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85

       

        

        

        

        

        

        

        

        

        

        

       “어으, 차가워…!”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푸른 심연의 속으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세 발자국.

        

        생각보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을, 무릎을, 허리와 상체를 휘감고, 이어 몸 전체가 잠겨들 즈음 투명한 물 속이 하모니의 눈에 보였다. 하와이 하면 생각나는 하늘을 닮은 연청색, 혹은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아니라, 지금도 저어기 바다를 신나게 헤엄쳐다니는 비얌의 눈동자를 닮은 한없이 푸른….

        

        그 뒤를 따라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이스였다. 한 발씩 내딛으며 바다에 점차 익숙해졌던 그녀 자신과는 다르게, 다이스는 몸 곳곳에 물을 묻힌 뒤 즉각 케이지 안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물보라와 함께 소음이 일었고, 노란 머리카락이 바다에 녹아들듯 하늘거렸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두 명은 후드집업형 래쉬가드를 입은 탓에 스트리밍에도 무리없이 나올 수 있었고, 그리하여 두 명은 방송은 신경쓰지 않은 채 숨이 멀쩡하게 쉬어지는지를 확인했다.

        

        스노클과 연결된 두꺼운 공기 호스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둘은 수면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그리고-

        

        

        

       ‘엄마야…!’

        

        

        

       -어우 깜짝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렇게 보니 로렌티나눈나가 상어 모티브가 맞긴 하구나 ㅋㅋㅋㅋ

       -머리카락색도 상어랑 색이 비슷하네 ㅋㅋㅋ

       -하모니 화들짝wwwww

       -고양이가 물에 들어가면 상어밥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 앞에 로렌티나가 있었다.

        

        그것도 씨익 웃으면서 손까지 흔든다. 그 와중 목 언저리에서 묘하게 생긴…아가미 같은 게 하모니의 시선에 걸려들었다 – 물 속으로 들어간 지 16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수면 위로 머리를 들 기색이 없다 싶었더니 저래서 가능한 거였구나.

        

        하모니가 그리 생각하던 와중, 로렌티나는 함께 다니던 유달리 거대한…대략 5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상어의 옆구리를 툭툭 쳤고, 마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듯한 모습이 그녀의 눈에 이어 잡혔다. 실제로도 딱히 다르지 않을지도 몰랐고.

        

        시청자들은 저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보고 무슨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그리 생각하던 와중 대화가 끝나기라도 했는지 로렌티나는 거대한 상어를 옆에 끼고는 케이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뭘 하라는 거지?’

        

        

        

        금방이라도 케이지를 들이받을 것처럼 다가오던 상어가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그러더니 꼬리를 움직여 옆으로 휙 돌았고, 이어 철창에 측면을 비비듯…설마 이건 만져보라고 하는 건가? 그리 생각한 하모니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5m나 되는 상어의 옆구리를 손으로 슥슥 쓰다듬어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거칠었다.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쓰다듬자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리하여 반대 방향으로 만져보자 이번에는 저항감 없이 부드럽게 만져진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상어의 피부를 모티브로 한 수영복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물의 저항을 이겨내기 위함이었구나.

        

        그 와중 어쩐지 귀찮다는 듯 꼬리를 휙 튕긴 상어가 케이지의 반대 방향으로 슬금슬금 움직여 다이스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이, 거대한 상어의 몸에 가려져있던 로렌티나가 휙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하모니의 머리를 쓰담쓰담.

        

        

        

       ‘…잉?’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쓰다듬어버리기 ㅋㅋ

       -진짜 상어눈나는 녹냥이 무지하게 아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조카마냥 살살 쓰다듬고가네

       -시선강탈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여러모로 신기한 분이다.  하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하모니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당연했다. 하모니에게 있어서 유진과 로렌티나는 일종의 큰언니였고 – 물론 언젠가 로렌티나와 로건의 나이가 녹냥이의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 , 실제로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물론 나이가 어찌 되든, 발현자들의 노화가 극단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전부 언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지만.

        

        

        머리 위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생각을 바닷물에 흘려보낸 하모니는 어느샌가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다이스가 있었다. 그녀는 손을 철창 밖으로 뻗어 상어를 만지는 중이었다. 요컨대 아까 민아에게 신체 터치를 허락해주었던 상어는 이미 다이스 쪽으로 가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의 흐름은 그닥 길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발바닥을 콕콕 찌르는 듯한 감각이 하모니를 덮쳤다.

        

        

        

       -으부부부…!!

        

        

        

        기포가 보글보글 솟아오를 정도의 경악.

        

        그와 동시에 하모니는 작은 구멍이 이리저리 뚫린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발판 아래를 바라보았고, 약간의 미소를 띤 유진과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인어처럼 수중을 누비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인어라기보단 바다뱀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보기에는 예뻤다.

        

         다이스와 하모니의 수중 샤크-투어는 호떡 일행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두 명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오만가지 상황을 겪었고, 그로 인해 강철처럼 제련되어버린 멘탈은 샤크 투어에 두려움보다 흥미를 더 크게 느끼게 만들었다.

        

        몸에 수건을 덮은 채 유진 스트리밍을 보고 있던 호떡 일행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아니, 하모니 얘는 간덩이가 무쇠로 만들어졌나?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하나도 안 쫄고 버틴대?”

        

       “우리가 쫄보인거야, 얘들아. 그리고 리밋 너 아까 나한테 왜 달라붙었냐, 뒤질래?”

        

       “아니, 상어가 나한테 왔다고! 너도 쫄았잖아!”

        

       “진짜 개허접들….”

        

        

        

        그렇게 콩가루같은 우애를 지닌 세 명 간의 화기애애한 의견 교환이 이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어의 무서움을 경시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하모니와 다이스의 담력이 진즉 일반인 이상을 뛰어넘었단 것 또한 명명백백했다.

        

        상어 크기가 5미터가 넘는 친구들이 열다섯 마리씩 주변을 싸돌아다니며 철창 인근을 돌아다니는 걸 제대로 쳐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실로 두려운 일이었으니.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머가 울렸다.

        

        15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손목에 찬 워치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확인하자마자 케이지 바닥에 고정된 수중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더 오래 있기도 그랬다. 바닷물 온도가 꽤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계단을 타고 흠뻑 젖은 두 명이 배 위에 올라오자 박수가 터졌다.

        

        

        

       “이야, 고생했다.”

        

       “진짜 대단하다, 증말. 안 무서웠어?”

        

       “가면 갈수록 재밌더라. 중간중간 로렌티나 씨랑 유진 선생님도 주변 떠다녀서 보는 재미도 있었고….”

        

       “무슨 비닐봉지 떠다니는 것처럼 얘기하네.”

        

        

        

        첨벙!

        

        그러던 와중 배에서 대략 십 미터 떨어진 해상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두 개의 머리. 흠뻑 젖은 로렌티나와 유진이 거기에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두 명은 잘 즐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투어를 함께 즐겼다기보단 아쿠아리움 다이버 같은 느낌으로 투어링을 도와준 느낌이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저 둘이 즐기지 않았단 건 아닐 터였고.

        

        케이지를 밟고 배 위로 올라서자마자 바닷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가운데, 다이스와 하모니가 들고 나온 수중캠이 꺼지며 다시금 드론캠이 작동을 시작했다.

        

        

        아이스박스에 담겨있던 이온음료 한 통을 통째로 비운 로렌티나와 유진은 그제야 빈 자리에 앉았고, 후 하고 숨을 토해내며 덧붙였다.

        

        

        

       “계속 수영하고 다니니 배가 꽤 고프네요. 상어 투어 더 하고 싶은 사람 있으신지?”

        

       “엑, 그건 쪼오금….”

        

       “그럼 슬슬 본토로 돌아가봅시다. 소금기를 씻어내야 하니 샤워부스부터 들리고.”

        

        

        

       -와 래쉬가드 착달라붙어서…와…와…준내커….

       -신체굴곡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하고싶은말은너무많은데할수가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부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상어랑 뱀과 북극곰이다

       -어휴진짜 ㅋㅋ 나도 클립 오백만개 땄지만 니들이랑은 다르다는 걸 알아둬라

       -다르긴 하네요 미친 도라이 변태새1기야

        

        

        

        물론 두 명은 채팅창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수많은 파란을 몰고 온 상어 투어가 끝나고, 하와이에서의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진짜, 섬이라 그런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밖에 안 보이네. 아무리 에메랄드빛 바다가 예쁘다고 해도 그렇지, 발 디딜 수 있는 백사장이 있으면 무조건 사람 몇 명은 몰려있고.”

        

       “섬 전체가 관광지인 곳이 다 그렇지. 이따가 불꽃놀이나 구경해.”

        

       “그래야겠다, 어으….”

        

        

        

        하와이,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관광지.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과 넘쳐나는 사람들, 호텔 부지 내 광장에서 드문드문 벌어지는 훌라 공연까지.

        

        그러나 그런 관광지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사실이지만, 하루종일 섬을 쏘다니며 하와이 풀코스를 즐기고 온 일곱 명 – 나를 포함한 – 은 피곤해서인지는 몰라도 그 감흥이 조금 사라지긴 했다.

        

        물론 내일이 되면 다시 기운이 만땅이 되긴 하겠지만.

        

        

        

       “좀 더 기대해도 좋아요. 해변가 순례는 기본이고, 아직 요트 투어, 제트팩 플라이어, 원한다면 패러글라이딩도 할 수 있으니까요. 원한다면 헬리콥터를 타고 공중에서 화산을 구경할 수도 있어요.”

        

       “와, 근데 유진 씨는 헬리콥터 타실 수 있어요?”

        

       “무게 제한 때문에 타려면 저를 포함해서 한 명 정도만 같이 탈 수 있을 거예요.”

        

       “앗….”

        

        

        

       -^250kg^

       -헬기투어가 아니라 헬기타고 침투하는 게 더 어울리는 무친 상여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들은 하와이 헬기투어가 아니라 리틀버드 옆에 간이좌석 펴고 앉아서 도시 저공침투하는 걸 보여줘야되겠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투어wwww

       -이왕 일케 된 거 근처 군부대에서 헬기하나빌려오죠??????

        

        

        

        아휴, 증말.

        

        채팅창은 오늘도 개소리가 트럭 단위로 쌓여가고 있었다. 이 친구들을 적당히 짬통에 쓸어넣은 뒤 우주로 사출시키면 세상이 얼마나 깨끗해질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한 방에 적당히 모인 채 발코니에 앉아 밤하늘을 구경했다.

        

        저녁은 상층 히든 라운지에서 먹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렇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으므로 시원한 바닷바람과 철썩이는 와이키키 해변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야외 발코니 테라스에서 룸서비스를 시켜먹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비용은 제로였다. 부모님 만만세.

        

        

        아무튼 우리 친구들의 의견을 다시금 들어볼까 하며 재차 저녁식사에 열중, 동시에 어둠이 내린 하와이를 유유자적 눈으로 살피고 있었을까.

        

        

        

       ───퍼어엉!

        

        

        

       “우와.”

        

       “시작됐다.”

        

        

        

        이카루스 레지던스의 벽면, 그리고 바로 앞의 해변가.

        

        거기서부터 터져나온 불꽃이 와이키키 해변으로 둥실 떠올랐으며, 이어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와 광채를 온 사방으로 퍼뜨렸다. 불로 이뤄진 수천 개의 꽃잎이 때늦은 가을, 하와이의 창공에서 만개한 것이었다.

        

        여전히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테이블 위에 가득히 올려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이나마 식사를 멈출 정도의 광경이었다.

        

        

        나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카루스 레지던스는 그저께부터 오늘 불꽃놀이를 할 예정이라며 사방팔방에 광고를 흩뿌리고 다녔다.

        

        그리하여 해변가에는 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인파가 몰려든 상태였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결코 묻어버릴 수 없었다.

        

        내 가족에 대해 이리저리 알게 된 하모니와 다이스는 지금 이 불꽃놀이가 나 덕분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얼추 알고 있었기에 묘한 표정을 지으며 쿡쿡대고 있었고, 호떡 일행은…바깥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눈에서 떼지를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누군가가 툭 던졌다.

        

        

        

       “조금 익숙해지려고 하면 몇 번이고 환상적인 광경을 눈에 때려박아주네….”

        

       “여행은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다른 세상에 왔다는 걸 이렇게나 절절하게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난 저걸 보면서 왜 얼마 전에 했던 사격이 떠오르지…?”

        

        

        

       -산통 다 깨네 녹냥이쉑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즈기요 녹냥씨?????

       -호떡리밋스톤 순식간에 나라잃은표정wwww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ㅋㅋㅋ 니네 내일이나 모레에 총쏘러 가야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지훈련은…아직 끝나지 않았다….

       -뭘 끝나 이제 시작이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휙!

        

        그리고 그 순간, 호떡과 리밋, 스톤이 느끼고 있던 감회가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듯한 표정이 각자의 얼굴 위로 떠올랐다. 당연하겠지만 그 말을 한 당사자는 하모니였다.

        

        어처구니가 사라진 나머지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바깥에선 계속해서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이 신명나는 부조화 속에서 도대체 하모니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또 막상 생각해보니 완전히 뜬금없이 한 말도 아닌 듯했다.

        

        폭죽이 터지는 모습에서 총성을 떠올리는 건…사실 이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 곧 PTSD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건 아예 아니었다.

        

        

        아무튼, 사격이라.

        

        호떡 일행이 진짜로 하와이로 찾아오겠다는 언질과 함께 이틀차에 예정되어 있었던 모의전이 뒤로 밀렸고…여행 자체는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었던 만큼, 모의전 자체는 출국 전날을 제외한 모든 날에 적당히 끼워넣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들을 참여시킨다면 총기 영점을 잡아야만 하고…그것만 하고 다시 돌아가기도 좀 그렇거니와 아직 스나이펙스 엘리게이터와 같이 쏴보지 않은 총들도 남아있었으니 사격장은 다시 가야만 했다.

        

        거기서 안전교육을 하고, 영점을 잡고, 이런저런 총기 다루는 방법을 교육시키려면 나와 로렌티나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잠깐.’

        

        

        

        그와 동시에 하모니 및 다이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치 햄스터처럼 옴뇸뇸 식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할지를 딱히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이제 몇 초 안에 알게 될 것이었다.

        

        이 세 명에게 찰싹 달라붙어 안전교육을 해주고, 영점조절도 도와주고, 다양한 중화기까지 체험시켜줄 수 있는 ‘교관’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그 답은 간단했다.

        

        

        

       “두 분.”

        

       “네?”

        

       “내일, 혹은 모레 다시 방문하게 될 사격장에서 저희와 함께 인스트럭터 역할을 맡아주실 수 있나요?”

        

       “…헉.”

        

        

        

        인스트럭터.

        

        혹은 총기사격 강사.

        

        또는 교관.

        

        이게 무슨 소리인지를 차분하게 따져보고 있는 호떡 일행과는 다르게, 이쪽과 한참을 같이 다닌 하모니와 다이스는 잠시 뇌정지가 왔-으나, 이내 그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지를 얼추 가늠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훈련소에 가본 적도 없는 두 명이 마치…진짜 교관이나 지을 수 있을 법한 악의 어린 표정을 지으며 놀랍도록 상쾌하게 덧붙였다.

        

        

        

       “호떡, 리밋, 그리고 현아까지 가르치란 거죠? 물론이죠. 그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 있어요.”

        

       “유진 씨가 근래 했던 제안 중에서 가장 재밌을 것 같네요.”

        

       “…에, 저기? 민아야? 다이스 씨? 갑자기 다들 왜 그래요?”

        

       “나, 나 한국에서 짐 하나 안 가져온 것 같은데, 잠깐 다녀올게. 엄마가 배추김치 좀 가져가라고 30초 전에 통화를 하셔서 어쩔 수 없이-끼야아아악!”

        

       “이리 와, 올빼미 1번, 2번, 3번들아!”

        

        

        

       -아니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불꽃놀이 관람에서 어느 방향으로 드리프트를 했길래 하모니랑 다이스가 교관이 된다는 결론으로 꺾인 거임???

       -알게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으면 그만이야~~~~~

       -날 벼 락 w w w w w

       -???, ??? : 유진스쿨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아쎄이들! 희망을 버려라!

        

        

        

        하청.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무조건 통하는 방법은 이번에도 제 역할을 해냈고, 우리 새끼 비얌들은 새로이 내려진 임무를 놀랍도록 훌륭하게 수행할 준비가 된 듯했다.

        

        반쯤 급조하여 떠오른 발상이지만 실로 훌륭했다.

        

        

        

       “히히.”

        

        

        

        즐거운 난장판이었다.

        

        가을 밤하늘이 유달리도 아름다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금 새끼비얌이 탄 비얌봉고가 출발했다!

    희망을 버려라!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