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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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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전(前) 용사라고요?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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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삶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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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안과 저 멀리 떨어진 한스 사이의 유대적 관계는 한층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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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피곤할 테니 좀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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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이나 이안의 얼굴을 더듬던 데이지가 조금 아쉬운 얼굴로 이안을 풀어줬다. 얼굴에 서늘한 손가락의 감촉이 남아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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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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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는 말끔하게 관리된 건물로 이안을 안내했다. 조금 작지만 사람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흔적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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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디 편하게 주무세요. 내일 뵐게요.”

        “아, 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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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운하게 씻고 지친 몸을 침대에 눕혔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은 고향의 것과 확연히 달랐다. 그제야 이안은 자신이 북쪽의 끝, 몬테그로스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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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우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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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수의 산의 터줏대감, 웨어울프가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안은 괜히 문을 더 단단히 잠갔다. 

        턱 밑까지 이불을 올리고, 머리맡에 롱소드까지 두고 나서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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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 으윽…. 모,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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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잠자리 때문일까. 

        아니면 밤새 우는 웨어울프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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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선잠을 잔 이안이 찌뿌둥한 어깨를 두드렸다. 아리아와 구도자들은 벌써부터 일어나 단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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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ㅡ앗!”

        “…공격이 너무 정직해. 상대의 눈을 속일 줄 알아야지.”

        “네…!”

        “…시야의 사각을 파악해. 항상 거기부터 파고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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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련하고 있는 상대는, 다름아닌 데이지.

        아리아의 일방적인 주먹질 속에서 매서운 파쇄음이 터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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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질 한번, 발차기 한번.

        선명한 살의가 가득하다. 아리아의 공격만이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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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틈이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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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는 바람처럼 쏟아지는 아리아의 공격을 제자리에서 피했다. 

        어깨를 살짝 뒤튼다. 허리를 꺾었다. 주먹을 흘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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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는 마치 고고한 거목처럼 굳건하게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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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허억, 흐윽…. 수고, 수고하셨…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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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을 흠뻑 흘리는 아리아와 반대로, 데이지는 뽀송뽀송했다. 둘의 실력 차를 알려주는 반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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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 일어났구나.”

        “덕분에 푹 잤습니다.”

        “…아니다. 그보다, 조금 미안하게 됐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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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조금 염치없다는 표정을 짓는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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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무렵에,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구나.”

        “네? 어디로요?”

        “……심연으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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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살짝 현기증이 밀려왔다. 어제 여기에 도착했는데 점심 먹고 다시 출발한다고?

        아직 짐을 전부 풀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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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피곤하겠지만, 조금만 더 고생해야 할 것 같구나.”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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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이 걸려서 북쪽으로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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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으로 가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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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의 끝, 인어의 마을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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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이쯤 되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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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둘째 어머니.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소원권까지 써가면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음.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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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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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을 잔뜩 흘려서 살짝 떨어져 있던 아리아가 몸을 떨었다.

        데이지의 시선은 잠깐 흔들리다가, 은근하게 아리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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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저는 땀을 많이 흘려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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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가 부리나케 도망쳤다. 데이지의 시선은 아이라의 등을 향해 꽂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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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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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만으로도 이안은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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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가 부탁한 건가요?”

        “…그래. 눈치챈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구나. 아리아가 하도 응석을 부리는 바람에.”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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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나뿐인 딸의 부탁이니, 데이지도 마냥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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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 둘째 어머니의 사심도 좀 섞여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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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이안은 든든하게 점심을 챙겨 먹었다.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할 테니, 짐을 단단히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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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유니콘은…?”

        “…유니콘은 어차피 계약자를 따라올 녀석이지. 거기에… 나한테 계획이 있으니 걱정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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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둘째 어머니. 지난 세월만큼 누구보다 유니콘의 행동 패턴에 대해 빠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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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하자.”

        “…네.”

        “후.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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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일행은 단출했다. 이안, 데이지, 아리아. 고작 셋이 전부였다. 잿더미의 구도자들이 모두 나와 배웅을 해줬지만, 조금 초라하다는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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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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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나 편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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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무려 마차가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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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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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르륵…. 감히, 감히 고귀한 이 몸을 마차 끄는 말로 쓰다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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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그 유니콘이 마차를 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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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하기로 따지자면 으뜸갈 유니콘이 마차를 끌다니. 이안은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현실이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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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히히힝! 정말이지 너무한 것 아닌가!》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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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이 쌓여가는 유니콘의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데이지의 신호를 받은 아리아가 쪼르르 마부석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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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부석에 앉아있던 이안이 슬쩍 엉덩이를 옆으로 옮겼다. 아리아가 이안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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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크흠. 와아ㅡ. 마.차.를.끄.는.신.수.님.너.무.너.무.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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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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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 아리아가 말한 게 맞는 건가?

        삼류 배우도 하지 않을 저 어색한 발연기를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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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이걸로 유니콘의 의욕을 북돋아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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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처녀를 좋아해도 그렇지.

        그래도 신수인데, 고작 이런 발연기에 유니콘이 넘어갈리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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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히히히힉ㅡ!! 그런가?! 흠, 크흠! 처녀여, 이 몸의 자태가 그리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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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았다.

        심지어 유니콘의 의욕이 풀충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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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눈을 가리고 통탄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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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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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추태가 또 있을까.

        하늘에 걸린 일곱 개의 별자리도 민망하다는 듯 빛이 조금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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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ㅡ. 유.니.콘.님.너.무.너.무.멋.져.요.최.고.야.”

        《푸르륵! 말만 하시오 처녀여. 다음에는 뭘 하면 되오?! 저번처럼 밭을 갈면 되나? 아니면, 웨어울프 퇴치? 이히힝! 말만 해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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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이용당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닌 모양.

        이안은 유니콘을 안쓰럽게 쳐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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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싼 녀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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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의 행적을 생각한다면… 뭐.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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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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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이 모는 마차는 아주 안락하게 이동했다.

        남쪽으로, 바다의 끝에 있는 인어의 마을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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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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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썩ㅡ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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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다름 아닌 바람이 가장 먼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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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오는 바람에서 짭짤한 소금내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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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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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시야 가득 펼쳐진 바다 앞에서 전율했다.

        언젠가 이안의 나이와 비슷했던 한스의 반응과 제법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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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품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 속에는 자글자글 뜨거운 열기가 터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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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바다를 채우고 있노라면, 도시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야를 꽉 채운 무수한 인파. 화려한 장신구, 시끄러운 음악, 자극적인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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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과한 자극에 이안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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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히힝. 이곳의 처녀들은… 태양처럼 열정이 가득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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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하게 살을 태운 처녀들이 꺄르르 웃으며 지나갔다. 유니콘이 잔뜩 흥분해 갈기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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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의 도시, 아르테리스.

        과거 어업과 상업으로 부흥했던 도시는 지금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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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들이 캐오는 산호와 진주를 비롯한 장신구, 부와 기회를 노리는 상인들, 각국에서 몰려오는 온갖 먹거리 등. 

        대륙을 보고자 한다면 아르테리스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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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조금 천천히 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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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부터 데이지가 마부석에 앉았다.

        덕분에 이안과 아리아는 마차 안에서 실려 가기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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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마차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구경만 해도 재밌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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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르르. 캭, 칵, 켁!”

        “그건 너무 비싸지. 우리 사이가 벌써 몇 년째인데. 조금만 더 깎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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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어가 산호와 진주 등을 들고 흥정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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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버니. 저 인어들, 다리가.”

        “다리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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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들은 하반신이 물고기의 형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육지에서 보행하는 걸까? 의문은 금방 풀렸다.

        ​

        “감히 내 사랑이 고생해서 캐온 것들을 덤터기 씌우겠다? 그렇게는 못 하지!”

        “키르륵, 하악!”

        ​

        인어는 작은 수레 안에 실려있었다. 인어에게 딱 맞춘 어항을 단단히 고정한 수레였고, 사내가 이 수레를 끌고 있었다.

        ​

        인제 보니 그런 식으로 수레에 고정한 어항에 있는 인어들이 제법 많았다.

        ​

        “뚜따야…. 우따땨아!”

        “그래그래, 우리 아기.”

        ​

        심지어 아이를 안고 있는 인어도 보였다.

        ​

        “……아르테리스는 인어의 도시라고 하더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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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아의 말에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잊고 있는 듯한… 굉장히 찝찝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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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뭘 까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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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동안, 아리아는 창문을 통해 전단지를 받았다. 아는 글씨를 또박또박 읽는다.

        ​

        “…특…제… 인어의…베? 비약? 남성… 에게 좋은….”

        “도대체 뭘 읽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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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이 잽싸게 뺏어왔다.

        ​

        전단지에는 남성에게 참 좋다는 둥, 여자를 극락으로 보내는 자신감의 원천이라는 둥. 온갖 남사스러운 문구가 적혀있었다 

        적혀있는 단어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얼굴이 다 벌게질 지경이다.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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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났다.

        동시에 이안의 표정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

        “편지…. 편지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

        데모닉이 이스칼에게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한 편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떠올렸다.

        ​

        “어쩌죠 둘째 어머니?”

        ​

        마부석에 앉아있던 데이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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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잘됐네. 이스칼 님은 지금 몬테그로스에 안 계실 테니까.”

        “어? 그럼 어디에 계신 거죠?”

        ​

        데이지가 턱을 까딱거렸다. 

        ​

        “…여기에 계시지. 아마 슬슬… 떨어질 때가 되셨거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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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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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의 얼굴에 발갛게 혈색이 돌았다. 

        철벽의 수호자 이스칼! 그 위대한 수호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니!

        ​

        “…지금은 만날 수 없어. 이따가, 밤에 만나도록 하자. 어차피… 심연으로 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까.”

        ​

        데이지는 마차를 몰아 적당한 여관으로 향했다. 마차는 전문으로 보관해주는 곳에 맡기고, 유니콘은 구릿빛의 처녀들을 만끽하러 사라졌다.

        ​

        해가 져도 아르테리스는 어두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낮보다 더욱 밝고, 화려하게, 마치 태양처럼 환하게 사방을 밝혔다.

        ​

        “이게 잠들지 않는 도시. 아르테리스….”

        ​

        낮에는 잠자코 있던 온갖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무녀가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반짝거리는 은화와 금화가 굴러가는 주사위에 오간다.

        ​

        “…아리아는 잠들었어. 이제 가자.”

        “네!”

        ​

        이안은 두근거리는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

        철벽의 수호자! 이스칼!

        등에 멘 방패 하나로 동료들을 수호하는 무적의 방패!

        ​

        드디어 직접 만나는구나!

        ​

        “…이스칼 님을 좋아하니?”

        “앗. 티 났나요?”

        “…많이.”

        “사실 용사, 음. 어머니의 일대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료가 이스칼 님이거든요. 남자답게 방패 하나로 온갖 역경과 고난을 헤치는! 무적의 방패!”

        “….”

        “아, 아! 특히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이스칼 님이 환상의 시련 속에서 프리가 님 곁에 남아서 무수한 마수와 맞서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수호자라는 이명의 시작이기 때문에 상당히 뜻깊은 사건ㅡㅡㅡ”

        ​

        이안은 말이 많아졌다. 데이지는 그 모습에서 어쩐지 좋아하는 성인에 대해 열성적으로 전파하는 케니스가 겹쳐 보였다.

        ​

        절레절레.

        ​

        데이지는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순수하게 이스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스칼을 만나게 해줘도 되는 걸까.

        ​

        ‘…여기서 돌아가라고 하면.’

        ​

        절대 안 돌아가겠지.

        ​

        데이지는 모질게 마음먹었다. 아이는 동심에서 깨어남을 통해 어른이 되는 법. 때로는 진실이 추악할 때도 있는 것이다.

        ​

        “……가자.”

        “네!”

        ​

        데이지와 이안은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걸음을 옮길수록 화려한 색채가 흐려졌다.

        ​

        까맣고, 회색빛의 골목을 얼마나 걸어갔을까.

        ​

        작고 튼튼한 철문 앞을 험상궂은 덩치 두어 명이 지키고 있었다. 데이지는 그곳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

        “정지. 여기는 우리 구역이다.”

        “그래. 당장 꺼져.”

        ​

        덩치들이 사납게 경고했다. 이안은 잽싸게 데이지의 등 뒤에 숨었다.

        ​

        “…영원의 향연이 시작되리라.”

        “손님이었나.”

        “들어와라.”

        ​

        덜컹!

        ​

        데이지가 암구호에 답하자, 덩치들은 철문을 열어줬다.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이지가 이걸 도대체 어찌 아는 것일까?

        ​

        “…암시장으로 가는 문이란다. 이런저런 일로 신세를 좀 졌거든.”

        “아. 그러면 이스칼 님이 지금 암시장에 계신다는…?”

        ​

        데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칼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

        도대체 이스칼 님은 무엇 때문에 암시장에 방문하셨을까?

        ​

        ‘설마 암시장에 있는 사악한 종자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

        이안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역시 무적의 수호자 이스칼 님. 암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지는 암시장의 미로 같은 길을 능숙하게 걸었다.

        ​

        말이 암시장이였지.

        실상 바깥의 시장보다 못한 것이 없었다. 화려하고, 밝고, 자극적이다.

        ​

        다만, 암시장에서는 법적으로 금지한 것들을 취급하기에 불법적인 상품들도 제법 보였다.

        ​

        “어이, 형씨. 한 모금 하고 가. 정신이 아주 뿅 간다니까.”

        “…쳐다보지 마.”

        “네, 넵.”

        ​

        수상한 연기를 뿜어내는 파이프를 권하는 상인. 가게 안에는 이미 연기에 취한 사람들이 해롱거리며 누워있었다.

        ​

        “…저기 계시네.”

        “허읍!”

        ​

        이스칼의 팔이 잘게 떨려왔다. 드디어, 드디어!

        무적의 방패이자 수호자 이스칼 님을 만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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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은 떨리는 걸음으로 데이지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

        “ㅡㅡㅡ120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ㅡ130골드!”

        “150골드.”

        ​

        치열한 경매가 진행 중인 곳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

        상품으로 올라온 것은 제법 커다란 물약. 이안은 그 물약을 알아봤다.

        ​

        ‘저건… 아까 낮에 전단지에서 봤던 물약이잖아.’

        ​

        남성에게 좋다는 식으로 온갖 외설스러운 단어로 홍보하던 그 물약이다. 

        ​

        “ㅡ으으으. 160골드!”

        “…180골드.”

        “180골드! 180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셋! 둘! 하나! 낙찰입니다!”

        ​

        물약은 180골드에 낙찰됐다. 멋 모르는 이안이 듣기에도 제법 높은 가격이었다.

        ​

        “도대체 누가 저런 물약을 저렇게 비싼 가격에….”

        ​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데이지는 이안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

        “……저기, 이스칼 님이 계시네.”

        “드, 드디어ㅡ!”

        ​

        이안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데이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치열한 경쟁 끝에 달콤한 과실을 움켜쥔, 영광의 주인공이 있었다.

        ​

        “……어?”

        ​

        이안의 눈이 커진다. 더, 더 많이 커진다.

        ​

        “끄아아아아아!! 하나 된 분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반년은 끄떡없겠어!!”

        ​

        터져 나오는 승리의 포효.

        방금 막 인어의 비약ㅡ 정력제를 손에 넣은 사내의 외침이다.

        ​

        “……에이. 거짓말.”

        ​

        부정.

        허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

        “으아아아아아아! 내가 이겼어!!!! 이겼다고ㅡ!!! 드디어 인어의 비약을 구했다!!! 흐하하하하하하!!!!”

        “…….”

        “…….”

        “……정말로…?”

        “……응.”

        ​

        이스칼.

        그는 흉악한 마수보다 밤이 두려웠고, 씻고 오겠다는 아내들이 무서워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감사합니다…!! 현관합체라니…!! 그런 야한 말은 쓰지 않도록 합시다…!!! 으음… 대신 순화된 단어인… 근친순애?라는 말은 어떨까요?? 제가 근친 순애를 좋아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에게는 황소 두꺼비를 닮은, 어머니의 둘째 자식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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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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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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