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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6

    <486 – 부작용>

     

    석패급 최하위 몬스터, <불꽃덩이>.

    별명 애기불꽃.

    온도도 높지 않고 사람을 불태우지도 못한다.

     

    단, 열원지에 장시간 머무르면 점차 체온이 높아지면서 화상을 입히거나 불을 옮겨 붙일 수 있는 동패급 위험개체 <화염덩어리>가 된다.

     

    정체를 알아보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모험가가 아니라도 흔히 알 수 있는 유명한 몬스터이니까.

    대륙기온이 부쩍 올라간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든 애기불꽃을 종종 찾아볼 수 있기에 아이작의 근처에 자리한 관광객들이 흠칫 놀랐다.

     

    “당장 이 미친 쇼를 중단해!”

     

    아이작의 옆자리 관광객에 다급히 소리쳤다.

     

    “몬스터를 쇼에 써먹는 인간이 어딨어!”

    “엄머머머. 세상에나 머야 저게. 우리가 안고 있는 등불에 몬스터가 들어있었어요?”

    “저거 애기불꽃이잖아!”

    “앗, 화산 오르는 길에도 봤던 녀석들이네?”

    “등불이라 등 안에 있어서 열기를 가늠할 수가 없으니 전혀 몰랐어!”

     

    불꽃쇼가 중지될 수도 있는 소요사태!

    그러나 로지니는 적색마탑의 마법사치고는 급발진하거나 흥분해서 관객을 때리는 대신, 냉정하고 침착하게 쇼를 진행할 때의 톤을 유지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도전자분들은 다른 기수의 도전자들보다 명백히 빠르게 비밀을 깨달으셨군요.”

    “당장 쇼를 중지해!”

    “그 전에 한 가지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욕망에 집어삼켜진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박에 나선 자.

    진급을 노리고 고행이라 불릴 정도로 무모한 수련에 나선 전투클래스 종사자.

    가게를 확장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자.

     

    “도박의 끝은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고, 지나친 고행은 몸을 상하게 해 역효과만을 부릅니다.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은 대출이자를 갚기도 급급하게 만들죠.”

    “반대로 정답이 명확한 내기에 나서서 용돈을 따는 건 어떤가요. 적절한 훈련을 성실히 진행해 진급에 성공한다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소액대출도 욕망이 지나치다고 부를 수 있나요?”

    “아닙니다. 욕망은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자에게는 성취의 기쁨을 허락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안고 있는 등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로지니는 묻고 있다.

    당신들은 도박꾼인지, 고행자인지, 고액대출자인지.

    승부사인지, 성실한 훈련자인지, 사업자인지.

     

    “욕망이 두려운 자, 언제든지 등불을 내려놓으십시오.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자, 등불을 가지고 자리에 착석하십시오. 영리한 도전과 어리석은 만용, 그것을 구분 짓는 것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관광객들은 납득했다.

    애기불꽃은 결국 석패급 몬스터.

    몬스터이기는 해도 당장 위험한 녀석은 아니다.

    오히려 뜨겁지 않은 애기불꽃은 어린이도 격퇴할 수 있는 만만한 녀석이다.

    물 한 컵만 끼얹어도 사라질 몬스터가 위험해봐야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그럼에도 몬스터가 성장해서 위협할까봐 두려운 일반인들은 대부분 기권했다.

    불꽃덩이가 끝까지 애기로만 남아있고 화염덩어리로 진화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으니까.

    남은 이들은 믿는 구석이 있는 실력자이거나 마도구로 보호받는 상위계급 종사자였다.

     

    “욕망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제어할 수 없는 맹수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각자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겁니다.”

     

    핏빛 바이올린의 선율이 가파르게 변하면서 불씨가 괴로워하며 잦아들었다.

     

    “앗, 안 돼!”

    “마나, 마나를 불어넣어야 해!”

    “이런, 난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데.”

    “마나석, 그래 마나석이 있었지!”

    “아.”

     

    이래서 친우가 마나석이 필요하다고, 절대로 불씨를 꺼지게 두어선 안 된다고 했구나.

    그래도 아이작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마도귀족.

    위계도 높은 5위계의 고위마법사.

    마나석 따위가 없어도 자신의 마나만으로 불씨를 꺼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

     

    <마나제어술>

    <화염조종>

     

    불씨가 너무 작으면 신들린 연주에 휩쓸려 불씨가 꺼지지만 반대로 대책 없이 불씨를 너무 크게 키운 관광객들의 등불은 활활 타올랐다.

     

    “으악! 불이다!”

     

    관광객들이 감당할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자마자 지정부스에 설치된 마법진에서 쏟아지는 물과 화재진압용 모래.

    물과 모래 범벅이 된 관광객이 흠뻑 젖은 얼굴로 찰팍찰팍 걸어 나와서 전송마법진을 이용하기 전에 클린마법을 받으러 가는 사이에도 도전자의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작렬하는 불꽃 속에서 수련하지 않고도 이정도의 수행이 가능하다니, 놀랍군.”

     

    수행할 장소를 찾아 화산을 찾아왔던 은패급 모험자 겸 화염전사.

     

    “불놀이는 의외로 재밌다냐.”

     

    복슬복슬한 털로 뒤덮인 팔을 혀로 핥으며 여유를 보이는 고양이수인.

     

    “최후의 3인이라면 승리는 내 것이겠군.”

     

    5위계 마법사이자 마도귀족 아이작.

    전사와 수인이 아무리 발악해봤자 마도귀족의 마나보유량과 마나제어술을 이길 수는 없다.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쿵.

    자신도 모르게 부스에 기대며 몸이 어지러워지기 전까지는.

     

    “몸이 갑자기 왜 이러는… 아니, 갑자기가 아니었던 건가!”

     

    <악몽의 자장가>

     

    쇠약, 탈진, 무기력.

    반강제로 상태이상을 부르는 연주에 자신도 모르게 노출되었던 최후의 3인.

    전사도 수인도 뒤늦게 이상을 깨닫고 당황하니, 그제야 로지니가 입을 열었다.

     

    “욕망에 눈이 먼 자는 자신의 몸을 돌아볼 줄 모르기도 합니다. 결실을 거두려는 자, 수확의 날을 맞이하기 전에 무너져서는 안 될 지어니. 여러분은 지금까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소중히 지켜왔을까요? 그 몸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상태이상에 걸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도전자들이 급히 마나연공법을 펼쳐서 육신을 수복하는 사이, 등불의 자물쇠가 연달아 풀렸다.

    <테이밍>에 당한 불꽃덩어리들은 스스로 등불을 열고 나왔고 세 사람의 부스를 벗어나 핏빛 바이올린의 밑에 옹기종기 모였다.

     

    “여러분의 도전은 이로서 종료되었습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소홀했던 몸을 돌볼 수는 있었지만, 그 소홀함이 결국 욕망을 이루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죠.”

    “다음 도전에는 부디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상, 여러분의 욕망의 불씨를 시험하는 로지니의 불꽃쇼였습니다.

    전송마법진으로 향하면서도 아이작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다음에는 반드시 같은 수에 당하지 않을 테다!

     

     

    * * *

     

     

    “정말로 이렇게 하면 되는 거 맞아?”

     

    점심시간을 이유로 일시휴식을 맞이한 불꽃쇼.

    진행할 때는 잘만 하더니 몸이 쉬니까 잡생각이 많아지고 걱정병이 도지나보다.

     

    “걱정 말아요. 로지니는 방금까지 엄청 멋졌는걸요!”

    “맞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진행능력이었어요!”

    “관객들이 집단항의를 할때는 어떻게 되는줄만 알았습니다.”

    “무섭지도 않으셨나요? 저흰 그때 망하는 줄 알았는데 어쩜 그리 냉정침착할 수가 있으세요?”

     

    비주류 학파의 어르신들을 따라온 젊은 제자들의 물음에 로지니는 멋쩍어졌다.

     

    “아카데미의 주간이벤트에 비하면 그 정도 사태는 별 것도 아닌걸.”

     

    매주 각기 다른 이벤트에 시달리다보면 관광객의 항의 정도는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게 되는 아카데미의 기상천외한 나날들!

    도시락을 먹던 매스각키 황녀는 로지니와는 다른 부분이 궁금했는지 넌지시 질문을 해왔다.

     

    “내려간 관광객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화산 입장료를 내고 다시 올라와야해. 입장료만 다 모아도 본전은 가볍게 뽑을 수 있어!”

    “제법이네♡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불꽃쇼로 한 명의 관광객으로 여러 번의 관광비를 뜯어내는 악질적인 상술, 아주 영리해~♡”

     

    로지니의 불꽃쇼에는 욕망을 자극하는 장치가 존재한다.

    이미 아는 구성에는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서 재도전할 수 있다는 것!

     

    “풉풉. 허접 도전자♡ 같은 기획이 아니라 다른 순서로 나오는 기획에 당황할 모습이 두 눈에 선해♡”

     

    자신의 용돈을 쉽게 빼앗길 수 없다는 이유로 매스각키 황녀는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자 매번 기획순서를 섞자는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심지어 쇼의 기획특성상 욕망의 불씨를 지키기 위한 시련이라는 명목 하에 모든 종류의 방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뭣하면 로드롤러로 행사장을 덮쳐도 말만 잘하면 무마할 수 있는 것!

     

    -금화 1만매가 걸렸는데 그 정도는 이겨내야지.

    -상금이 금화 1만매면 로드롤러 좀 굴릴 수도 있지.

    -오히려 로드롤러도 못 이길 나약한 정신력으로 금화 1만매를 가져가려는 정신머리가 이상하지 않나?

     

    뇌내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아도 관객들도 틀림없이 그렇게 반응하며 옹호여론이 열릴 것이다.

    음음.

    이 기획이라면 틀림없어.

    일당백은 기본이고 아무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도 전부 막아낼 수 있어!

    뭘 해도 불꽃쇼보다 재미있는 관광 상품은 없으니 관광객들도 여차하면 먼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전송마법진이 설치된 불꽃쇼 회장 근처에 모이게 된다.

    대피까지 착실하게 생각한 구성이란 말씀!

     

    “허~~~접♡”

     

    그런데 매스각키 황녀만 신나는 결과를 부를 줄은 로지니도 나도 몰랐다.

     

    “인기 너무 많아♡ 관광객이 모인 줄이 산 초입까지 생겼어♡ 관광객을 대피해도 모자를 시간에 화산4성 주민들도 몰려올 정도로 사람을 더 모으는 바보♡”

     

    환상의 불꽃쇼.

    흥행에 힘입어 방문객이 미친 듯이 늘어났다.

    지금 마인 오면 두배 이벤트로 예정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생겼다!

     

     

    * * *

     

     

    두 배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 절호의 기회.

    박스캣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던 오르데 타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호를 안 보낸 이유가 뭐라고?”

    “불꽃쇼가 너무 재밌어서 세 번 더 봤다냐.”

    “…”

     

    테러를 도와주러 온 마인이 본업은 유기하고 관광객으로 전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놀러온 냥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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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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