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87

       광신이라는 것은 천마신공에 있어 필연적인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포식자의 주변에 두려움만이 있다면 어떤 먹이가 다가오겠느냐.

       

       시조라 불리는 쓰레기는 이 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고 먹이가 저 알아 목숨을 바치게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공 속에 비틀림을 끼워 넣었다.

       

       그 비틀림을 보고 눈 먼 자들이 이끌리도록. 신공을 동경하는 자들이 그 비틀림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것이라 여기도록.

       

       어찌 보면 시조란 녀석은 참으로 똑똑한 작자였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할 시간에 무의 성취를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까지도 이름이 전해지는 고금제일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음. 내 입으로 한 말이지만 헛소리처럼 들리는 군.

       

       자신의 욕망조차 이기지 못하는 쓰레기가 어찌 고금제일인이 되겠느냐.

       

       하여튼. 광신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이해한 이상 광신이란 건 더 이상 본인이 도망쳐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어라?”

       “무엇인가 달라졌음을 알겠느냐?”

       “어… 어. 어?! 저. 저 왜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던 거죠?!”

       

       설아의 몸에 깃든 광신을 제거한 본인은 하린이 도착한 후 두 사람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워낙 내용이 방대하여 한 마디로 요약하긴 어렵다만 옆에 있던 백호가 기겁을 했다는 거면 대충 설명이 될 듯 하구나.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은 나는 두 사람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 주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가르쳐주신다면 기꺼이!”

       “현실에서 무공을 쓸 수 있는 거죠?! 재밌을 것 같아요!”

       

       단순한 선의는 아니었다. 두 사람을 실험대 삼아 본인이 새로이 만들어낸 천마신공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보고 싶었을 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만 그들의 성장은 내가 예상하던 것과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마공의 위험이 사라진 만큼 성장이 더뎌진 대신 여러 위험성이 사라졌기에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졌지.

       

       내가 둘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걸 본 엔리는 자신도 무공을 배우고 싶다며 달라붙었지만 안타깝게도 녀석에게는 극단적으로 재능이 없었다.

       

       “내기를 어떻게 느껴야 하는데요!”

       

       그래서 난 그냥 엔리에게 적당히 몸관리에 좋은 몇 가지만을 알려주고 그것만 수련을 하라 이야기했다만 그것조차도 버거워하는 엔리를 보고 있자니 짠하더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본인이 재편한 천마신공이 멀쩡함을 확인한 나는 이 세상에서 광신을 완벽히 지우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더 이상 본인이 광신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나 눈에 새겨지는 광신의 씨앗은 그 자체로 불쾌함이었으니.

       

       이를 완전히 지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천마신공이라는 것 자체를 본인의 천마신공으로 뒤집을 필요가 있었지.

       

       그러지 않는 한 광신은 어딘가에서 피어오를 것이 분명했으니까.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백화령이 있는 신교를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먼저 본인이 거주했던 신교부터 엎어보았다.

       

       본인을 보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제 생명을 가져가달라 빌던 녀석들이 광신을 잃고 어리둥절해하는 것은 썩 보기 좋은 풍경이었지.

       

       그 곳에서 여러 실험을 해보았던 나는 그 과정에서 얻은 여러 배움을 그대로 화룡무인에 적용시켰다.

       

       반발이 없지는 아니했다. 본인이 살던 신교와는 달리 화룡무인의 신교에서 본인은 이방인이었으니까.

       

       허나 그럼 무얼하는가. 강자존의 세상에서는 강자의 말이 진리일 따름이니. 스스로의 경지로 신교의 인간들을 납득시킨 본인은 개혁을 추구해나갔다.

       

       덕분에 화산을 이끌 시간이 없어졌던지라 문주의 자리에서 물러나 학영충 놈에게 전권을 넘기기도 했지. 허튼 수작 부리면 바로 찾아와서 박살낼 것이란 협박과 함께.

       

       본인이 무림에서 이러한 생활을 보내는 동안 현대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바루님께 프로를 하지 않겠냐는 권유가 왔다고요?”

       “한서우 자네를 부른 것도 그 때문이다. 본인이 이 권유를 받아들여도 괜찮겠느냐?”

       “…살려주십쇼. 바루님. 전 바루님을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아피스에 열중을 하던 바루가 프로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권유를 받는다거나.

       

       “젠장. 젠장. 젠장! 제발 좀 죽으란 말이다!”

       “이 정도로 본인이 죽겠느냐. 뭉치야. 뭐어. 이번에는 그대의 반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 쓰담쓰담 하루 형으로 넘어가주도록 하겠다.”

       “하루? 하루?!”

       

       본인과의 계약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악하는 뭉치와 몇 번 정도 놀아준다거나.

       

       “…그냥 아라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세요.”

       “허어. 그대들이 못 할 일을 대신 처리해 준 것인데 반응이 왜 이리 떨떠름 한 게냐.”

       “이해해 주십시오. 아라님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내가 필사적일 이유가 있었던 걸까하는 의구심이 생겨나는지라.”

       

       회사의 사장 녀석이 이야기하는 세계의 위기를 몇 번쯤 가뿐하게 박살내 준다거나.

       

       다른 세계에서 온 여러 녀석들을 상대하다보니 새삼 뭉치 녀석이 강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더군.

       

       뭉치 녀석을 상대로는 전력을 다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다른 놈들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이 이야기를 뭉치 녀석에게 해주었더니 녀석은 잠시 기뻐하다가 이내 우울해져서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럼 무얼 하느냐. 과거의 영광을 되새긴다 한들 지금 내 꼴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힘으로 이기지 못하니 동정을 구하겠다는 것인가. 훌륭한 전략이다.”

       “…빌어먹을.”

       

       회사가 할 여러 위험한 일들을 본인이 대신 해 준 덕분일까.

       

       여러모로 여유가 생겨난 회사는 이전보다도 더 공격적으로 여러 게임을 출시했다.

       

       온갖 게임이 나올 때마다 그걸 즐기는 엔리가 이야기하길 할 게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휴식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더군.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괜찮은 일이었다. 할 게 없는 것보다는 할 일이 넘쳐나는 편이 나으니까.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겨났다.

       

       회사의 게임은 보통 한없이 현실에 가깝다. 그 때문에 본인이 패악질을 부리기도 쉽지.

       

       처음에야 다들 신기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하는 말을 전하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번 패악질을 부려서야 좀 제대로 게임을 해주면 안 되겠냐는 요청이 나올 수밖에 없다.

       

       허나 본인의 입장에서 그 요청은 곤란한 것이었다. 본인의 능력으로 할 수 있기에 했을 뿐인데 적당히 해달라 그래도 곤란할 뿐이지 않나.

       

       이런 상황 속에서 해법을 제시해 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엔리였다.

       

       “그럼 그냥 VR을 하지 말죠? 그럼 다 해결될 것 같은데.”

       “VR이 아니면 무슨 게임을 한단 말이냐.”

       “이전 세대의 PC게임이요. VR과는 다른 맛이 있거든요.”

       

       PC게임.

       

       언젠가 엔리의 집에 불려가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했던 것들을 다시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에 나는 흥미를 가졌다.

       

       그 중에서도 재밌겠다 싶었던 것은 본인이 지닌 육신의 실력보다는 운과 판단을 요하는 것들이었다.

       

       이것들이라면 본인의 육신과 관계없이 게임 실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일 수 있겠다 싶었거든.

       

       “빌어먹을! 9할 5푼이다! 성공할 확률이 9할 5푼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실패할 수가 있단 말이냐!”

       

       – 그러게 100% 맞췄어야지.

       – 확률 5%? 혜잔데?

       – 캬. 공들여 키운 병사 가버렸네.

       

       “젠장! 본인이 직접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이딴 고민 따위 하지 않았을 터인데!”

       

       – ㅇㅇ님이 1000후원하셨습니다.

       [그치만 할 수 없죠? 이건 VR이 아니죠?]

       

       짜증이 절로 샘솟아서 곰방대를 입에 문 나는 화면을 노려보면서 다음 수를 고민했다.

       

       괜찮다. 아직 최악은 아니다.

       

       냉정하게 최선의 판단을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고난이야.

       

       우선은 이 병사를 움직여서 저 도마뱀 외계인을 죽인 다음.

       

       – 감나빗!

       – 와. 미친ㅋㅋㅋ 이번엔 2퍼의 확률을 뚫었네.

       – 이 운으로 가챠겜을 했더라면…

       – 이 운으로 가챠겜 했으면 천장 박았겠지.

       

       – ㅈㅅ마녀님이 1000후원하셨습니다.

       [세상 일은 원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그래서 재밌는 거 아니겠어?]

       

       “…그렇담 본인도 그대들을 재밌게 해주겠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즐기도록.”

       

       그 말과 함께 자그마한 여지도 없이 방송을 꺼버린 나는 찬 물을 마시기 위해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이게 왜 내가 진단 말이냐!”

       “운빨좆망겜이 다 그런 거에요.”

       “화령. 자네는 무공은 잘 쓰지만 도박에는 영 약하군.”

       “…이리 와라! 바루! 네 놈의 꼬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주제를 알려주겠다!”

       

       그리 크지 않는 거실에 모여 TV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이들은 서로 시끄럽게 떠드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 나와 눈이 마주친 하린이 다급히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라님! 빡종을 하시면 어떡해요! 불 난 게시판을 관리하는 건 저란 말이에요!”

       “뭐 어떠냐. 솔직히 6시간 정도면 할만큼 했다 본다마는. 그보다 하린아. 저 게임의 VR판은 존재하느냐?”

       “네? 당연히 있죠. 나름 인기 시리즈거든요.”

       “내일은 그것을 해야겠다. 그냥 다 박살을 내야 쓰겠어.”

       

       썩을 놈의 확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표기된 확률과 실제의 확률이 전혀 다른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위기의 순간에 5푼과 2푼의 확률이 연속으로 나올 수가 있단 말이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찬물로 가라앉히고 있으려니 백화령이 나에게 자신의 기기를 넘겼다.

       

       “무어냐. 계속하지 않을 것이야?”

       “재미가 없어서 말이다.”

       “계속 지기만 하니까 재미가 없겠지.”

       “죄송해요! 적당히 배려를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조금 더 있으면 저 놈들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게 될 것 같아서.”

       

       곰방대나 피우고 오겠다며 백화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서우가 다급히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백화령의 자리를 이어 받은 본인은 방금 전의 짜증을 여기서 풀겠노라고 결심했다.

       

       “괜찮겠느냐. 이 게임이라면 지난 번에 했던 것이지 않나. 또 다시 본인이 제멋대로 주사위를 조작하면 어쩌려고.”

       “아라 씨! 제가 그런 걸 신경 안 썼을 것 같아요? 이건 그것보다 이전 게임이에요! 주사위 조작은 아예 불가능하죠!”

       “…허?”

       “오늘이야말로 박살을 내드리겠어요!”

       “오늘 반드시 아라 그대를 꼴지로 만들겠다!”

       “허허. 그래. 어디 한 번 해 볼 수 있으면 해보거라.”

       

       본인이 아무리 운이 안 좋아도 엔리와 바루 그대들에게 패배하겠느냐.

       

       멀찍이에서 자고 있는 뭉치를 무릎 위에 놓은 나는 느긋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런 느긋한 삶도 나쁘지 아니하다 생각을 하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들. 격겜허접입니다.

    아라가 바라던 모든 것들을 이룬 오늘로 이 이야기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여태까지 이 소설을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