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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481 – 수상한 호텔>

     

    베수비오 화산 인근에는 네 개의 도시가 있다.

    해안도시 헤르콜레네움.

    강철도시 오플론티스.

    관광도시 스타비아이.

    사원도시 폼페이.

    네 개 도시 모두 적색마탑의 마법사가 상주하고 있지만 정작 적색마탑 해외지국이 세워진 장소는 도시가 아닌 베수비오 산 중턱이었다.

    “그래서 호텔에는 짐만 풀고 산 중턱에 올라가볼 생각이었는데…”

    “근데?”

    “호텔이 너무 이상해서 돌아오질 못할 것 같아.”

     

    암흑상인 지젤이 소개해준 호텔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기한 호텔이었다.

     

    “호텔숙박권에 마법이 걸려있어. 숙박권이 없으면 중첩된 공간의 허허벌판으로 나가고 숙박권이 있어야 호텔에 입장해. 제법 영리해♡ 칭찬해줄게♡”

    “감사합니다, 손님.”

    “넌 우리랑 같이 손님으로 온 주제에 왜 윗사람처럼 평가를 하고 있는 건데.”

     

    자쿠만큼 상식인포지션을 담당하는 로지니의 태클에도 매스각키 황녀의 높은 콧대는 내려갈 줄 몰랐다.

     

    “저희 유령호텔을 찾아와주신 귀빈에게 감사의 의미로 증정품을 드리겠습니다.”

     

    1인당 1개씩 사탕까지 받자 매스각키 황녀의 어깨가 으쓱거리며 내려올 줄을 몰랐다.

     

    “흐흥. 서비스가 제법이네. 망할 아카데미에서 시달리느라 세상에서 공짜라는 개념이 한동안 사라진 줄만 알고 있었어.”

    “하하.”

    “그래서 이건 무슨 사탕이야?”

    “투명화 상태를 부여하는 사탕입니다.”

    “응? 투명화?”

    “유령호텔의 컨셉을 오래도록 기억해주실 수 있도록 본점을 방문한 고객님들께 드리는 증정품입니다.”

    “맛은?”

    “투명이란 무색무취에 가깝기에 아무런 맛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스각키 황녀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어른스럽게 굴어야지.”

    “감사인사는 했어. 황녀라도 맛의 기호는 있는걸…”

     

    황녀의 용건이 끝났으니 나는 대신 데스크를 지키는 호텔직원 분께 질문을 드렸다.

     

    “유령호텔에는 숙실을 빼앗기 위해 숙박객들이 서로 싸우는 숙식쟁탈전 시스템이 있나요?”

    “재미있는 시스템이군요. 상부에 건의를 드려보겠습니다.”

    “아직 없구나. 그럼 식사시간에 한정된 양의 무료조식권을 두고 다투는 조식쟁탈전은요?”

    “그 또한 상부에 건의를 드려보겠습니다. 다른 건의사항이 있으십니까?”

    “호텔 내에 자체적인 고수를 배치해두고 당일 숙박료 무료 혹은 두 배 지불하기를 두고 대결하는 숙박챌린지도 좋을 것 같아요!”

     

    메모지로도 부족해서 수첩까지 꺼내고 본격적으로 받아쓰기 시작하는 직원!

     

    “지젤아저씨한테 미안해지니까 그만해. 유령호텔을 무슨 마경으로 만들려는 거야. 얼른 마탑에 가야하니까 빨리 방이나 올라와.”

     

    우리는 나란히 붙은 1인실에 짐을 풀고 내려왔다.

    옷가지 정도만 놔둔 로지니나 추종자들 몰래 단촐하게 나온 매스각키 황녀, 배낭배낭에 모든 짐을 넣어두는 나.

    셋 모두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기에 금방 개인실에서 나왔다.

     

    “어이쿠. 이거 별난 일이군. 유령호텔에 이런 까마득하게 어린 소녀들이 숙박하다니.”

     

    맞은편 방에서 나온 털보아저씨가 인자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가씨들. 사탕 하나 먹지 않으련?”

    “투명화 사탕이라면 이미 받았어요.”

     

    로지니의 대답에 털보아저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돈 주고 팔라고 해도 안 파는 그 더럽게 비싼 사탕을 받아? 누가?”

    “셋 다요.”

    “오호라. 평범한 아가씨들이 아니었구먼. 아저씨가 주는 사탕은 너무 비교되느라 주기도 민망하겠어.”

     

    아저씨의 인자한 미소에 매스각키 황녀가 심드렁한 얼굴로 읊었다.

     

    “저항약화. 감각약화. 수면부여. 그런 지저분한 사탕은 줘도 안 먹어♡”

    “정말? 그럼 내가 셋 다 받을게!”

     

    아저씨와 황녀가 동시에 당황했다.

     

    “그걸 왜 알고도 받지?”

    “아무리 먹보라도 대놓고 위험한 사탕을 먹으면 어떡해? 너 바보야?”

    “바보는 황녀가 바보지! 내성훈련을 할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보내다니, 순 헛똑똑이야!”

     

    로지니는 진즉에 포기했다는 듯이 외면했다.

    오독오독.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니 톡 쏘는 느낌과 함께 미각이 사라졌다.

     

    “마비효과도 있는데? 허접황녀. 하나 놓쳤어!”

    “먹는 네가 이상한 거야!”

     

    근데 머 생각만큼 마비효과가 오래 가진 않았다.

    톡톡 쏘는 맛이 혀끝에서 돌아왔다.

    새록새록 졸음이 몰려오기는 하는데 이 정도야 수면성분을 기로 분류해서 체외로 분출하면 끝이지.

     

    “얍!”

     

    <마나연공법>

    <독성분출>

     

    정교하게 독을 분출하자 로지니가 당황한 얼굴로 헛손질을 하다가 난간을 놓치고 쓰러졌다.

     

    “이 왕바보… 허접노디…♡”

     

    매스각키 황녀도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털보아저씨의 금목걸이가 반짝반짝 빛을 내뿜었다.

    상태이상에 저항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마나제어술로 수면성분을 분출하다니,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실력이군! 하지만 장소를 잘못 골랐어, 귀여운 아가씨. 흐흐흐. 셋은 몰라도 하나라면꾸엑!”

    “지젤아저씨가 모르는 아저씨가 주는 사탕은 맛이 없으면 때려도 된다고 했어요! 원래는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어차피 몰래 먹을 거 다 아니까 이 정도로 타협한대요. 아저씨 말 잘 듣는 저는 착한아이 스티커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근데 착한아이가 쓰러진 유괴범의 전리품도 루팅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결론을 내렸다.

    전리품 루팅을 까먹는 건 장보러 나가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짓!

     

    “히히. 공짜템이다.”

     

    허리춤에 보이는 가방에 속지 않고 아저씨의 옷을 발가벗기자 등 뒤에 돌려 맨 비밀가방이 있었다.

     

    “으엑.”

     

    그런데 이게 웬걸.

    보물을 숨겨두었으리라 예상했던 비밀가방에서 나온 것은 여성용 팬티뿐이었다.

    실화냐…

    정말로 이런 걸 허리 뒤에 숨겨둘 정도로 아끼는 보물로 간직해도 되는 거냐.

    반대로 앞에 찬 가방에서 나온 간식거리들은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맛난 것들이었다.

    내성작에 쓰라고 골고루 상태이상을 발라놓은 것이 두 배로 맛있게 생겼다.

     

    “으휴. 평소에 수면저항을 안 올리니 이렇게 맥없이 쓰러지죠. 이참에 몇 개 더 드실래요?”

    “먹는다고 내성이 생기는 네가 이상한 거거든?”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난 로지니가 아저씨의 벗긴 옷으로 손목을 묶고는 방 안의 벨을 눌러서 호텔직원을 호출했다.

     

    “이 아저씨가 저희를 기절시키고 팬티를 수집하려고 했어요.”

    “이런. 투숙객 간의 분란이 일어난 것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사죄의 의미로 투명사탕을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투명사탕이 두 개가 됐다!

     

    “오크노디. 이제 마탑으로 가자.”

    “잠깐만요. 그 전에 지젤은 정보습득에도 능한 편이었잖아요. 어쩌면 유령호텔의 정보력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본 유령호텔에서는 손님 여러분의 원활한 관광을 도울 수 있도록 <정보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원하는 정보와 같은 가치의 정보를 제공하면 교환이 성사되는 테이블입니다.”

     

    오. 그거 재밌겠다!

    근데 신규컨텐츠라기에는 살짝 중복 같기도?

    아버님의 저택에서도 그런 거래를 했잖아.

    정보를 주고 음식을 받고.

    머 이번엔 정보 대 정보로 주고받는 거니까 완전히 똑같진 않으려나?

     

    “어서 오십시오. 이곳은 정보교환소. 저는 정보테이블의 교환가치를 공증하는 정보교환원입니다. 원하시는 정보를 먼저 테이블에 올려주십시오.”

     

    고객석 앞에는 종이와 펜이 놓여있었다.

    근데 고인물인 내가 모르는 정보는 그리 많다고 할 수 없었다.

    어떡한담.

    뭐가 궁금하다고 하지?

    망설이고 있으려니 로지니가 옆에서 말했다.

     

    “화산을 습격할 마인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자.”

    “아, 그건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다고?!”

     

    좋아, 결정했다.

    의자에 올라가서 필기노트 제작으로 단련된 속필실력을 자랑하며 종이를 빠르게 채웠다.

     

    “원하시는 정보내용은 <혈음악단 간부들의 현재위치>입니다. 맞습니까?”

    “넹!”

    “그럼 교환에 올릴 정보를 입력해주십시오.”

     

    온 김에 금방 풀릴 정보부터 후딱 교환해보자.

     

    ━━━

    1. 적색마탑 사업장을 습격할 마인 <오르데 타코>의 정보

    2. 적색마탑 베수비오 화산지부의 빈약한 수비현황

    3. 황색마탑이 원로회 때문에 개판 난 이유

    4. 재단의 수석장학생 오크노디는 상태이상이 담긴 사탕을 주면 맛있게 잘 먹음

    ━━━

     

    “정보의 가치는 신뢰도와 신속함에 따라 변동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넹!”

    “우선 오크노디 고객님께서는 VIP숙박자로 등록되었기에 높은 신뢰도를 제공받습니다.”

    “제가요? 왜요?”

    “프런트맨에게 본 유령호텔의 운영을 위한 유용한 팁을 다수 전수해주신 답례입니다.”

     

    음음.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해!

     

    “VIP 표준신뢰도에 의거하여 판단한 결과, 각 정보의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혈음악단 고참간부 <로사리오>의 위치

    2. 가치 없음

    3. 혈음악단 신입간부 <아르데>의 위치

    4. 혈음악단 2인자 <밤피르>의 위치

    ━━━

     

    놀랍게도 가장 가치가 높으리라 생각했던 적색마탑의 보안현황은 헐값이고 심심풀이 삼아 입력한 내 정보가 가장 비쌌다.

     

    “잠깐~ 판정이 이상하지 않아~? 허접노디가 사탕을 좋아하는 정보가 왜 이렇게 비싸?”

    “오크노디 고객님이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의 비공식적 후계자라는 신분과 해당 정보를 원할 재단 내 경쟁자, 재단의 정적들에게 유용하게 판매될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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