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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2

       파이스는 백화령이 내지르는 권을 받아내면서 턱에 힘을 줬다.

       

       이 분 지금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하고 있어.

       

       지금도 봐. 명치를 노리고 날아든 저 주먹이 내 몸에 꽂혔으면 바닥에 쓰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토혈을 하게 됐을 걸?!

       

       하하하! 진짜! 내가 평생 살면서 대련을 수도 없이 해봤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네!

       

       아니 이걸 대련이라고 불러야 하나?

       

       이미 이건 목숨을 건. 그래. 무협식으로 표현하면 생사결이라는 그거잖아!

       

       파이스가 속으로 화를 내건 말건 백화령의 공세는 점점 더 가열차게 바뀌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연격.

       

       한 번이라도 흐름을 놓치는 순간 그대로 타격을 허용하게 될 압도적인 공세.

       

       그 속에서 파이스는 한 걸음 씩 밀려나고 있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지? 신체능력은 내 쪽이 더 뛰어나.

       

       가지고 있는 힘도 내가 더 강해.

       

       전투 경험도 크게 밀리지 않을 거야.

       

       그런데 왜 내 발은 앞으로 향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고 있는 거냐고.

       

       “또 다시 물러서는가!”

       

       침착하자. 스승님께서도 그러시지 않았는가.

       

       다급함은 검로에 서투름을 더할 뿐인 감정이니. 진정 검을 다루는 자라면 죽음의 앞에서도 냉철함을 지녀야 한다고.

       

       아라의 막대한 지원으로 왕국이 평온을 되찾은 후 파이스는 자신의 스승에게 다시금 검을 배우기 시작했다.

       

       과거 빠르게 실전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것을 내버렸던 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왕국의 검을 말이다.

       

       그러면서 깨우친 것은 파이스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이었다.

       

       효율을 위하여 기본을 내버린 탓에 생겨난 괴리.

       

       그것이 파이스의 검을 좀먹는 존재였고 아라처럼 뛰어난 무인들이 파이스의 검이 어설프다 말하는 근원이었다.

       

       이를 안 순간부터 파이스는 자신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전에 몸에 새겼던 것들을 완전히 몸에서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검을 쌓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새로운 위기에 닥쳤을 때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타인의 무를 보고서 경외만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 검을 갈고 닦았을 터인데.

       

       왜 내 검은 백화령에게 닿지 못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열차지기는커녕 점차 백화령에게 밀려나기만 하는 걸까.

       

       채앵!

       

       인간의 주먹과 검이 맞붙어서 생겨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날카로운 소리 속에서 파이스는 백화령의 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불만이 잔뜩 담겨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아직도 전력을 다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지금 내가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을 봐주고 있다고 여기는 거구나.

       

       이봐요. 당신이 처음 내 얼굴을 지워버릴 작정으로 내지른 일권을 본 순간부터 저는 언제나 진심이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죽이려했던 것처럼 저도 당신을 죽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습니다.

       

       그런 저의 검이 당신에게는 장난처럼 여겨진 것이군요.

       

       파이스가 떠올린 것은 언젠가 마이튜브에서 보았던 영상이었다.

       

       거구의 남성이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의 한 손에 놀아나던. 신체능력 따위 무의미해지는 압도적인 무의 격차 속에서 압도당하는 영상.

       

       지금 이 순간이 그 영상 속의 내용과 같다.

       

       전 거구의 남성이고 백화령은 노인이다.

       

       백화령이 지닌 무의 경지 앞에서 제 검이 점차 의미를 잃고 있지.

       

       참패다.

       

       지금 내가 지닌 검으로는 백화령을 이길 수 없을 거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저 끝에 닿지는 못 하겠지.

       

       그러니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해도 괜찮을 테지만.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서 실없이 물러나는 것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머니.

       

       한 번 발악을 해보자.

       

       파이스는 자신의 마력을 주변에 터트리는 것으로 백화령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전력을 다하라 하셨죠?”

       “그래.”

       

       파이스가 일반적인 사람들은 들을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 요정어로 무어라 중얼거린 순간 그의 몸 위에 갑옷이 생겨났다.

       

       과거 세상을 구원하던 시절 요정여왕이 내려주었던 갑옷.

       

       온갖 축복이 담겨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장.

       

       그 후에 파이스가 또 다른 언어를 내뱉는다.

       

       그러자 척박한 대지에 살던 거인의 언어.

       

       산을 압축하여 만들었다는 투박하나 그 무엇보다도 튼튼한 신화속의 방패가 팔위에 새겨진다.

       

       파이스가 인간의 언어로 축복의 말을 내뱉었더니 성검의 위에 태양보다도 밝은 빛이 서린다.

       

       “호오오.”

       

       백화령의 감탄을 뒤로 한 채 파이스가 수많은 축복을 자신의 안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혼과 계약한 빛의 정령을 불러낸 그는 정령을 보고 잘 부탁한다 이야기 한 후에 투구를 내렸다.

       

       “보여드리겠습니다.”

       

       백화령. 당신이 지닌 무가 어디까지 감당을 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격차를 무위로 돌릴 수 있을까요.

       

       “이제 좀 마음에 드는 군.”

       “가겠습니다.”

       “그래. 오거라.”

       

       콰앙! 잠시간의 대치 끝에 다시금 격돌이 이루어진 순간.

       

       처음으로 파이스의 검이 백화령을 뒤로 밀어냈다.

       

       백화령의 몸에 쌓인 무의 역사를 짓누를 만큼 압도적인 무력.

       

       외신을 상대로 맞서 싸우던 용사의 힘.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듯한 그 차이 속에서 백화령의 입가에 미소가 스몄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크흐흐. 백아라 저 녀석이 본인의 취향을 참으로 험악하게 만들었어.

       

       저 녀석을 상대로 수도 없이 대련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무인을 상대로는 감흥도 생기지 않잖으냐.

       

       이 정도로 불리해야. 이만큼의 격차가 있어야. 이제야 좀 흥이 나.

       

       자아. 한 번 해보자꾸나.

       

       본인의 육신에 쌓은 무로.

       

       평생을 바쳐 갈고 닦은 이 권으로.

       

       나의 인생이 담긴 천마의 신공으로.

       

       하늘을 부수는 것이다.

       

       천마신공의 내기를 주변에 흩뿌린 백화령은 자신의 손 위에 서린 강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

       

       흐음. 저것이 파이스 녀석의 전력인가.

       

       저 정도라면 능히 검은 것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수 있겠군.

       

       허나 딱 거기까지다.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다룰 능력이 시원찮으니 볼 때마다 답답함만이 차올라.

       

       저 정도 힘을 지녔다면 지금의 백화령쯤은 가뿐히 박살을 냈어야 할 터인데.

       

       물론 백화령이 잘 싸우고 있는 것은 맞다.

       

       본인이 화룡무인의 육신으로 저를 상대했을 때처럼 거대한 힘을 무의 경지로 상대하는 모습은 절로 감탄이 새겨질 정도야.

       

       그렇지만 본래 저 대치는 성립되어선 안 된다. 파이스가 자신의 힘에 어울리는 경지를 가졌더라면 지금의 대결은 성사될 수 없어.

       

       “저 멍청이가.”

       

       옆에서 들려온 한탄에 슬며시 고갤 돌리자 파이스에게 검을 가르치던 이가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이봐.”

       “…예?”

       “그대가 파이스의 스승인가?”

       “그…렇습니다. 상황이 시급하단 이유로 검의 기본을 가르치는 대신 오롯이 싸우는 방법만을 가르친 부족한 스승이죠.”

       

       멸망의 위기를 앞두었기에 검의 기본을 갈고 닦게 하는 대신 싸워 이기는 방법만을 알려주었다며 쓴웃음을 짓는 남자를 보며 한 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과연. 왜 저리 지닌 힘과 실력의 괴리가 심한가 했더니 그런 이유였나.”

       “제 잘못입니다. 당신께서 파이스를 데리고 오지 않으셨다면 평생의 잘못이 되었을 테고요.”

       “교정할 수 있겠나?”

       “글쎄요. 자신은 없습니다. 당신께서라면 아시겠지만 전 지금 파이스의 움직임을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약자라서요. 그래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세상을 구했단 녀석이 저 꼴을 하고 다니면 다른 무인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용사가 비범하다면 그 스승 또한 비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태도가 좋군.

       

       “네 검을 잠시 빌려도 괜찮겠나?”

       “당신께는 한없이 모자란 검입니다만 이거라도 괜찮으시다면.”

       

       남자가 내민 검을 받아든 나는 그를 가벼이 휘둘러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그것으로 무얼 하실 생각이십니까?”

       “슬슬 저 둘을 말려야지.”

       

       열기는 더하는 대련 속에서 서서히 서로를 향한 살의를 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저대로 내버려두면 머잖아 서로의 목숨을 위협할 터.

       

       대련이 대련이 아니게 되기 전에 개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가지 더. 네 녀석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마.”

       “…재밌는 것이요?”

       “무술의 근원은 말이다. 약자인 인간이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에게는 날카로운 발톱이 없다.

       

       상대의 목을 뜯어버릴 송곳니가 없다.

       

       다른 짐승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 줄 가죽이 없다.

       

       그런 인간이 짐승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 무라는 것일지어니.

       

       무술은 태생부터가 약자를 위해 생겨난 존재일 터.

       

       “저 둘과 비교하면 그대의 능력에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것이 벽을 느낄 이유는 되지 못한다.”

       

       약자라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약자이기에 송곳니를 갈고 닦아 한 수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보거라. 본인이 휘두르는 검을.”

       

       그리 이야기를 하고서 훌쩍 발을 내딛은 나는 백화령과 파이스가 격돌하려는 사이에서 검을 치켜들었다.

       

       검의 속도가 빠른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눈으로 따라잡지 못할 검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필살의 일격이 될 테니까.

       

       허나 반드시 검이 빨라야하느냐고 묻는다면 본인은 기꺼이 아니라고 답을 하겠다.

       

       검이 빠르고 느리면 어떠냐.

       

       중요한 것은 검을 휘둘렀을 때에 스스로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것 뿐.

       

       봄바람에 흩날리는 풀잎처럼 느릿하고 여유롭게 검을 움직인다.

       

       어린 아이조차도 궤적을 따라잡을 수 있을 듯한 검.

       

       이미 소리의 영역에 달한 무인 둘에게는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검.

       

       검로의 끝에 도달할 수나 있을까 의심스러운 검.

       

       그 나약해 보이는 검은 한 세계를 구원한 용사의 돌진을 흘려내 바닥에 널부러지게 했으며.

       

       하늘을 부수고자 하는 무인의 일권을 일권을 비틀어 자신이 만든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한 후에.

       

       자신이 본래 도달해야 할 검로의 끝에 도착했다.   

       

       부디 이 나약하나 강직한 검이 파이스의 스승에게 깨우침을 주었으면 좋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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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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