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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2

       평소 신선에게 지니고 있던 인식이 산산조각이 날 만큼 가벼웠던 처음과 달리,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오행신주는 본디 다섯 개이나, 한 시대에 반드시 하나의 오행신주만 존재해 왔네. 왜인 줄 아는가?]

         

       주선의 물음에 백우진이 답했다.

         

       “너무 강력한 나머지 오행신주가 초래할 혼란이 염려되어 그런 것으로 압니다.”

         

       [그 말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닐세. 강한 힘은 수많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법이지. 그리고 두 거대한 힘이 격돌했을 때 세상에 찾아올 혼란 또한 적지 않을 테고 말이야.]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이유에 불과해.]

         

       거대한 힘이 지닌 욕망이 몰고 올 혼란.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하게 하기 위한 이유에 불과할 뿐.

         

       [오행신주는 이 세계의 근원일세.]

         

       [자네는 생각해 보았나?]

         

       [불과 물, 바람과 땅을 자유자재로 다스리고.]

         

       [단단하기 그지없는 쇠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무얼 할 수 있는지.]

         

       아니.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말일세.]

         

       “…….”

         

       주선이 입에 담은 것들은 전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힘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다면 무엇을, 아니,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답은 뻔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먹은 건 뭐든 할 수 있을 터다.

         

       이 세상의 파괴를 바란다면 능히 가능할 것이요.

         

       그 뒤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길 바란다면 그 또한 능히 가능할 터.

         

       그것이야말로 오행신주가 동시에 세상 밖으로 나타날 수 없게 한 진짜 이유였다.

         

       그런데 그러한 불문율이 깨졌다.

         

       그것도 당대 천마에 의해.

         

       [당대의 천마는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인물일세.]

         

       그녀는 지금까지 존재해 온 역대 그 어떤 천마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힘을 지녔다.

         

       그녀와 견줄 만한 상대를 꼽자면 초대 천마까지 끌고 와야 할 정도.

         

       그러나 그것이 선계에서조차 그녀를 위험인물로 지정하게 된 이유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선계는 어찌하여 속세의 연을 끊었음에도 그녀를 예의주시하는가.

         

       [그녀의 속내를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일세.]

         

       원한다면 중원 전체를 발아래 둘 힘을 가지고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계가 직접 지정한 불문율을 깨부수고 오행신주를 손에 넣었다.

         

       [인간은 다섯 제단에서 신에게 빌어 오행신주를 차례로 손에 넣었네.]

         

       [지금 자네가 서 있는 곳 또한 그중 하나.]

         

       [인간의 기도가 신에게 닿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일세.]

         

       [그토록 중요한 제단이 오늘부로 네 개로 바뀌었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충격이 되어 다가온다.

         

       제단이 곤륜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네 개가 더 존재한다는 말도.

         

       그리고 그중 하나가 오늘 사라졌다는 말도.

         

       제단이 사라졌음은 누군가가 일부러 파괴했다는 뜻.

         

       그런 짓을 벌일 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 사람뿐이었다.

         

       “…천마가 파괴한 것입니까?”

         

       [그렇네. 다른 신선들이 그녀를 말리기 위해 천문을 열어 타일렀건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고 하더군.]

         

       침통한 감정이 느껴지는 대답에 그가 물었다.

         

       “제단이 파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이에 주선이 답했다.

         

       [모르네.]

         

       “…모른단 말씀이십니까?”

         

       [누구도 이를 파괴할 시도는커녕 생각조차 한 적 없네.]

         

       [그렇기에 당대의 천마가 위험하다는 것 아니겠나.]

         

       하늘 위의 세계.

         

       선계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신선들조차 그녀가 벌이는 기행의 이유를 알 수 없단다.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일을 획책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생각을 마친 그가 물었다.

         

       “제게 그러한 말씀을 전해주신 이유는….”

         

       [자네가 천마를 막아주었으면 하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신선이라는 존재는 전능에 가까운 존재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머무는 선계에 한해서일 뿐이다.

         

       등선은 곧 속세와의 연을 끊고 선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

         

       이를 통해 전능에 가까운 힘을 손에 넣은 그들이 다시 현계로 내려와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면 세상이 혼란에 휩싸일 것은 당연지사.

         

       하여 그들은 현계에서 내려오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힘을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인간인 천마가 끔찍한 흉계를 꾸며 세상 전체를 파괴하려 한들, 그들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

         

       [그러니 부탁함세. 자네가 그녀를 막아주게나.]

         

       “으음….”

         

       백우진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신선이 인간에게 부탁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건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뜻.

         

       사실 부탁을 듣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가 꾸미는 흉계는 그가 딛고 선 세계와 관련되어 있으니, 죽고 싶지 않다면 그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마땅한 일.

         

       하지만 어딘가 아쉬웠다.

         

       “제가 사는 세계를 위한 일이니 응당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지요.”

         

       [오오, 역시…!]

         

       “그런데 말입니다.”

         

       [으응…?]

         

       “맨입으로 그리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에이, 설마.

         

       신선인데?

         

       하늘을 향해 히죽 웃는 백우진의 얼굴을 지켜보던 신선들이 입을 다물었다.

         

         

       * * *

         

         

       신선들과의 협상(?)을 끝마치고 제단 아래를 걸어 내려온 백우진.

         

       새벽이 지나 동이 틀 때가 되어서야 곤륜파에서 마련해준 침소로 돌아와 생각에 잠긴다.

         

       ‘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짜맞춰야 할지도 모르겠어.’

         

       백우진은 그리 생각했다.

         

       그녀가 계획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곤륜파에 마련된 제단에서 모든 게 끝날 거라고.

         

       그러니 이곳에서 제단을 중심으로 제게 주어진 모든 걸 활용하여 완벽에 가까운 방어선을 구축한 뒤, 훗날 당도할 천마와 맞선다면 희박한 승률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명 그리 확신했는데….

         

       “…어쩌면 이 모든 게 그녀의 계략일지도 몰라.”

         

       진미연에게 화행신주까지 쥐여 보내 가며 자신을 곤륜산과 멀어지게 한 것도.

         

       그로 인해 이곳에 숨겨진 제단이야말로 마지막 격전지가 될 거라고 착각하게 한 것도.

         

       그것이 실은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두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둔다면 그녀는 무엇을 얻는가.

         

       “…내 시야를 좁혀 조금 더 자유로운 운신이 가능하겠지.”

         

       자신이 곤륜산에 집중하는 사이, 그녀는 훨씬 더 편하게 중원 곳곳을 누빌 수 있을 터다.

         

       그렇게 자유로운 운신을 얻게 된 그녀의 목적은…, 제단의 파괴.

         

       인간의 정성 어린 기도가 처음으로 신에게 닿은 기념비적인 장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기에 그녀는 이를 파괴하려 하는가.

         

       이를 통해 그녀는 무엇을 꾸미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에 백우진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갑갑하네.”

         

       모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신선조차도 모른단다.

         

       그렇기에 두렵고, 위험하다.

         

       아무도 걷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묵묵히 걷는 그녀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르기에.

         

       다만, 그것을 이루는 데에 어마어마한 희생이 동반될 것이 뻔히 보이기에.

         

       “…어떡하지.”

         

       백우진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쫓아 다른 제단의 파괴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남아 그녀가 바라는 대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에 온 힘을 쏟을 것인가.

         

       양쪽 모두 장단점이 극명하기에 섣불리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그것 말고도 다른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맴돈다.

         

       “…저 두 선택지에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가 있기는 한가?”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는 상대하는 일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걷는 것으로 그녀를 막을 수 있는가?

         

       생각할수록 회의적인 감정이 그의 몸을 감싸 안는다.

         

       하지만 그녀를 막아서기 위해 대체 어떤 선택지를 창조해내야 한단 말인가.

         

       고민이 깊어져 갈 즈음.

         

       “안에 있느냐.”

         

       문 밖에서 들려온 혈수마녀의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일깨웠다.

         

       “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문을 열어주는 백우진.

         

       그곳엔 혈수마녀가 묘한 긴장을 떠안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야밤엔 어쩐 일이십니까?”

       “크흠…, 오해는 말거라. 네게 할 말이 있어 잠시 들른 것뿐이니.”

         

       그녀가 품은 긴장의 정체를 파악한 백우진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맺혔다.

         

       “오해라니요? 어떤 오해를 말씀하시는 건지?”

         

       그러자 돌아오는 날카로운 시선.

         

       “…고얀 놈. 늘 이런 식으로 본녀를 희롱해야만 직성이 풀리느냐?”

       “흐흐, 누이는 모를 겁니다. 이 짧은 순간이 제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장난 섞인 대답에 조금 더 짜증을 내주길 바랐건만.

         

       도리어 그녀는 백우진을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도 힘든 게로구나.”

         

       제법 오랜 시간 지내온 탓에 이제는 그녀도 알게 된 것이다.

         

       그가 그만큼 힘들어하고 있음을.

         

       제게 짓궂은 농담을 건네고, 발끈하여 받아치는 제 모습에 잠시나마 기나긴 시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만큼.

         

       “딱한 녀석.”

         

       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

         

       어찌 이 젊은 것이 이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되었는지.

         

       아니, 왜 자꾸만 스스로 짊어지려 하는지.

         

       이를 불쌍히 여긴 그녀는 자신은 괜찮다며 웃는 백우진의 얼굴에서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이백 년 전, 그와 마찬가지로 홀로 모든 걸 떠안고 걸어가던 사내.

         

       사사건건 제 일을 방해하여 앙숙 같던 이.

         

       불같이 화를 내도 아무렇지 않게 이를 받아넘기는 재수 없는 인간.

         

       ‘백유성….’

         

       그때는 그리 생각했건만, 지금에서야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혹 네놈도 그러했던 게냐.’

         

       답은 알 수 없다.

         

       영원히 알 수 없을 터다.

         

       그는 이백 년 전의 사람.

         

       그동안 잠들어 있었던 자신과 달리, 그의 시간은 충실하게 흘러 끝에 도달했을 터이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를 향해 백우진이 말을 걸었다.

         

       “누이? 그래서 이 야밤에 왜 찾아오셨습니까?”

       “…네게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느니라.”

       “제안이요?”

         

       의아하다는 투로 되묻는 그를 향해 혈수마녀가 다시 물었다.

         

       “…이 근처에 백유성이 만들어 놓은 은신처가 있느니라.”

       “백유성이라면….”

         

       기억난다.

         

       과거 이백 년 전 현천문과 함께 나타나 위기에 빠진 중원을 구한 영웅.

         

       자신과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어 혈수마녀에게 혼란을 안겨준 인물.

         

       혈수마녀가 말을 잇는다.

         

       “한 번 가보겠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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