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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2

        

       중원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특색 없는 마을. 북망촌의 촌장은 다가오는 도적들의 기색이 흉흉한 것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를 느낀 것은 촌장뿐만이 아닌지 주변에 있던 사내 한 명이 불안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분위기가 영…”

         

       “어허. 불길한 소리! 별 일 없을 걸세.”

         

       황국의 공권력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였으니 천하에는 도적들이 대놓고 활개를 쳤고 북망촌과 같이 평범한 마을들은 그러한 도적들에게 공물을 바치며 힘겹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촌장은 마을 중앙에 쌓여 있는 공물을 한번 바라보며 근심을 삼켰다.

         

       다행히 이번 공물은 부족하지 않게 준비했으니 별 탈 없이 넘길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촌장은 다가오는 도적들에게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나으리들! 나으리들 수고스럽지 않게 공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평소와 같았다면 일을 덜었다며 좋아할 도적들이었지만 누구 하나 웃음 짓는 이가 없었다.

         

       “공물이 부족하군.”

         

       “예…? 아, 아닙니다! 분명히..!”

         

       “얘들아! 싹 다 뒤져라!”

         

       “예!”

         

       도적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흩어져 집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집에 숨어 도적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의 비명성을 들으며 촌장이 우두머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아이고!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고치겠습니다요!”

         

       “흐음.”

         

       애걸하는 촌장의 모습에 도적들의 우두머리는 꺼드럭거리며 입을 열었다.

         

       “촌장. 북망촌이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우리 덕이 아닌가?”

       그저 재물을 갈취하기 위해 들리기만 할 뿐인 도적놈들의 뻔뻔한 말에 촌장은 욕지기라고 내뱉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저들은 칼 든 자들이었으니까.

         

       “물론, 물론입니다! 나으리들의 비호 아래 북망촌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 촌장도 잘 아는군. 우리 때문에 북망촌이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북망촌의 자산은 다 우리 것이 아닌가? 떠날 때가 되었으니 거두어 들이는 것 뿐.”

         

       촌장이 입을 떡 벌리고 우두머리를 바라보았다.

         

       “자네도 혈교의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겠지? 하하하! 우리 대 홍빈당은 혈교와 손을 잡고 천하를 도모하기로 정했네.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군자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필사적으로 무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던 촌장의 손에서 힘이 쭉 빠졌다.

         

       결국 이 도적들은 이곳을 떠날 심산이니 북망촌의 뿌리까지 털어먹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놈들아! 그것만은 안된다! 내년에 심어야 할 씨앗이란 말이다!”

         

       “부모님의 유품입니다요! 제발!”

         

       “크헤헤! 내 알 바인가!”

         

       사방에서 물건 박살나는 소리, 곡소리를 들으며 촌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 보았지만 결국 칼든 자들의 변덕 앞에 이리 쉽게 무너질 조악한 방편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촌장이 절망하고 도적들의 수탈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으아악!”

         

       도적의 다급한 비명성이 북망촌에 울려퍼졌다. 상처 부위를 감싼 채 허겁지겁 도망쳐 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우두머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인이 있었나?

         

       “저, 저자입니다!”

         

       그곳에는 흑립을 눌러 쓴 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우두머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흑립을 썼다고는 하나 길게 자라난 흰 수염까지 감출 수는 없었으니 노인이 분명했다.

         

       “촌장, 아는 자인가?”

         

       촌장이 답을 망설이자 우두머리가 도를 뽑아 촌장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 위협에 촌장은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가, 가끔…식량을 사러 들리시는 분입니다.”

         

       소란이 일고 있는 마을에 망설임없이 발을 뻗은 자다. 무공에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

         

       은거 기인인가.

         

       그런 생각을 떠올린 우두머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혈교의 산하로 들어가기를 잘 했다.

         

       영물을 보유한 혈교와 줄을 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재수없이 강한 고수를 마주쳤을 때 맥없이 목을 내주어야 했을 텐데 살길이 트였으니 말이다.

         

       “어느 방면의 고인인지는 모르겠으나 갈 길 가시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 홍빈당은 혈교와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오.”

       

       “혈교?”

         

       혈교라는 말에 노인은 반응을 보였다. 우두머리는 한순간 흑립 속에서 쏘아진 안광에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사람 눈빛이 저리 강렬할 수 있단 말인가.

         

       우두머리의 말이 절로 빨라졌다.

         

       “그렇소! 혈교! 은거하고 있다고 한들 혈교과 혈교가 부리는 영물에 대해서는 들어 보셨을 터. 그 어떤 고수도 단신으로는 영물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리라 믿소! 고인께서도 이를 명심하셔야 할 것이오!”

         

       그러나 노인은 우두머리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망설임없이 다가오는 노인의 태도에 위협을 느낀 우두머리가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이는 거짓이 아니오! 우리를 해한다면 혈교의 보복이 뒤따를 것이오!”

         

       “그래. 아까 홍빈당이니 뭐니 하는 것부터 들었다.”

         

       노인은 식은땀을 흘리는 도적들의 수장을 응시하며 천하의 정세를 떠올렸다.

         

       사천정파와 운남사파는 몇 번이나 대규모 충돌을 반복하며 피를 피로 씻는 싸움이 벌어졌다.

         

       혼란은 무림에 한정된 일이 아니었다.

       

       유야를 잃은 유경은 분노하여 사파를 쓸어 버리려 했다. 아니 온 무림을 쓸어 버리려 했다.

       

       그 결과 사도련과 관련된 이들은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하고 멸문했으나.

       

       이성을 잃은 유경의 행동은 수많은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사도련을 멸문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과 혼란은 황국과 무림의 질서를 뒤흔들었다.

       

       관이 무림에 개입하고 무인이 관의 행사에 개입했다.

       

       병사들이 무기를 든 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고 이름 높은 정파들조차 휘청이는 거센 탄압에 무림인들은 변방으로 이주하거나 제각기 뭉쳐 새로운 국가의 왕을 자처하며 반역의 기치를 드높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변방은 희생당하거나 황국과 무림에게 이빨을 들이댔다.

       

       정파, 사파, 황국, 변방.

         

       천하는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유를 품고 싸우는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그러한 각축장에 혈교까지 세력을 떨치며 일어났다.

         

       영물을 앞세운 혈교가 그대로 혈교가 천하를 평정하는 듯 싶었으나 무림맹이 혈존의 암살작전을 성공시키며 그 상황만은 저지했다.

         

       무림맹은 혈존의 암살에는 성공했으나 그 작전 역시 맹의 사활을 걸고 간신히 성공시켰던 것이지 천하의 혼란을 수습할 여력은 없었다.

         

       오랜 기간 황실의 탄압을 견뎌 온 탓에 그 힘을 많이 소진했었기 때문이었다.

         

       천하에 흩어진 혈교의 세력들은 구심점을 잃고 중구난방으로 날뛰게 되었다.

         

       그리하여 천하의 혼란은 극에 달했고 사파 무리와 도적들이 득세하며 천하 만민의 신음이 계속되고 있었으니.

         

       천하의 정국은 그야말로 말세라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었다.

         

       그 말세의 일각을 목격하던 노인, 호천안은 생각했다.

         

       또 다른 자신에게 받은 숙제, 재기(再起).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늙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고.

         

       스스스스!!

         

       도적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돌연 허공중에 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허, 허공…섭..”

         

       기함을 토해내던 우두머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차자자작!!

         

       노인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돌멩이가 정렬하는 장면에 너무 놀라 말조차 튀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촌장과 북망촌 주민들 역시 입을 벌리고 멍하니 그 경이롭고도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보았다.

         

       “도, 도망쳐…!”

         

       도적들 중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며 발을 뺐지만 이미 늦었다.

         

       쉬이이익!

         

       수십 개의 돌멩이들이 산적들을 향해 쏘아졌기 때문이었다.

         

       퍼버버벅!!

         

       “아악!”

         

       “으악!”

         

       “크헉!!”

         

       북망촌의 주민들은 오랜 기간 자신들을 수탈해온 도적떼가 손짓 한번에 쓰러지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란을 감지하고 뒤늦게 뛰쳐나오는 도적들은 뛰쳐나오자마자 돌에 맞고 쓰러졌고 그와 반대로 소란을 감지하고 몸을 숨긴 도적들도 그 돌을 피하지 못했다.

         

       기이한 각도로 휘어진 돌멩이는 귀신같이 숨어있는 도적들을 타격했다.

         

       순식간에 모든 도적을 제압한 노인은 쓰러진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안내해라.”

         

       “예? 예?”

         

       “혈교의 잔당들이 있는 장소까지 안내하거라.”

         

       노인, 호천안은 넋이 빠진 도적들의 우두머리를 보며 말했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평생 일어나지 못할 몸으로 만들어주겠다.”

         

       빠지지직!!

         

       호천안의 손에 어린 뇌강을 목격한 우두머리와 도적들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이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숨어 있거나 기절한 척을 한 도적들까지 허공섭물 돌멩이로 두들겨 패 끌어낸 호천안이 엄포를 놓았다.

         

       “재기를 위해서 바로잡아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더 이상 좋은 말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좋은 말?

         

       돌멩이로 뼈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사람을 두들겨 팬 것이 좋은 말이라고?

         

       그렇다면 대체 손을 쓰면 어떤 결과가 펼쳐진단 말인가.

         

       “무, 물론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도적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우르르 달려나갔다.

         

       그리고 호천안은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스스스스!!

         

       한적하게 산보나 하는 듯한 움직이었지만 그런 움직임만으로도 도적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나가는 속도를 따라잡기에 충분했다.

         

       “발이 보이는구나. 내 말이 우습게 들리는 모양이지?”

         

       “그, 그것이…! 아악!”

         

       등판에 돌멩이를 맞은 산적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허허, 그리 느리다고 말했거늘 바닥에 드러누워 쉬다니 벌을 주어야겠구나.”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는 돌멩이에 바닥을 구르던 산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뛰었다.

         

       “네 녀석도 발이 보이는구나.”

         

       “아악!”

         

       여지없이 돌멩이에 얻어터진 후미의 산적들이 이를 악물고 뛰어나갔다.

         

       북망촌의 주민들은 멍하니 그 촌극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황당해하던 북망촌의 촌장은 호천안과 도적들이 점이 되어 보이지 않게 될 때 즈음에서야 자신들이 구원받았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북망촌의 촌장과 주민들은 뒤늦게나마 호천안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숙였다.

         

       훗날 뇌명존자라 불려질 호천안.

         

       그 재기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첫 외전은 불명의 본체라 할 수 있는 미래호천안의 이야기입니다.

    미래호천안 세계관 간단설명.

    뽑기 진법에서 정철에게 패배한 이후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한 호천안입니다.

    정철과의 싸움에서 계속해서 패배했고 운남사파와 사천정파의 충돌을 저지하지 못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천낭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일행들도 잃었습니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당도열, 당소열은 안타깝게도 사망. 독고이설과는 재회하지 못했으며 모용연화와는 얼굴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독고이설은 암룡문의 후계자가 되었으나 운남 사파에게 격노했던 유경의 분노를 감당치 못하고 스러졌습니다.

    불명이 없었으니 천마와의 인연도 없고, 정철이 천마신교로 도망치지 않았으니 당연히 위서련과의 인연도 없습니다.

    섬서분타의 일에 개입하지 못했으니 섬서분타는 혈교의 주구가 되었으며 섬서분타에서 실험하던 영물화 술법은 성공을 거두며 혈교의 혈술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모용연화 역시 그 과정에서 희생되었고요.

    그런 암울한 아포칼립스적 설정입니다.

    그 외에도 본편과 다른 점들이 여럿 있으나 미래호천안의 시점으로는 논할 기회가 없을 중요한 부분들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세계관은 암울하나 이야기까지 암울하지는 않을 테니 미래호천안의 행보를 응원해 주세용!

    *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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