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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형제, 자매를 모두 만나고 다녔다— 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 명이 남아있었다.

        

       클레어 같은 경우는, 미안하지만 일단 제외했다. 클레어는 내 여동생이라고 여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황제의 아이들과 자매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으니까.

        

       이쪽은 나중에 앨리스와 따로 가기로 하고.

        

       그래.

        

       클레어는 일단 따로 분류한다고 해도, 앨리스는 그렇게 할 수 없다. 황제의 아이들이 모두 실제로는 피가 섞인 이들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앨리스도 이 ‘형제자매 모임’에 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심지어 앨리스는 앞으로 황제가 되니까. 어떻게 보면 이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금을 풀어달라고?”

        

       “완전히 풀어달라는 소리는 아니야. 연금 장소를 잠깐 바꿔 달라는 거지.”

        

       요즘 들어 부쩍 바빠진 앨리스는, 내가 시간을 내달라고 하자 바로 내주었다. 이런 점에서는 정말 고마웠다.

        

       게다가 얼핏 들어서는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고.

        

       “계속해봐.”

        

       앨리스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지금 황제와 황제의 아이들이 있는 곳도, 따지자면 감옥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어디 한적한 곳 건물을 하나 잡고, 다 같이 가서 이야기나 나누자는 거지.”

        

       “…….”

        

       앨리스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테이블에 미리 올려두었던 종이 한 장을 집었다.

        

       아, 참고로 여기는 앨리스의 방 안이었다. 집무실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평소에 읽어야 할 것이 많은 앨리스였던지라 보고서로 추정되는 종이들이 이것저것 많이 있었다. 산처럼 쌓여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읽어보면 머리가 아파질 것만 같은 종이들.

        

       그리고 앨리스가 황제가 되면 저것보다 훨씬 많은 글을 읽어야겠지.

        

       나도 옆에 붙어서 읽고 있어야 할 거고.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날아온 그리폰이 창문을 깸.”

        

       “…….”

        

       앨리스가 보고서를 읽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서 그냥 관심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취한 행동인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그리고 그 깬 창문으로 다른 포로를 넣었다, 라고 되어있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앨리스는 그 보고서를 살포시 내려놓고, 다른 보고서를 들었다.

        

       “여기에는, 갑자기 튀어나온 그리폰이 억류되어있는 첫째 황자인 제이든을 납치했다고 나와 있고.”

        

       “어…….”

        

       “참고로, 이건 그 저택을 감시하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직접 올린 보고서야. 특이사항이 있으면 보고를 올리도록 되어있거든. 당연히 황제한테 직접 올라오게 되어있고. 아무래도 상대가 특별한 관리를 요하는 대상들이니까.”

        

       앨리스는 그 보고서에 눈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리고 보고서에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원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추측하게 되어있거든? 여긴 이렇게 쓰여있어.”

        

       앨리스는 목을 가다듬고는 읽었다.

        

       “아무래도 황녀님께서 무슨 일을 꾸미시는 것 같습니다. 황태녀께서 직접 면담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음.

        

       그럴 만 하다.

        

       나는 그리폰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저쪽에서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사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허무맹랑하긴 하다.

        

       “나한테는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이야기도 하지 않아놓고는 말이야.”

        

       “…….”

        

       “차라리 이번에도 그리폰을 시키지 그래? 하나하나 발에 잡으면 한 번에 다 이동할 수 있잖아? 등에는 네가 타고.”

        

       “그…….”

        

       “응? 왜? 이제 와서 그리폰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납치하는 게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라는 걸 알았어? 그럼 시간이라도 돌려버리지 그래? ‘다시!’하고. 응? 응?”

        

       앨리스는 그 보고서를 둘둘 말더니 날 찌르기라도 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몸을 쭉 내밀고 보고서를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나는 어떻게든 그 보고서를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틀었다.

        

       “그, 그건, 아무래도 네가 둘을 한곳에 두는 걸 막을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일단 나한테 미리 말이라도 해 두는 게 어땠을까? 너 아직 버릇을 전혀 못 버렸구나?”

        

       “…….”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래. 이거야 뭐 그렇다 쳐.”

        

       앨리스는 테이블에 돌돌 말린 보고서를 대충 던져두면서 말했다. 한 번 말렸던 보고서는 펴질 듯 말듯 하다가 끝부분만 살짝 말려 올라갔다.

        

       “그럼 이건 뭐야?”

        

       앨리스는 보고서를 읽었다.

        

       “소매에 작은 총을 숨겨서 들어가 황자를 위협함……. 심지어 발포까지 했다고?”

        

       “……공포탄이었어.”

        

       “…….”

        

       앨리스가 나를 빤히 바라보아서, 나는 시선을 회피했다.

        

       “내가 무기는 들고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실탄 없는 총은 무기라고 하기 조금 그러니까—”

        

       “실비아.”

        

       앨리스가 정색하고 내 이름을 불러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앨리스를 다시 보았다.

        

       앨리스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가…… 미덥지 않아?”

        

       “…….”

        

       “그래서 이러는 거야?”

        

       “……아니, 이건…… 그냥 내 잘못이야.”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 내 잘못이다.

        

       앨리스를 못 믿었다기보다는, 시간을 돌리던 시절의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단 그냥 저지르고, 정 잘못되거나 그렇게 될 것 같으면 그냥 시간을 돌려버리는 거.

        

       시간을 더는 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나름대로 자각은 하고 있는데, 정작 뭔가 해야 할 때가 되면 그냥 그렇게 버릇이 나와버린다.

        

       “…….”

        

       의자에 다시 털썩 앉아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보던 앨리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좋아. 이제라도 나한테 말해주러 왔으니까.”

        

       설마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니 더 미안해졌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앨리스의 얼굴은 영 시원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조금 긴장한 채 앨리스를 보고 있으니, 앨리스가 말했다.

        

       “그 애들이 갑자기 그렇게 행복해지는 걸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

        

       벨부르 왕국의 국왕과 그 딸.

        

       그리고 사태에 완벽하게 휘말려버린 법국.

        

       물론 법국 쪽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긴 했다.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왕국에게 가해자에 가까운 위치였으니까.

        

       “…….”

        

       나는 잠깐 고민에 잠겼다.

        

       “그러니까, 황제와 그 아이들이,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해. 물론 표면적인 부분은 해결되었지. 벨부르가 완벽하게 승리했고, 아버……황제는 자리에서 내려왔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애들도 전부 황제 계승 순위에서 죄다 밀려났지. 이제 이 나라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너뿐이야.”

        

       그렇게 말하니까 위장이 쓰렸다.

        

       하지만 앨리스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건, 그냥 이야기를 쭉 이어 나갔다.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상자는 있어. 형제자매끼리 화해하고 자기 아버지와 관계를 회복하는 거?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그냥 행복하게 사는 게 다른 사람 눈에 보이면 앞으로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잖아?”

        

       “…….”

        

       말로는 그냥 국제정세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친구인 샤를로트를 걱정하고 있는 것일 거다.

        

       아마 두 사람 모두 국가의 수장이 되어버리면, 그 뒤로는 자주 만나기 힘들어지니까.

        

       “황제한테…… 사과를 시키는 것이 좋을까?”

        

       “글쎄. 상대가 만나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앨리스는 턱을 괴고 앉으며 말했다.

        

       “샤를로트를 만난 적 있어?”

        

       “……있지.”

        

       “그 이야기도 했어?”

        

       “응. 했어.”

        

       “어땠어?”

        

       “……그냥 마음 편하게 대화할만한 주제는 아니라고 했던 것 같아.”

        

       내가 형제 둘을 대면시키고 왔다고 했을 때, 샤를로트는 그렇게 말했었다.

        

       “역시 그렇지? 그렇다면 벌써 풀어주거나 할 수는 없어.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그 사람들이 확실하게 죄를 뉘우칠 때쯤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겠지.”

        

       “……내가, 너무 성급했나?”

        

       “너무 성급했지.”

        

       앨리스는 이번에는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적이긴 했어. 적어도 그 애들이 조금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준 셈이니까.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야지.”

        

       “…….”

        

       “이런 상처가 그렇게 쉽게 아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거야. 벨부르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체면이 서긴 했고.”

        

       내 편을 대놓고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위로할 생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 수십 년씩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아. 저쪽에서도 어느 정도 잊으려면, 아마 몇 년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충분히 마음이 진정되고 나면, 그때부터 천천히 어떻게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정하면 되는 거고.”

        

       “…….”

        

       “그동안은 우리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앨리스는 나에게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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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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