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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5

    <485 – 불꽃쇼의 실체>

     

    베수비오 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은 솔직히 공짜관광이나 하려고 작정한 날강도들이었다.

     

    “뭐가 됐든 별로라고 억지만 부리면 여비를 마탑에서 전부 대주는 거잖아. 이런 건 안가면 바보지.”

    “온천에서 먹는 온천달걀과 바나나우유라는 특산품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여비를 부풀려 받고 그거까지 공짜로 먹어보자고.”

    “쯧쯧. 자네 계획도 없이 홀몸으로 와놓고 그게 되겠나? 나처럼 화산지부에 고용한 직원들을 데려오고 저 밑의 다른 도시부터 함께 왔다고 블러프를 쳐야 크게 한탕 땡겨서 먹지.”

     

    적색마탑의 돈으로 겸사겸사 온천여행까지 갈 계획을 세워둔 사악한 관광객들!

    화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커다란 천막과 결계를 발견한 그들의 심정이란 저기가 나한테 돈을 갖다 바칠 호구들의 소굴이구나에 가까웠다.

     

    표정은 최대한 사납게.

    목소리는 최대한 크게.

    행동은 최대한 거칠게.

     

    진상 짓을 부릴 작정으로 똘똘 뭉친 관광객들은 기다란 대기줄에 합류하였다.

     

    “환상의 불꽃쇼는 한 번에 100인 이상의 관광객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앞서 입장한 관광객들이 모두 기권하기 전까지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쪄죽겠는데 줄까지 서라고 해? 적당히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호텔에 애들 두고 왔으니 애들 여비까지 내놓으라고 공갈협박을 해야겠어.”

    “그런데 불꽃쇼에 기권이 왜 존재하지?”

    “몰라. 뭔가 보여준 대잖아. 가보면 알겠지.”

    “흠… 방음결계까지 쳐져있고 마법적 염탐도 불가능하네. 제법 궁금해지는데?”

     

    마법에 조예가 있는 귀족관광객들은 100인의 제약이 결계범위의 한계 때문에 생긴 규칙임을 손쉽게 간파하였다.

    엄격한 비밀엄수가 요구되는 불꽃쇼라니, 철저한 준비에 조금은 기대가 생겼다.

    정말 뭔가 보여주기는 하려고 이러나보구나.

     

    “다음 100분 입장하시겠습니다.”

     

    천막 안에 들어간 사람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다음을 외치는 선언에 평민관광객이 불안해하였다.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왜 아무도 나오질 않는 겁니까? 이거 설마 관광객들을 끓어오르는 용암단지에 집어던지고 실험체로 삼으려는 마탑의 사악한 인체실험계획은 아니겠죠?!”

     

    관광객의 우려에 빠르게 퍼지는 불안과 공포!

     

    “산 내려가기 힘드실까봐 근거리 전송마법진으로 입구로 보내드렸습니다.”

    “아.”

     

    마탑의 젊은 마법사들의 대답에 불안과 공포는 확산되었을 때만큼이나 빠르게 종식되었다.

    멋쩍은 얼굴로 천막에 들어가는 사람들.

     

    “아이작. 내 먼저 들어가도 되겠나? 순번 때문에 이대로 들어가면 우리 식솔 하나가 따로 보게 되거든.”

    “먼저 들어가게. 오는 길에 마차를 빌려 탔으니 그 정도는 흔쾌히 양보하지.”

     

    마도귀족 아이작은 마도구 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친우에게 순번을 양보했다.

    직원들 몫으로 30인분의 여비를 삥 뜯겠다는 친구의 야심찬 계획이 성사되면 자신한테 지급할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귀족들에게 줄 돈은 다 남겨두겠지. 평민이야 마탑의 이름으로 윽박질러서 무마할 수 있지만 귀족들의 체면을 상하게 만들진 않을 거 아니야?’

     

    적색마탑의 불꽃쇼는 귀족들의 관광을 이끌고 평민들의 소비를 따라오게 만드는 영리한 상술이다.

    귀족들에게는 여비를 대주고 평민들에게는 돈을 받는 전략적인 보상정책으로 권력자의 호의와 입소문을 얻고, 평민들에게는 돈을 쓸어 담는다.

    마탑도 나름 거대조직이라고 상술에 재간이 있는 인재가 있다는 감탄을 하며 기다리기를 어언 30분.

     

    치지직.

     

    아이작의 통신마도구가 작동했다.

     

    -아이작…

    “레로? 벌써 하산한 건가? 그래, 여비는 얼마나 뜯어냈는가. 자네 영웅담이 벌써 기대되는군.”

    -한 푼도 받지 않았네…

    “뭐라고? 마탑놈들이 감히 귀족들의 원한을 살 것도 개의치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단 말인가? 내 저것들을 허위광고로 고발해야겠어!”

    -그깟 여비보다 더 대단한 상금이 걸렸단 말이네…! 자네, 마석은 가지고 있나? 없다면 당장 챙기게. 절대로 불꽃이 꺼지게 두어서는 안 되네…!

     

    이 인간이 더위를 먹었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친우 레로의 통신은 아이작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다음 100분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직접 보면 알겠지.

    막사의 커튼을 넘어서 결계 안으로 진입한 아이작.

    천막 안에서 100인의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것은 환상의 불꽃쇼 안내문이었다.

     

    ━━━

    100분 동안 불꽃을 지키고 끝까지 천막 안에서 버티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손님에게는 우승 상금으로 금화 1만매를 즉시 지급해드립니다.

    이는 신성중앙제국 제 2황녀 매스각키의 이름으로 보증된 금화 1만매 수표입니다.

    ━━━

     

    “맙소사. 저건 제국은행의 인장이야!”

    “정말로 금화 1만매를 통으로 받는다고?”

    “미쳤어. 이건 무조건 해내야만 해!”

     

    모두가 각자에게 배부되는 등불을 넘겨받고 배정된 자리로 향했다.

    아이작도 신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좌석에는 다양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온도가 낮아지는 마법.

    강풍이 불어오는 마법.

    찬물이 쏟아지는 마법.

    그리고 소리가 증폭되는 마법.

    이미 마법의 구성을 간파한 아이작은 착실하게 방어술식에 대비했지만 소리가 증폭되는 마법만큼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고성을 내질러서 음파로 불을 꺼트리려는 건가?’

     

    추측만 무성해지는 가운데, 조명이 꺼지고 중앙 단상으로 마법사망토를 두른 붉은머리 여인이 올라왔다.

     

    “로지니의 불꽃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발을 해볼까.

    한껏 비웃어줄까.

    실력을 과시해서 기를 꺾어볼까.

    그런 장난기는 마법사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보자마자 가라앉았다.

    장난으로 올라온 자리가 아니야.

    짊어진 것의 무게가 달라.

    온몸으로 그렇게 주장하는 로지니라는 마법사의 기백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화 1만매를 상금으로 걸었다면 저렇게 나와야지.

    관광비나 뜯어가려던 양아치의 마음가짐이 어디 한 번 겨뤄보자는 마도귀족의 호승심으로 변했다.

     

    “여러분의 앞에 놓인 등불에는 작은 불씨가 담겨있습니다. 이는 제국 2황녀가 보증하는 금화 1만매 상당의 수표를 얻기 위한 욕망의 불씨입니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은 욕망의 불씨를 키워 마지막까지 불씨를 지키고, 저희는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 모두의 불씨를 꺼트릴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1 대 100의 싸움. 적색마탑에서도 일인전승으로만 전해지는 적염학파의 당대계승자, 저 로지니와 여러분이 겨루는 진검승부입니다.”

     

    좌중에 피어오르는 강한 긴장감.

    관광객들의 긴장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이작이 방어마법을 펼치기 무섭게 소품용 암막커튼 사이에서 마법이 전개되었다.

     

    펑! 퍼벙!

     

    “엄마야!”

    “악, 내 등불!”

     

    소리를 생성하는 1위계 기초마법 <소리 생성>.

    인사나 다름없는 견제에 탈락한 두 참가자가 불이 꺼진 등불을 내려다보고 망연자실하더니 관계자들의 손에 이끌려 전송방으로 끌려갔다.

     

    ‘저 친구들은 전송멀미가 끝나자마자 산 밑에서 부랴부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겠군.’

     

    첫 공격은 가벼운 견제임을 알리듯이 이어지는 공세는 본격적으로 탈락자를 대거 늘려나갔다.

     

    “부자가 되고 싶다. 그 욕망을 위해 여러분은 어디까지 위험을 무릅쓸 수 있습니까? 그 최저기준점을 제시해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쏟아지는 찬물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일은 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가볍게 휘두른 손짓에 진행을 돕던 스태프들이 일제히 펼친 기초마법 <물 생성> 주문으로 만들어진 물이 대거 쏟아진다.

     

    “힘들고 괴로워도 여러분의 고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혹독한 세상의 풍파 앞에서는 물에 젖은 몸이 추위에 시달리기 시작할 테니까요.”

     

    기초마법 <바람 생성>이 차갑게 젖은 몸의 체감온도를 급격히 낮추며 화산지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추위를 강요한다.

    대단한 마법도 아니다.

    기초 중의 기초만 사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집념은 추위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빠르게 후회와 피로에 물들었다.

     

    “누구보다도 커다란 욕망의 불씨를 지닌 자에게는 이 정도의 추위 따위는 가당치도 않을 겁니다. 5분간 거세지는 바람 속에서도.”

     

    마법진까지 가동하며 진행요원들을 도와 바람의 세기를 더하니 일반관광객들이 연이어 항복했다.

     

    “젠장. 화산지대라서 반팔을 입고 왔는데 이런 맹추위는 너무하잖아.”

    “크윽. 분하지만 시원해서 기분은 좋았어.”

    “무더위에 이런 시원한 쇼를 즐기다니 이래서는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라도 관광여비 환불은 신청할 수 없잖아.”

     

    마법으로 물을 막거나 강건한 신체로 견뎌내지 못해도 관광객으로서 쇼를 즐긴다는 취지는 완벽하게 충족되는 욕망의 불꽃쇼!

    등불이 꺼지며 욕망이 꺾인 관광객들은 무더위 속의 시원한 쇼에 만족하며 성불하는 유령처럼 전송마법진으로 사라졌다.

    로지니는 박수를 치며 남은 인원이 카운트된 마나패널을 가리켰다.

     

    “훌륭합니다. 이걸로 남은 인원은 50명. 여러분의 욕망은 상위 50%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내가 금화 1만매를 얻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초마법 <빛 생성> 주문이 무대 한편을 조명처럼 비추었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핏빛 바이올린.

    피리의 청아한 선율을 닮은 소리에 방심하는 관광객들과 달리, 마도귀족 아이작은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이 연주. 등불의 불씨에 실시간으로 <테이밍>을 걸고 있잖아!’

     

    그것도 술식을 파장의 형태로 전환시켜서 고위계 마법사가 아니면 눈치조차도 챌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등불은 그냥 불일 뿐인데.

    간섭이나 불조작도 아니고 테이밍을 왜 걸고 있단 말인가?

    뚫어져라 불덩이를 내려다보던 아이작은 불덩이가 자신을 마주 올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설마…?’

     

    등불 속에 마나를 불어넣는 아이작.

    마나를 머금고 등불 가득 자라난 불덩이가 뾱 하고 눈동자를 떴다.

    정말로.

    시선까지 마주치면서.

     

    “미친?”

     

    관광객들이 애지중지 지키던 욕망의 불씨.

    그 정체는 몬스터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로 뭔가 보여준 로지니와 연참을 보여주는 테디베어

    오늘은 다음 편이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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