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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예? 만져볼 필요까지는 없다니…. 뭔가 알아내신 겁니까?”

         

       법의학자는 진성의 말을 듣자 화들짝 놀랐다.

         

       그냥 급속 냉동되었던 시체를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뭔가를 알아봤다니?

         

       “아, 당연하지만 모든 걸 알아봤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진성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선반 위에 올려져 있던 마스크를 꼈다.

       그리곤 천천히 시체에 다가간 뒤,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가슴팍.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곳이었다.

         

       “이것만 봐도 대략적인 것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구멍을요…?”

         

       “예.”

         

       진성은 심장이 없어져 텅 비어버린 가슴의 안쪽을 관찰한 뒤 법의학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법의학자와 눈을 마주친 채 질문을 하나 던졌다.

         

       “혹시 이집트에 대해서 아십니까?”

       

       “아, 예…. 뭐. 이집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요….”

         

       “얼마나 아십니까? 단편적이라도 좋으니, 이집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뭐…. 제가 그쪽 전공이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지요. 그냥 교과서에 나온 정도로만 알아요. 파라오가 있었다, 피라미드가 있다, 피라미드가 지어질 때 매머드가 있었다, 세계 4대 문명이다…. 뭐 이런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그렇군요.”

         

       진성은 법의학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혹시…. 사자의 서라는 것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자의 서…. 예. 영화 같은 데에서 조금…?”

         

       “그것을 알고 계신다면 이야기가 쉽겠군요.”

         

       얼어붙은 시체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뭔가 기묘했다.

         

       “사자의 서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집트에서 사용한 장례용 경전입니다.”

         

       “장례용 경전….”

         

       “예. 죽은 자가 무사히 세케트 이아르에 도달할 수 있도록 주문과 방법들을 적어놓은 책입니다. 본래의 이름은 ‘루 누 페레트 엄 헤루’, 빛으로 나오기 위한 책이라는 뜻이지요.”

         

       세케트 이아르의 뜻은 갈대의 들, 혹은 갈대의 평원.

       이곳은 이집트에서 말하는 낙원이었다.

         

       이집트의 사람들은 사후세계를 또 다른 세상이라 여기지 않았고, 현세의 연장이라 여겼다.

       그리하여 마아트의 진리에 맞는 성실한 생활을 하며 살아온 이는 현세가 끝이 난 뒤 심판을 거쳐 영생을 얻게 되나니.

       심판을 통과한 죽은 자는 오시리스가 지배하는 낙원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물과 곡식에 부족함이 없고, 현세에서 가장 좋았던 때의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신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사람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의 신화는 재생과 부활, 영생과 관련이 있었거든요. 그들은 육체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지만 영혼은 불멸한다고 여겼고, 그러므로 현세는 잠깐 머무는 곳이고 사후세계야말로 진정 그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라 여겼지요.”

         

       하지만 모두가 영생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낙원으로 가는 길은 험하고, 영생을 얻는 것은 더더욱 험난한 것이라.

         

       사람이 죽으면 사람을 구성하는 영혼 중 ‘카’와 ‘바’가 육체에서 떠나간다.

       하나는 무덤에서 머무르며 음식을 먹으며 육신을 지키고, 하나는 낙원으로 가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마침내 절차를 다 밟고 ‘바’와 ‘카’가 미라와 결합하게 되면 그제야 ‘아크(Akh)’라 불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자가 되어 영생을 손에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영생을 손에 넣는 자는 그야말로 한 줌이나 다름이 없음이라.

         

       이는 갈대의 들, 세케트 이아르로 향하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후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관문과 수로를 수도 없이 통과해야 합니다. 끔찍하고 기괴한 문지기들을 통과해야 했으며, 온갖 괴물들과 악마들을 피해 오시리스의 법정으로 향해야만 했지요. 이 위험은 참으로 끔찍한 것이라, 빛으로 나오기 위한 책이 없다면 세케트 이아르는커녕 법정에조차 도달하지 못하였지요.”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루 누 페레트 엄 헤루’.

         

       문지기를 다스리기 위한 주문, 괴물과 악마를 피하는 방법, 들켰을 때 그들의 주의를 돌리고 대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있는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하여 죽은 자는 사자의 서를 사용하여 위험을 피해 지하세계로 향합니다. 위험을 모두 피하고, 아누비스를 만나 그의 인도를 받아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가 주관하는 법정에 도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지기를 다스리고 위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는 42명의 재판관과 함께 죽은 자가 살아있을 적 지었던 죄를 판결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죽은 자가 말하는 것은 42개의 ‘죄의 부정 고백’이라 불리는 고백문이었다.

       그리고 고백이 끝이 나면 진위를 판별하기 위하여 아누비스의 저울이 사용되게 되나니.

       한쪽에는 정의와 법의 여신 마아트의 깃털이 올라가고, 반대편에는 ‘입’, 혹은 ‘이브’라 불렸던…죽은 자의 심장이 올라가게 된다.

         

       그리하여 저울에는 마아트 여신의 하얀 깃털과 심장이 올라가게 되느니.

       죽은 자는 마침내 생전에 저질렀던 죄를 직시해야만 하였다.

         

       죄 하나에 무게가 늘어난다.

       거짓말 하나에 무게가 더해진다.

         

       죄의 숫자에 따라 그 무게가 점차 늘어나게 되고 저울이 기울어짐이라.

         

       마침내 저울이 기울어지고, 심장이 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기울여졌을 때, 그 심장은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굶주리고 있던 머리가 심장으로 향하게 된다.

         

       “법정에서 죄지은 자라고 판별이 된 자는 심장을 괴수에게 먹힙니다. 암무트, 암미트, 아미트, 아메마이트, 암우트….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죽은 자를 삼키는 자’라는 뜻을 가진 이 괴수는 사자를 닮은 목의 갈기를 휘날리며, 하마의 뒷다리와 표범의 앞다리를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심장에 달려듭니다. 그리고 악어를 닮은 입을 쩌억 벌려 한입에 심장을 씹어 삼키지요.”

         

       그렇게 심장이 삼켜지면 죽은 자는 안식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녀에게 심장이 삼켜져 두 번 죽게 된 자는 영원히 부활하지 못하게 됩니다. 온전한 부활을 위해 꼭 필요했던 장기인 심장이 사라지며 영생을 얻을 수 없게 되며, 죽은 자의 영혼은 영영 떠돌며 고통을 받게 되지요.”

         

       진성은 거기까지 말하곤 말을 멈추었다.

       그리곤 법의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눈빛에 담은 채.

         

       “설마…. 이 시체가…?”

         

       “예. 맞습니다. 이 시체는 이집트의 ‘심장 무게 달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는…. 흠. 제가 가리키는 곳을 손전등으로 비춰주시겠습니까?”

         

       “…예.”

         

       법의학자는 진성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작은 크기에 걸맞지 않은 강한 광량을 쏟아내는 손전등은 시체의 내부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내부 조직에서부터 갈비뼈까지.

         

       “어?”

         

       법의학자는 진성이 가리키는 곳을 확인하고 눈이 커졌다.

         

       “이거, 뭡니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갈비뼈에 새겨진 문양이었다.

         

       콩알이나 다름없는 자그마한 크기로…갈비뼈에 뭔가 새겨져 있었다.

         

       “새…? 아니, 사람 얼굴인데…?”

         

       갈비뼈에 새겨진 것은 문양인지 상징인지 모를 것이었다.

         

       날카로운 것으로 뼈를 긁어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새의 몸통과 새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새의 머리가 올라가야 하는 곳에는 사람의 머리로 보이는 것이 올라가 있었다. 단순히 모양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이나 코로 보이는 윤곽이 그려진 것이 확실히 사람의 머리였다.

         

       “이것은 이집트에서 사용하던 신성 문자입니다. ‘바’.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영혼의 구성 요소이며, 타인과 자신을 구별해주는 인격을 뜻하는 것이지요.”

         

       “이집트…신성 문자…. 이런 것이 왜…. 다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마 그렇겠지요.”

         

       진성은 법의학자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생명의 힘, 생명의 숨결에 해당하는 ‘카’가 육체를 떠나면 사람이 죽는다고 여겼습니다. ‘카’야말로 죽은 자와 산 자를 구분하는 요소이지요.”

         

       “그럼 ‘카’에 해당하는 문자는 없겠군요. 이건 시체고, 시체에는 ‘카’가 떠나서 없어야 하니까….”

         

       “예. 정답입니다.”

         

       “그리고 아까 영생을 위해서는 ‘바’와 ‘카’가 육체와 결합해야 한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카’는 몰라도 ‘바’는 육체에 남아있을 필요가 있겠군요.”

         

       “그것 역시 정답입니다.”

         

       “그래서, 이 미친 살인마는 ‘바’에 해당하는 문자를 새겨놓았다는 얘기고요…. 시체에는 생명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대신에 ‘인격’을 뜻하는 ‘바’를….”

         

       “예.”

         

       “그리고 입? 이브? 어쨌든 그것에 해당하는 심장은 ‘심장 무게 달기 의식’을 해야 하니까 가져간 것일 테고요. 아니, 어쩌면 이 시체가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하려고 심장을 없애버린 것일 수도 있겠네요…. 예. 그럼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법의학자는 영리했다.

       그는 진성이 했던 말을 통해 살인자가 왜 갈비뼈에 문자를 새겨놓았는지, 왜 심장을 빼갔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카’는 본질적인 영혼, ‘바’는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영혼이라는 점 역시…’바’를 새긴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영혼을 갈비뼈에 구속한다?”

         

       “굳이 갈비뼈에 새겨넣은 이유가 있겠지요. 예를 들자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라던가….”

         

       “하하. 주술사님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참 악질이로군요. 기독교는 ‘원죄’랑 관련이 깊은 종교 아닙니까?”

         

       “오, 잘 아시는군요.”

         

       “교양 시간에 배운 적이 있거든요. 흐음…. 그렇다면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영혼이라고 해도 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단순히 이집트의 사후세계 의식을 흉내 낸 것이라기보단, 죽은 자가 죽어서도 안식을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저주에 가까운 짓이라는 느낌이 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원한 살인인가…? 이거 실마리가 좀 잡히는군요. 하, 이거 참.”

         

       법의학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가 중얼거릴 때마다 얼굴이 밝아졌고, 난제를 풀었을 때의 희열이 점차 떠올랐다.

         

       법의학자는 아까와는 다른, 확연히 밝아진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진성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술사님. 덕분에 실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
    오늘, 보름달의 옆에 붉은 별이 뜰 것입니다.
    태양과 지구와 달과 화성이 일직선을 그리며 달의 옆에 화성이 뜰 것입니다.

    지난 3백년 동안 다섯 번 밖에 없었고,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백 년 동안 2번밖에 보지 못할 진귀한 현상입니다.

    여러분.
    고개를 들어 달을 보십시오…

    달을 보세요…

    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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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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