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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5

       스스로를 천마신교의 창시자라 주장하던 놈팽이의 서적에 따르면 천마신공이란 애초부터 다른 이를 집어 삼키기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다.

       

       녀석 스스로 이야기를 하길 더 대단한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천마신공이라 하였으니.

       

       신공은 태어날 때부터 포식자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무공이 주인을 잡아먹으려 드는 특성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생명을 집어삼키며 자괴하는 천마신공의 사용자를 자신이 취해 더 많은 힘을 얻기 위하여.

       

       그 녀석은 서적 속에 회한을 담으며 회개를 하고자 하는 듯 했으나 본인에게 있어 그것은 위선조차 아닌 무언가로 보일 따름이었다.

       

       역겨운 놈. 본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살지도 죽지도 못한 모습으로 영원을 보내게 만들었을 것이야.

       

       행동이나 사고방식 하나하나가 역겹기 그지없는 놈팽이이기는 하지만 그 놈이 단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있다면 천마신공 속에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그대로 넣었다는 것이다.

       

       세상을 굴복시켜 자신의 뜻을 이루는 것.

       

       하늘 아래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부수고 그 위에서 새로운 하늘을 만드는 것.

       

       창천.

       

       그 놈이 자신의 깨달음을 거리낌없이 무공 속에 담았기에 나는 그 놈이 이르렀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 놈이 바라던 것보다 더 드높은 경지일지도 모르지.

       

       그 놈팽이가 남긴 글을 믿기도 어렵고 역겨운 자식과 직접 대화를 해 본 적조차 없는지라 무엇 하나 정확한 것은 없다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존재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스스로가 바라는 것을 이루지도 못하던 쓰레기가 만들어낸 것에 본인이 개입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

       

       서적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렸던 내용을 떠올린다.

       

       경지에 이르기 전의 본인이라면 무슨 헛소리냐고 일축했을 이야기.

       

       경지에 막 올랐을 때의 본인이라면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거릴 것.

       

       허나 작금의 본인이라면.

       

       경지에 이르고서 무수히 많은 경험을 손에 넣은 본인이라면.

       

       뭉치 녀석에게 이치와 이치를 뒤섞어 새로운 이치를 만들어내는 법을 배운 본인이라면.

       

       능히 할 수 있는 내용.

       

       긴장은 없다.

       

       걱정도 없다.

       

       망설임도 없다.

       

       천마신공을 익힌 자의 혼에 개입하는 것에 어찌 본인이 미혹을 가지겠느냐.

       

       기기 속에 얌전히 누워 있는 한서우를 본다. 녀석의 안에 넘실거리는 심마를 본다.

       

       격렬하군. 파이스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이리도 거대했다는 말이더냐.

       

       하긴. 엔리 녀석에게 듣기로 한서우는 파이스 하나에게 밀려 몇 년 동안이나 꿈을 좌절당했다 했으니 그 욕구가 가벼울 순 없겠지.

       

       내기를 모르는 육신이라 살았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신공에게 잡아먹혀 육신마저도 잃어버렸을 것이야.

       

       문제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를 알았으니 이제 해결하는 법은 간단하다.

       

       놈의 몸 주변에 새로운 세상을 그렸다.

       

       작금의 그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완전히 별개의. 오롯이 본인의 뜻만이 개입하는 세상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심상에 개입한다.

       

       도사나 신선놈이라면 욕망을 없애야한다 이야기했을 터이다만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다.

       

       위를 향하여 하늘을 부수겠다는 일념은 곧 신공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은가.

       

       그 귀한 것을 없애버릴 바에야 차라리 이 상황을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지.

       

       자아. 이 녀석의 안에 머무르는 것을 내 마음대로 바꾸어 보도록 할까.

       

       녀석의 안에 넘실거리는 심마를 움켜쥐어 내가 바라는 모양으로 빗는다.

       

       처음은 도술에 따라 이치를 추구하여 기반을 다지고 그 위에 이치와 이치를 엮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본인보다도 천마신공이라는 무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자는 없을 지어니 초석부터 시작하여 가장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는 본인이 성을 무너트렸다 다시 쌓는 것에도 능숙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누군가에게는 길고도 길, 허나 본인에게는 찰나에 불과할 시간이 흐르고 나서.

       

       한서우의 육신에 자리한 심마를 지우고 그의 어긋났던 부분들을 바로 잡은 나는 그의 주변을 감싸던 세상을 지워버렸다.

       

       “자. 백화령아. 마음에 드느냐?”

       

       한서우 녀석의 심마는 바로잡혔다. 목숨의 위협을 겪을 일도. 무공을 다시금 못 쓰게 될 일도 없겠지.

       

       다만 심마라는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무인을 추구하는 자라면 항시 옆에 두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어야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네 녀석은 정말 신이라도 될 생각인가.”

       “어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난 다소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뿐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누군가의 신 따위가 될 생각은 없다.

       

       “뭣보다 말이다. 백화령 네 녀석이라면 내가 신이라는 소리에 얼마나 질색하는지 알 터인데?”

       “…아. 그. 미안하군. 너무 경이로운 광경이었던지라 실수를 해버렸어.”

       

       스스로의 잘못을 알고 고개 숙이는 백화령을 가만 바라보며 그녀의 비틀림을 살폈다.

       

       백화령이 지닌 균열은 나와 다른 것이다.

       

       본인이 지닌 비틀림이라는 것은 본래 있어야 할 혼과 있어서는 안 될 혼이 뒤섞이면서 태어난 것이며 이미 이것이 자신이라 정의 내렸기에 바꿀 수 없고 바꿀 생각도 없는 것이다.

       

       허나 백화령은 다르다.

       

       그녀가 지닌 비틀림은 천마신공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직 경지에 도달하지 못해 천마신공의 내기와 스스로의 의지가 대립하는 탓에 만들어지고 있는 비틀림.

       

       천마신공의 포악함이 겉으로 드러나며 생겨나는 공포.

       

       언젠가 백화령이 경지에 이른다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기는 하다만 굳이 그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백화령. 자네 애견카페라는 것을 아는가?”

       “…애견카페? 그것은 또 무엇인고.”

       “쉬이 말하자면 귀여운 강아지 수십마리와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이야기한다.”

       

       강아지 수십마리라는 단어에 백화령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일 테지.

       

       허나 백화령의 흥미가 축 늘어진 입꼬리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정말 흥미롭네만 자네도 알잖나. 나는 그런 곳에 갈 수가 없어.”

       “그렇지. 네 녀석은 동물들의 두려움을 사니까.”

       “…설마 자네 날 놀리려고.”

       “여태까지는 그랬지.”

       

       백화령.

       

       네 녀석에게 제안을 하겠다.

       

       이는 그대의 혼을 건드리는 일이며 그대가 지니고 있는 천마신공을 재편하는 일이 될 터이니.

       

       그대가 허락한다면 내 기꺼이 그대가 과거부터 바라던 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줄 것이나 그대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뒤로 물러설 것이다.

       

       선택의 권리는 그대에게 존재한다.

       

       그러니 고르거라.

       

       “변화를 감수하고 동물들의 품에 안길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살 것인지.”

       

       어느 쪽이라도 본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본인이 내민 제안은 어디까지나 호의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웃음을 지으며 물음을 던지자 백화령이 곰방대를 꺼내 들어서 입에 물었다.

       

       “제자 녀석에게 그러했듯 본좌의 안에 머무르는 천마신공을 재편하겠다고?”

       “그래.”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있겠나?”

       “단 하나 뿐이다.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짐승에게 주인이 누구인지 새겨주는 것이지.”

       

       항시 주인을 집어삼킬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짐승에게 이지를 선사하여 사냥개로 만들 뿐. 그 이외의 것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

       

       시조라 자칭하는 쓰레기가 어찌 되었든 간에 세월이 지나며 발전한 천마신공의 속에는 충분히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심오함이 담겨 있으니.

       

       쓸데없는 위험을 제거하는 것 이외에는 따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백화령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다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어디 한 번 해봐라. 자네가 지닌 경지라면 실패는 없겠지.”

       “그럼 기꺼이.”

       

       많은 것을 할 필요는 없었다.

       

       해야 할 것은 하나.

       

       시조 이외의 모든 곳에 이빨을 들이밀도록 만들어진 천마신공의 내기에 또 다른 주인을 새길 뿐.

       

       백화령의 안에 담겨진 내기에 백화령이라는 주인의 이름을 더한 나는 백화령의 손을 잡고 일부러 녀석의 내기를 뒤흔들었다.

       

       “…지금 뭣 하는 짓이냐!”

       

       그러자 백화령이 기겁을 했다.

       

       과거 전란을 거치며 수도 없이 천마신공에게 잡아먹힐 뻔 했을 녀석이다.

       

       내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에 식은땀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지.

       

       허나 백화령이 걱정한 일은 벌이지지 않았다.

       

       백화령의 몸 안에 흐르는 신공의 내기는 다소 불안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명하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게 무슨.”

       “본인이 만들어낸 변화지. 이제 그대는 짐승들에게 두려움을 살 일이 없을 것이다.”

       

       내기가 그대에게 순종하는 한 그대의 주변으로 포악함이 드러날 일은 없을 터이니 그대는 더 이상 짐승에게 미움을 사지 않을 것이다.

       

       본인과는 다르게 말이다.

       

       백화령에게 설명을 마칠 즈음 VR기기 안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점혈을 통해 잠시 재워두었던 녀석이 다시금 눈을 뜬 것이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한서우는 멍하니 나와 백화령을 번갈아 살피다 이내 짝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는 자신의 뺨에 어린 알싸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 곳이 현실임을 깨우친 듯 경악 어린 얼굴로 백화령을 바라봤다.

       

       “스승님이 어찌 이 곳에 계십니까?”

       “그것은 아라 녀석에게 물어 보거라. 나도 많은 것을 알진 못한다.”

       “으음. 어디까지 말해주어도 될는지 잘 모르겠군. 잠시 기다려 보거라. 내 그대에게 설명을 해 줄 사람을 불러올 테니.”

       

       일단 기분에 따라 일을 저지르긴 했다만 이를 수습할 생각을 하니 귀찮아졌다.

       

       뭐어. 지금은 본래 백호녀석이 일해야 할 시간이니만큼 불렀다고 불평하진 않겠지.

       

       “아라님! 당신께선 신수의 위장이 얼마나 튼튼한 지를 확인하고 싶으신 겁니까아아아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본인의 느슨한 예상은 비명에 가까운 백호의 목소리와 함께 어긋나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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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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