를 스멀스멀 겉으로 표출하며 웃음을 지었더니 백호가 식은땀을 흘렸다.

       

       “제. 제게도 입장이라는 것이.”

       “사장이 시킨 것이라면 그 놈을 연결해라. 내 친히 설득해주마.”

       “…어쩔 수 없네요. 비장의 한 수를 쓰는 수밖에.”

       

       고개를 푹 숙인 백호는 심각한 어투와 함께 다시금 짐승의 형상을 취했다.

       

       흐음. 나름 신수 반열에 든 백호 녀석의 진심이라. 나름 재미가 있겠구나. 자아. 어떤 식으로 나오는 지 한 번 보도록 할까.

       

       “제발 제고해 주세요오오오오!”

       

       본인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한심함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짐승의 형상을 취한 백호가 자신의 육구로 내 발목을 부여잡으며 빌어대는 데 어찌 평범한 눈빛을 하겠는가.

       

       이는 참으로 한숨 나오는 일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기도 했다.

       

       으으으. 말랑말랑한 육구와 부드러운 털이 자꾸 내 마음에 잡념을 새기는 구나.

       

       말랑복슬보슬 천국을 경험하기 이전이었다면 홀라당 넘어가 버렸을 것이야.

       

       허나 지금은 아니다. 이미 한 번 천국을 경험한 나는 굳은 마음을 먹고 이를 떨쳐낼 수 있다.

       

       백호의 손을 가열차게 차낸 나는 경악스러운 얼굴을 한 백호를 무시한 채 세상 위로 손을 뻗었다.

       

       “이만 가보마.”

       “…네. 마음대로 하세요.”

       

       체념을 해버린 백호가 백기를 든 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세상을 툭하고 건드려 균열을 냈다.

       

       으음. 확실히 뭉치 그 녀석에게 강의를 들은 것이 효과가 있어.

       

       이전에는 다소 우악스럽게 부수고 들어간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통로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이니 말이야.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새로운 경지에 익숙해지는 것도 시간문제겠구나.

       

       “자. 백화령. 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게냐?”

       

       아연실색을 하고 있는 녀석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수님을 이런 식으로 대해도 괜찮은 것인가?”

       “신수가 뭐 별 거냐. 그냥 몇 가지 권능을 지닌 짐승에 불과한데.”

       “그…런 것이냐?”

       “그래. 아직 네가 세상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신령이니 신수니 신선이니 하는 놈팽이 몇을 쓰러트리다 보면 자연스레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고 천마신교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가끔씩은 외출을 하라 조언을 해준 나는 백화령을 이끌고 균열을 넘었다.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해 관리도 거의 안 되고 적막했던 왕성의 건물은 그 며칠 사이에 어느 정도 활기를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사람과 흙으로 빗은 골렘이 함께 일을 하는 광경을 둘러보던 나는 한 걸음으로 성벽 위에 올라 도시를 관조했다.

       

       웃으며 내달리는 아이가 보인다.

       

       우물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뜨는 아낙이 보인다.

       

       사람보다 귀한 말이라며 병사를 타박하는 마차상이 보인다.

       

       그 한 가운데에서 식량의 배급을 하고 있는 종선의 얼굴이 보인다.

       

       녀석과 눈이 마주했기에 입을 움직여 잘 하고 있다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녀석이 눈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대충 상황을 보아 하니 조금 시간이 지나면 신선들을 거두어 선계로 돌려보내야 쓰겠구나.

       

       보려던 것을 모두 본 후 다시금 성벽을 내려오니 멍하니 세상을 둘러보는 백화령이 있었다.

       

       “기이하구나. 이 곳에는 내기가 아닌 다른 기운이 퍼져 있어.”

       “자세히 보거라. 깊게 파고 들면 그 근원은 같을 테니.”

       “그래?”

       

       나와 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어린 아이마냥 신이 나 주변을 살피는 걸 보고 있자니 동생이 생긴 듯한 느낌이 들어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움직이면서 구경을 하거라. 우리의 본래 목표는 따로 있지 않은가.”

       “…아아. 그랬지.”

       

       백화령을 이끌고서 파이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하자 검을 휘두르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여전히 파이스의 검은 놈이 지닌 경지에 비하면 허술하고 부족함이 많지만 이전보다는 나아져있었다.

       

       새로이 배움을 얻었다는 것인가. 무아지경에 빠진 녀석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해 기운을 담아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검을 휘두르던 파이스가 퍼뜩 고개를 돌렸고. 그 옆에서 파이스를 가르치던 남자 또한 함께 고갤 돌렸다.

       

       “화령님!”

       “…흠?”

       

       파이스가 목소리를 내기 무섭게 백화령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라라고 불러라. 이전처럼 화령이라 부르면 오인이 생겨서 말이야.”

       “네? 그게 무슨. …설마.”

       “그래. 그 설마다.”

       

       화룡무인의 천마를 데리고 왔다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파이스가 아연실색을 했다.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무얼. 백호 녀석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소리를 듣고 왔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만.”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됐다. 그런 대화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는 본인이 해결할 문제이니 네 녀석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보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

       

       “백화령 이 녀석과 대련을 해보지 않겠나.”

       “대련이요?”

       “이 녀석은 무림의 최고수 중 하나이며 무라는 분야에 있어 일정 경지에 이른 녀석이다. 네 녀석의 검을 단련하는 데에 분명한 도움이 되겠지.”

       

       꽤 즐거운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설명을 했더니 파이스 녀석이 눈을 치켜떴다.

       

       “안 그래도 실전의 상대가 필요했는데. 잘 되었군요.”

       

       *

       

       백화령은 몸 안의 기운을 다스리며 맞은 편에 서 있는 상대를 살폈다.

       

       금발과 청안을 지닌 양이. 나의 어리숙한 제자가 평생의 숙원으로 삼은 자.

       

       백아라가 이야기하길 이 세계를 구원했다는 용사.

       

       파이스 스코비아. 하. 이렇게 직접 대면을 하니 왜 백아라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 그랬는지 알 것 같군.

       

       저 녀석이 지닌 기운은 낮은 검술의 수준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다.

       

       단순 경지만을 따지면 방금 전 아라에게 매달리듯 빌던 신수님보다 더할 지경이야.

       

       거기에 더 놀라운 것은 저것이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느긋허니 검을 움직이는 녀석의 동작을 보면 알 수 있다.

       

       저건 본래 쥐는 검이 아니다.

       

       저것은 본래 사용하는 무장이 아니다.

       

       몸에 묻어나는 여러 버릇들이 그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즉, 저 녀석은 본인을 봐주며 상대해도 괜찮을 대상으로 보고 있단 것이다.

       

       하하. 백아라 이외의 인간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얼마만인지.

       

       절로 권에 힘이 들어가는 구나.

       

       백아라가 본인을 느슨히 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녀석이 지닌 무의 경지는 무인이라면 누구나 존경을 바쳐야 할 정도로 드높으니. 그 누구도 나아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는 백아라의 오만은 기꺼이 존중해줄 수 있다.

       

       허나 저 녀석은 아니다.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기운이 막대하면 무얼 하는가.

       

       저 녀석이 지닌 것들이 많은 것이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정작 그를 다루는 양이는 검술에 있어 부족하디 부족한 인간일 지언데.

       

       저런 녀석이 본인을 무시하다니.

       

       “준비는 됐나?”

       

       백아라의 목소리에 양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주변으로 여파가 새어 나갈 것은 신경 쓰지 마라. 그는 본인이 알아서 대처해줄 터이니. 서로를 죽일 생각으로 싸워도 괜찮다. 위기의 순간에 본인이 끼어들어 줄 테니까.”

       

       어디 한 번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는 말과 함께 백아라가 대련의 개시를 선언한 순간 백화령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보법을 밟았다.

       

       단 한 걸음으로 이루어진 습격.

       

       눈이 감기기도 전에 파이스의 코 앞에 도달한 백화령이었지만 파이스는 그를 보고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검술이 서투른 것은 사실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만난 스승이 그의 검을 보고 어찌 발전이 하나 없느냐 타박할 정도로.

       

       허나 파이스는 그 검을 가지고 세상을 구했다.

       

       외신을 쓰러트렸다.

       

       이것은 그라는 초인이 지닌 힘이 서투른 검술을 압도할 정도로 강했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업적일 지어니.

       

       그는 백화령의 움직임을 보고 감탄할만큼의 여유를 지니고 있었다.

       

       화룡무인의 천마인가. 외견만큼이나 다루는 무술도 아라님과 닮은 구석이 많네.

       

       그렇지만 그 뿐.

       

       아라님이 지닌 경악스러운 권능에 비하면 이 정도는 별 거 아냐.

       

       이 정도라면 상대하는 데 어려움은 없겠어.

       

       좋아. 스승께 새로이 배운 내 검술이 어디까지 성장했는지를 한 번 확인.

       

       해보려던 파이스는 백화령이 진각이 대지를 진동시키는 순간 당혹을 느꼈다.

       

       그녀의 손 위에 모이는 천마신공의 내기는 분명 아라가 사용하는 일권과 한없이 닮아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오는 겁니까?!”

       “그러게 그대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대비를 했어야지.”

       

       뻔뻔스러운 어투를 마주한 파이스는 백화령과 백아라가 닮은 것이 단순 외모 만이 아니란 생각을 하며 자신의 아공간 창고에서 성검을 뽑아 들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뒈져라.”

       

       용사와 천마가 격돌하며 세상에 폭풍이 몰아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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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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