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81

    평일 오전.

    이 날 평소라면 예르나와 다이튼은 숲으로 가 자리를 비우고, 집에서는 디아나와 파이리스가 인형놀이나 하며 놀고 있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집에 특별한 손님이 자리해 있었다.

    바로, 며칠 전 발생한 ‘세밍턴 전시회장 테러사건’의 수사관들이었다.

    그만한 일이 있었으니, 루크도 참고인으로 증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루크를 일반적인 경우처럼 따로 수사기관이 불러내어서 압박적으로 조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루크는 아직 사회적으로 10살에 불과한 어린아이였으니까.

    어린아이가 중요 증인일 경우, 이런 식으로 가정에 방문해서 부모님의 참관 하에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었다.

    …겉으로만 보면,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루크의 모습을 본 수사관은 생각했다.

    ‘처음엔 저 외모 때문에 엄청 혼란스러웠지.’

    사실은 단순히 혼란스러웠던 수준을 넘어서, 당시엔 이 소녀가 테러리스트라고 거의 확신을 가졌었다.

    왜냐하면, 신분 조회를 해서 나온 사진과 현재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서 이 소녀가 위조신분을 말하는 줄 알았으니까.

    그 뿐 아니라, 현재 위험한 패턴으로 등록된 것과 거의 유사한 마력패턴도 감지되고 있었다는 점과, 혼자서 너무 외딴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도 아주 의심스러운 정황이었다.

    그러던 중, 마치 동료처럼 난입해온 저 흉악한 붉은 머리 떡대의 모습까지.

    이런저런 정황들이 겹쳐서, 소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나중에 이 모든 것이 오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말 그대로 ‘머리를 박아가며’ 사과를 해야했지만 말이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나이에 맞지 앉게 너무 성숙하다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수인들 사이에선 1년 사이에 부쩍 커버린다는 게 아주 드문 일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10살정도에 이 정도의 몸을 가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요즘 여러모로 애들은 참 무섭단 말이지….’

    루크와 함께 테이블에 마주앉은 남성이 손에 든 서류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자, 그럼 몇가지 질문을 좀 할게. 아, 물론 생각나는 게 있다면 따로 언제든지 말해줘도 괜찮고.”

    “네.”

    그때,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던 다이튼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쟤는 참, 이런 일에 잘 휘말린다니까.”

    그에 예르나도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야. 진짜, 이젠 어디 내보내기가 겁나.”

    베리튼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도 쓰러져서 3일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지 않나, 리엔느 숲의 사건 이후에는 심장이 완전히 멎어서 잠시 얼굴에 천이 올라가는 일까지 있었다고 하고, 이번엔 또 이런 대형 사건에 휘말렸으니.

    이 쯤 되면, 루크가 사건을 몰고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번엔 크게 다친 데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러자 곁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수사관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그 때 그 사건 말씀이시군요. 압니다. 저희도 기록을 확인 했습니다.”

    그건 바로 몇달 전 발생한 리엔느 숲의 마력 폭풍사태.

    그 사건으로 온갖 불법적인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던 뒷세계의 거물,딜런트 헤스리엘이 사망했고, 그의 휘하로 있던 조직들이 모두 점조직화 되며 온갖 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니.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우연으로, 그녀는 그 때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다.

    “찾아보니 꽤 대단한 기록이던데요, 사모님.”

    “하하……. 네, 뭐. 그때는 눈에 뵈는 게 없어서요.”

    수사관이 툭 건넨 말에 예르나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건 수십명의 목숨을 끊어낸 사람의 얼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표정이었다.

    물론 그녀를 살인자라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숲에서 발생한 심각한 불법행위인데다, 상대가 명백한 악인이었으며, 현직 숲지기가 목숨을 위협받은 사건이었으므로 그 행위는 완전히 정상참작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까.

    뭐, 그 덕분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베리튼의 경찰병력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그녀 역시 보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인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가 말해주는 그녀의 능력은, 절대 단순한 숲지기가 가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루크 숲에는 이런 여자가 있는 건가……. ‘

    어쨌든 그가 당시의 사건 파일을 읽어본 바, 그건 상당히 불운한 사고였다.

    아는 사람이 해당 조직과 엮여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항의를 하고자 찾아간 불법 시설에서 납치를 당했고, 함께 갔던 엄마도 생사를 위협받는 공격을 받았었다.

    만약, 그녀가 루크 숲의 숲지기가 아니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저 아이는 그 때에도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사람들을 구하려고 했다지?

    뭐, 결과는 자신과 엄마의 목숨만 겨우 건질 수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번 사건은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외딴 시설의 붕괴사건과, 도심지와 인접한 거대 전시장이 완파한 사건의 피해액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있었지만, 사망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뉴스에서도 이번 테러는 기적적으로 어떤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덧붙여, 이번 테러를 일으킨 테러범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나오고 있었고.

    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수사를 난항에 빠트리는 문제이기도 했다.

    테러리스트가 사람들을 해치고 목숨을 한순간에 빼앗았다는 증언과, 피해자가 없다는 결과가 완전히 상반되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본 것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조차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단체로 환상이라도 본 건지, 아니면 그 소년의 영웅적인 행동이 빛을 발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테러리스트의 목적이 사망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거였던 건지…….’

    건물은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망가졌는데, 다친 사람은 있어도 죽은 사람은 없다니?

    이것은 기존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요소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10살 11살의 어린 아이들이 겁도없이 그 흉악한 테러범과 직접 맞서서 싸웠다는 것.

    상식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에 한가지 전제를 더하면 그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서클’의 존재.

    서클을 지닌다는 것은 사실상 흉기를 항시 품에 휴대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 날은 자신만을 향하는 상태이지만, 아주 가끔 그 칼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이 사건에는 그런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처음 테러리스트와 맞선 용감한 소년과, 그 소년을 잔해에서 발견해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했던 소녀.

    같은 아카데미를 다니며 친분이 있던 둘은, 평소에도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서클마법을 남몰래 키워왔다는 듯 했다.

    “듣기로는, 네가 서클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서클마법’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 같던데. 사실이니?”

    “네, 사실이에요.”

    “누군가 가르쳐 준 거냐? 악용한 적은?”

    “독학입니다. 나쁘게 사용한 적은… 조금 말곤 없어요.”

    “조금이라니? 그건, 서클을 가지고 범법행위를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순간 수사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소녀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 아카데미 체육창고에 들어가려고 살짝…. 아, 정말 그 외엔 제 개인연구나 자기 방호용으로 사용한 것 외엔 없어요.”

    “개인 연구라고? 어떤?”

    수사관의 질문에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마법연구죠. 특정 방식으로 식물을 키울 때라던가, 실험의 결과를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사용하면 상당히 유용하거든요.”

    “…아, 그래? 위험한 건 아니지?”

    “네. 물론 위험한 건 안해요.”

    소녀는 당연하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수사관은 소녀가 한다는 연구의 내용을 굳이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연구내용을 들어봤자 어른인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게 뻔하고, 지금은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테러의 범인을 알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그 힘 덕분에 테러리스트를 막아설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혹시 테러리스트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지금 빠짐없이 말해줘. 인상착의 같은 건 확인했니?”

    그에 소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그 테러리스트가 가면을 벗는 모습까지는 보지 못했어요. 당시엔, 그 정체보다 제 친구가 위중한 상태였던 게 더 중요했으니까요.”

    “음, 이해한다. 그럴 수 있지. 그럼, 혹시 관람을 하면서 거동이 수상한 사람은 보지 못했고?”

    “어…”

    그 질문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소녀는 곧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은 테러가 일어나기 전날에, 눈길이 가는 수상한 사람이 있기는 했어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그 순간, 이번에도 단순히 허탕일거라 생각했던 수사관의 눈빛에 약간의 이채가 서렸다.

    “이상한 느낌이라니?”

    구체적인 설명을 바라는 수사관의 질문에 소녀는 살짝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어딘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어요. 마치, 시체를 보는 것 같은…”

    시체, 그 단어에 수사관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 어떤 사람이었지?”

    “코트차림에, 키가 조금 크고, 동그란 안경을 썼고, 계속 기분나쁜 웃음을 항상 짓고 있는 남자였어요. 머리는 이마가 보이게 가르마를 타고 있었고요.”

    “으음, 그리고?”

    “루체스트가 어쩌구,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요.”

    루크의 입에서 나온 루체스트라는 말에 그의 반응이 약간 달라졌다.

    뭐랄까…, 의욕이 살짝 떨어진 듯한 느낌.

    루크는 일단 그 느낌을 기억했다.

    “으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혹시 다른 건 확인하지 못했니?”

    “네,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부예요. 더 말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네요.”

    “그래, 말해줘서 고맙다.”

    루크는 서류의 중요한 내용을 팔뚝으로 가린 채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는 수사관을 보며 생각했다.

    ‘드래곤’에 관한 질문은 전혀 하지 않는 건가?

    ‘어쩌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레니에가 조언을 해 주었을 수도 있겠군.’

    그녀라면 자신이 드래곤을 상대하고 난 다음에 그 재료를 원할 것이라고 아주 쉽게 예상할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만약, 시루드가 드래곤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 전리품 취득에 애로사항이 꽃필 가능성이 충분하니까.

    뭐, 물어보지 않은 것을 구태여 언급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으리라.

    조용히 넘어가면 되겠지.

    그나저나, 예전에 더 심각한 사건에 휘말린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소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당돌하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 피곤한 기색이나 안타깝다는 기색은 내비치고 있었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의젓한 반응이다.

    조사를 해본 바, 아직까지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사람도 아주 많았으니.

    수사관이 루크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예르나와 다이튼 뒤에 숨어서 루크가 조사를 받는 모습을 훔쳐보던 파이리스와 디아나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올려다보며 묻기 시작했다.

    “아저씨들 언제 가? 나 이제 배고파.”

    “나도 언니랑 놀고 싶어.”

    그러자 예르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랬다.

    “언니 지금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중이니까 조금만 참으렴.”

    “힝….”

    그 안쓰러운 모습에 루크를 수사하던 수사관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렇게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아저씨들 이제 갈거니까.”

    그래.

    아무리 조사가 중요하다고 해도,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망가트려선 안 되는 거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타깝게도 루크의 행정상 나이와 입장 때문에 취조실에서 조사중에 수갑차고 덮밥을 먹는 루크는 그릴 수 없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