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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4

    <484 – 머리를 맞대면 나오는 해결책>

     

    환상의 불꽃쇼라 쓰고 환장의 불꽃쇼라 읽는 베수비오 화산!

     

    “돌아버리겠네. 정말로 내가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뭣 모르고 들어온 관광객들이 화산폭발 보고 사이좋게 떼죽음당할 거 아니야.”

    “정 힘들다면 말하게.”

    “정말 괜찮아요?”

    “어쩔 수 없지. 관광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작렬학파는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것이고 설령 마인을 막아도 관광객들이 진실을 알거든 여비를 모두 물어주는 수밖에.”

    “그게 괜찮은 거 맞아요…?”

    “그대로 그치면 좋으련만 화산4성도 관광객을 통해서 이 정보를 입수하거든 보험을 해지하거나 끝내 화산이 터질 시의 천문학적인 배상금이 우리 학파 앞으로 측정되겠지만… 적어도 사람은 덜 죽고 참사는 막을 수 있겠지.”

    “…”

    “그 대신 적색마탑에서는 우리 비주류 학파들의 자산을 모조리 돈을 주고 구매해서 배상금만 간신히 갚을 수 있게 만든 다음에 전부 쫓아내거나 빚쟁이로 만들겠지만… 탑이 있는 곳이 꼭 적색마탑은 아니지. 마음이 함께 한다면 이 늙은이들은 어디서라도 스스로를 적색이라 자부할 것이네.”

    “……”

    “제국의 경제사범이 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의지는 변치 않을 것이야.”

    “하나도 괜찮지가 않잖아요!!”

     

    남 일처럼 세상 초연하게 웃는 마그니어르신의 내공이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사람의 양심에 호소하는 노골적인 화술로 로지니의 불꽃쇼를 빼도 박도 못하게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제국관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까다로운 노인들이네♡ 저런 거 매일 당하면 위가 허접이 되어버려♡ 위산분비 절대 못 참아♡”

     

    매스각키는 진저리를 쳤지만 저런 좋은 기술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잘 보고 기억해뒀다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힘들 때 한번 써먹어야겠다!

     

    “해결책은 하나네요. 관광객의 입에서 마인이나 화산폭발이 언급되어 화산4성의 보험이 무사히 유지될 수 있도록 개쩌는 화산쇼를 보여주기.”

     

    관광객은 만족시켜서 산에서 곱게 내려 보낸다.

    마인은 화산폭발 없이 무사히 막아낸다.

    화산4성은 보험을 지금까지처럼 그대로 유지한다.

     

    전부를 동시에 지키기엔 어려운 도전이지만 적색마탑 비주류 어르신들이 제국의 경제사범이 되어 늦은 나이에 큰 학교(교도소)에 입학하지 않으려면 그 어려운 도전을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

    근데 또 잘 생각해보면 10대에도 공부에 미치고 20대 30대도 40대도 공부에 미치고 아예 공부하다 죽으라는 소리까지 듣는 것이 한국인 아닌가.

    한국의 좋은 문화를 게임세계 어르신들에게도 알려주며 공부하다 죽으라고 큰 학교에 보내드리는 것도 나름 인생의 진리를 전도하는 격이 아닐까?

     

    “오크노디. 엉뚱한 생각하지 마.”

    “넹?”

    “너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어르신들은 늙었어. 마탑의 권위도 연구의 결실도 모두 빼앗긴 채 한번 쫓겨난다면 두 번 다시 지금의 위치로는 돌아올 수 없어. 쫓아낸 작렬학파도 불편한 얼굴들을 다시 보기 싫으니 밀려난 어르신들의 명예를 이 악물고 흠집 낼 거야. 정말로 감옥에라도 갇힌다면 그곳에서 전부 돌아가실지도 몰라.”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아직’이라고 한 시점에서 엉뚱한 생각을 했다고 자백한 거거든?”

    “치. 진짜 아무 말도 안 했었는데. 제 생각은 어떻게 꿰뚫어봤어요?”

    “아카디아 백작영애한테 들었어. 오크노디와 함께 할 일이 있거든 엉뚱한 짓을 벌이기 전에 단속하지 않으면 항상 큰일이 생긴다고.”

     

    윽. 아카디아 언니면 어쩔 수 없지.

    거짓말도 안 통하는 언니한테 비법을 전수받았다니, 로지니도 참 치사하다.

     

    “그 비법 저한테도 알려줄 수 있어요?”

    “안 돼. 비밀엄수를 조건으로 들었어.”

    “칫. 그럼 불꽃쇼는 결국 하는 거예요?”

    “그래. 환상의 불꽃쇼인지 환장의 불꽃쇼인지 저지르는 수밖에 없어.”

    “와! 불놀이!”

    “풉풉. 허접 어린이♡ 너무 신났어♡”

     

    원래 게임에서는 쳐들어오는 적을 격퇴하기만 했지, 이런 불놀이 이벤트는 없었던지라 더욱 신이 났다.

     

    “한국인의 전통문화 쥐불놀이부터 알려드릴까요?”

    “들어나 보자.”

    “구멍을 뚫은 깡통을 빙빙 돌리면서 가지고 놀다가 논밭을 불사르는 놀이랍니다!”

    “네 악마적인 본성은 바닥을 가늠할 수가 없네… 악덕귀족들도 한 수 배워가겠어.”

    “아닛, 그런 나쁜 의도의 놀이가 아닌데요!”

    “그럼 논밭은 왜 불태우는데?”

    “어… 그러게요? 저는 몰?루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 거랍니다. 아버님이라면 분명 알고 계시겠죠!”

    “사악한 아버지에게 행동의 의미도 모르는 채 악행을 저지르는 더 듣기 거북한 이야기가 됐잖아?!”

     

    쥐불놀이는 아쉽게도 기각되었다.

    악마적인 발상이라고 매도당한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화산지대 근처에는 애초에 논밭이 없기 때문이었다.

    논밭을 불태울 수 없는 쥐불놀이라니, 그런 건 쥐불놀이가 아니야!!

     

    “저, 저… 열심히 알아봤는데 화기를 머금은 영초를 재배하던 밭이 있기는 합니다.”

     

    마그니어르신이 중임을 떠넘기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남겨둔 제자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귀찮고 손 많이 가고 힘든 일은 다 시키라고 남겨둔 제자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들 로지니와 또래 내지는 나이가 더 많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 사이에 속한 청년층이었다.

     

    “면적은 얼마나 되죠?”

    “100평 남짓입니다.”

    “100평? 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그렇다고 하네요. 한번 보러 가죠.”

     

    그런데 밭에 푸른색 이파리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파헤쳐진 땅과 갈색의 흙더미뿐이었다.

     

    “밭은 있는데 재배하던 약초는 작렬학파가 철수하면서 전부 회수해갔습니다. 보, 보다시피 남은 건 그냥 밭뿐입니다.”

    “선배. 그걸 먼저 말했어야죠…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더 빼앗으면 어떡해요.”

    “죄, 죄송합니다!”

    “후우. 혼내려던 건 아니었어요. 도와주려는 마음은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시간을 들이기 전에 정보 전달을 꼼꼼하게 해주세요.”

     

    고개 숙여 사과하는 선배만큼 나도 괜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괜히 쥐불놀이 얘기를 해서 로지니의 시간을 빼앗지 않았던가.

    전단지에 언급된 환상의 불꽃쇼가 시작되기까지는 불과 이틀이 남았다.

    이틀은 적은 시간이다.

    환상의 불꽃쇼를 기획할 시간이라면 더욱 적다.

     

    “매스각키 황녀님은 뭐라도 조언해줄 이야기 없어? 오크노디의 쥐불놀이처럼 유의미한 조언이 되진 못하더라도 뭐든 던져줘. 예상치 못한 실마리를 붙잡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불꽃쇼가 시작되는 이틀 뒤까지는 마인의 침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관광객이 몰려 번잡한 시기야말로 마인들이 침공하기 좋으니까♡”

     

    매스각키 황녀는 이쁘장한 얼굴로 턱에 손을 얹고 생각에 골몰하더니 못된 꾀를 떠올려낸 악동처럼 히죽 웃었다.

     

    “황궁에서도 불놀이는 가끔 봤어♡ 용이나 불사조의 형상을 만들고 광장 위를 날아가게 연출하면 민중들이 좋아죽는다고 궁중마법사가 자랑 했었어♡”

    “용도 불사조도 내 마력으로는 무리거든? 본 적이 없는 생명체는 상상력으로 때워야하는데 그러면 소모되는 마나는 커지고 구현되는 수준은 낮아진다고.”

    “마법사는 기억력이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킥킥. 드래곤교장의 주간이벤트는 뭐 하러 겪었어? 너무 무서워서 기억에서 잊어버린 거야?”

     

    로지니가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날 고평가해주는 건 고맙지만 1학기에 드래곤 교장님의 가르침을 받았던 건 상급반뿐이거든? 하급반은 주간이벤트를 겪는다고 교장님을 보지는 않는다고.”

    “세상에. 그럼 자기가 다니는 아카데미 교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허접소리 하기만 해봐. 그 괘씸한 혓바닥에 용암이 떨어진 것처럼 고통스러운 매운 맛의 적색마탑 특제사탕을 물려줘버릴 테니까.”

    “앗, 그런 좋은 걸 혼자만 아껴두고 있으면 어떡해요? 저 주세요. 저 먹고 싶어요!”

    “벌로 준다는 걸 왜 자처해서 먹으려는 거야…”

     

    적색마탑 특제 매운 맛 사탕을 쪽쪽 빨아먹고 있으려니 로지니의 불꽃쇼도 조금은 구체화되었다.

     

    “교장은 몰라도 주간이벤트는 많이 겪었지. 적어도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하급반인 나라도 충분히 흉내 낼 수 있어.”

     

    잠복술식에 의한 마법의 깜짝 등장.

    왜곡술식에 의한 마법규모의 속임수.

     

    “이렇게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교장의 장난들은 적염학파와 상성도 잘 맞고.”

    “정말요?”

    “적염학파는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해온 학파야. 출력도 제어도 부족하기에 작은 것을 크게 포장하고 순간의 번뜩임으로 놀라게 만드는 일은 낯설지 않아.”

     

    그럴 수가.

     

    “로지니가 과대포장 질소파였다니, 믿을 수 없어요! 가성비 집나간 사악한 과자의 원흉 같으니!”

    “헛소리 하지 말랬잖아. 나한텐 정말로 시간이 없다고. 이런 재주를 부려봤자 평민 관광객들이나 만족시킬 뿐이지, 귀족급 이상의 관광객들에겐 부족해.”

     

    마법이란 낯설기에 경외심을 일으키는 것.

    마법이 친숙하고 편리한 <도구>로 인식되는 자본이 넘치는 고위계급은 경외의 감정을 잊은 지 오래다.

     

    어떤 마법이 사용되었는가.

    그 마법의 시전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얼마의 돈을 내면 그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마법사를 고용할 수 있는가.

     

    철저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관객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운 마법이 필요해. 콧대 높은 귀족들도 모를, 경외의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는 마법이.”

     

    로지니의 고민은 이해했다.

    그러나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로지니는 기말고사에서 몇 등 나왔어요?”

    “갑자기? 일단 54위이긴 했는데.”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가 나왔지만 점수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있었지. 정답이 아닌 선택지를 전부 지우고 정답후보 사이에서 찍거나. 익숙한 술식의 도출값을 알고 있어서 객관식 보기에서 답을 찍거나.”

    “실기에서는요?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스피드시합에서 <불꽃쇄도>의 숙련도가 부족해서 뒤처진다면 그대로 뒤처질 거예요?”

     

    로지니의 눈에 승부욕의 불길이 일렁거렸다.

     

    “앞길에 불을 질러서라도 빠른 놈들은 발을 묶고 나 혼자 지나가야지.”

    “바로 그거예요!”

    “…관객들한테 불을 지르라고?”

    “아닛, 어떻게 그런 사악한 발상을!! 로지니는 악마인가요?! 세상을 불태울 적염술사가 되고 싶어도 그건 배드엔딩 루트니까 참아주세요!!”

    “하. 그럼 네가 원한 대답은 뭔데?”

    “정공법으로 부족하면 편법을 써야죠. 불꽃만으로 놀라게 만들 수 없다면 다른 마법이나 보조수단을 써도 되고요.”

    “그나마 익숙한 화염마법도 마나가 부족해서 골치 아픈 마당에 다른 마법을 섞어쓰면 마나소모량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그 발상부터 잘못됐어요! 관객을 만족시키는데 모든 마나를 쓰니까 부족하죠. 저희의 목적은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위자료를 내지 않고 곱게 돌려보내는 거잖아요?”

     

    로지니의 눈에 일어났던 승부욕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불안과 초조에 바람 앞 등불처럼 눈동자가 위태롭게 이리저리 떨렸다.

     

    “관광객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저 있잖아요. 마침 괜찮은 악기를 하나 구했거든요. 숙련작도 할 겸 연주회로 바꾸죠!”

    “뭐?”

    “불꽃이 전부 꺼질 때까지 연주를 버텨야하는 불꽃쇼! 마나가 부족하면 귀족관광객들이 꺼지려는 불꽃을 억지로 되살려야 하는 기믹도 추가해서요!”

    “그 사람들이 그걸 왜 버텨야하는데?”

    “어… 그러게요? 제 숙련작을 위해서?”

     

    집 나간 로지니의 정신이 되돌아오며 골벵이처럼 빙빙 돌던 눈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아앗, 저건 이사벨이 기껏 요리한 밥을 이미 한 번 먹은 요리라고 투정 부릴 때마다 짓는 화난 요리사의 세모눈…!

    지금이라도 배낭배낭에서 냄비뚜껑을 꺼내서 머리에 뒤집어써서 꿀밤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자니, 생각지도 못한 지원이 들어왔다.

     

    “그거 재밌네♡ 상금으로 금화 1만매 걸어♡”

    “저희 비주류학파에 그런 거금은 없습니다. 없는 돈도 마탑에서 빌려 쓰고 있습니다.”

    “하아~? 매달 개발비 지원해주세요~ 하면서 징징거리는 허접마탑한테 돈 따위 바랄 리가 없잖아~ 내가 주는 수표로 써♡”

     

    매스각키 황녀가 금화 1만매가 적힌 엄청난 거액의 수표를 꺼냈다.

    무려 배낭배낭2호(유물, +12강)의 감정가와 동일한 엄청난 양의 금화!

    로지니의 눈에 분노 대신 감동이 벅차올랐다.

     

    “어떻게 이런 거액의 수표를… 너 설마 처음부터 우릴 도와주려고 수표를 챙겨왔어? 황제폐하에게 사정을 알리고 지원금을 받아낸 거야?”

    “아닌데~? 시험 보느라 바빠서 안 쓴 용돈♡”

    “…”

     

    관광객들을 유혹할 상금은 제국황실수저 매스각키 2황녀의 용돈 금화 1만매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돈으로 배낭배낭2호를 살 수 있는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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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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