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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3

    -딩동.

    “아무도 안 계시나요?”

    -똑똑똑.

    여러번 초인종을 누르고, 혹시 초인종이 작동하지 않나 싶어 노크도 하면서 사람을 불러보았지만 아무도 자신들을 맞이해주는 이가 없었다.

    창문 너머로 슬쩍 보이는 저택 내부에서도 누군가 맞으러 나오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조용한 반응에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역시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건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아무리 친구사이라지만, 정말로 아무 때나 막 찾아와도 괜찮을리가 없다.

    사람은 다들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최근 이런저런 일로 바쁘고 지쳤을 것이 분명한 루크에게는 그것이 더욱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게다가, 루크가 잠깐 물어보고 없으면 말고, 하고 돌아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새삼스레 되짚자면, 루크의 집은 도로상황이 좋다는 가정 하에 차를 타고도 40분은 들어가야하는 외딴 숲 속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안부를 묻기 위해 찾아올 정도의 거리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 들러서 놀 거리라고는 숲을 구경하는 정도밖에 없어서 다른 것을 계획 할 수도 없으니, 미리 약속을 잡지 않고 아무때나 방문하기에는 스케줄이 맞지 않았을 때에 지니는 리스크가 꽤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시루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치만, 계속 연락이 안 되는 걸.”

    연락 자체가 닿질 않으니 물어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넌 걱정되지 않아?”

    “으음….”

    확실히, 연락이 아예 안 된다는 건 꽤 심각한 일이었다.

    요즘같이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에 하루종일 어떤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게다가 루크는 평소 연락을 보내면 짧게나마 반드시 답장을 해주는데, 이번에는 그 짧은 답신조차 오지 않았다.

    거기에 평소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음성 메신저 프로그램에도 전혀 접속하지 않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걱정이라면 헬레나도 약간은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걱정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고작 하루정도 연락이 안 된다고 이렇게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헬레나는 그 부분이 몹시 못마땅했다.

    시루드는 과연 자신이 연락이 안 되어도 자신의 집에 찾아올까?

    말로는 그렇다 할지라도 사실은 모를 일이다.

    나중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반면, 루크의 경우는 지금 이렇게 직접 찾아왔다.

    이건 절대 변할 일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건 이미 자신이 지고 들어가는 가정이라는 거다.

    그게 맘에 들지 않았다.

    또 애초에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자신도 거의 반 나체에 거적떼기만 걸친 상태로 현장에서 겨우 발견된 주제에 말이다.

    그리고, 헬레나는 시루드가 루크에게 보내는 그 광적인 신뢰도 맘에 들지 않았다.

    루크가 그럴만한 애라는 것에는 물론 동의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원칙이 깨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루크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게 고작 1년인데, 서로 알면 뭐 얼마나 알고 지냈다고.

    그리고 헬레나는 애초에 이번 사건에서 루크에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루크는 대체 왜 그 잔해 밑에 있었을까?

    어째서 이번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된 거지?

    그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친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잔해 아래에서 루크랑 만났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잖아.

    그럼 루크는 대체 언제부터 전시장에 있던 건데?

    애초에,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면 대체 왜 진작 도와주지 않았던 걸까?

    ‘보고 있다가 내가 시루드랑 같이 있는 걸 보고 눈치껏 빠져준 건가? 아니, 걔가 그 정도로 눈치가 빠른 애였나….’

    사실 헬레나가 봐온 평소 루크의 모습은 어떨 때는 눈치가 빠르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느리기도 해서 딱 잘라 어느 정도라고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런 이유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고마운 거지만, 그게 아니라고 하면 아주 수상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혹시 네 연락을 못 본 거 아냐? 아니면, 그냥 아직 자고 있다거나.”

    그에 헬레나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단순히 휴대전화를 보지 않거나, 잠을 자느라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는 일상적으로도 꽤 흔한 경우였으니까.

    그러나 시루드는 그 의견을 곧장 부정했다.

    “아냐. 루크가 아직까지 자고 있을리가 없어.”

    평소에도 규칙적인 삶을 강조하던 루크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마법사는 자신의 규칙에 엄격해야 한다, 항상 바른 품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라…

    그런 종류의 잔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으로 들었다.

    그런데, 자신의 말을 칼보다 더 날카롭게 지키는 루크가 늦잠이라니?

    그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늦잠을 잘 수도 있지. 그 일로 많이 피곤했을 텐데.”

    “글쎄, 그래도 그건 아닐걸. 걔는 낮잠은 자도 늦잠은 절대 안 자는 애니까. 이 시간에 깨어있지 않을 리 없어.”

    “그럼 잠깐 어디 나갔나보지.”

    “2층 불은 켜져 있는데? 어딜 나간거라면, 그 루크가 자기 방 불 단속도 하지 않았을 리 없어.”

    평소 낭비를 극도로 혐오하던 루크가, 아무 이유 없이 방의 불을 켜놓고 외출을 할 리가 없다는 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불도 끄지 못할 정도로 위급한 사정이 생긴 게 아니고서야…

    “집에도 없고, 갑자기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내색은 안했지만 어디가 아프다던가, 이번 사건으로 앙심을 품은 누구한테 공격을 받았다던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시루드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그래, 틀림없어! 루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역시 지금이라도 문을 따는 사람을 부르는 게…!”

    그 순간이었다.

    -벌컥!

    그렇게 마침내 열린 문 너머에서, 루크는 정돈되지 않아 사자의 갈기처럼 붕 뜬 머리를 한 채로 태연하게 하품을 하며 등장했다.

    “하아아암, 이 시간에 이리도 갑자기 찾아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냐?”

    평소의 단장된 모습과는 도무지 연상되지 않는, 누가 봐도 금방 일어났다는 느낌의 그 무방비한 모습에 헬레나와 시루드는 동시에 벙찐 표정이 되고 말았다.

    “뭐야, 진짜 그냥 자고 있었던 거야?”

    “말도 안돼!”

    루크가 지금 저렇게 나오면 그동안 고민하고 걱정한 자신은 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바보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의 경악성을 무심하게 미소로 넘긴 루크는 머릿결을 대충 정리하며 말했다.

    “음? 헬레나도 있는 줄은 몰랐구나. 함께 온 게냐? 뭐어… 일단은 들어오거라. 밖은 추우니까.”

    헬레나는 루크의 그 태연자약한 모습에 치를 떨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너! 뭐야 그 차림!”

    “내 차림이 뭐 어때서? 내 집에서 내 맘대로 입지도 못하나.”

    루크는 도리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헬레나가 펄적 뛰듯이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잖아! 목욕가운만 걸치고 손님을 맞이하다니!”

    헬레나가 왜 그렇게 펄펄 뛰고 있는지 그제서야 깨달은 루크는 자신의 잠옷을 내려다보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모르나보구나. 헬레나, 이건 목욕가운이 아니라, 동대륙의 전통 복장이라고 하는 건데 이게 어디서 만들어진 거냐면…….”

    루크의 설명이 의복이 발생한 역사까지 짚으며 길어지자, 헬레나는 그 말을 끊으며 외쳤다.

    “그런 거 관심 없어!”

    본질이야 어떻든 지금 생긴 게 비슷하게 생겼는데, 지금 그런 사전적인 차이점을 짚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정말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니까! 지금 대체 누굴 유혹하려고 저런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건데?’

    묘하게 루크의 어른스러운 몸매가 드러나는 것 같은 실루엣과, 줄 하나 잡아당기면 그대로 풀어져버릴 것 같은 허술함, 막 자고 일어난 무방비한 모습이 겹쳐져 루크는 10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요염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자인 자신이 봐도 선정적일 지경인데, 남자인 시루드가 보면 어떻겠는가?

    상상만 해도 부끄럽다!

    “얼른 손님 맞을 복장으로 갈아입고 와! 우린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대, 대체 어떻게 그런!”

    “으음…….”

    그러나 헬레나의 그 난데없는 요구에 루크는 살짝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루크는 살짝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지만, 딱히 문제가 될 만한 노출도 없고, 집에서 입기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래보여도 꽤 단단히 매듭을 지어놔서 잠결에 움직여도 풀리는 일이 없는데다가, 겉옷의 옷깃을 여미면 살짝 드러나는 쇄골 부분조차 가려지니 이는 오히려 노출의 건전함으로 따지면 오히려 여름에 사람들이 입는 평상복보다도 훨씬 더 건전한 차림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내가 전혀 꾸미지 않아서 그런가?’

    이 추운 겨울 날 아이들을 밖에 오래 세워둘 수가 없어 황급히 나오느라 머리도 대충 손으로 눌러 가라앉히고 잠옷에는 적당히 겉옷과 숄만 걸쳐서 마중을 나온 것인데…

    그게 일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예의범절이 눈과 몸에 배어있는 헬레나에게는 상당히 못마땅해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신이 꾸미지 않음으로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잘 꾸미고 온 헬레나 쪽이 아닌가?

    시루드를 좋아하고 있음이 분명하면서, 한때 시루드에게 고백까지 받았던 자신에게 단장을 하고 오라는 건 제 무덤을 파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정작 헬레나가 저렇게 완강한 모습을 보이면 어쩔 도리가 없다.

    어른인 자신이 맞춰 주는 수밖에.

    “뭐, 알겠다. 갈아입고 오지.”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은 시루드는 정작 루크의 차림새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밖에 추운데 루크는 그냥 다른 방에서 갈아입고 우린 안에서 기다리면 안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루드는 이미 하도 시달려서 루크의 몸가짐엔 어느정도 면역이 생긴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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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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