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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3

       *** ***

         

       “이곳인가?”

         

       호천안은 거지꼴이 된 도적 우두머리에게 물었다.

         

       땀과 흙먼지로 절은 의복에 얼굴에는 땟구정물이 잔뜩 흐르는 도적들과 도적 우두머리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혈교의 수장인 혈존이 무림맹의 특공대에게 암살당한 이후 혈교는 사분오열되었다. 혈교의 세력은 천하 각지에 흩어져 있었고 또 그렇게 천하 각지에 흩어진 혈교의 무리들은 그들이 자리잡은 지역의 패자로 군림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호천안은 [남천혈교]라 쓰여 있는 현판을 읽고는 그 뒤로 시선을 돌렸다.

         

       남천혈교의 본거지는 거대했다. 거대한 부지에 세워진 건물만 열 채가 넘었고 방이 백 칸이 넘을 듯한 전각까지. 그 위세만으로는 천하 어느 문파와 비교해도 견줄 곳이 몇 없을 지경.

         

       현 무림에서 혈교가 얼마나 득세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기껏해야 잔당 주제에 으리으리하게 사는군.”

         

       도적 우두머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호천안의 중얼거림이 아까부터 도적 무리들과 호천안을 기이하게 바라보고 있던 문지기의 귀에 닿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천혈교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이 살기를 내뿜었다.

         

       “노인장, 방금 뭐라고 했지?”

         

       “잔당이라고 했네만?”

         

       “이 노인네가 노망이라도 들었나?”

         

       남천혈교.

         

       호천안은 끽해야 혈교의 잔당 아니냐고 멸시했지만 사실 운남에서 남천혈교의 위세는 절대적이었다.

         

       유경의 분노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운남. 그런 운남에 제대로 된 문파가 남아 있지 않았고 혈교의 잔당들은 무주공산이 된 운남에 무혈입성하여  운남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런 운남의 지배자인 남천혈교 앞에서 남천혈교를 비방하다니.

         

       혈존의 암살 이후 각기 세력을 일군 혈교의 잔당들에게 사실을 적시하며 잔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 무림에서 철저하게 금기시되는 행위였다.

         

       “혈교의 정통 혈술을 이은 우리 북천혈…컥!”

         

       문지기 한 사람이 호천안에게 걷어차여 훨훨 날아갔다. 남천혈교니 어쩌니 해봐야 결국 오늘안에 깨끗이 정리될 잔당들이 아닌가.

         

       혈교의 잔당도 가소로운 마당에 혈술을 익히지도 않은 문지기들이 떠드는 명분 따위를 듣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문지기들이 무기를 뽑아들 호천안에게 달려들었으나.

         

       “이놈..억!”

         

       “무공이..캑!”

         

       순식간에 제압되어 널브러졌다.

         

       호천안은 도적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네놈들은 꼼짝말고 여기에서 기다려라.”

         

       도적들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호천안은 주먹을 쥐었다.

         

       쿠르르르르릉!!!

         

       그와 동시에 천지를 진동시키는 우레소리가 들렸다. 도적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마른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어찌 사람의 몸에서 저런 소리가 난단 말인가.

         

       그러나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꽈아아아앙!!

         

       호천안의 주먹이 닿는 순간 남천혈교의 문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폭만 해도 3장. 높이만 5장에 달하는 거대한 문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남천혈교라 쓰였던 현판도 동강이 나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때아닌 소란에 남천혈교가 단번에 발칵 뒤집혔다.

         

       사방에서 무인들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호천안을 포위했다.

         

       호천안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경내를 둘러보았다.

         

       피 냄새.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피 내음이 느껴졌다. 향을 감싼 종이에 향내음이 남듯이, 이 땅 위에서 계속 흐른 피의 내음이 땅 자체에 배어버린 느낌이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희생되었던 것일까.

         

       호천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호천안은 자세. 기도. 그런 것들을 살피기보다는 무인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싯누렇게 변색된 눈과 탁한 공동을 지닌 자들. 사람을 하도 해쳐서 살기가 인상에 박혀 버린 자들이기도 했다.

         

       “이게 웬 소란이냐!”

         

       드디어 혈인이 나타났는가.

         

       호천안은 그런 생각을 하며 혈인을 바라보았다. 혈인은 새빨간 눈으로 호천안과 박살이 난 현판을 바라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뭣들 하는거냐! 녀석의 사지를 토막내서 당장 내 앞에 끌고 와!”

         

       “예!”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무인들. 순식간에 몰려든 무인들은 거의 백에 달했고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한 줌 망설임없이 살기를 드러내는 무인들을 바라보며 호천안은 두 손가락을 펴 들어올렸다.

         

       사람을 밥 먹듯이 해친 놈들이었으니 손속에 자비를 둘 필요는 없을 터.

         

       호천안의 손끝에서 노란 섬광이 튀었다.

         

       뇌룡지.

         

       세 줄기의 섬광이 내달리며 세 방향에서 달려던 무인들의 몸을 꿰뚫었다. 셋 다 초절정의 무인이었기에 자신만만하게 달려들었고 호천안의 뇌룡지에 대경하여 각자 강기를 일으켰지만 뇌룡지의 섬광을 막아내지 못했다.

         

       뇌룡지의 섬광에 그들의 강기는 맥없이 박살았고 섬광은 그런 그들의 몸과 무기를 단번에 꿰뚫었다.

         

       초절정 셋이 일수에 나가떨어지는 광경에 달려드는 무인들이 놀라 발을 멈추었으나.

         

       뇌룡지의 섬광은 멈추지 않았다.

         

       굽이치는 번개와 같이 세 가닥의 섬광은 날카롭게 꺾이며 각기 다음 목표를 꿰뚫었다. 세 섬전은 단 한순간도 멈추는 일없이 착실하게 무인들을 꿰뚫었다.

         

       명령을 내렸던 혈인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부리는 샛노란 섬광들이 전하를 튀기며 무인들 사이를 누볐고 섬광이 한번 꺾일 때마다 여지없이 한 사람의 몸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마, 말도 안돼…!”

         

       순식간에 수십명에 달하는 무인이 쓰러지자 무인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만이 떠올랐다.

         

       절대고수.

         

       초절정의 고수들조차 저 섬전을 감당치 못했으니 저 섬전은 강환이라 봐야 했다. 그런데 그 강환이 허공중에서 제멋대로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이기어법이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다수의 강환을 부리며 동시에 그 강환을 이기어법으로 부린다.

         

       근거 하나 없는 소문도 진심으로 믿는 호가사들조차도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비웃을 만한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남천혈교 장내에 있는 이들이 호천안이 어떤 고절한 수를 사용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했을지라도 호천안의 절대적인 힘만큼은 피부로 느꼈다.

         

       “도, 도망…!”

         

       무인들이 황급히 발을 틀었지만 모두 소용없는 일이었다.

         

       등을 돌려 도망친다 한들 섬광을 피할 도리는 없었으니까.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무인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허, 허억…!”

         

       호천안과 시선이 마주친 혈인이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쳤다.

         

       호천안은 그런 혈인의 뒤를 쫓았다.

         

       때아닌 소란에 무인들이 제법 튀어나왔다만 기습적인 소란 한번에 이 넓은 부지의 사람들이 단번에 튀어나올 리는 만무했다.

         

       특히 중역이라면 소란이 일면 숨어들기 마련.

         

       혈인은 그런 중역들을 찾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 주겠지.

         

       호천안은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로 도망친 혈인의 뒤를 쫒았다.

         

       워낙 기습적인 상황이어서였을까.

         

       호천안이 바깥에서 본인의 무위를 여실히 드러냈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인이나 혈인들의 기습이 이어졌다.

         

       그렇게 종종 나타나는 혈인들과 무인을 쓰러트리며 나아가던 호천안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커다란 대전.

         

       혈인들과 무인들이 모여 호천안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은 무리의 중심에 있는 혈인이 이곳의 수장임을 직감했다.

         

       “네가 이 잔당들의 수장인가?”

         

       “크큭…잔당. 잔당이라. 어처구니가 없군. 본인은 남천혈교의 혈주, 황사민이다.”

         

       혈교의 수장은 눈을 번뜩이며 호천안에게 물었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지? 순순히 토설한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겠다.”

         

       “그저 혈교의 잔당을 청소하러 왔을 뿐이다.”

         

       “하하하하하하!!”

         

       그 말에 황사민은 호천안을 비웃었다. 비단 황사민 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무인과 혈인들도 모두 같은 태도였다.

         

       “어디 산골에서 폐관 수련이나 하다 나온 노친네인가보군! 그래, 바깥의 잡졸들을 쓸어버릴 실력이 있으니 자신감이 있을 법도 하지.”

         

       딸랑!

         

       황사민이 방울을 울렸다. 그러자 혈인들이 옥좌 뒤에 숨겨져 있던 철창의 문을 열었다.

         

       캬아악.

         

       캬악!

         

       반인반수.

         

       몸통과 팔다리에는 사람의 형상이 남아있되 머리는 거의 쥐와 같았고 손발은 두텁고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이 자리했다. 이도 저도 아닌 길이의 꼬리가 돋아난 기묘한 형태.

         

       세인들이 혈괴라 부르는 괴물들이었다.

         

       다섯 혈괴를 본 호천안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하하하! 어떠냐? 이것이 바로 남천혈교가 자랑하는 혈괴다!”

         

       “….한 가지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 혈괴가 본래는 사람이었다지?”

         

       “흐흐흐! 그걸 알고도 오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였군. 그래 맞다! 인간의 몸에 영물의 기운이 담긴 혈교의 걸작이지.”

         

       “구역질이 나는구나.”

         

       호천안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황사민은 그런 호천안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크흐흐…! 건방을 떠는 것도 여기까지다. 하필이면 혈괴술에 정통한 나 황사민이 다스리는 남천혈교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

         

       딸랑!

         

       “이 남천혈교의 현판을 박살낸 죄! 혈괴가 되어 되갚아라! 하하하하!!”

         

       호천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다섯 혈괴를 살폈다. 도무지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호천안은 몸을 움직이며 혈괴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어지간한 고수라도 애를 먹을 법한 속도에 공격에서 느껴지는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콰직!!

         

       혈괴의 헛손질에 대들보가 움푹 패였으니까.

         

       호천안은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혈괴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 움직임에서는 무공의 편린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 호천안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어떠한 사연을 지닌 채 혈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 상황으로는 영면에 들게 해 주는 수밖에 없다고.

         

       한 혈괴를 향해 뇌룡지가 발출되었다. 혈괴는 흠칫하며 뇌룡지를 피하려 했으나 허공중에서 방향을 꺾은 뇌룡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뻐억!!

         

       캬아아악!!

         

       호천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뇌룡지에 타격당한 혈괴가 고통에 몸부림치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흐하하하! 어떠냐! 강기에도 버티니 당황스럽겠지! 이게 바로 영물의 피가 섞인 혈괴의 힘이다!”

         

       ‘이런 단순한 움직임으로 화경 고수를 어찌 상대한다는 건가 싶었는데 이런 의미였나.’

         

       혈괴 한 마리 한 마리가 준 영물이나 다름없었으니 이 혈괴를 잡기 위해서는 합격진을 통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혼자였다.

         

       그제야 호천안은 황사민의 자신감을 이해했다.

         

       아무리 고수라 한들 한 사람이 보유한 내공은 한계가 있는 법이니 절대 혈괴를 쓰러트릴 수 없다.

         

       설령 여러 사람을 합친 것 같은 방대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 혈괴 한 마리를 쓰러트린다고 치더라도 남은 네 마리가 있다.

         

       이런 계산이었을 것이다.

         

       쿠우우우우웅!!

         

       호천안의 전신에서 거대한 기파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 힘을 정도의 내공풍은 물론이고 은은하게 바닥이 떨려올 정도의 거대한 내력의 행사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내비치던 황사민조차 얼굴이 굳을 정도였다.

         

       혈괴들도 호천안의 몸에서 풍기는 거대한 내공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공격을 멈추었다.

         

       딸랑! 딸랑! 딸랑!

         

       “공격! 공격해라!”

         

       황사민이 미친 듯이 방울을 흔들며 명령하자. 혈괴들이 다시 흉성을 터트리며 호천안에게 덤벼들었다.

         

       호천안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인이 몸에 담을 수 있는 내공의 한계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내공이 잘 쌓이는 심법을 익혔더라도 사람이 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영약 역시 섭취하면 섭취할수록 효율이 급감하니까.

         

       우우우우웅!!

       그러나 호천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그러한 한계를 한참이나 넘어섰다.

         

       가슴 앞에 모인 호천안의 쌍장 사이에는 사물이 왜곡되어 보일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응축되었다.

         

       정철을 쓰러트리고 난 뒤.

         

       호천안을 지탱하는 것은 혁기린이 남긴, 유경을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 뿐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혁기린의 유언만으로는 삶을 지탱해 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기계적으로 강해졌다.

         

       힘이 있었다면 일행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은 늘 호천안의 마음속에 남아있었으니까.

         

       기연을 찾아다니며 비급을 수집하고 익혔으며 영약과 영초를 모아 섭취했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을 보냈다.

         

       수십 년간 계속해서 영약을 섭취한 호천안의 내공량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무림의 통념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보통 영약은 여러 개를 섭취하면 효율이 급감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니까.

         

       그러나 호천안은 영약을 섭취하며 계속해서 내공 증진의 효험을 보았다.

         

       천하 모든 기연과 영약을 꿰고 있는 호천안이었으니 손에 넣을 영약의 상성과 순서를 염두에 두고 차곡차곡 쌓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무인들은 단 하나의 영약을 섭취하는것조차 일생의 목표로 삼는다. 천하의 어떤 문파나 귀인이 나설지라도 이름난 영약이나 내단, 영초 열 종류를 모으는 것조차 힘들다. 단순히 열 개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거늘 그 상성이나 효율을 고려하여 손에 넣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러나 호천안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우우우우웅!!!

         

       무림천하 고인물이 최적의 공략을 밟아 수십 년간 쌓아올린 방대한 내공이 호천안의 양 손 안에서 다섯 개의 강환으로 탈바꿈했다.

         

       “흐으읍!”

         

       그리고 발출.

         

       콰과아아아앙!!!

         

       다섯 개의 강환이 쏘아지는 여파만으로 대전이 흔들리며 바닥이 박살나고 대들보가 부러졌다. 대들보와 함께 서까래가 무너지고 무공이 약한 혈인이나 비교적 가까이 있던 자들을 그 폭압에 휘말려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아…”

         

       “어, 어찌 이런…”

         

       간신히 여파에서 몸을 지킨 남천혈교의 혈인들과 무인들은 온 몸을 잘게 떨었다. 이게 어떻게 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혈인과 무인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대전이 토초화되고 건물까지 횡액을 면치 못했거늘 바닥에 쓰러진 다섯 혈괴의 시체는 상처 하나 없었다.

         

       그저 상처 없이 숨이 끊어졌을 뿐.

         

       인간에서 괴물이 된 자들의 최후를 배려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현상에 혈인과 무인들의 머릿속에서 저항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저런 거대한 힘을 다루면서 동시에 이런 조화를 부리는 자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절대자!

         

       혈인들과 무인들에게 호천안은 항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런 절대자, 호천안의 입이 열렸다.

         

       “도망쳤군.”

         

       그제야 얼이 빠져있던 혈인들과 무인들이 황사민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호천안이 몸을 날려 황사민이 있던 옥좌의 등받이를 밟았다. 옥좌 뒤의 바닥에 일장을 날리니 위장되어 있던 입구가 박살나며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일품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호천안의 손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퍼버벅!!

         

       “아악!!”

         

       “으아악!!”

         

       비명성과 함께 순식간에 혈인들과 무인들의 단전이 깨져나갔다.

         

       “안돼! 내공이…내공이!”

         

       단전이 깨어지며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바닥을 구르는 자. 평생 쌓아온 내공이 흩어지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는 자들의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호천안은 지하로 향했다.

         

       지하는 감옥과 비슷한 구조였다.

         

       호천안은 직감적으로 이곳에서 혈괴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옥에서 나는 코를 찌르는 혈향에 호천안의 인상이 다시 한번 찡그려졌다. 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기에 이리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인지.

         

       호천안은 가장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두 존재의 기척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기껏 도망친 곳이 막다른 골목이었나?”

         

       “크흐..흐흐! 네놈의 여유도 거기까지다! 그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벌였으니 이제 내공도 모두 소진했겠지! 그런 상태에서 과연 네가 영물을 상대할 수 있을까! 여기가 바로 네 무덤이다!”

         

       호천안의 시선이 현실을 부정하고 헛된 희망에 매달리는 황사민에게서 황사민의 옆에 있는 거대한 쥐 영물로 옮겨갔다.

         

       쥐이면서도 사람보다도 큰 크기였으니 가히 영물이라 할 수 있는 덩치이기는 했으나 누가 봐도 쥐 영물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몸은 빼빼 말라 살이라고는 하나 없었으며 털은 윤기 하나 없이 푸석했고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제법 큰 소란이 일고 있는데도 눈을 감고 느리게 숨을 몰아쉬는 모양새가 당장 숨이 끊어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호천안의 시선이 뒷다리에 쌓인 상처에 가 닿았다. 무수히 많은 자상에 호천안은 혈괴를 만들어내던 영물의 피가 어디서 나왔는지 금새 깨달을 수 있었다.

         

       황사민이 쥐 영물을 걷어차며 호천안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뇌까렸다.

         

       “일어나! 이 쓸모 없는 녀석! 철혈서라는 이름값을 하란 말이다!”

         

       혈어를 들은 철혈서가 간신히 눈을 뜨고는 몸을 일으켰다. 철혈서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였다. 정신에 힘이 하나 없는지 비틀거리는 모습.

         

       “그래! 가서 해치워라!”

         

       호천안은 악을 쓰는 황사민에게서 신경을 끄고 눈 앞의 철혈서를 바라보았다.

         

       찌-익.

         

       힘없는 울음을 토해낸 철혈서.

         

       호천안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철혈서를 바라보았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머리를 부비는 쳘혈서.

         

       호천안은 그런 철혈서를 바라보며 자신을 찾아왔던 일행들을 떠올렸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당도연. 당소열.

         

       짧고도 강렬했던 추억이었으며 재기의 원동력이기도 했던 그 날. 호천안은 일행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여전히 밝고 명랑했던 혁기린의 말이 떠올랐다.

         

       -서공도 함께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이런,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다른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요.

         

       -앗 죄송합니다. 그냥 아쉬워서…

         

       그런 말을 하며 무언가를 쓰다듬듯이 꼼지락거렸던 혁기린의 손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서공이라.

         

       처음 보는 영물임에도 자신을 향해 애절할 정도의 감정을 보내오는 철혈서. 호천안은 어쩐지 이 철혈서가 바로 혁기린이 말했던 서공임을 확신했다.

         

       호천안은 손을 들어 서공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공은 그 손길을 만끽하듯이 그 손에 얼굴을 비볐다.

         

       호천안은 서공을 거두기로 마음 먹었다.

         

       혁기린이 좋아하는 영물. 그 사실만으로도 서공을 거둘 이유로는 충분했기에.

         

       “뭐, 뭘 하는거냐! 당장 저….”

         

       황사민의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호천안의 뇌력지가 황사민의 미간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의 시선이 서공이 지내던 공간을 훓었다. 대충 보아하니 식물의 찌꺼기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영물이니 영초를 잔뜩 먹이면 조금은 회복하지 않을까.

         

       지상에 돌아가면 단전이 깨진 놈들을 심문해서 알아봐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호천안은 서공을 쓰다듬었다.

         

       “움직일 수 있겠느냐.”

         

       찌익. 찌익.

         

       힘없는 대답이었으나 호천안은 그 안에 서린 강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럼 함께 가자꾸나.”

         

       호천안은 느리게 걸었고 서공은 느리게 걷는 호천안의 뒤를 따라 비틀거리며 걸었다.

         

       뇌명존자의 첫 행보라고 알려진 남천혈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고봉밥이 되어버린wwwwwwww

    *

    진법으로 유지되던 불명조차도 당대 천마의 손에 뇌정을 박았죠.

    본체인 미래호천안이 약할 리 없지요.

    예? 호천안은 가능성의 가지를 다 자르지 않았냐고요?

    짜잔 그래서 다시 붙였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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