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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5

       나는 제이든에게 무슨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오라버니 타령만 제외하고. 그건 어차피 내가 굳이 뭔가 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줘야 하는 거니까. 무시해버리면 앞으로는 다른 부탁도 못 하게 될 거고.

        

       음, 생각해보니까 굳이 다른 상을 줄 필요는 없겠다. 예약되어 있는 것도 예약되어있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굳이 따지자면 공은 제이든이 아니라 제이든이 처음으로 낚아 올린 물고기한테 있었으니까.

        

       무슨 종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카스가 잡아 올린 것과는 확실하게 달랐다. 내 생각에 수염이 달린 것을 보니 둘 다 매기인 것 같은데, 이 세상은 가도 근처에 마법 쓰는 짐승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세계였으므로 이 물고기도 사실은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뭔가 다른 점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두 마리 다 어두운 갈색에 수염이 나 있으니 잠정적으로 메기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루카스가 낚은 물고기는 옆으로 더 뚱뚱했고, 제이든이 낚은 물고기는 앞뒤로 더 길쭉했다.

        

       당연히 길이는 제이든의 물고기가 훨씬 길었다.

        

       “야, 아무리 봐도 살은 내가 잡은 게 더 많거든? 요리해서 먹으면 두 명은 먹이겠다.”

        

       가슴을 쭉 편 제이든에게 루카스가 항변했다.

        

       요리해서 맛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고기 중에는 뼈도 많고 비리기도 비려서 뭐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물고기도 많으니까.

        

       “루카스, 네가 뭘 모르는 모양인데, 원래 낚시로 낚은 물고기는 길이를 재서 앞뒤를 가리는 거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예전에 본 낚시 예능에서는 무게 같은 것은 재지 않고 그냥 길이만 쟀었다.

        

       “그럼 장어같이 길쭉한 걸 잡으면 다른 물고기를 잡은 것보다 더 우월하다는 소리냐?”

        

       그건 또 아니겠지만.

        

       정확히는, 같은 물고기끼리의 몸길이를 재어 비교하는 거겠지. 이 어종이라면 이 길이가 큰 거고, 저 어종이라면 저 길이가 큰 거고…… 이 자리에는 그렇게 비교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뭘 그런 거로 싸우고 있어?”

        

       벨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적어도 제이든이 물고기를 하나 낚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으니까. 그거면 ‘낚아 올린’ 가치는 충분했다.

        

       “앗!?”

        

       그렇게 루카스와 제이든 둘이 싸우는 와중에, 클레어가 소리쳤다.

        

       “잠깐, 이것 좀 봐!”

        

       싸우던 두 사람의 시선이 옮겨갔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거의 부러질 정도로 휘어진 낚싯대. 끊어지기 직전처럼 팽팽한 낚싯줄.

        

       누가 봐도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루카스와 제이든이 잡은 것보다 거대한 물고기였다. 맑은 호수 표면에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작은 찌 끝에 달린 바늘에 걸려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그림자가 흉포해 보인다.

        

       내 본능이 외쳤다.

        

       저거야말로 ‘가도’에 다니는 짐승들과 비슷한 것일 거라고.

        

       어느새 앨리스가 함께 낚싯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잠깐!”

        

       나는 얼른 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렇게 당겼다간 부러지겠어. 조금 더 아래로 내려서……”

        

       낚싯대가 휘어진 정도를 살짝 조절하는 대신, 우리는 자리 자체를 뒤로 빠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바닥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흙이었던지라, 우리 세 사람의 발이 한꺼번에 호수 쪽으로 끌려갔다.

        

       이대로 놓아주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데, 그 낚싯대를 덥석 잡는 두꺼운 손이 있었다.

        

       “…….”

        

       우리 셋은 순간 힘주는 것도 잊어버리고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황제는 힘을 너무 주지는 않고, 우리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붙잡고 있었다. 호수 안쪽으로 끌려들어 가지만 않도록.

        

       정치판에 오래 있었던 양반이라 그런지 눈치가 있네.

        

       그래, 여기서 당신이 낚아버리면 그냥 스틸이지.

        

       영차, 영차, 나, 클레어, 앨리스 세 사람은 구호까지 맞춰가면서 뒤로 빠졌다.

        

       낚싯대를 길게 잡고 있었기에 당연히 우리 손으로 저 물고기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뜰채로 뜨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야, 이거 내가 좀 도와도 되냐?”

        

       루카스가 외쳤다.

        

       “그럼 그냥 보고만 있으려고!?”

        

       클레어가 소리쳤다.

        

       루카스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작살을 집어다가 물고기 머리 쪽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작살은, 호수 위로 살짝 올라왔던 물고기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빡, 뭔가 세게 부딪혀 깨지는 소리와 물고기가 경련하면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그리고, 낚싯줄 끝의 물고기는 옆으로 쓰러지더니 하얀 배를 드러내고 축 늘어졌다.

        

       “…….”

        

       황제는 낚싯대를 잡고 있던 손을 슬쩍 놓아주었다.

        

       클레어는 그런 황제를 살짝 올려다보았다가, 낚싯대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루카스가 작살을 어찌나 세게 던졌던지, 작살의 무게까지 합쳐져서 물고기는 엄청 무거웠다. 죽었는데도 끌어올릴 때 그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우리가 잡은 건, 루카스나 제이든이 잡은 메기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이건 뭔지 알 것 같다. 잉어다.

        

       하지만 색이 특이했다. 무슨 갈치처럼 은빛으로 번쩍번쩍하는 것이……

        

       “……이거 잡아도 되는 건가?”

        

       건지고 나서야 앨리스가 중얼거렸다.

        

       그렇다.

        

       아직 이 세계에는 동물보호법이라던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든가 하는 법률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물고기는 그 거대한 크기와 자태 때문에, 뭔가 그냥 보기만 해도 잡으면 안 될 것 같은 신성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팍팍 풍겼다.

        

       “어…… 뭐, 경고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루카스가 말했다.

        

       “경고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하고?”

        

       앨리스가 되묻자 루카스는 할 말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뭐, 어차피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이 함께 잡은 거니 아무래도 좋겠지. ……승부는 결정 났네. 루카스, 제이든, 아쉽지만 너희 둘이 몇 마리를 잡아도 클레어가 낚은 것만은 못할 거야.”

        

       가까이 와서 물고기를 살펴본 벨라가 웃으며 말했다.

        

       루카스와 제이든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뭐,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어이없이 웃음소리를 흘리며 황제 쪽을 보았다.

        

       우리 쪽을 바라보면서, 황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시선은 우리를 관찰하는 것 같기도 했고, 어딘가 신기한 것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이런 광경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처럼.

        

       아버지라는 양반이 말이다.

        

       황제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어떻게 할까? 그냥 없는 것처럼 시선을 돌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나는 황제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황제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 서로 없는 것처럼 무시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걸로 된 거지.

        

        

       *

        

        

       호수의 주인.

        

       우리가 죽은 물고기를 가져다주자, 이 저택을 수십 년간 관리해온 나이 든 관리인은 눈을 반짝였다.

        

       누가 봐도 잡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이명을 지닌 물고기를 두고, 사용인은 우리에게 물었다.

        

       이걸 박제할 것이냐고.

        

       우리의 시선이 클레어를 향했다.

        

       클레어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 왠지 박제로 만들어서 가지고 있으면 조금 수치스러울 것 같은데.”

        

       만약 저게 호수에 남은 마지막 개체였다면, 박제로 만들어버렸을 때 ‘마지막으로 저 종을 멸종시켜버린 자’라는 증거가 남는다.

        

       클레어는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먹어서 없애버리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호수의 주인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저 넓은 호수에 한 마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개중에선 크기가 큰 개체이긴 합니다만, 정말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 심심찮게 낚아 올리는 사람도 없었겠죠.”

        

       게다가 호수에서 굳이 낚시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한다. 호수 전체가 제국 소유였기에 다른 사람이 와서 남획할 일도 없고.

        

       “그럼 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 않아?”

        

       이야기를 들은 클레어가 그렇게 말해서, 결국 그 ‘호수의 주인’은 우리의 식삿거리가 되게 되었다. 다행히 맛도 좋다고 한다. 안 그랬으면 굳이 낚아서 먹을 일이 없을 테니까.

        

       대신, 물고기를 잡은 클레어 사진을 찍었다.

        

       너무 크고 길어서, 양옆에서 나와 앨리스가 각각 꼬리와 머리를 함께 받쳐주어야 했다.

        

       사진기는 언제나처럼 클레어가 들고 다니던 그 비싼 사진기였다.

        

       사용인이 요리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 호숫가 근처로 나와서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클레어가 물고기를 잡은 이후에도 몇 마리 건져 올렸다. 벨라와 데미안도 두 마리씩 잡았고, 루카스와 제이든도 두 마리씩 더 잡았다.

        

       나와 앨리스는 한 마리씩 잡는 것으로 만족했고.

        

       그리고, 거기에 황제가 추가한, 꽤 큰 물고기까지.

        

       호수의 주인은 고급 식자재니 사용인들이 정성스럽게 요리하기로 했지만, 우리가 대충 잡은 물고기는 그냥 직화로 구워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맛없으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런데, 손질할 줄 아냐?”

        

       “내가 배워왔어.”

        

       우리가 황족이라는 사실을 제외해도, 산업화한 국가에서 팔리는 고기와 생선은 보통 이미 손질된 것이다.

        

       잠입해서 요리를 직접 하더라도 손질은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적당히 작은 물고기를 잡아들고 앉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 황제를 봤다.

        

       “……하아.”

        

       그리고 작게 한숨 쉰 뒤, 물고기를 하나 더 집었다.

        

       황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꼬리를 쥔 물고기를 그 얼굴 앞에 건넸다.

        

       “……응?”

        

       황제가 그런 소리를 냈다.

        

       “뭘 그냥 보고만 있습니까?”

        

       내가 말했다.

        

       “얻어먹으려고 하지 말고, 손질하는 걸 도와주십시오. 여기 왔으면 좀 어울릴 생각을 하란 말입니다.”

        

       “…….”

        

       내 말을 듣고 나서야, 황제는 내가 건넨 물고기를 잡아들었다.

        

       칼을 쥐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어색해 보였다.

        

       나는 빈 쪽의 손으로 황제의 소매를 잡아끌며,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다들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 처음부터 이걸 원하고 시작한 일이니까. 마음 단단히 먹자.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그렇게 다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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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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