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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4

       도착한 저택은 그야말로 ‘휴양지’였다.

        

       내륙에 있는 제국 근처였기에 당연히 바닷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바닷가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쪽 세상에서 제대로 된 휴양지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다 같이 가는 것으로 바닷가에 간 적은 있지만 딱 그뿐.

        

       기본적으로는 황제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일하지 않을 때는 그냥 황궁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격 훈련하거나 공부하거나 했고. 시간까지 돌려가면서.

        

       전생까지 다 포함하면……계곡이나 바다에 가본 적은 많은데, 이런 호숫가 옆의 저택에 머물러본 적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세상에 호수 없는 나라를 찾는 게 더 어려웠을 텐데. 하긴, 굳이 호수로 한정하지 않아도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은 엄청나게 많긴 했지만.

        

       끝이 안 보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 멀리 삐죽삐죽 솟은 침엽수가 우거진 숲이 보이는 커다란 호수. 심지어 그 호수와 저택 사이에는 부두도 있었다. 노를 젓는 배가 정박하여있는 것을 보니 정말로 외국 영화에나 나올법한 분위기였다.

        

       ……외국 영화에서 보통 이런 장소가 나오면 살인 사건 현장이 되곤 하지만 말이다.

        

       뭐, 적어도 우리 중에서 살인자가 나오지만 않으면 괜찮다. 애초에 하나하나 죄다 인간병기인 존재들 아니겠는가. 이 중에서 쉽게 죽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보다 좋은데?”

        

       벨라는 기대 이상이라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여기까지 운전해 온 기사는 허리를 숙여 보이더니,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저택을 향했다.

        

       그래, 그리고 이 저택에서 지낼 사람은 우리뿐인 건 아니다. 저택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게다가, 앨리스의 허가를 받아서 이렇게 장소를 옮길 수 있었을 뿐, 아직은 모두 복역 중인 신분이다. 혹시라도 도망갈 것을 대비해 아예 병력이 이 주변에서 주둔하는 중이다.

        

       애초에 여기 자체가 고위 장교한테 빌려주는 용도라는 것 같기도 하고.

        

       따로 영지가 없는 평민 출신 장교들한테 인기가 많은 곳이라는 모양이다.

        

       “일단 방으로 가볼까?”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기 전에는 꽤 시큰둥했던 루카스도 막상 도착하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긴,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광경이니까.

        

       저택은 3층짜리였다. 사실 인원수를 생각하면 3층도 작은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옆으로 꽤 길쭉하게 생겨서 방이 모자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지내게 된 방은 2층에 있었다.

        

       방에 테라스가 붙어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원하게 호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안에 있는 침대는 세 개.

        

       당연히 나, 클레어, 앨리스가 함께 쓸 방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셋은 그냥 세트 취급이구나.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바로 옆 방은 벨라의 방이었다. 벨라 방과 우리 방은 테라스로 이어져 있어서, 밖에 나와 앉으면 서로 만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벨라가 굳이 우리를 만나러 올지는 의문이지만.

        

       제이든과 루카스는 각자 방을 하나씩 쓰겠다고 고집했다. 자연스럽게 데미안도 혼자 방을 쓰게 되었다.

        

       셋의 방은 조금 더 작았다. 물론 개인실이라기에는 꽤 컸고. 3층에 있는 방들이었는데, 이 방들도 전부 테라스가 붙어있었다.

        

       방에 와보니 이미 사용인들이 우리 짐을 가져다 둔 상태였다.

        

       “와, 침대가 내 방에 있는 것보다 좋아.”

        

       클레어는 침대 하나를 골라잡고 위에 푹 누워보며 말했다.

        

       “부러우면 입대하면 돼. 마침 우리는 아카데미 출신이니까, 장교로 들어가기 엄청 좋을걸. 그러면 이런 휴양지는 휴가 갈 때 신청해서 쓸 수 있어.”

        

       “……인기 많다면서? 쓰고 싶다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곳이야?”

        

       클레어의 말에 앨리스가 눈을 피했다.

        

       “흥.”

        

       클레어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

        

       교복이 여러모로 군복처럼 생긴 학교에 다니고 있긴 했지만, 클레어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당연히 군대 같은 곳에 일부러 들어가려 하지는 않을 거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도 학풍이 비교적 자유로운 곳이라 그런 거겠고.

        

       침대에 앉아 몇 번 정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그 푹신함을 마음껏 맛본 클레어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이제 뭐 하는데?”

        

       “잠깐 낚시라도 해볼 생각이었는데.”

        

       “낚시?”

        

       클레어와 앨리스가 동시에 말하면서 나를 보았다.

        

       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경쟁 요소가 있는 놀이를 하면 루카스와 제이든이 싸울 것 같아서.”

        

       “……그래서 고른 게, 낚시?”

        

       “……왜?”

        

       나는 물었다.

        

       앨리스가 황당하다는 듯 나를 보고 있어서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다른 걸 해야 하나?”

        

       “…….”

        

       내 질문에, 앨리스와 클레어가 눈을 마주쳤다.

        

       “아냐. 낚시하자.”

        

       “응, 좋아.”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한 말인 것 같은데, 뭐, 아무래도 좋다. 하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뭐.

        

       “그런데, 황제는?”

        

       “곧 도착할 거야. 일부러 시간을 두고 오도록 했으니까?”

        

       “……기차 안에서 암살당할까 봐?”

        

       “완전히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

        

       황제가 가장 위험인물이라 따로 다루는 것도 있었지만, 긴 시간 동안 같은 기차 안에 그 아이들과 함께 두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뭐, 결국 여기서 만나면 또 비슷한 고민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똑똑.

        

       마침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황녀님,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

        

       사용인이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 세 사람 중, 그 손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

        

        

       호숫가에 나란히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루했다.

        

       그 지루함을 내가 어느 정도 의도하긴 했는데, 그래도 자리를 너무 띄어서 앉은 것 같기도 했다.

        

       벨라, 루카스, 제이든, 데미안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당연히 여기서 데미안을 부르고자 한다면 꽤 큰 소리로 불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데미안은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오고 나서 나름 만족한 것 같은데, 누가 함부로 말을 걸어서 모처럼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 같았으니까.

        

       앨리스와 클레어는 그래도 나와 꽤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낚싯줄이 꼬이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데미안의 반대쪽 끄트머리에 앉은 앨리스로부터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덩치 큰 남성이 한 명 앉아있었다.

        

       황제였다.

        

       그래도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럭저럭 괜찮았던 분위기는, 황제가 도착하고 나자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우리끼리는 그래도 꽤 친해졌지만, 황제는…… 여전히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마지막까지 황제를 부르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은 형제자매끼리 친해진 뒤에 부르는 건 어떨까 고민했던 것이다.

        

       결국 부르긴 했지만.

        

       수면에 떠 오른 찌는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호수의 물고기를 죄다 잡아가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그냥 우리가 자리 잡고 앉은 가장자리가 비교적 얕은 곳이라 그런지 한참을 앉아있었는데도 한 명도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다들 뚱한 표정으로 앉아서 찌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

        

       실패인가.

        

       나는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 뒤통수를 세게 때려주고 싶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비슷한 짓을 할 수는 있었다. 시간을 돌린 뒤 나 자기 머리를 때리면 되었으니까.

        

       지금은 못 하는 일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응?”

        

       갑자기 제이든이 소리를 냈다.

        

       그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모두가 제이든의 얼굴을 한 번 봤다가, 제이든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똑같이 시선을 움직였다.

        

       찰랑.

        

       찌가 살짝 움직였다.

        

       제이든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낚싯대를 낚아챘다.

        

       “오오!?”

        

       제이든이 탄성을 질렀다.

        

       찌가 움직이고 있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낚싯대가 휘어졌다.

        

       “물었다! 실비아, 봐라! 물고기가 물었다!”

        

       “내 쪽을 보지 말고 물고기 쪽을 보라고!”

        

       내가 소리치자, 제이든은 바로 시선을 돌려서 낚싯대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릴이 달리지 않은, 비교적 간단한 모양의 낚싯대였다. 힘 조절을 적절하게 하며 잡아당기는 것으로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루카스, 뜰채 가져와라, 뜰채!”

        

       “누가 누구보고 명령이야?”

        

       하지만 루카스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제이든 근처로 갔다—

        

       “루카스! 네 낚싯대!”

        

       앨리스가 외쳤다.

        

       루카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번에는 루카스의 찌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자리 근처에 두었던 뜰채를 가지고 얼른 제이든 근처로 갔다.

        

       끌려온 물고기는 꽤 컸다. 어종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어두운 색의, ‘민물고기구나’ 싶은 외모를 가진 물고기였다.

        

       뜰채로 제이든의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데, 루카스가 외쳤다.

        

       “야, 야! 나도 좀 도와줘!”

        

       아니, 한참 동안 안 잡히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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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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