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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6

       부지런히 달려 곤륜산에 도착한 백우진은 곧장 조원들을 모아두고 선언했다.

         

       “곤륜산을 떠날 거야.”

         

       그의 발언에 장삼이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여기가 최후의 격전지가 될 거라고 하지 않았소?”

       “그건 맞아.”

         

       이곳이 최후의 격전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마냥 기다려선 안 된다는 정보를 들어서 말이야.”

         

       중원에 흩어져 있는 다섯 개의 제단.

         

       그녀는 그곳을 하나하나 부수고 마침내 이곳에 당도할 요령이었다.

         

       그것이 모두 부서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막아야만 했다.

         

       미지의 공포만큼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없기에.

         

       “일부는 이곳에 남아서 요새화에 힘쓸 거야. 그리고 일부는 나를 따라서 천마를 쫓는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죠?”

         

       제갈연지의 물음에 둘러앉은 여인들 모두가 눈을 빛내며 백우진을 응시한다.

         

       그녀들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가.

         

       “남는 인원은 장삼, 구왕수, 제갈연지, 당선영, 그리고 용설란.”

         

       남아야 할 인원으로 호명되었을 때 장삼과 구왕수는 쾌재를 불렀고, 세 여인은 크게 낙담하여 고개를 떨궜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들을 달래기 위해 말을 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구왕수를 제외한 네 사람은 이곳을 요새화하는 데에 꼭 필요해.”

         

       장삼은 주술로, 제갈연지는 진법과 기관진식의, 당선영은 독과 함정, 용설란은 빙공과 제수천류를 이용해 곤륜산의 지형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다.

         

       각각의 이유로 곤륜산의 요새화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들.

         

       그녀들 또한 이를 알기에 섣불리 투정 부리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은 천마가 이끄는 마교와의 격전지가 될 예정인 장소.

         

       단단히 걸어 잠그고 적을 상대할 때의 이점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기에.

         

       그러나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물며 그의 목적이 천마를 쫓는 것이라고 하지 않나.

         

       “솔직히 너무 불안해요.”

       “나도 마찬가지야.”

       “소첩도….”

         

       백우진의 강함은 모두가 안다.

         

       매일 같이 수련하며 그와 검을 맞대기에 얼마나 뛰어나고, 대단한지를 안다.

         

       그러나 상대는 천마다.

         

       천하제일을 논할 때면 언제나 첫 번째로 거론되는 강자 중의 강자.

         

       하물며 당대 천마는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을 논할 때 거론되어야 한다고 일컬어진다.

         

       그런 그녀를 쫓고, 또 쫓는 데에 성공한 이후 벌어진 일은 불 보듯 뻔하기에.

         

       여인들의 불안을 느낀 백우진이 이를 불식하기 위해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난 죽지 않으니까.”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데?”

         

       당선영의 날 선 물음에 백우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난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순간에서도 살아남았거든.”

         

       주인공이란 그런 존재다.

         

       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존재.

         

       영혼을 갈아 넣으면 세계가 반드시 응답하여 없던 길마저도 눈앞에 드리우는 존재.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솟아날 구멍을 팔 수 있는 존재.

         

       “난 반드시 살아서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 내 걱정은 말고 할 일에만 집중해 주라.”

         

       그녀들도 이제는 안다.

         

       그가 내뱉는 말들이 단순한 허언이나, 허세 따위가 아님을.

         

       그렇기에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하아…, 우리 서방님께선 어찌 이리도 말씀을 잘하시는지.”

       “가, 가끔은 얄미워요….”

         

       한마디씩 투정 부려가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는 세 여인들.

         

       애초부터 장삼은 이곳에 남는 것을 좋아했으니 넘어가고.

         

       덩그러니 남은 구왕수가 의아하다는 투로 물었다.

         

       “그…, 조금 전에 내 이름이 거론 안 된 것 같은데, 내 역할은…?”

       “네 역할?”

         

       백우진은 다섯 사람의 이름을 거론한 반면, 요새화에 필요한 인원은 넷이라고 했다.

         

       이곳에 남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그가 자신을 이곳에 남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백우진이 대답했다.

         

       “장삼 심심하지 말라고.”

       “…….”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구왕수의 뒤에 서 있던 장삼이 백우진을 향해 미소 지었다.

         

       조용한 교감을 마친 뒤, 백우진과 함께 떠나게 된 혈수마녀가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떠날 참이냐.”

         

       목표는 정해져 있다.

         

       중원오악.

         

       중원에서 가장 높고 험한 다섯 봉우리.

         

       곤륜산 위의 제단과 마찬가지로 그곳의 하늘 위에 제단이 떠 있다고 주선은 말해주었다.

         

       그 근처에 다다르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호리병이 방향을 안내해줄 거라는 것도.

         

       가야 할 방향은 다섯.

         

       그중에서 천마가 첫 번째 제단을 파괴하고, 두 번째로 노릴 제단은 어디인가.

         

       “화산.”

         

       첫 번째 제단을 깨부순 항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의 앞마당.

         

       “우린 화산으로 간다.”

         

         

       * * *

         

         

       마침내 항산의 제단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러 있던 기운은 제단을 부순 그녀에게로 향했다.

         

       스팟!

         

       “……!”

         

       거대한 검이 가슴을 두 쪽으로 동강내며 파고드는 듯한 격통.

         

       지금까지 숱한 경험으로 단련된 그녀조차도 쉬이 넘길 수 없는 고통에 한 차례 몸이 휘었다.

         

       “쿨럭…!”

         

       기침과 함께 튀어나온 핏물이 바닥을 붉게 적신다.

         

       허나 그뿐이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태어나는 순간 끝이 정해져 있는, 짧은 순간만을 살다 가는 존재.

         

       유한한 인간의 몸이기에, 그 몸뚱어리에 새겨지는 것도 끝이 정해져 있다.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고통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버틸 수 있다.

         

       육신에 새겨지는 고통쯤은 얼마든지.

         

       고통이 끝나고 허리를 곧추세운 그녀가 읊조린다.

         

       “오랜만의 피를 보니 상쾌하군.”

         

       소매로 입가에 묻어 있는 피를 닦아내며 살포시 미소 짓는 천마.

         

       살을 찢고, 뼈를 부수고, 장기를 꿰뚫으며 들어온 기운이 마침내 단전 한편에 자리 잡았다.

         

       지금은 그저 내공을 운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끼치는 불필요한 존재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는 점(點)이었다.

         

       벽에 새긴 용의 그림에 눈이라는 점을 찍어 완성했듯, 그녀가 그린 커다란 그림을 마무리할 최후의 점.

         

       다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생각보다 더 불편해.”

         

       그 기운이 제 운신을 방해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일까.

         

       그렇기에 그녀는 목표를 바꾸었다.

         

       원래는 북악 항산을 시작으로 동악 태산, 중악 숭산, 남악 형산을 순서대로 거친 다음 마지막으로 서악 화산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그래선 안 될 듯했다.

         

       “…화산(華山)부터 가야겠어.”

         

       화산(華山).

         

       구파일방 중 하나인 화산파의 영역.

         

       제아무리 그녀라도 한 문파를, 그것도 대문파를 소리 없이 지우는 일은 불가능했기에 다른 제단들을 전부 부순 뒤 마지막으로 부수려 하였으나, 그랬다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듯했다.

         

       가령…, 운신이 힘들어진 자신이 화산파의 장문인에게 패배한다던가.

         

       “후후….”

         

       생각하고도 우스웠다.

         

       제게 다시 없을 사랑을, 그리고 그만큼의 고통을 안겨준 대상에게 복수하기 위해 제 세상마저 버리고 왔건만.

         

       그 끝을 고하는 게 화산파 장문인의 칼 따위여서는 안 되기에.

         

       “…기꺼이 부숴주지.”

         

       그녀는 기꺼이 선을 넘기로 하였다.

         

         

       * * *

         

         

       곤륜산에서 길을 떠난 백우진과 조원들은 몇 날, 며칠을 내달려 섬서성 화음현에 도달했다.

         

       화산을 찾는 여행객들의 수많은 발걸음에 번화한 마을.

         

       그곳의 객잔에서 백우진과 조원들은 여독을 풀기 위해 하루 묵었다 가기로 했다.

         

       기름진 음식과 깔끔한 술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침소.

         

       “아아, 편안해….”

         

       오랜만에 눕는 침상의 푹신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는 신예화.

         

       이대로 깊게 잠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잠시.

         

       내일이면 화산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 단잠에 들려는 그녀의 의식을 일깨웠다.

         

       화산에 오른다는 사실이 긴장되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 올라 천마와 대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긴장될 뿐.

         

       “천마….”

         

       그녀를 처음 만난 순간은 여전히 또렷하다.

         

       초원의 까만 밤하늘을 날아 땅 위를 딛고 선 자신들을 오시하던 무심한 눈길.

         

       그리 크지 않은 키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위압감.

         

       자신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손에 순순히 붙잡혀 떠나가던 백우진의 모습까지.

         

       문득 불안해졌다.

         

       ‘또 저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무섭다.

         

       그녀와 칼을 맞대고 싸우는 것도.

         

       자신을 살리기 위해 백우진이 희생하는 것도.

         

       ‘너무 무서워.’

         

       가슴에 깊이 묻어두었던 공포가 다시금 떠오른다.

         

       그리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참을 뒤척인 끝에 그녀는 결국 침상에 누워 있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

         

       아니, 혼자 있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졌다.

         

       ‘유 소저에게 갈…, 아니, 아니야.’

         

       늦은 밤중이었다.

         

       강행군을 펼치는 와중에도 수련을 빼먹지 않았던 그녀라면 이미 잠들었을 시간.

         

       이 시간에 잠들지 않았을 만한 이는 딱 한 사람뿐.

         

       “우진이한테 차나 한잔하자고 해야겠다.”

         

       그라면 필시 아직 잠들지 않고 깨어 있으리라.

         

       가벼운 걸음으로 침소를 나와 그의 침소로 향하는 길.

         

       별채를 통째로 빌린 탓에 달빛이 휘영청 들이치는 마당을 가로지르던 그녀는 보았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은은하게 달빛이 스미는 그늘 밑.

         

       백우진이 다른 여인과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을.

         

       그녀는 기둥 뒤로 숨었다.

         

       어째서인지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리는 심장을 끌어안은 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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