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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6

        

       “ཨོཾ་མ་ཎི་པ་དྨེ་ཧཱུྃ་–.”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ཨོཾ་མ་ཎི་པ་དྨེ་ཧཱུྃ་—.”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ཨོཾ་མ་ཎི་པ་དྨེ་ཧཱུྃ་—–.”

         

       옴,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자는 진언(眞言)을 읊었다.

         

       성음(聖音)을 시작으로 지혜와 자비를 말하였고, 진리를 말하며 소리를 닫았다.

         

       저벅.

         

       그렇게 그는 진언을 읊으며 한 발, 한 발을 신중하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섰다.

       어둠 속에 잠겨진 몸을 서서히 빛이 비치는 세계로 끌고 왔으며, 무언가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어둠이 걷히고 모습이 드러났을 때.

         

       차이네는 어둠 속에서 형체만 보이던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힉….”

         

       갑자기 나타나 광인의 앞길을 가로막기에 영웅이라도 나온 줄 알았거늘.

       검을 든 무인이 도와주러 왔다거나, 정의감 넘치고 용기 있는 시민이 앞에 나선 줄 알았거늘.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비쳐진 것은….

         

       또 다른 괴물이었다.

         

       “ཨོཾ་མ་ཎི་པ་དྨེ་ཧཱུྃ་-.”

         

       저것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퀴벌레의 껍질을 사람의 몸에 덕지덕지 붙인 것 같은 저것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부는 가로등의 불빛을 흡수하고, 일부는 가로등의 불빛에 광택을 빛내는 갑주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저 존재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은 곤충의 턱처럼 벌어져 있고, 그사이에 보기만 해도 흉흉해 보이는 이빨이 빼곡하게 자라나 있다. 거기에 주기적으로 침으로 보이는 것이 입 부분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아무리 보아도 저것은 사람이 아니라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괴물과 같았다.

         

       남자가 발을 거닐 때마다 새까만 광택이 감도는 다리가 앞으로 나온다. 거미의 다리를 연상케 만드는 뾰족한 끝이 바닥에 둥그런 자국을 남기고, 그 뒤를 이어 사람의 발과 흡사한 형태의 발이 발자국을 만든다. 기사들이 신을법한 철판으로 만든 신발과 같은 발이 움직이고, 가로등의 불빛을 검은 광택이 흡수하며 앞으로, 앞으로 움직인다.

         

       한쪽 발은 뾰족한 발자국을.

       한쪽 발은 사람의 발자국을.

         

       마치 다리 한 짝이 없어 목발을 짚고 움직이는 이의 흔적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이상한 흔적을 남기며 그것은 움직인다.

         

       “ཨོཾ་མ་ཎི་པ་དྨེ་ཧཱུྃ་-.”

         

       금방이라도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입을 사방으로 쩍 벌려서 사람의 머리통을 물어뜯을 것 같은 흉흉한 모습으로, 침을 뚝뚝 흘리며 그것은 그녀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가 아니다.

         

       그것의 시선은 광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이제순이라고 소개한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저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였으며, 도깨비불 같은 눈을 빛내며 광인에게로 접근하고 있었다.

         

       “ཨོཾ་མ་ཎི་པ་དྨེ་ཧཱུྃ་-.”

         

       입으로는 끊임없이 진언을 외우면서.

       절에서 들을법한 불경 소리를 끊임없이 입으로 외우면서, 앞으로 향했다.

         

       그 모습은 벌레가 먹이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 같아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벌레가 움직이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차이네는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과 공포감이 뒤섞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괴인을 역겹게 느끼는 것은 오직 차이네뿐.

       괴인을 마주하고 있는 이제순은 그녀와는 달리 역겨움 대신 반가움을 잔뜩 끌어올린 상태였다.

         

       “어르신이십니까?”

         

       이제순은 고개를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인 채 괴인을 보며 물었다.

       그는 갑작스레 출현한 괴인을 은인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괴인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 기쁘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 표정만 보자면 고등학교 친구를 길 가다가 만났을 때의 것과 영락없이 닮아있는 것이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절로 경계심이 풀어지는 것만 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괴인은 이제순의 환대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움직였다.

         

       “어르신.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어르신이 알려주신 방법 덕분에 저는 지금 잘나가고 있습니다. 돈도, 명성도 얻었고 어마어마한 인맥들도 얻었죠. 이제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저를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다 어르신의 덕분입니다.”

         

       이제순은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괴인에게 자신의 근황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얼마나 어르신을 뵙고 싶었는지 아십니까? 이 이제순, 엘리트 기자로 잘 나가고 있는지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몸이지만 은혜는 잊지 않는 놈입니다. 바쁘게 일하면서도 어르신의 생각이 계속해서 딱 떠오르는 것이, 언제고 기회만 된다면 거나하게 대접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죠.”

         

       “물론 거나하게 대접을 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죠. 언제고 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온다면 전력으로 협조하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무리 일에 치여 살더라도 어르신께 은혜를 갚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구석에 여지를 남겨두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어르신을 뵐 수가 없으니 이거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더군요. 연락처도 주지 않으시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심지어 어르신에 대해서는 그냥 특이한 모습과 ‘어르신’이라는 호칭밖에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대체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우연이라도 마주칠 수 있을까, 평생 이런 부채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크아. 어르신께서 제 마음의 무거움을 깨닫고 제 앞에 나타나 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어르신께서 제가 예, 어르신께 대접을. 거나하게 대접하리라고 결심을 하는 것을 딱 알아채고 지금 이 자리에 나와주신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말입니다. 엘리트 기자 이제순은 정말 감동하였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겠습니다!”

         

       이제순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마치 두 사람이 교대로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숨이 차지도 않은지 길고 긴말을 한꺼번에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말에는 괴한을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는 감정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괴한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었다.

       걷고, 또 걷고.

       이제순과 거리가 2m 정도 거리가 떨어진 위치에 도달할 때까지, 그는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적당한 거리에서 괴한은 멈추어 섰고,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으로 진언을 읊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환영한다는 듯 팔을 벌리고 있는 이제순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젊은-이. 요정은 잘 만났는가…?”

         

       쇠를 긁는듯한 소리.

         

       괴한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온 소리는 소음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제순은 그 목소리조차 기꺼운 듯,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어르신 덕분에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지요!”

         

       “그렇다면-주의사항은 잘 지켰는가?”

         

       “아, 그 주셨던 것 말씀이시군요. 달달 읽었습니다!”

         

       이제순의 대답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마치 진실만을 말하는 것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을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괴한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렇다아면 주의사항은, 지켰나-?”

         

       “아이고, 어르신이 주셨던 주의사항들이 아직도 머리에 선하군요. 제가 언론고시 볼 때 말고 그렇게 열을 올려서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글귀 하나하나를 머리에 때려 박아서 잊지 않도록 하는 게 얼마 만이었는지…. 어쨌든 어르신께서 친절하게 적어주신 덕분에 잘 기억하고 의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애, 그렇구먼. 그렇다면 젊은이. 주의사항은 지켰는가?”

         

       “하하, 솔직히 술 때문에 어기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습니다. 하지만 하하하, 긴장해서 그런지 술을 먹어도 정신이 말똥하더군요. 그 덕분에 의식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먼. 주의사항은, 어찌 잘 지켰는가?”

         

       반복되는 괴한의 질문.

       수다쟁이처럼 내뱉어지는 이제순의 대답.

         

       이제순은 괴한이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고 있음에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계속해서 대답해주었다. 같은 질문이라 무시할 법도 했지만, 질문을 할 때마다 꼭 하나의 대답을 해주었다.

         

       이제순은 괴한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친절하게 적혀있는데 어기는 것은 멍청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괴한은 이제순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지, 그렇겠지. 그래서 주의사항은, 잘, 지킬 수 있었고…?”

         

       “제가 술에 찌든 주정뱅이가 아닌 이상 그것을 잘 지켰겠지요? 하하하하.”

         

       이제순은 웃었다.

       그리고 그와 마주 선 괴한 역시 웃었다.

       벌레의 입 같은 가면을 움직여, 귀까지 입을 찢으며 웃는 형상을 그려내었다.

         

       “그렇겠군. 그런데 말이야, 젊은이. 내 세 가지만 더 묻겠네.”

         

       “하하. 얼마든지요. 어르신의 질문에 대답해드리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 그거 고맙구먼….”

         

       괴한은 끔찍하고 역겨운 가면의 형상으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 젊은이. 젊은이의 이름이 무엇인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그 이름 말이야….”

         

       “이제순입니다.”

         

       “그래, 그러면 요정을 만났을 때 자네는, 뭐라 말했었는가…?”

         

       “순대라고 했었습니다.”

         

       “그래, 대답해줘서 고맙네…. 흐, 그럼 내 마지막 질문을 던지겠네.”

         

       괴한은 벌레를 닮은 가면을 살짝 기울이며 맞은 편에 있는 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숨기고 있는 이름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맞은 편에 있는 이가 미소를 지우며 대답하기를.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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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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